물의 가족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사과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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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의 최근 에세이를 주욱 읽고 있다가 신작가 표절 뉴스때문에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내가 읽은 <물의 가족>은 1994년 12월에 현대문학에서 김춘미 선생 번역으로 나온 초판본이다. 혹시나, 이 리뷰를 읽고 구입하고픈 글벗들이 계실까봐 편의상 이 책에다 리뷰를 붙인다.

 

소설 내용에 대해서는 요약해 소개할 도리가 없다. 1인칭 화자인 나는 등장하자마자 죽는다. 나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물의 고장인 고향을 떠돌며 가족과 집을 기웃거리다가,,, 구원받는다. 이게 전부이다. 별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묘사가 대단하여 산문시같은 느낌을 주어서 한 행 한 행 묵묵히 음미하며 읽어내려가야한다. 읽다보면 내 입 안에서 물비린내가 느껴지고, 내 몸에 물이끼가 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문장이다. 소설은 문학이고, 문학은 '학문'할 때 쓰는 學자가 붙는다는 의미에서, 정말 문학 읽는 맛이 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물기척이 심상치않다'이다. 이 강렬한 문장.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20년전에 처음 읽었을 때에는 귀기까지 느껴져 밤에 읽어내려가기가 무서웠는데, 씩씩한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된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뭐 내가 둔해졌다기보다, 나이 먹은 덕분에 내 정서가 좀 안정되었나 싶다.

 

 

 

 

- 내가 가진 1994년 판본 속표지에 실린 마루야마 겐지 사진.

요즘 나온 마루야마 겐지 책에는 머리 빡빡 밀고 눈 부릅뜬 노년 사진만 있기에 친구분들께 이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서 리뷰에 사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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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7-0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겐지라는 작가 알게되었네요

자유도비 2015-07-04 21:46   좋아요 0 | URL
이 분, 소설과 에세이가 다 독특해요.
 
사회적 약자 테마명작관 3
니콜라이 고골 외 지음, 강완구 엮음, 고일 외 옮김 / 에디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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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람진의 <가련한 리자>가 절판되었다. 검색 끝에 이 책에 <가엾은 리자>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는 리자 외에 '사회적 약자'라는 주제 하에 농노 처녀, 가난한 사람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다룬 5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거의 <가난한 사람들>이 분량을 다 차지하고 있다. 실린 작품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가엾은 리자(카람진)
역참지기(푸슈킨)
외투(고골)
가난한 사람들(도스토옙스키)
관리의 죽음(체호프)

 

<가엾은 리자>는 까람진이 1792년 발표한 단편이다. 모스크바 근교에 사는 농부의 딸 리자가 귀족 청년 에라스트와 사랑을 나누다가 버림받아 자살한다는 내용. 도회지 사교계의 삶에 찌든 에라스트는 꽃을 팔러 모스크바에 온 리자를 만나 그녀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반한다. 그러나 육체적 사랑에 이른 후 전쟁을 핑계로 리자와 헤어진다. 도박 빚을 갚기위해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한다. 리자가 집으로 찾아가자 에라스트는 백 루블을 주고 그녀를 내쫓는다. 절망한 리자는 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와중에도 돈은 홀어머니에게 보낸다.

 

'지금 내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있는 이가 평범한 농부나 목동으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을까!(본문 16쪽)'라는 리자의 독백에서도 알 수 있듯, 소설에서 가엾은 리자가 겪는 비극은 크게 보아 계급문제에 기인한다. 리자는 에라스트를 사랑하면서도 그와 자신과의 계급차를 알고 있다. 그와 정식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욕 한 마디 없이 저항 없이 리자는 걍 에라스트의 인생에서 미래에서 조용히 사라져 준다. 아놔, 이게 뭥미?

 

그런데, 바로 이 미련곰탱이같은 비련의 여주인공인 것이 또 18세기~ 19세기 초 러시아 독자들에게 먹혔다. 당시 러시아에서 소설의 독자층이었던 귀족들은 바로 이 점에 감동받았다. 오, 세상에, 농부의 딸도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니, 그들도 인간의 감정을 가진 자 였다니,,,,

 

러시아의 농노 해방은 이 소설로 부터 거의 90년후인 1861년에 이뤄졌다. 이 맥락에서 나는 <파멜라>와 <춘향전>과 함께 노예, 농노, 여성의 사랑할 권리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싶다. 사랑의 역사는 약자가 권리를 찾아가는 역사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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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2 대산세계문학총서 80
새뮤얼 리처드슨 지음, 장은명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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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년작인데, 현대 대한민국 막장드라마 원조같은 소설이다.

 

1권에 이어, 우리의 파멜라는 여전히 하녀로 일하던 귀족집 주인남의 괴롭힘을 당한다. 부모님 집으로 보내준다며 마차에 태워 자신의 영지에 있는 한 저택으로 납치, 그녀를 가둔다. 하녀로 변장하여 침실에 숨어있다가 강간하려고도 하는 둥, 온갖 악랄한 방법으로 파멜라의 육체를 정복하려 든다. 드디어 변함없는 파멜라의 저항에 단념, 그녀를 진짜 부모님 댁으로 돌려 보낸다. 그러나 파멜라를 보낸 후, 편지를 써서 심부름꾼에게 보낸다. 편지에는 이전과 달리 진지하게 구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파멜라는 그 편지를 읽고 마음을 바꿔 B씨에게 돌아온다. 알고보니 파멜라가 그동안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고 그녀의 덕성에 감동받은 것이었다. (이 소설은 파멜라가 부모님께 자신이 겪고 있는 실황을 중계하는 서간체 소설임) 둘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당신의 미덕은 모든 유혹을 견디어냈고 공포에도 굴하지 않았소. 그리고 난 당신에 대한 나의 열정을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바르게 마음을 먹고 내가 제시하는 조건으로는 당신이 내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당신 자신의 조건에 따라 내 사람으로 만들기로 씸했던 거요. 그리고 이제는 당신 자신의 조건 이외의 어떤 다른 조건으로도 당신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를 원하지 않소. 정말이오. 그러니 결혼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오.

- 본문 151~ 152쪽에서 인용. 남자 주인공 B씨의 말.

 

여기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냐? 물론 아니다. 국내 막장 드라마에서 시어머니가 하는 배역을 맡은 셈인 B씨의 누나인 레이디 대버스가 찾아와 파멜라를 모욕한다.

 

 

넌 그 애를 첩으로 삼든가 아내로 삼든가 둘 중 하나겠지. 만약 전자라면 우리 어머니가 사랑하셨고 정말 아주 착한 아이인 그 불쌍한 계집애를 망치지 않고도 첩으로 삼을 여자들이 많지 않느냐. 그러니 이 점에 대해 너는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 후자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 않고 있겠지. 그러나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면 넌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얘야, 우리 집안은 벼락출세한 가문이 아니라 이 왕국의 어느 최고의 가문 못지않게 오래된 가문이라는 것을 심사숙고해라. 그리고 수백년 동안 우리 가문의 후계자들이 기우는 혼사로 망신을 당했다고 알려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이 나라 최고의 몇몇 가문들이 너와 인척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느냐. 네가, 혹시 역사가 짧은 가문이나 제가 그처럼 좋아하는 듯이 보이는 하층계급에 가까운 가문의 자손이라면 그 애와 결혼해도 괜찮겠지. 그러나 나와 내 모든 가족들은 네가 그처럼 볼꼴 사납게 채신을 떨어뜨린다면 너와의 관계를 영원히 끊을 것이라고 말해두겠다.

- 본문 75 ~ 76쪽. 동생인 B씨에게 충고하는 레이디 대버스의 편지

 

 

당근 레이디 대버스는 막장 드라마 공식 대로 마침 남편이 외출 중이어서 현장 목격을 못 할 때에 찾아온다. 시누이는 막장 드라마 그대로 친정을 모욕하고, 남편의 과거 여자 문제 등을 거론하여 파멜라에게 상처를 준다. 이리저리 하여 남매는 화해, 레이디 대버스도 주위 귀족 여인들도 그동안의 곡절을 듣고 파멜라의 미덕을 찬양한다.

 

여기서 끝이냐, 그럼 막장 드라마 원조 자격이 없다. 파멜라는 자기 이전에 첩이 있었다는 뉘앙스의 시누이 말의 진위를 궁금해한다. 알고보니 남편 B씨에게는 숨겨진 딸이 있었다. 친모인 샐리 곳프리는 현재는 신분세탁을 위해 서인도제도로 가서 결혼했다. 파멜라는 남편의 딸인 귓윈 양을 데려와서 잘 키워 좋은데 시집보낸다. 이러쿵저러콩하여 부부는 잘 먹고 잘 살았다더라,,,, 하는 이야기이다.

 

1편 리뷰에 쓴 대로, 이 소설은 서구 근대소설의 효시격이다. 그 이전 귀족이나 성직자 계급이 누리던 소설 비스무레한 산문 쟝르가 이 소설을 계기로 주 독자층으로 시민을 확보하게 된다. 하녀 파멜라를 통해 귀족의 횡포, 부도덕함에 저항하는 시민의 도덕성과 의지를 부각시키는 혁명성도 있다.

 

그리고 남자 작가 작품인데도 화자 파멜라를 너무너무 잘 형상화했다. 그녀의 심리 표현이 기가 막히다. 한편, 결혼 이후 남편 내조를 다짐하여 지켜야할 항목을 메모한다거나 남편의 혼외 출생한 딸을 거두는 모습은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반영한듯 싶다. 편지이건 사진이건 자녀이건, 과거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거두는 여자라니, 이건 하녀가 귀족부인이 되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자신이 죽은 후 파멜라가 겪을 고난을 생각해서 과부연금부터 규정해서 공증받아두는 장면은 넘넘 멋지다! B씨는 1권에서는 변사또인데 2권에서는 이몽룡에다가 로미오로 바뀐다. 하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역사에는 귀촌상혼후 남편이 죽고 나서 다시 하녀 취급받고 유산 빼앗기고 본처 지위도 박탈당한 채 쫓겨난 여인들이 더 많다.

 

여튼, 18세기, 근대 시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이 사랑할 권리, 맘에 맞는 남자와 섹스할 권리를 다룬 이야기가 등장하는 현상이 나는 참 흥미롭다. 러시아의 <가엾은 리자>, 우리나라 <춘향전> 등등. 내 생각에, 이들 작품은 크게 봐서는 다 말뚝이의 현실 비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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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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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의 주 사건은 탈옥수 매그위치의 등장과 관련해 벌어진다. 핍의 유산 증여자가 밝혀지고, 매그위치가 체포되고, 무일푼이 된 핍은 매부 조 가저리의 보살핌을 받고 그제서야 교훈을 깨닫는다.

 

몸이 극도로 허약한 상태였으므로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갈 수 없었던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운 채 참회의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오, 하느님, 그를 축복하소서! 오, 하느님, 참 그리스도인다운 이 고결한 사람을 축복하소서!"

- 본문 387쪽에서 인용. 병상에서 눈 뜬 후 매부 조 가저리를 발견한 핍의 말.

 

여기서 '참 그리스도인다운 이 고결한 사람'은 원작에 'gentle christian man'이라 적혀있다. 그렇다. 젠틀맨, 신사인 것이다. 이 부분은 이 소설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으로 인용되곤 한다. 신앙은 긍정하고 계급은 부정하던 당시 대중 소설의 독자, 시민계급의 구미에 실로 맞는 주제라 볼 수 있다.

 

한편, 사랑 없이 조건만 보고 결혼한 에스텔러 역시 고된 결혼생활을 정리한 후에 성숙해진다. 그제서야 자신를 바라보던 핍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시련이 다른 모든 가르침보다 더 강력한 교훈을 주어서, 하느님이 너를 축복해 주시기를, 그리고 하느님이 너를 용서해 주시기를!이라고 말이야. 그때 그렇게 나에게 말할 수 있었다면, 네가 지금 이 순간에 다시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거야. 그 시련의 가르침을 통해 내가 네 심정이 한 때 어떠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 이 순간에는 말이야. 그동안 나는 휘어지고 부서졌어. 하지만 희망컨데 좀 더 나은 모양으로 휘어지고 부서졌다고 생각해.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동정심과 너그러움을 베풀어 줘.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친구라고 나에게 말해 줘. "

- 426쪽에서 인용.  새티스 저택에서 핍을 우연히 만난 에스텔라가 하는 말.

 

"그동안 나는 휘어지고 부서졌어. 하지만 희망컨데 좀 더 나은 모양으로 휘어지고 부서졌다고 생각해. "라니! 이 얼마나 '돌아온 첫사랑 그녀'의 대사로 어울리는가! 외워두어야겠다. 겪고도 깨우치지 못해 새로운 섶을 지고 새로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가는 여자들도 많은데, 그나마 에스텔러는 다행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핍과 에스텔라는 각각 하층과 상층 계급에서 출발했지만, 인생의 교훈을 얻은 계단의 위치는 같다. 이제 같은 높이에서 만났으니 둘에게 새로운, 더 나은 미래가 열릴지도 모른다. 소설은 둘이 함께 할 미래를 암시하며 이렇게 끝난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폐허의 장소에서 걸어 나갔다. 오래전 내가 대장간을 처음 떠났을 때 아침 안개가 걷혔던 것과 똑같이, 그렇게 저녁 안개가 그 순간 대지 위에서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개 밑으로 넓게 펼쳐져 나타난, 고요한 달빛 속의 그 모든 풍경 속에서 나는 그녀와의 또 다른 이별의 그림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

- 427쪽에서 인용.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다.

 

하층계급에 속하는 대장장이 조 가저리가 진정한 신사였고, 늦게 깨달은 얼치기 신사 견습생 핍은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새티스 저택이, 상류 사회가, 신사라는 계급이 '폐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에스텔러의 손을 잡고 폐허를 나선다. 이제 둘의 이별은 없을것만 같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조차 나에겐 에스텔러에 대한 서술이 거의 와닿지 않는다. 에스텔러, 그녀는 이름 그대로 별stella이기만 하면 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킨스선생은 여성 인물을 잘 못 그려 내는듯. 반면 미스 해비셤이나 가저리 부인같이 독특한 성격을 가진, 약간 괴팍하고 사이코같은 여성은 잘 표현한단 말이야. 흠, 이상해. 이제 디킨슨 선생의 연애편력을 파헤쳐 봐야할 시간인가? -_-

 

또 하나, 이런 핍의 성숙을 이끌어내는 정신적 스승 겸 인도자 샤먼같은 조 가저리의 직업이 대장장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서구 문명 전통에서 연금술사와 대장장이의 역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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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유도비 2015-06-03 17:46   좋아요 0 | URL
소설에는 어떤 직접적 언급은 없어요.
`그 모든 풍경 속에서 나는 그녀와의 또 다른 이별의 그림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 `가 마지막 문장이어서, 저는 긍정적 미래를 암시한다고 생각했어요.

유부만두 2015-06-03 17:48   좋아요 0 | URL
전 둘이 각자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보고 싶네요 ^^
 
위대한 유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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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약본 아닌 원전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 책 표지에 있는 영화와  다르다.

 

대장장이 조 가저리와 누나 부부에게 얹혀사는 핍이 감옥선에서 탈출한 죄수를 만나고, 새티스 저택에 가서 미스 해비셤과 에스텔러를 만나고, 모르는 이의 유산을 상속받아 런던으로 가서 신사 수업을 받는 것이 1권의 주 내용.

 

새티스(만족) 주택에서 에스텔러를 만난 이후 핍이 결핍을 느끼고 신분상승을 갈구하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반면 에스텔러 쪽은 밋밋하다. 예쁘다는 것 외에 별 개성이 없어보인다. 디킨스 선생은 여성 인물 형상화에 좀 약하신 듯. 반면 주인공이 아니지만 미스 해비셤은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저 애를 사랑하거라, 사랑해, 저 앨 사랑해! 저 애가 너에게 호의를 보이면 저 앨 사랑하거라. 저 애가 너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저 앨 사랑하거라. 저 애가 네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더라도, 그리고 나이를 먹고 강해질수록 오히려 그 상처가 더욱 깊이 찢어질지라도 저 애를 사랑하거라, 사랑해, 저 앨 사랑해! 

 (중략)

내 말 잘 듣거라, 핍! 내가 저 아일 양녀로 삼은  것은 사랑받게 하기 위해서야.

- 440쪽에서 인용. 미스 해비셤의 말.

 

"내 너에게 말해 주마." 그녀는 여전히 급하고 격정적인 속삭임으로 말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맹목적인 헌신이고 절대적인 겸손이며, 완전한 복종이고 자신과 세상 전체를 거스르는 신뢰와 믿음이며, 네 온 마음과 영혼을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것이야.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

- 441쪽에서 인용. 미스 해비셤의 말.

 

미스 해비셤은 결혼식 날 아침에사랑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해 평생 그 상처에 파묻혀 산다. 세상의 남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리만족을 위해 에스텔러를 양녀로 삼아 예쁘게 키워 온갖 연애스킬을 가르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여생도, 에스텔러의 인생도 망친다. 반면, 어릴적 아버지의 폭력이 일상이었던 가정에서 자라 상처받은 조 가저리는 결혼한 이후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아내인 핍의 누나에게 잘 대해준다. 이렇게 과거의 상처에 대응하는 자세가 다른 두 인물의 대비가 눈에 들어와서 흥미롭다. 결국 진정한 신사는 조 가저리였고, 진정한 숙녀는 비디였다. 왜냐구? 생각이, 심사가 뒤틀리지 않고 멀쩡하거든!

 

"네가 만약 똑바른 길을 가는 걸로 비범하게 될 수 없다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걸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다. 그러므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거라, 핍. " 

- 134쪽에서 인용. 조 가저리의 말.

 

"네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떠나든지 간에, 너에 대한 내 기억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을 거야. 다만 신사라고 해서 남을 부당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

- 277쪽에서 인용. 비디의 말

 

하지만 신분상승과 에스텔러와의 결합 가능성에 눈먼 핍은 조 가저리와 비디의 장점을 보지 못한다. 그들을 창피하게 여기고 서둘러 그 곳을 떠난다. 이렇게 1권에서는 유산 상속 후 신사교육을 받으며 점점 변해가는 핍의 모습이 흥미롭다. 디킨슨과 그의 소설의 시대에, 근대적 개인으로 각성한 시민 계급은 계급상승과 인격도야정도는 반비례한다고 믿었던 것일까. 아니, 그렇게 그려내는 소설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던 그런 시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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