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테마명작관 3
니콜라이 고골 외 지음, 강완구 엮음, 고일 외 옮김 / 에디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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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람진의 <가련한 리자>가 절판되었다. 검색 끝에 이 책에 <가엾은 리자>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는 리자 외에 '사회적 약자'라는 주제 하에 농노 처녀, 가난한 사람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다룬 5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거의 <가난한 사람들>이 분량을 다 차지하고 있다. 실린 작품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가엾은 리자(카람진)
역참지기(푸슈킨)
외투(고골)
가난한 사람들(도스토옙스키)
관리의 죽음(체호프)

 

<가엾은 리자>는 까람진이 1792년 발표한 단편이다. 모스크바 근교에 사는 농부의 딸 리자가 귀족 청년 에라스트와 사랑을 나누다가 버림받아 자살한다는 내용. 도회지 사교계의 삶에 찌든 에라스트는 꽃을 팔러 모스크바에 온 리자를 만나 그녀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반한다. 그러나 육체적 사랑에 이른 후 전쟁을 핑계로 리자와 헤어진다. 도박 빚을 갚기위해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한다. 리자가 집으로 찾아가자 에라스트는 백 루블을 주고 그녀를 내쫓는다. 절망한 리자는 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와중에도 돈은 홀어머니에게 보낸다.

 

'지금 내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있는 이가 평범한 농부나 목동으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을까!(본문 16쪽)'라는 리자의 독백에서도 알 수 있듯, 소설에서 가엾은 리자가 겪는 비극은 크게 보아 계급문제에 기인한다. 리자는 에라스트를 사랑하면서도 그와 자신과의 계급차를 알고 있다. 그와 정식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욕 한 마디 없이 저항 없이 리자는 걍 에라스트의 인생에서 미래에서 조용히 사라져 준다. 아놔, 이게 뭥미?

 

그런데, 바로 이 미련곰탱이같은 비련의 여주인공인 것이 또 18세기~ 19세기 초 러시아 독자들에게 먹혔다. 당시 러시아에서 소설의 독자층이었던 귀족들은 바로 이 점에 감동받았다. 오, 세상에, 농부의 딸도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니, 그들도 인간의 감정을 가진 자 였다니,,,,

 

러시아의 농노 해방은 이 소설로 부터 거의 90년후인 1861년에 이뤄졌다. 이 맥락에서 나는 <파멜라>와 <춘향전>과 함께 노예, 농노, 여성의 사랑할 권리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싶다. 사랑의 역사는 약자가 권리를 찾아가는 역사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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