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엄청나게 가깝지만 의외로 낯선 가깝지만 낯선 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2
후촨안 지음, 박지민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개성 있는 책이다. 일본 음식을 설명하는데,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고 일본 현지에서 그 음식을 잘하는 식당을 소개한다. 음식의 역사와 식당의 역사가 같이 나온다.  식당 주소도 있어서 실제로 찾아가기도 쉽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존 여행서적보다 조금 더 깊이있고, 전문 인문서보다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 딱 좋을 책이다.  

 

편집도 좋다. 빽빽한 사진으로 가득찬 여행서적이나 맛집 소개 책들과 달리 사진이 깔끔하게 한 쪽에 한 장 혹은 두 장만 들어 있다. 보기 편하다.   

 

처음 소개되는 음식은 당연 돈가스다. 메이지 유신과 일본식 양식의 탄생을 상징하는 음식. 그외 스시나 소바 등 일본, 하면 생각나는 뻔한 음식들이 이어진다. 쌀과 채소, 두부 등 식재료 자체를 다루는 점도 재미있었다. 다른 일본 음식 서적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커피 역시 그랬다. 그런데 4번째로 소개되는 위스키는 뜻밖이었다. 알고보니 일본은 세계 5위의 위스키 생산국이라 한다. 스코틀랜드 본토 위스키가 일본으로 전해지고, 다시 일본인 특유의 모방과 학습, 일본화에 의해 다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어 현재 일본산 위스키는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세계 위스키 연감>을 보면 2007, 2008년에 '니카' 회사의 '요이치'와 '산토리'의 '히비키(響)'가 각각 싱글 몰트 위스키 부문과 블랜디드 위스키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단다. 

 

다른 음식 역사는 다른 책에도 많이 있으니 위스키 부분을 요약 소개해 보겠다. 일본 위스키의 역사는 이렇다.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는 일본에서 와인을 만들어 성공한다. 이어 위스키 국내 생산을 위해 다케쓰루란 젊은 직원을 스코틀랜드로 유학 보낸다. 다케쓰루는 귀국 후 1924년 완공된 야마자키 위스키 증류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위스키를 만든다. 그런데 그가 배워온 스코틀랜드 스타일 위스키는 정통 스모크 향이 나서 일본인들 취향에 안 맞았다. 제품이 인기가 없자 회사는 다른 스타일 위스키를 개발하라고 요구했지만 다케쓰루는 정통 위스키 생산을 고집했다. 길이 갈라졌다. 회사를 나온 다케쓰루는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다. '니카'회사다. 도리이 신지로는 와인 제조 경험을 넣어 일본다운 독특한 향을 가진 '가쿠빈'을 1937년 출시한다. 히트였다. 이후 만든 '히비키'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니카 회사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제조법을 배우러 온 일본 유햑생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아가씨가 있었다고 한다. 학업을 마친 마케쓰루가 귀국하자 당시 (메이지 말, 다이쇼 초기? 정도 추측 - 껌정 추측) 배와 기차를 갈아 타고 무려 50일이나 걸려서 일본으로 찾아와서 결혼해서 같이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다케쓰루 리타의 사연이다. 헐?

 

사실 이 책은 작년에 읽었다. 그런데 위스키 좋아하는 사장님이 '히비키'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산토리 히비키 역사가 줄줄 떠오르는 거 아닌가? 어? 나는 위스키를 안 마시는데 어떻게 히비키 20년을 알고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이 책을 읽고 기록은 안 해 놓은 것 아닌가. 그래서 다시 훑어 보고 리뷰 남긴다. 다시 봐도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책은 타이완 저자가 썼다. 중국어로 된 원서를 번역하면서 우리식 한자음로 옮겨 놨다. 책 이름이 <침초자>이런 식인 것까지는 괜찮은데  '아즈치모모야마 시대'가 '안토도산 시대'로 표기되고, '메이지다이쇼'가 '명치대정'으로 나오는 등, 널리 쓰이는 일본 역사 용어까지 우리식 한자음으로 표한 것은 좀 태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중국어로 된 책이라도 일본에 대한 책이면 일본 쪽 전문가에게 한번 검토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앞의 이야기가 별로 놀랍지 않다면,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일본 최초의 카페는 타이완과 관련이 있다!  - 71쪽

어떤 지역은 1년에 겨우 1모작밖에 할 수 없다. - 187쪽

 

그래도 위 부분처럼, 대만 작가가 썼기에 은근 재미있는 서술을 찾는 재미도 있다.

 

*** 오류

 

4쪽 :

모노 미야(茂呂 美耶) 작가 => 모로 미야

 

110쪽, 250쪽 : 

가이세키 요리 설명이 나오는데 가이세키(懷石) 요리와 가이세키(會席) 요리를 헷갈려 써 놓았다. 원서 서술에서부터 생긴 문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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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콜린 테일러 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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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얇은 분량이지만 음식사에서 다루어야할 핵심은 다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서술하는 내용은 커리라는 음식이 세계화된 역사인데 한편 근대 제국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의 가지가 자라날 여지를 준다.

 

이 책에 의하면, "커리는 향신료를 넣은 고기, 생선 또는 채소로 만든 스튜다. 밥과 빵, 옥수수 가루를 비롯한 탄수화물 음식과 함께 먹는다. 향신료는 가루나 소스 형태로 만들어 쓰거나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구입해 쓴다.” 그래서 책은 커리 가루를 뿌려 구운 독일 소시지 요리도 소개한다. 향신료가 들어간 모든 음식은 커리가 되기 때문이다.

 

'커리’라는 단어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시절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동인도 회사의 관리와 장교들이 인도 음식을 먹으면서, 남부 인도에서 채소와 고기를 기름에 볶은 매콤한 요리를 부르던 카릴(karil) 혹은 카리(kari)란 말을 ‘커리(curry)’라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가 세계화된 길은 두 갈래다. 영국을 통해 유럽과 영어권 국가로 전파되는 한편,  인도인 계약 노동자들의 이주를 통해  커리도 이주했다. 이 점에서 커리가 요리로서 갖는 위상도 두 갈래로 나뉜다. 유럽과 영어권 식민지에 전해진 커리는 희귀한 동양 향신료를 넣은 스튜로 여겨져 고급 요리가 된다. 일본의 카레 라이스, 일본을 거쳐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나라에 들어온 카레 라이스는 고급 양식당에서 먹는 문명의 요리였다. 한편, 인도의 이주 노동자들을 따라 간 커리는 토착 식재료와 식문화를 만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요리되어 각 지역의 국민 음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흠, 그래서 싱가폴에서 생선 대가리 카레 라이스를 노천 식당에서 파는 건가? )

 

 

 

1807년 대영제국이 노예무역을 폐지하고 이어서 1833년 노예제를 폐지한 것은 커리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영국은 해방된 노예들 대신 백만 명 이상의 계약 노동자를 인도 아대륙에서 데려와 서인도 제도와 남아프리카,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스리랑카, 피지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게 했다. 지역마다 새로 유입된 노동자들의 식습관과 토착 식재료가 만나 새로운 종류의 커리가 생겨났다. 비슷한 현상이 네덜란드 식민지에서도 일어났다.

-24 ~ 25쪽에서 인용

 

음식 하나로 근대 제국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이렇게 한 번에 궤뚫어 볼 수 있다니. 통사나 지역사, 사건사가 아닌데도 역사를 담고 올바른 세계관을 행간에 넣었다. 책 자체의 내용 뿐만 아니라 저자의 글쓰기 능력 등,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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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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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음식문화 에세이. 전문적인 음식문화사같은 성격은 아니다. 한 음식이나 식재료의 역사 문화 배경을 깊게, 일관된 시선으로 추적하지 않는다.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관심에 따라 종횡무진 국경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만약 내가 한 5년 전 즈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책을 시시하게 여겼을 것 같다. 당시의 나는 묵직한 역사책만 높이 평가하던 독자였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를 쉽게, 재미있게 풀어놓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안다. 빨리 술술 읽히면서도 은근 깊은 내공을 보이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안다. 사실, 감자의 역사나 뭐 그런 거는 다른 단행본에서 읽어서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뻔한 역사를 자유자재로 드리블하는 능력은 이 저자의 이 책이 최고다.

 

예를 들자면, 감자의 역사에서 일반 독자들이 의외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 즉 종교적 반감 때문에 굶어 죽어가면서도 유럽 농민들이 감자를 거부했다는 사실 정도야 어느 책에서나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반전 한 번. 마리 여사는 여기에 또 한번 반전의 역사를 보인다. 감자 요리에는 버터 소스를 발라 먹어야했기에  너무 비싸게 들어서 귀족들 사이에 먼저 인기를 얻었다는 것. 결국 감자는 도입 의도와 달리 가난한 농민들을 위한 구황작물이 아닌 셈.

 

이런 뒤집기식의 구성은 마리 여사의 장점이다. 곳곳에 보인다.

 

나보다 마음 착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리라. 덧붙이자면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다.

- 24쪽에서 인용

 

'할바'를 추적하는 엄청난 호기심, '고향에서 뻗어나온 가장 질긴 끈은 위에 닿아 있다''사랑은 위를 거쳐서 온다'등 적절한 속담의 인용, 러시아의 통조림인 '여행자의 아침식사'를 놓고 러시아인의 민족성을 말하는 부분, 커다란 순무 이야기에서 감자 이전 러시아 민중의 주식이 순무임을 밝히는 점, 미식을 즐기는 이탈리아 프랑스 군대가 약하다며 일본군도 식도락을 즐기는 오사카 사단이 약하다는 주장, 과거 대영제국과 현재 미국이 세계에 진출한 저력을 앵글로색슨족이 맛없는 요리에 익숙한 덕분이라고 분석하는 독특함, 동서 기독교회 분리의 원인을 신맛나는 러시아 흑빵에서 찾아보는 기발함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책 내용보다 저자의 개성적 시각을 주의깊게 보았다.

 

이만큼 대중적 역사문화 에세이를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저자가 또 있을까. 요네하라 마리는 자신의 강점을 알고 정확히 사용한 글쟁이다.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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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 조금은 정치적이고 목구멍까지 쌉싸름한 맥주 이야기
야콥 블루메 지음, 김희상 옮김 / 따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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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맥주, 두 가지가 한 권에 들어있는 책이다. 무조건 즐겁게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책 내용은 좀 애매하다. 맥주에 대한 통시적인 역사를 다루거나 맥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맥주에 대한 기본 정보를 습득하려면 이 책보다 이기중 씨 책을 보기를 권한다. ) 고대 바빌로니아나 이집트 시대의 맥주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은 게르만, 현재 독일 지역 맥주에 대한 내용 위주이다. 그렇다고 충실한 생활사나 미시사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맥주에 얽힌 독일 민중의 이야기를 편히 듣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양조장 노동자들의 일당을 맥주로 지급했다거나, 수도원에서 40일동안의 금식기간을 버티기 위해 액체빵(맥주)를 빚어 마셨다거나, 1516년의 맥주 순수령, 옥토버 페스트와 비어 가르텐의 유래, 맥주 값 인상에 민중들이 데모를 했다거나, 로자 룩셈부르크도 히틀러도 맥주홀에서 연설을 했다거나,,, 책에는 뭐 그런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한편, 금주 캠페인에 대해서는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들이 노동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퇴근 후 일상까지 지배하려 들었다는 논평을 한 점 등 신선한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은근 문장이 유머러스하다. 맥주 한 캔 들고 편안히 킥킥거리며 읽으면 딱.

 

"나 게링거는 매일 저녁 식사 때 헬레스(라거 맥주라고 보면 됨)를 마시곤 했다. 500cc잔으로 세 잔이면 어김없이 내 기분이 달라졌다. 긴장이 풀어지고 안락의자에라도 앉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아, 이제 다 끝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를 열심히 산 사람이 누리는 저녁의 평안함'이라고 할까. 종종 아주 쓸모 있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위의 인용 부분은 토마스 만이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에서 인용한 부분이란다. 그런데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이 책에는 맥주에 대한 여러 자료 인용이 다양하다. 기본 내용은 다른 역사서에서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자료 인용을 접할 수 있어서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이었다.

 

참, 중세에 맥주를 많이 마시는 여인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 사례를 읽고 나니, 내가 현대에 태어난 것이 무진장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 감사의 잔을 감브리누스(독일 전설의 맥주 양조의 수호신)께 바쳐야하니까, 다시 맥주 한 캔만 더 마시고 자야지.


*** 사소한 지적이다. 서구를 배경으로한 다른 옛 목판화, 풍자화, 사진 등은 다 '1920년의 더블린'하는 식으로 연대가 표시되어 있는데, 341쪽의 변발한 중국인들이 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홍콩의 가판 술집' 사진만 연대 표시가 없다. 적어도 100년 전 사진으로 보이는데. 저자의 실수일까, 국내 번역과 제작시 편집실의 실수일까. 마치 현재 아시아인의 모습을 왜곡해서 보이려하는 의도가 있는듯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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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문화를 품다 - 벽을 허무는 소통의 매개체 맥주와 함께 하는 세계 문화 견문록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이현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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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시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맥주의 3대 매력은 거품과 탄산과 역사. 맛있는 맥주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맥주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가 떠오르고 눈 앞에 지도가 펼쳐진다. 난 그 세계를 즐긴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단  메소포타미아 시절 맥주의 기원에서 시작해서 영국의 에일과 독일의 라거 맥주를 양 축으로 하여 유럽 지역의 맥주 제조사를 통사식으로 다뤄 준다. 즉 자연 발효, 상면 발효, 하면 발효의 역사와 관련 맥주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어서 수도원의 액체빵이니 맥주 순수령이니 영국 노동자의 포터 맥주이니 하는 흔한 맥주의 역사 이야기가 이어진다. 벨기에와 체코 등 특색있는 유럽의 맥주 또한 소개해 준다.

 

 

그런데 의외로 맥주의 원료인 보리나 밀, 홉 재배의 풍토, 기후는 다루지 않는다. 경수 연수 등 수질의 차이도 깊이 언급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강조하는 독일 필자가 쓴 다른 맥주역사와 달리 좀 허술하다. 게다가 관련 유럽 역사 에피소드의 경우 틀린 부분이 종종 있다. 218, 219쪽의 카를과 후아나 등 합스부르크 왕가 서술 부분은 틀린 부분이 많다. 예카테리나 여제의 맥주 부분은 맥주 이야기만 쓰면 될 것을 그녀의 남자관계는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술안주 용으로 역사 속 개인의 삶(특히 여성)이 소비되는 것이 싫다. 또 중간중간 중언부언하는 부분도 있었고 관련 역사 배경을 명확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예를 들어 한자 동맹, 한자 도시 설명하는 부분의 경우 처음에 한 번 자세히 짚어주고, 다음에 등장할 때에는 그냥 지나쳐도 될 것을 5번도 넘게 등장할 때마다 1,2줄에 걸쳐 계속 같은 설명을 미흡하게 해 주는 부분 같은 것은 읽기에 답답했다.

 

역사 서술 부분과 맥주 공장 견학기가 산만하게 섞여 있는 부분도 아쉽다. 책 뒤의 참고문헌을 보니 자신이 쓴 책 12권이 목록에 올라있다. 그래서 솔직히, 이 저자가 자신의 기존 책에서 여기저기 짜깁기해서 얼렁뚱땅 책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여튼, 유럽의 맥주 역사를 제대로 정확한 지식과 함께 읽고 싶은 독자라면, 별로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필자만의 장점도 있다. 이 분은 그냥 문화사가가 아니라 진짜 일본 산토리 사에서 맥주 제작을 했던 장인이다. 그래서인지 맥주 자체의 맛과 브랜드만 놓고 맥주를 논하는 다른 맥주 서적의 설명에서 더 깊이 들어가서 설명해 준다. 다른 책에서는 살짝 명칭 정도에다가 한 두줄 언급하고 지나가는 상면발효와 하면발효의 방식을 이 저자분은 전문 용어를 써가시며 깊이있게 설명해 주신다. 덕분에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또 맥주 후발주자이자 제국주의 후발주자였던 일본의 저자답게, 전세계 맥주의 제조와 전파, 수출수입 과정의 역사까지 서술해 주신다. 난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메이지유신 당시 앞선 프로이센의 군사기술을 배워오라고 독일에 보내진 일본의 유학생들 중 어떤 사람은 맥주 제조기술까지 배웠다니, 다른 책에서는 절대 못 읽을 내용이다.

 

그리고 현재 맥주 산업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도표를 이용해서 보여주고 있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2008년 현재 세계 1위 맥주 생산국은 중국이며 2009년 세계 제1위의 브랜드는 중국의 "설화"맥주이다. 맥주라고 하면 독일어권과 미국만 떠올리는 우리에게 좀 뜻밖이지 않은가. 이어서 산업화정도와 인구구성, 문화 성향 등과  맥주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설명해 주는 부분은 다른 책에서는 거의 읽어보지 못한 내용이어서 좋았다. 저자의 이력이 책 집필 과정에 드러나는 방식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우리나라 맥주 산업사가 실려 있다. 이는 저자의 허락을 받고 출판사에서 넣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의 어디를 보아도 이 파트를 집필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냥 편집부 집필인지 아니면 외부 필자가 쓰셨는지 알 수 없다. 이 부분, 지식노동자에 대해 공정한 처사가 아닌 것 같다.

 

 

 

 

- 세계 1위 맥주 생산국, 중국의 맥주. 쉐화(雪花) 맥주만 없네요. 그래도 건배, 만두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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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5-0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미 읽으셨군요. 전 이제 수도원 견학 부분 읽는데 가벼운 맥주 (시음) 엣세이인줄 알았는데 기대보다 역사 이야기라 만족하며 읽고 있어요. ^^

자유도비 2015-05-04 22:42   좋아요 1 | URL
만두 언니를 위해, 세계 1위 맥주 생산국인 중국 맥주 사진 추가했어요.

저자분이 산토리 맥주 공장 출신 장인이셔서 그런지, 맥주 만드는 과정 설명은 다른 맥주문화사 책들보다 자세해서 좋았어요. 아, 이제 바야흐로 맥주 마시며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왔네요!

유부만두 2015-05-0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머리말에 언급되는 모리 오가이는 얼마전 읽은 ˝도련님의 시대˝2권 무희 편 주인공 (&나쁜넘) 이에요!

유부만두 2015-05-04 22:44   좋아요 0 | URL
독일 여자가 일본까지 찾아오지요. 하지만 집안의 반대....

자유도비 2015-05-04 22:50   좋아요 0 | URL
오, 흥미롭네요. 모리 오가이가 독일 유학시절 사귄 독일 여자가 찾아왔단 말이죠?
뭔가 <나비부인>패러디 같은, 그런데 사실이란 말이죠?,,, 흠.

유부만두 2015-05-04 22:51   좋아요 0 | URL
네! 독일에서 연인관계였어요. 그녀의 짧은 일본체류 기간중 만난 일본 근대 인물들이 몇몇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