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머리에는 블랙 박스가 있다>에 이은 황선도 저자의 역작이다. 독자의 호기심을 끄는 멋진 제목이다. 소설가 한창훈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가 언뜻 떠오르지만 이 책은 비린 감칠맛 묘사에 치중하기보다 어패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먹기 좋게 회 떠서 대중적 초장에 잘 버무려 독자의 입에 넣어 주고 있다. 해산물의 맛을 설명해도 그 맛있음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 준다. '7년생이면 1미터 길이에 7킬로그램이 넘는 대물. 마라도 해역에서 잡힌 삼치는 물살이 센 곳을 헤엄치다 보니 근육질이
탄탄해 져서 식감이 좋다.(2장 첫 꼭지 삼치와 방어 편에서 인용)'라는 식이다.
어류는 지구에 약 3만 2천종이나 있어서 척추동물 중 가장 많은 종이란다. 그런데 그저 해산물로 다 퉁쳐서 물고기로만 여겨 왜곡되어
알려진 점이 많다며 저자는 아쉬워한다. 물고기 박사답게 각종 어패류에 대해 생태나 이동 경로, 육질과 영양 성분 등 전문적,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곁들여 도루묵이란 이름의 유래를 고서를 추적해 고증한다거나(선조와 관련 없다고 한다), 위도 앞 바다 임수도
근처에서 건져올린 문인석을 통해 과거 인신공양 풍습을 언급한다거나 풍어제를 소개하는 등, 바다와 관련 문화에 대한 읽을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글이 어찌나 맛있던지, 읽는 내내 술 한 잔 회 한 점 생각이 나서 입맛을 다셨다. 또, 각종 어패류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일본에서
통용하는 명칭을 한자와 가나로 표기해주고 있어서 한중일 언어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런 점은 나만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혹시 펄이나 유기물이 있다면 해감을 해야 한다. 흙이나 모래는 바지락이 채취될 때 놀라서 흡입한 것으로, 본래 조개는 몸에 들어온 이물질을
배출하려는 습성이 있으므로 바다물이나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두면 저절로 토해 낸다.
- 118쪽에서 인용
다 읽고나니 위 인용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바지락이 놀라서 흙을 먹는다니 슬프다. 나만 슬픈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바지락 칼국수 먹다가
흙을 씹더라도 짜증내지 않고 바지락에게 연민을 느낄 것 같다. 놀랐니? 나도 놀랐다.
***
1.
여기에 나오는 '바라래'는 바다에, '나마자기'는 '해조류', '구조개'는 '굴과 조개'를 일컫는 말로 추정된다
-99 쪽에서 인용
=> 위는 1장 네번째 꼭지인 '굴 꼬막 바지락' 부분 설명이다.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나마자기'는 해조류가 아니라 '나문재'라는
바닷가에 사는 풀이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오류이니 리뷰에 적는다.
2.
참다랑어를 회를 즐길 때 생강과 함께 먹으면 생강이 살균 작용을 함으로써 소화 문제를 예방해 준다.
- 229쪽에서 인용
=> '소화 문제'라는 단어가 좀 이상하다. 생강의 살균 작용이라면 소화가 아니라 '배탈 문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