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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10 : 최초의 인간은 누구일까? - 최초의 인간, 우주.생명.인류 문명, 그 모든 것의 역사 빅 히스토리 Big History 10
김유미.박소영 지음, 정원교 그림 / 와이스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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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선사시대 쪽을 검색하다가 찾은 책이다. 아동용 도서같아 보여서 망설이다가 발간날짜가  2016년 12월인 것을 보고 걍 주문해 버렸다. 선사시대 인류에 대한 책으로는 가장 근간이니까 가장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했겠지,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큰 기대는 없었는데, 받아 읽어보니 책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책은 빅 히스토리 관점에서 인간의 진화 과정을 다룬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가장 유명한 루시에서 출발하여 호모 사피엔스까지, 다른 호모 속 친척들과 달리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문명을 이룩하게 된 계기를 파헤친다. 직립, 도구 사용, 육식, 언어를 통한 사회 생활과 문화 창조 등등. 다른 생명체들을 멸종시키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호모 사피엔스의 어두운 측면도 서술한다.

 

책 내용 좋다. 원시인류 이름과 특성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연구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라스코 정도만이 아니라 쇼베 동굴 벽화도 언급한다. 다른 책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언어생활에 대해 짧게 지나가는데 이 책에서는 길게,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의 내용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정말 저자들이 열심히 자료 찾아 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와 삽화, 유물 사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삽화가 마음에 든다. 인류 진화 그림 보다보면 왼쪽 원숭이에서 시작해 오른쪽 크로마뇽인에서 끝난다. 그리고 이후 호모 사피엔스 그림은 전부 크로마뇽인으로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거 너무 싫다. 인간 진화의 완성이 백인 남성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책은 각 대륙별 대표자들을 뽑은듯, 모든 피부색과 다양한 외모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를 골고루 그렸다. 좋다.

 

어린 친구들이나 이 분야 독서 입문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 조금 아쉬운 점.

 

1

아프리카로부터 멀어질수록 유전자의 다양성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서아시아와 유럽, 아시아를 지나 태평양의 여러 섬, 마지막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산된 것이다.

- 본문 150쪽에서 인용

=> 줄친 부분, 약간 문제가 있다. 아마 호모 사피엔스가 오스트레일리아에 4만년전에 도착한 것만을 말하는 것 같은데, 태평양의 작은 섬들에까지 진출해서 인류의 여행을 완료한 시기는 1000년전이므로 결코 '태평양의 여러 섬'에 도착한 것을 아메리카 대륙 도착 이전으로 서술해서는 안 된다.

 

2

또한 4만년 전 발생한 거대한 캄파니아 화산 폭발로 인해 식량난을 겪으며 멸종했다는 가설~.

=> 맞는 서술인데 이왕이면 이 부분은, '현재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의 캄파니아 화산'이라고 써 주시면 어떨까. 저자들이야 그냥 '캄파니아 화산'이라고 해도 알겠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3

 

그로부터 1만년이 흐른 21세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른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상대를 폄하하거나 비난하며 테러나 분쟁. 심지어 전쟁을 한다. (여러 문제 나열 부분 중략) 성별이나 종교, 사상의 갈등이 서로에 대한 혐오를 키워 무자비한 폭행과 살인 등 폭력이 자행되기도 한다.

=> 성별 갈등이 서로 혐오를 키워 폭력 자행? 여성과 남성이 서로 폭력을 쓴단 말인가? 남성 혐오로 여성에게 강간, 살해 당하는 남성들이 있단 말인가? 이건 명백히 잘못된 서술이다. 여성 혐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신 것 같다. 책을 쓸 때는 자기 분야만 공부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책에 언급하는 모든 내용을 제대로 공부해서 써야 한다. 이 부분, 꼭 수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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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역사 세미나리움 총서 9
스티븐 미슨 지음, 윤소영 옮김 / 영림카디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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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prehistory of the mind>이다. 마음의 선사시대사? 정도가 더 정확할까? <마음의 역사>라고 하니 카렌 암스트롱의 <마음의 진보>같은 내용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mind'라 하면 마음 외에 사고, 인식이란 의미도 있으니 내가 쓰는 이 리뷰에서는 '마음'이란 용어 대신에 걍 'mind'라고 하겠다.

 

선사시대, 구석기, 인간은 어떻게 인간으로 진화했는가, 4만년 전 인류 문화의 대폭발,,, 이런 쪽으로 혼자 삽질하며 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 책이 속한 쟝르는 고고학 중 인류 조상들의 정신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고찰하는 ‘인식고고학(Cognitive Archaeology)’이라고 한다. 두개골 안쪽을 살펴 뇌의 모습과 기능을, 그들이 제작해 남긴 석기를 통해 지능을, 장신구를 통해 사회성을, 예술 작품과 기타 등등,,, 을 통해 종교의식과 언어능력을 연구한다. 아, 물론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도 연구하고.

 

'mind'의 진화는 5천5백만년 전 인류의 진화와 함께 시작한다. 직립 보행을 하고 고기를 먹고 뇌가 커지고 도구를 만들고 집단 생활을 하면서 스위스 아미 나이프처럼 각각 특수한 행동영역을 담당하던 지능이 점차 발전해가며 통합된다. 결국  인간의 'mind'는 사회적 지능, 자연사 지능, 기술 지능 그리고 언어지능이 통합되어 형성된 것이다. 이 과정을 저자는 성당 건축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본당을 먼저 건설한 후 주위에 부속예배실을 지어 점차 건물을 늘리고 완성해 가는 과정에.

 

네안데르탈인까지 계속 용량이 커져만 가던 뇌는 크로마뇽인에 이르러 성장을 멈추고 오히려 작아지며 크기 키우기 대신 기존 지능의 통합 쪽으로 발전한다. 그러다 드디어 4만년전, 동굴 벽화와 조각상 등 예술을 창조하는 등 ‘문화의 폭발’을 낳았다. 이런 발달한 지능으로 당시 인류는 복잡한 도구를 고안하여 대형동물을 사냥하고 보트를 만들어 오스트레일리아에까지 진출한다. 돌 아닌 뼈로도 도구를 제작하여 바늘을 이용하여 추위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는 옷을 지어입고 인간이 살기에 너무 추운 지역까지 진출한다. 'mind'의 진화의 완성은 바로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인 것이다. 이에 인류는 1만년 전쯤부터 수렵채집인에서 농경인으로 변화하였다.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사시대'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구분짓는 특징, 언어와 높은 지능 같은 특질들이 발생한 것이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대한 이해는 사람됨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한 바른 인식을 낳는다.

- 9쪽에서 인용

 

 

 

 

지난 빙기의 끝에서 사람들이 엄청난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그들로 하여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인식의 유동성을 지닌 마음이었다. 어느 지역에나 농경으로 이어진 역사적 경로가 있었다. (중략) 농경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것은 1만년 전이겠지만, 그것이 마음 속에 처음 자리잡은 것은 중기와 후기 구석기 시대의 이행기였다. 현대 세계의 뿌리가 되는 것은 농경의 탄생 시점이 아닌 바로 이 시기였다.

- 325 ~ 326쪽에서 인용

 

그동안 나는 중세사가 재미있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현대인의 불합리한 면을 중세 문화사나 민중신앙 쪽 미시사가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새 구석기 시대 쪽을 조금 읽다보니, 현대인의 모든 정신세계의 기틀은 4만년전 구석기 시대에 다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 재미있는데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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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2017-03-07 0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석기시대 이야기 리뷰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석기시대나 청동기 시대가 끌리는 면이 많은데, 실제로 할만하거나 읽을만한 얘기는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 감명깊었는데, 껌정드레스님 리뷰들을 읽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좁은 영역에서 통하는 주장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석기시대 의식에 관한 부분이나 그 관련된 부분이 나왔던 책 중 재밌었던 책은 2권이 있었습니다. Chris Stringer는 <Lone Survivors>에서 인류의 진화를 자신의 연구경험과 함께 내용은 학구적이면서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도록 너무 건조하지 않게(연구수단을 자세히 설명하므로 어쩔 수 없이 건조한부분이 있음) 나름대로 균형을 잡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일즈 2017-03-07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안데르탈인 부분도 적지않게 할애하고 있고, 특히 원인류에서 현생인류까지 오는 단계를 단순히 선형으로 설명하지 않고, 진화의 실제 과정을 포함하려는 노력을 많은 영역에서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안에 석기시대 의식에 관한 내용도 심심찮게 등장하고요.
그리고 Thomas Metzinger <the Ego Tunnel> 이 있습니다. 이 책은 직접 석기시대 의식을 다루지는 않는데요, 의식의 기본 구조에 대한 대담한 주장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기본 구조에 석기시대인들이 의식을 갖게 된 과정에 대한 간접적인 이해가 꽤 담겨 있는 거 같습니다.
석기시대 글들 보면서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많이 올려주세요~~

껌정드레스 2017-03-08 23: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일즈님. 책 소개 감사합니다. 나중에 읽어 보겠습니다.
구석기인들이 도대체 뭔 생각으로 동굴벽화를 그리고 여인상을 만들었나, 이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말씀대로 인간의 의식 발전과정에 대한 공부가 되어야 할 것같네요.

2020-05-17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사 시대 - 원시 인류의 생활과 문화 브라보 시리즈 16
조반니 카라다 지음, 이희정 옮김 / 사계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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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찾아오는 우리 석기 씨 책 이야기 시간. 오늘은 이탈리아 생물학자인 조반니 카라다 선생이 쓴 <선사 시대>다. 사실 이 책은 두 달 전에 읽었다. 그런데 선사 시대 관련 독서를 시작할 때 초기에 읽었기에 내게 배경 지식이 없어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 수 없었다. 다른 책들 좀 읽고 나서 다시 이 책을 펴드니, 이제야 이 책의 진가를 알겠다. 이 책, 매우 훌륭하다.

 

이 책은 선사시대 독서 초보자가 시작하기에 딱 좋다. 분량은 얇지만 내용이 매우 집약적으로 꼼꼼하게 들어가 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부터 시작해서 호모 속에 속한 다른 고인류를 설명한 후,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에 퍼져 살게 된 과정을 추적해 보여준다. 수렵, 채취를 하던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소개하고 세계의 선사 미술과 호모 사피엔스의 지적 능력 발달과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이어서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야생 식물과 동물 길들이기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촌락이 발생하고 인구가 증가하고 전염병이 돌고 불평등이 시작된다. 마지막 장은 '최후의 선사 시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데, 선사시대가 문자 발명과 고대 문명 탄생으로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의 침략으로 끝났다는 견해를 밝힌다. 서구 침략자들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북극 근처에서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취나 신석기 시절의 농경 생활을 하던 원주민들의 문화를 말살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쿵!(Kung)족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족으로 '부시맨'이라고도 한다. 부족 이름인 'Kung'을 발음할 때 공기를 들이마시라는 뜻으로 '!'을 넣어 표기한다. 이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렵, 채취 생활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인류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부족 가운데 하나이다.

- 본문 42쪽에서 인용

 

위에서처럼, 본문은 물론, 옆에 관련 용어 설명이 상세하다. '!쿵족' 발음법에 대한 위의 사항은 다른 두꺼운 학술 서적에도 없던 설명이었다. (주의! 옆에 사람 있을 때 소리내어 발음해보지 마시라. 지시대로 발음하면 코고는 소리 비슷하게 난다.)

 

이 책의 이탈리아 원서가 2000년에 나온 것이라, 비교적 최근까지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는 점도 좋았다. 구석기 동굴 벽화가 많은 동물을 사냥하기를 기원하는 목적이라고 쓰여지지 않고, 최근 견해도 소개되어 있다. 삽화도 고증이 잘 되어 있다. 선사시대라고 다들 똘이장군 패션으로 그려 놓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남아시아에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한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이 지역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날씨가 더워서 유골이나 유물들이 잘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35쪽에서 인용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같은 곳에는 그러한 유적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의 사람들이 예술적인 감수성과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 나무나 동물 가죽 같은 곳에 어떤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부식되어 버렸을 것이다.

- 71쪽에서 인용

 

선사시대 역사마저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침팬지 사촌인데도 유럽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 것이 그동안 의아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위의 두 문단처럼 이런 사실을 깨알같이 설명해 줘서 좋았다.

 

여러 면에서 맘 놓고 어린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정도 퀄러티라면 믿을만하다. 사계절 출판사의 브라보 시리즈를 다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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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일곱 딸들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음, 전성수 옮김 / 따님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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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엔 석기 씨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이 가진 미토콘드리아 DNA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만 유전되는 것에 착안하여 현대인들의 모계 조상을 찾아낸다.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 유럽인들의 조상은 일곱 여성이라고 한다. 이 일곱 여성을 포함한 33명의 여성이 전체 인류의 조상이며, 이들의 조상은 아프리카에 살던 한 여성이다. 저자는 그를 이브라고 이름 짓는다. 이제는 상식으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최근 집필된 세계사 통사류 서적에도 점차 발췌언급되고 있어 궁금했는데 이번에 원전을 찾아 읽었다.

 

아프리카의 씨족들이 세계에서 단연 가장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이들의 유전적 관계 역시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상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 마침내 내 꿈이었던 전세계 인류의 완전한 모계 가계도가 만들어지려고 한다. 모든 씨족들은 아프리카인의 어머니이자 전세계 사람의 어머니인 단 한사람의 조상만이 남을 때까지 하나의 가지로 모아진다. 그녀의 존재는 미토콘드리아 DNA와 인류의 진화에 대한 1987년의 논문에서 이미 예상되었다. 나는 즉시 그녀에게 '미토콘드리아 이브'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전혀 아프리카식 이름 같지는 않다.  그녀가 바로 오늘날 60억이 넘는 전세계인의 모든 모계조상들의 뿌리이다. 우리 모두는 그녀의 직접적인 모계 후손이다.  (중략)

유전학은 현대인간의 기원이 약 15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음을 매우 분명하게 말해준다. 약 10만년 전 어느 때부터 현대인간은 아프리카에서 펴져나와 나머지 세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 본문 287 ~ 288쪽에서 인용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은 과학서 답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대한 설명과 연구 방법, 기존 학설과 존쟁, 현재까지 인정된 결과 등을 설명한다. 뒤쪽은 유럽인들의 조상 어머니인 이브의 일곱 딸들의 생애와 생존 당시 모습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있다. 우설라, 제니아, 헬레나, 벨다, 타라, 캐트린, 재스민이라 이름 지은 일곱 여성의 일대기를 들려준 후 후손들의 분포를 알려준다. 이 부분이 매우 재미있다. 기존 다른 구석기 시대에 대한 학술적 내용이 허구적 내용과 잘 어울려져 있다. 그래서 어떤 여성은 쌍둥이를 낳고 어떤 여성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어떤 여성은 통나무 보트를 개발하며 어떤 여성은 늑대를 개로 길들인다. 그 시대에 있었을법한 일은 다 이들 일곱 조상 여성에게 골고루 배분해서 일어나게 짜 놓았다. 대단한 구성력에 필력이다. 

 

결국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인류의 조상이 세계로 퍼져 나가 현대인이 되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대 유럽인의 80%는 4~5만년 전에 유럽에 살기 시작한 수렵인(크로마뇽인)의 후손이며 20%만이 근동에서 이주해온 농경민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같은 공통조상으로 연결된 존재라며 인종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은 인종 분류의 생물학적 토대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여기서 예를 든 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으로서 가장 쉽게 해독할 수 있는 유전자가 전해주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세포핵 속에 있는 수만개의 다른 유전자들도 같은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완전한 혼합체이자 서로 연관되어 있다. 각각의 유전자는 다른 공통조상으로 각기 연결되어 있다.

- 306쪽에서 인용

 

참, 이 책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대유럽인에게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현대유럽인들에게는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이 책에 실린 연구를 하던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점을 검색해서 더 알아보시면 즐거운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2017년 2월 말 기준, 내가 접한 가장 최근 연구 결과 뉴스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두뇌와 고환에서만 보인다고 한다.)

선사시대와 인류의 기원을 알아보려는 독자들의 필독서가 될 만 한 책이다. 현재 절판인데, 가까운 도서관에 없으면 중고로 구입해서 읽는 것도 괜찮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곱 딸들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저자의 문장력을 맛보시라는 의미에서 강추한다. 맛나고 영양가 높은 것은 나눠 먹던 구석기 시절, 이브의 딸의 후예답게 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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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경제학 (반양장)
마셜 살린스 지음, 박충환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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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석기 씨 이야기다. 지난 두 달간, 구석기 시대 쪽으로 50여권 읽었다. 이제 구석기, 하면 구남친 이름처럼 느껴진다. 석기 씨에 대한 책들 중 이 책은 독특하다. 별 경제도 없을 것 같아보이는 구석기인의 경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그 옛날 구석기인이 아니라 !쿵족 등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의 수렵채집경제민을 연구한다. 1972년 발간된 이 책은 이미 경제인류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데 한글번역본은 2014년에야 나왔다. (그러니까 2014년 이전 나온 국내 역사책에 이 내용이 있다면 그분은 원서로 보신 것. 진짜 공부하고 책 쓰신 것이다. )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제1장 '원초적 풍요사회' 부분이다. 저자는 수렵채집민은 구석기 수준의 기술적 무능력 때문에 많은 노동 시간을 들여 고된 노동을 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우리 농경민의 생각이 편견임을 밝힌다. 오히려 그들은 농경민보다 다양한 식단을 즐기며 적은 시간을 노동하며 여가 시간을 즐긴다는 것을 풍부한 민족지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수렵채집경제의 '가족제 생산 양식'을 설명하고, 4장, 5장에서는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 대한 비판을 통해 구석기 수준 경제 규모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물질적 교환관계를 사회, 정치, 도덕적 가치로 설명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원시적 교역과 분배 체계를 분석한다.

 

사람들은 수렵채집인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 빈곤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마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즉, 그들은 극히 제한된 물질적 소유로 인해 일상의 필요와 관련된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인생을 즐길 수 있다.

- 본문 44 ~ 45쪽에서 인용

 

(앞에 도표) 부시맨의 수치는 남성 1명의 수렵채집 노동을 통해 4~5명의 인구가 부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수치상으로 볼 때, 부시맨의 식량채집은 인구의 20% 이상이 그 나머지를 부양하는데 종사했던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농경보다도 더 효율적이다. (중략)  이는 각각의 노동 가능한 성인이 주당 이틀 반 정도밖에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생산 능력이 있는 개인은 자신과 피부양자를 부양하고도 여전히 3일 반이나 5일 반을 다른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 본문 54~ 55쪽에서 인용

 

전체적으로 저자는 신석기 혁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 농경민들의 문명과 야만이란 이분법에서 벗어나 수렵채집 사회가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였으며 그들 경제 규모와 사회, 친족 관계에 맞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음을 주장한다. 선물이나 증여, 공납, 교환 등등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이란 없다. 이윤 추구 자체가 목적도 아니었다.

 

인류학, 고고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경제사, 선사시대사 등등 여러 분야에 관련 고전적 저술들이 신나게 인용되지만 신기하게도 다 아는 이야기같다. 증여, 덤, 빅맨 관련 전문연구인데도 걍 1970 ~ 80년까지 외가집(경상도 종가집) 명절 때 늘상 보던 풍경 이야기다.

 

물건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폐기처분 방침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데, 이는 앞서 논의한 것과 유사한 용어로 기술할 수 있고 또 유사한 원인에 귀속시킬 수도 있다. 이들 다소 냉혈한적으로 들리는 용어에는 휴대성의 한계점에서 발생하는 수익 감소, 최소한의 필수도구, 복제의 배제 등이 있는데, 이는 바로 영아살해, 노인살해, 수유기 성적 금욕 등 대다수 수렵채집민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관행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장치를 고안해냈을 것이라는 추정은 ‘부양’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데리고 다닌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사실일 것이다.

- 71쪽

 

석기 씨에 대한 책들 읽어나가다보면 우리 인간 사고방식의 근본틀이 이 시대에 다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구석기인들의 원초적 관념을 덮고자 강제하는 사회제도나 도덕 등등이 다 진보며 정의는 아닌듯. (이건 이 책의 주내용과 상관없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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