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2 대산세계문학총서 80
새뮤얼 리처드슨 지음, 장은명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1740년작인데, 현대 대한민국 막장드라마 원조같은 소설이다.

 

1권에 이어, 우리의 파멜라는 여전히 하녀로 일하던 귀족집 주인남의 괴롭힘을 당한다. 부모님 집으로 보내준다며 마차에 태워 자신의 영지에 있는 한 저택으로 납치, 그녀를 가둔다. 하녀로 변장하여 침실에 숨어있다가 강간하려고도 하는 둥, 온갖 악랄한 방법으로 파멜라의 육체를 정복하려 든다. 드디어 변함없는 파멜라의 저항에 단념, 그녀를 진짜 부모님 댁으로 돌려 보낸다. 그러나 파멜라를 보낸 후, 편지를 써서 심부름꾼에게 보낸다. 편지에는 이전과 달리 진지하게 구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파멜라는 그 편지를 읽고 마음을 바꿔 B씨에게 돌아온다. 알고보니 파멜라가 그동안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고 그녀의 덕성에 감동받은 것이었다. (이 소설은 파멜라가 부모님께 자신이 겪고 있는 실황을 중계하는 서간체 소설임) 둘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당신의 미덕은 모든 유혹을 견디어냈고 공포에도 굴하지 않았소. 그리고 난 당신에 대한 나의 열정을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바르게 마음을 먹고 내가 제시하는 조건으로는 당신이 내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당신 자신의 조건에 따라 내 사람으로 만들기로 씸했던 거요. 그리고 이제는 당신 자신의 조건 이외의 어떤 다른 조건으로도 당신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를 원하지 않소. 정말이오. 그러니 결혼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오.

- 본문 151~ 152쪽에서 인용. 남자 주인공 B씨의 말.

 

여기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냐? 물론 아니다. 국내 막장 드라마에서 시어머니가 하는 배역을 맡은 셈인 B씨의 누나인 레이디 대버스가 찾아와 파멜라를 모욕한다.

 

 

넌 그 애를 첩으로 삼든가 아내로 삼든가 둘 중 하나겠지. 만약 전자라면 우리 어머니가 사랑하셨고 정말 아주 착한 아이인 그 불쌍한 계집애를 망치지 않고도 첩으로 삼을 여자들이 많지 않느냐. 그러니 이 점에 대해 너는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 후자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 않고 있겠지. 그러나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면 넌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얘야, 우리 집안은 벼락출세한 가문이 아니라 이 왕국의 어느 최고의 가문 못지않게 오래된 가문이라는 것을 심사숙고해라. 그리고 수백년 동안 우리 가문의 후계자들이 기우는 혼사로 망신을 당했다고 알려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이 나라 최고의 몇몇 가문들이 너와 인척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느냐. 네가, 혹시 역사가 짧은 가문이나 제가 그처럼 좋아하는 듯이 보이는 하층계급에 가까운 가문의 자손이라면 그 애와 결혼해도 괜찮겠지. 그러나 나와 내 모든 가족들은 네가 그처럼 볼꼴 사납게 채신을 떨어뜨린다면 너와의 관계를 영원히 끊을 것이라고 말해두겠다.

- 본문 75 ~ 76쪽. 동생인 B씨에게 충고하는 레이디 대버스의 편지

 

 

당근 레이디 대버스는 막장 드라마 공식 대로 마침 남편이 외출 중이어서 현장 목격을 못 할 때에 찾아온다. 시누이는 막장 드라마 그대로 친정을 모욕하고, 남편의 과거 여자 문제 등을 거론하여 파멜라에게 상처를 준다. 이리저리 하여 남매는 화해, 레이디 대버스도 주위 귀족 여인들도 그동안의 곡절을 듣고 파멜라의 미덕을 찬양한다.

 

여기서 끝이냐, 그럼 막장 드라마 원조 자격이 없다. 파멜라는 자기 이전에 첩이 있었다는 뉘앙스의 시누이 말의 진위를 궁금해한다. 알고보니 남편 B씨에게는 숨겨진 딸이 있었다. 친모인 샐리 곳프리는 현재는 신분세탁을 위해 서인도제도로 가서 결혼했다. 파멜라는 남편의 딸인 귓윈 양을 데려와서 잘 키워 좋은데 시집보낸다. 이러쿵저러콩하여 부부는 잘 먹고 잘 살았다더라,,,, 하는 이야기이다.

 

1편 리뷰에 쓴 대로, 이 소설은 서구 근대소설의 효시격이다. 그 이전 귀족이나 성직자 계급이 누리던 소설 비스무레한 산문 쟝르가 이 소설을 계기로 주 독자층으로 시민을 확보하게 된다. 하녀 파멜라를 통해 귀족의 횡포, 부도덕함에 저항하는 시민의 도덕성과 의지를 부각시키는 혁명성도 있다.

 

그리고 남자 작가 작품인데도 화자 파멜라를 너무너무 잘 형상화했다. 그녀의 심리 표현이 기가 막히다. 한편, 결혼 이후 남편 내조를 다짐하여 지켜야할 항목을 메모한다거나 남편의 혼외 출생한 딸을 거두는 모습은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반영한듯 싶다. 편지이건 사진이건 자녀이건, 과거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거두는 여자라니, 이건 하녀가 귀족부인이 되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자신이 죽은 후 파멜라가 겪을 고난을 생각해서 과부연금부터 규정해서 공증받아두는 장면은 넘넘 멋지다! B씨는 1권에서는 변사또인데 2권에서는 이몽룡에다가 로미오로 바뀐다. 하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역사에는 귀촌상혼후 남편이 죽고 나서 다시 하녀 취급받고 유산 빼앗기고 본처 지위도 박탈당한 채 쫓겨난 여인들이 더 많다.

 

여튼, 18세기, 근대 시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이 사랑할 권리, 맘에 맞는 남자와 섹스할 권리를 다룬 이야기가 등장하는 현상이 나는 참 흥미롭다. 러시아의 <가엾은 리자>, 우리나라 <춘향전> 등등. 내 생각에, 이들 작품은 크게 봐서는 다 말뚝이의 현실 비판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