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책은 우리가 이름만 알았던 일본침략사에서 침략의 선봉에 서거나 배후에 조종했던 자들, 또 대표적 업적에 가려 현재 우리가 그 공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침략 합리화이론 제공 사상가들의 삶을 열전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첫번째 인물은 메이지천황 무쓰히토이다. 저자는 메이지 시기 차곡차곡 쌓은 국력으로 이들 일본인들이 어떻게 동아시아
침략에 나섰는지 그 배경 지식을 그의 시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요시다 쇼인과 사이고 다카모리를 통해 정한론의 싹이 어떻게 텄는지도
밝혀주고 있다.
또한 서구에 일본 정신으로 '무사도'를 알린 니토베 이나조를 통해, 외국어에 능통한 이 시기 지식인들이 얼마나 서구인들이 원하는 동양의
이미지를 선점하고,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여론을 이끌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후쿠자와 유키치의 경우는 어떠한가. 현재 우리는 그의
대표적 저서만을 통해 그를 위대한 근대 사상가로 알고 있지만, 실상 그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촉구하는 논설을 많이 쓴, 국내용 지식인이었을
뿐이다. 우리가 정치색 없이 신앙가로 알고 있는 우치무라 간조 역시 일본과 예수, 오직 두 개의 ‘J’만을 사랑한 종교인이었을 뿐, 식민치하에서
고통받는 조선 민중의 모습을 제대로 예수의 가르침대로 보지는 못한 사람이었다. 이들 일본 근대의 위대하다는 사상가, 지식인들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이들이 촘스키같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비판까지 하는 세계의 지식인이 아니라, 그저 일본 국내용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이 책의 '열도의 침략자들'편에는 다른 책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 침략자들의 생애가 잘 드러나 있다. 즉, 국사
교과서에 이름과 주요 지배 정책만 주욱 지나가던 일제 강점기 총독들인 데라우치 마사타케, 하세가와 요시미치, 사이토 마코토, 미나미 지로의
생생한 침략사가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일본 육군 실세 야마가타 아리토모와 을미사변 관련자들인 이노우에 가오루, 우치다 료헤이도 소개하여
이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준비하여 침략에 나섰는지를 밝혀준다. 또한 쇼와 천황 히로히토를 단적으로 전범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내게는 이토
히로부미 편이 인상깊었다. 안중근 의사의 삶만 알았지, 이토의 일본 내에서의 비중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읽어갈수록, 우리나라를 비롯 동아시아 침략을 오래 준비하고 실행한 행동대 조슈 군벌들과 이들에게 합리화 이론을 제공한 일본 근대시기
사상가들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가치관은 정말 일본 열도가 동해상에 떠 있는한,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우리가 그들의 사고방식, 행동방식을 알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조선을 쿠슈처럼 바다건너 자신들이
진출할 땅으로 쉽게 여겼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고방식과, 이들 1910년의 침략자들의 사고방식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현재 일본
정치가들의 사고방식 역시 한 맥락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독자에게 확인, 각인시켜주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
책 마지막에 '고대에서 현대까지 일본사 간단 읽기'란 부분이 있다. 간략히 일본사를 정리해주는 부분인데, 통사를 읽고도 자꾸 까먹는 내게
두고두고 유익할 것 같다. 일본사를 전혀 모르는 분들은 이 부분을 먼저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좋겠다.
***
참, 이 책은 조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일본인들만 소개하지는 않는다. 조선의 미에 심취한 야나기 무네요시, 아사카와 다쿠미의 삶도, 일제시대 한국인의 변호를 도맡은 후세 다쓰지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