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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축약본 아닌 원전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 책 표지에 있는 영화와 다르다.
대장장이 조 가저리와 누나 부부에게 얹혀사는 핍이 감옥선에서 탈출한 죄수를 만나고, 새티스 저택에
가서 미스 해비셤과 에스텔러를 만나고, 모르는 이의 유산을 상속받아 런던으로 가서 신사 수업을 받는 것이 1권의 주 내용.
새티스(만족) 주택에서 에스텔러를 만난 이후 핍이 결핍을 느끼고 신분상승을 갈구하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반면 에스텔러 쪽은 밋밋하다.
예쁘다는 것 외에 별 개성이 없어보인다. 디킨스 선생은 여성 인물 형상화에 좀 약하신 듯. 반면 주인공이 아니지만 미스 해비셤은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저 애를 사랑하거라, 사랑해, 저 앨 사랑해! 저 애가 너에게 호의를 보이면 저 앨 사랑하거라. 저 애가 너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저 앨
사랑하거라. 저 애가 네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더라도, 그리고 나이를 먹고 강해질수록 오히려 그 상처가 더욱 깊이 찢어질지라도 저 애를
사랑하거라, 사랑해, 저 앨 사랑해!
(중략)
내 말 잘 듣거라, 핍! 내가 저 아일 양녀로 삼은 것은 사랑받게 하기 위해서야.
- 440쪽에서 인용. 미스 해비셤의 말.
"내 너에게 말해 주마." 그녀는 여전히 급하고 격정적인 속삭임으로 말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맹목적인 헌신이고
절대적인 겸손이며, 완전한 복종이고 자신과 세상 전체를 거스르는 신뢰와 믿음이며, 네 온 마음과 영혼을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것이야.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
- 441쪽에서 인용. 미스 해비셤의 말.
미스 해비셤은 결혼식 날 아침에사랑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해 평생 그 상처에 파묻혀 산다. 세상의 남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리만족을 위해
에스텔러를 양녀로 삼아 예쁘게 키워 온갖 연애스킬을 가르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여생도, 에스텔러의 인생도 망친다. 반면, 어릴적 아버지의
폭력이 일상이었던 가정에서 자라 상처받은 조 가저리는 결혼한 이후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아내인 핍의 누나에게 잘 대해준다. 이렇게 과거의 상처에
대응하는 자세가 다른 두 인물의 대비가 눈에 들어와서 흥미롭다. 결국 진정한 신사는 조 가저리였고, 진정한 숙녀는 비디였다. 왜냐구? 생각이,
심사가 뒤틀리지 않고 멀쩡하거든!
"네가 만약 똑바른 길을 가는 걸로 비범하게 될 수 없다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걸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다. 그러므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거라, 핍. "
- 134쪽에서 인용. 조 가저리의 말.
"네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떠나든지 간에, 너에 대한 내 기억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을 거야. 다만 신사라고 해서 남을 부당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
- 277쪽에서 인용. 비디의 말
하지만 신분상승과 에스텔러와의 결합 가능성에 눈먼 핍은 조 가저리와 비디의 장점을 보지 못한다. 그들을 창피하게 여기고 서둘러 그 곳을 떠난다. 이렇게 1권에서는 유산 상속 후 신사교육을 받으며 점점 변해가는 핍의 모습이 흥미롭다. 디킨슨과 그의 소설의 시대에, 근대적 개인으로
각성한 시민 계급은 계급상승과 인격도야정도는 반비례한다고 믿었던 것일까. 아니, 그렇게 그려내는 소설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던 그런 시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