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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7 -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시작되다 (1750년~1910년) 마주 보는 세계사 교실 7
이순이 지음, 김수현.이광익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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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서구권의 18~19세기 역사를 다룬 책이다. 서구권은 앞서 06권에 있다. 이번 07권은 온전히 비서구권의 근대를 다루고 있다. 서구권 위주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한 챕터 몰아넣어 구성한 다른 책들과 다르다. 이 점에 혹했다. 아동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나온 책이지만 작은 기대를 품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유레카! 심봤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아 몇 번식이나 책날개로 돌아가 저자 이름과 약력을 다시 읽어봤는지 모른다. 중국근현대사 전공인 저자이니, 당연 중국 부분은 빵빵하다. 중국 근현대사 하다보면 맞물리게되는 일본사 서술도 좋다. 그런데 최고로 좋은 부분은 3장의 아프리카 부분이다. 사실 나는 메넬리크 2(Menelik II, 1844~1913)와 역사적인 아드와 전투(Battle of Adwa, 1896. 3. 1)에 대한 서술을 찾고 있느라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내가 이 책 전에 읽은 두꺼운 본격 아프리카 역사서보다 그부분 더 서술이 자세했다. 서구 학자가 아드와 전투의 의의를 심드렁하게 묘사한 반면, 이 저자는 정확히 의의를 짚어 주고 있는 점도 달랐다.

 

 

그외에도 이 책의 장점은 많다. 이 시기 다른 비서구권 역사를 다룬 책들이 중국, 일본, 인도, 오스만 제국 위주로 서술하는데 반해 이 책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곳곳을 조명해준다. 게다가 세포이 항쟁에서도 락슈미 바이를 넣어주는 등,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인물들까지 소개한다. 멋지다! 2009년 책인데 어쩌면 이런 시선을 갖추고 있었을까? 이런 역사 서술 시각과 스타일, 넘넘 좋다. 이럴 때는 걍 팬이 되어 버리면 된다. 이 저자의 다른 책이 더 나온다면 반드시 구입해 읽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출판사 기획팀도 다시 봤다. 이런 대작 시리즈 기획과 구성은 저자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외국 시리즈를 번역해 내거나 싼 값에 비전공 저자들을 섭외해서 짜깁기 집필을 주문하는 쉽고 편한 길이 있는데도 이 출판사는 전문가를 섭외해 이런 수준 놓은 기획을 내놓으셨다. 기획팀의 그분들께도 감사를 표한다.

 

 

*** 참고로, 이 책의 아드와 전투 서술과 비교해 읽어본 다른 아프리카 역사서 목록.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 존 리더 /휴머니스트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 리처드 리드 / 삼천리

아프리카의 역사 / 존 아일리프 / 이산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 김명주 /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이 책의 아프리카 부분 서술은, 위의 책들 못지 않았다. 성인 독자들에게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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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만주 자료의 탐색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연구 31
한석정 외 지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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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의 책 읽고 글쓰는 방식을 '맨 땅에 헤딩하기'라고 표현했다. 설마! 나를 어떻게 보고! 나는 절대 맨땅에 하지는 않는다. 나름 지도 보고 여기다 싶은 곳에 찾아가서 한다구.

 

여튼, 이번에는 만주다. 정확히 말해서는 1932년~ 45년까지 존재했던 일본의 괴뢰국 만주국. 그런데 어디를 어떻게 들이받아야할지 몰라서 이 책부터 지도 겸 나침반으로 찾아 읽었다. 이 책은 만주 연구자들을 위한 간략하고도 충실한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현재까지 만주국 관련 연구 역사와 자료, 자료가 소장된 도서관 등 각종 기관 소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만주 뿐만 아니라 간도 연구사도 있다. 각 챕터마다 관련 역사가 짧게 요약되어 있어서 그 대목만 읽어도 반복 학습이 저절로 된다. 만주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소장하고 체크해가며 두고두고 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만주는 소멸을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동북아의 현재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남북한의 영도 세력을 잉태한 지평이기도 하다. 1930년대 관동군에 의한 만주의 경제개발은 전후 한국의 개발국가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만주국은 총력전 체제, 통제경제, 산업, 건축, 도시계획, 박물관 경영 등에서 일본 근대의 실험장이었다. 전후에 만주 인맥은 일본 보수정치의 한 축을 형성했고, 이 세력은 1965년 한일 국교 수립과 그 이후 양국의 유착에 막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나아가 만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 시대에 강대국들이 우방에 행사하던 통치방식과 동북아의 권위주의적 개발국가의 모델이 되었다.

- 17 ~ 18쪽에서 인용

 

책을 읽으며 기본적인 만주국 관련 사항 습득 외에, 내 좁은 상식에서 벗어나 사고를 전환시키는 경험을 몇 가지 했다. 1930년대 만주붐이 일었을때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관문은 블라디보스톡이나 신의주가 아니라 부산이었다는 것. 만주국 해체 이후 월남한 실업가들이 만주국 방식의 선진 공업기술로 부산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는 것, 만주국 농업 정책 관련 자료는 홋카이도대에 많다는 것, 만주국은 군인이나 정치가, 관료들 외에 음악가 영화인 등 예술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었다는 것, 동인도회사의 역할을 한 만주철도주식회사 등등,,,, 정말 역사서 읽다보면 관련 지식이 느는 것보다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더 큰 이득인 것 같다. 넘넘 재미있다. 오랫만에 역사서 읽으니 저절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줄줄 흐른다.

 

침 닦고 일단, 이 책 뒤편에 소개된 자료들을 찾아보자. 그런데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대만 각지에 소장된 자료들은 어떻게 찾아 보러 다니나?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해야 하나? 비용은? 아아, 슬프다. 일단 눈물을 훔치고,  현재 우리나라 만주사 연구 권위자인 동아대 한석정 교수 스토킹부터 하기로 한다. 맨땅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헤딩.

 

이어서, 발췌독한 책들 :

<만주 그 땅, 사람 그리고 역사> - 만주라는 공간의 역사를 청동기시대부터 설명.
<만주국의 탄생과 유산> - 경제개발과 농업 위주 보기 좋음
<키메라 만주국의 초상> - 일제 괴뢰국으로서의 성격 확인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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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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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를 읽어가다가 덮었다. 기원전 800년부터 200년 사이까지, 현재 인류문명의 축을 이루는 종교, 철학, 윤리, 영적 전통을 설명하는 그 책에서, 기독교 쪽은 알겠는데 불교 쪽은 모르겠다. 일단 부처에 대한 책을 읽고 다시 <축의 시대>로 돌아가기로 결정, 같은 저자가 쓴 이 책을 골랐다. (물론 조로아스터교나 마니교도 모른다. )

 

석가모니의 전기는 어릴적 위인전 수준에서 더 읽어본 적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독특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유명 스님이나 불교 관련 필자가 아닌 서양 종교 전문가가 써서 그런가보다. 개인에 대한 예찬이나 평가보다 붓다의 이 언행이 이 시대에서 갖는 의미 파악 위주이다. 늘 시대배경이 궁금한 나에게는 붓다 등장 즈음 인도의 상황 설명 부분이 참 좋았다. 당시 인도는 농업 기반 부족 공동체의 질서가 붕괴하고 공화제에서 왕정, 제국으로 나아가던 시대였다. 농업 사회의 전통과 다른 상업 사회의 경쟁과 이기심, 차별과 계급, 정복 전쟁 등등 급격한 변화에 베다 전통과 카스트 제도가 무너진 시기였다. (잘은 모르지만, 마호메트 등장 시기 아라비아 반도 상황이 떠오른다. )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 때 등장한 사람이 붓다.


또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산스크리트어가 아니라 당시 붓다가 사용하고 붓다의 언행을 기록한 팔리어 경전을 토대로 전개된다는 점. 苦는 둑카인데 이는 단순한 인생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아니라 원래 팔리어로는'뒤틀리고 결함이 있고 불만족스럽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시 붓다의 그 시대로 돌아가 생각해보니, 불교가 그렇게 현실도피적인 종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붓다와 그의 가르침에 당시 그 시대의 아픔을 해결할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많은 신도들이 모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예수의 생애는 참 드라마틱하게 묘사되는 반면, 붓다의 경우는 깨달음 이전까지만 세세하고 드라마틱하고 이후 열반까지는 큰 기복이 없이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붓다를 따르는 빅쿠(비구 승)들의 파벌싸움, 암살 기도, 춘다의 음식 공양 - 식중독설도 있는데 저자는 독살설도 언급한다 - 으로 인한 사망 등등 붓다가 된 이후의 인생 고난도 다룬다. 덕분에 내가 몰랐던 붓다의 인생 이야기와 인간적 면모를 알게 되었다. 인간 붓다가 밋밋하고 개성없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가 깨달은 이후 자신의 감정과 언행을 절제했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대로 기록되다 보니 후세인에게 그렇게 보일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시각은 신자가 아니라 학자의 입장이다. 저자는 불교 경전에서 기적이나 신이한 묘사로 적힌 붓다 관련 이야기의 신화적 상징성을 덜어내고 독자에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본다면, 붓다를 괴롭히는 마라(마귀)의 존재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신의 그림자라고 설명한다. 전생담도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붓다 입문서를 찾는 분이라면 알맞을 책이다.

 

책은 다 읽었지만 여전히 불교 쪽은 알쏭달쏭하다.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철학같다. 그리고 이 '붓다의 시대', '축의 시대'에 인류가 품었던 시대에 대한 고뇌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 시대 이후로 지금까지 인류에게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자, 다시 <축의 시대>로 돌아가 읽어 보아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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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악마들 - 중앙아시아 탐험의 역사
피터 홉커크 지음, 김영종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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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실크로드 견문록>을 읽었다. 그런데 그 책의 '실크로드의 보물을 약탈한 서양인들' 챕터의 내용이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 그 앞의 현장법사의 취경 여행이나 8세기 당나라의 장안 등을 설명한 부분도 그랬다. 그동안의 독서로 인해 쌓인 배경 지식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얼쑤! 내 엉덩이를 내가 두드려주며 책의 성격은 애매했지만 신나게 읽어나갔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너무 이상했다. 나는 다음 장에 나올 내용까지 미리 맞출 수 있었다. 오, 드디어 내가 한 소식 들었나보다. 이제 경지에 올랐구나!,,, 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다가,,,, 한 글벗님께서 이 책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알려 주셔서 그제서야 두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 나는 이 책을 7,8년 전에 읽고 리뷰를 쓰지 않았다.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둘. <실크로드 견문록>은 이 책을 거의 베꼈다. 세상에나!

 

몇 시간쯤 갔을까, 헤딘은 물이 나올법한 곳에 이르러 땅을 파보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그제서야 자신들이 갖고 있던 유일한 삽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부하들 가운데 하나가 고대 가옥들을 파헤칠 때 깜빡 잊고 삽을 거기다 두고 왔던 것이다. 헤딘은 즉시 그 부하에게 말을 타고 가서 삽을 찾아오라고 했다. 삽을 갖고 돌아온 그는 도중에 모래 폭풍에 휩쓸려 길을 잃었는데, 그때 우연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유적들을 발견했노라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도 무척 아름다운 목조상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들은 헤딘은 즉시 다른 부하들을 딸려 보내며, 그곳으로 가서 목조상들을 가져오라고 했다. 가져온 목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헤딘은 흥분으로 '눈이 돌아버릴'지경이었다.

- <실크로드 견문록>본문 270쪽에서 인용

 

 

몇 시간쯤 갔을까, 그들은 물을 얻기 위해 모래를 파기로 했다. 그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삽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 중 하나가 자신이 깜빡하고 고대 가옥에 삽을 두고 왔다고 자백했다. 헤딘은 자기의 말을 타고 가서 찾아오라며 그를 돌려보냈다. 삽을 찾아 가지고 돌아온 그는, 모래 폭풍을 만나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전에 발견하지 못한 유적을 보았다고 했다. 모래 밖으로 아름다운 목조상 몇 개가 삐죽이 나와 있더라고 말했다. 헤딘은 그에게 즉각 그것들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다른 사람들도 딸려 보냈다. 가져온 목조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헤딘은 흥분해서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 <실크로드의 악마들> 본문 100-101쪽에서 인용

 

분기탱천, 나는 책꽂이 구석에서 이 책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찾아냈다. 둔황 고문서처럼 쌓인 모래,,,아니고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읽었다. 역시 이 책은 대단했다. 다른 책이 베낄만한 권위를 갖고 있다. 서양의 중앙아시아 유물 약탈사나 실크로드, 둔황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기본이다. 자, 이제 내 사설을 그만 두고 책 소개나 하자.

 

<그레이트 게임>의 저자로 유명한 지은이는 냉정하게 중앙아시아 유물의 발견자이자 약탈자들의 행적을 복원한다. 책은 실크로드에 대한 배경지식 설명으로 시작해서 사라진 오아시스 도시들, 강대국들의 발굴 경쟁, 스벤 헤딘과 오렐 스테인, 르콕, 펠리오, 오타니, 랭던 워너의 발자취를 숨가쁘게 쫓는다. 서구인인 저자의 입장은 '스타인이 돈황 고사본들을 영국으로 가져간 것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서, 그 중 가장 중요한 몇 권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듯 싶다(분문 249쪽)'에서 엿볼 수 있듯, 판단 없이 그들의 공적과 과오의 전과정을 독자에게 낱낱이 다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들의 행적과 더불어 둔황 문서고를 아니 자신들의 고대사를 털린 후 '우리 인민들을 이에 대한 원한으로 증오 속에서 이를 갈고 있다(본문 249쪽에서 인용)'라고 비판하는 중국 측의 입장 역시 다 보여준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길뿐이다.  

 

저자 뿐만 아니라 역자분 역시 대단한 정열을 갖고 이 책을 번역하신 티가 난다. 원서에 없는 사진(역자 개인 소장)까지 번역본에 넣어 편집하도록 했다. 중간 중간에 원저에 미흡한 내용을 역자 주로 보충해 놓았다. 역자는 [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의 저자이기도 하니, 믿고 읽을만 하다. 읽다보니, 전에 읽은  실크 로드 관련 서양 책 번역서에서 '대안탑'을 '큰 야생 기러기 탑'으로,,,이딴 식으로 번역해놓은  것을 보다가 버린 나의 시력이 회복되는 기분이 든다.  

 

책의 주 배경이 되는 지역은 동서 투르키스탄 지역이다. 한동안 <서유기>와 <대당서역기> 관련 책들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지역에서 현장 법사가 얼마다 중요한 인물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모래 속에 파묻혀 천 년 넘게 잊혀진 도시를 발굴해보면 현장의 기록과 일치한다니!  둔황에서 왕도사가 현장법사의 이야기를 꺼낸 스타인에게 의기투합, 마음을 여는 장면이라니!  실로, 현장 법사는 洋鬼子들에게도  '수호 성인'이라 불리며 존경받을만 하다.

 

이렇게, 이 책을 두번째로 읽으면서는 나는 역자와 현장 법사, 두 사람의 역할에 대해 중점적으로 보았다. 또한 현장의 시대에 있던 것과 사라진 것, 스타인과 왕도사의 시대에 있던 것과 사라진 것, 그리고 이라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유적유물 파괴 만행에 대해 생각했다

 

잊었던 좋은 책을 재발견하게 해 주신 그분께 감사드린다. ^^

 

*** 그래도, 옥의 티 :

본문 42쪽, 굽타 왕조의 아쇼카 왕 => 마우리아 왕조

235쪽, 먼차우즌 => 뮌하우젠(Baron Munchausen, 독일 소설<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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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견문록
클라우스 리히터.브루노 바우만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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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었는데 리뷰로 남기려니 쓸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이 책, 성격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일 제2공영방송  ZDF 특별방송팀이 두 명의 유명 아시아 전문가를 동반하고 실크로드를 여행한 다큐멘타리 보고서인데, 과거 역사와 현재 문제점,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독자에게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펼쳐 보인다. 읽는이에 따라서 매우 재미있을 수도, 매우 산만해서 짜증날 수도 있다. 게다가 세 명의 필자가 나눠 썼으니.

 

책은 실크로드 정의에서 시작한다. 비단에 대한 이야기와 장건, 마르코 폴로, 티무르 등 실크로드를 둘러싼 과거 역사 요약이 이어지기에 대중 역사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곧 필자들은 시안(당나라 시절 장안)으로 날아가서 실크로드 기행을 시작한다. 이때 계속 등장하는 기본 텍스트는 현장법사의 <대당 서역기>이다. 물론, <서유기> 관련 독서를 하고 있는 나는 이 부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필자는 장안 편에서 진시황 이야기나 중화제국의 조공 시스템도 건드린다. 이 한정된 분량에 어떻게 수습하려고 배를 산으로 몰아가나, 걱정될 즈음, 역시나, 대강 이야기를 끊어버리고 란저우로 간다. 죽 이런 스타일이다. 과거 역사뿐만 아니라 실크로드 지역의 환경 오염이나 신 실크로드 건설 전망, 황하강의 치수 문제 등등,,, 저자는 오지랖 넓은 기자 본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글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심지어 파룬궁 문제까지! 아무리 다큐 특성상, 그 시점의 첨예한 문제를 다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실크로드라는 주제 아래 한 권의 책을 내려면 주제에 어긋난 것은 버려야하지 않았나 싶다. 이어 간쑤 회랑을 지나 둔황, 타클라마칸, 호탄으로 넘어가며 예의 역사서인지 기행문인지 신문기사인지 모를 서술이 이어진다. '현장법사는 당나라의 스파이?' 이 부분은 상당히 독특했다.

 

'실크로드의 보물을 약탈한 서양인들'은 괜찮았다.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일본인 타지바나(오타니 수하), 독일의 그뢴베델과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등 사막에 묻힌 고대 도시의 유물을 약탈하고 둔황 고문서를 헐값에 쓸어갔으며 끝내 석굴의 벽화까지 뜯어간 만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간략사. 좀 산만하지만 서구인의 죄악을 나열하는 서구인의 시각을 파악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내가 이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아래, 돌궐님의 댓글을 읽고 찾아보니 이 부분은 피터 홉커크의 명저<실크로드의 악마들>을 참고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베꼈다. 야, 정말 이 책 애매하네.

 

몇 시간쯤 갔을까, 헤딘은 물이 나올법한 곳에 이르러 땅을 파보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그제서야 자신들이 갖고 있던 유일한 삽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부하들 가운데 하나가 고대 가옥들을 파헤칠 때 깜빡 잊고 삽을 거기다 두고 왔던 것이다. 헤딘은 즉시 그 부하에게 말을 타고 가서 삽을 찾아오라고 했다. 삽을 갖고 돌아온 그는 도중에 모래 폭풍에 휩쓸려 길을 잃었는데, 그때 우연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유적들을 발견했노라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도 무척 아름다운 목조상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들은 헤딘은 즉시 다른 부하들을 딸려 보내며, 그곳으로 가서 목조상들을 가져오라고 했다. 가져온 목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헤딘은 흥분으로 '눈이 돌아버릴'지경이었다.

- 본문 270쪽에서 인용

 

몇 시간쯤 갔을까, 그들은 물을 얻기 위해 모래를 파기로 했다. 그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삽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 중 하나가 자신이 깜빡하고 고대 가옥에 삽을 두고 왔다고 자백했다. 헤딘은 자기의 말을 타고 가서 찾아오라며 그를 돌려보냈다. 삽을 찾아 가지고 돌아온 그는, 모래 폭풍을 만나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전에 발견하지 못한 유적을 보았다고 했다. 모래 밖으로 아름다운 목조상 몇 개가 삐죽이 나와 있더라고 말했다. 헤딘은 그에게 즉각 그것들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다른 사람들도 딸려 보냈다. 가져온 목조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헤딘은 흥분해서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 <실크로드의 악마들> 본문 100-101쪽에서 인용

 

이어서 카슈가르, 키르키스스탄, 우즈베키스탄 기행이 이어진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쪽 서술이 많다.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정보와 배경 지식이 내게 많지 않은지라, 이 지역의 상황을 저자들이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분석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내겐 꽤 유용했다. 실크로드에 대한 체계적인 대중 역사서로서나 기행서로서는 영 꽝인데, 이런 점은 읽으면서 좋았다. 금광 개발로 인한 이시클 호수의 오염이라든가, 신 실크로드 사업 밑에 깔린 범 투르크주의, 우즈베키스탄에서 티무르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의 변화, 과거의 그레이트 게임과 현재의 그레이트 게임 등등,,,, 자, 인용해 보자.

 

광장 중앙에는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당연히 레닌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후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행동은 광장 중앙에 있던 레닌을 끌어내리고 대신 티무르를 올려 놓은 일이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잔인했던 정복자 티무르를 자신들의 선조로 받아들인 것은 상당히 위험스러워 보인다. 티무르가 세계 제국을 건설하고 사마르칸트를 그 중심지로 구축할 당시 우즈베크 족은 아직 이 곳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16세기에야 이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이처럼 역사를 인간의 의도에 따라 조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한 민족의 과거와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것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 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소비에트 당시엔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우즈베크 족의 역사를 각색했고, 이제 독립 후에는 인종주의, 민족주의의 대두와 함께 우즈베크 족 자신들의 손에 의해 똑같은 짓이 저질러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 본문 402쪽에서 인용

 

그래서, 읽다보면 이 책의 시점인 1998년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각해볼만한 점이 많았기에 나는 이 책을 단적으로 평가하기가 애매하다. 


맨 앞에 실크로드 표시된 지도가, 맨 뒤에 중국 역사 연보가 있다. '주작대로'를 '붉은 참새들의 도로(66쪽)'라 원문 그대로 옮긴 것 빼고나면 그리 웃긴 번역도 안 보인다. 전체 480쪽이지만 술술 읽히는 장점도 있는데, 읽고 나서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게 결정적 약점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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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 2015-03-07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서평 잘 봤습니다.
제가 읽어본 실크로드 관련책 중에서는 피터 홉커크 <실크로드의 악마들>이 재미있었어요. 서양인들의 실크로드 약탈사?가 정말 파란만장하더군요.
지난번 리뷰에서 <실크로드 이야기> 소개해주셔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들른 알라딘 중고서점에 그 책이 `오늘 들어온 책`에 있는 걸 매의 눈으로 찾아내고 싸게 샀어요. 게다가 낙서 하나 없는 책이더군요. 다 껌정드레스 님 덕분이에요. 감사 인사 드립니다.^^;

껌정드레스 2015-03-08 12:24   좋아요 0 | URL
오, 돌궐님. 반가워요. 역사 책 검색하다가 돌궐님 여러번 뵈었어요. ^^
이 책에서 실크로드의 보물 약탈사 읽어가면서 왜 이리 기시감이 드는지 이상했는데 돌궐님 댓글 보니 알겠네요. 이 책의 그 부분,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베꼈어요. (이 리뷰 본문에 그 부분 다시 넣어 쓰고 별점 깎았어요.)
오래전에 읽고 리뷰도 안 써놔서 잊고 있었던 좋은 책을 돌궐님 덕분에 찾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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