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말들 - 삶이 레몬을 내밀면 나는 레모네이드를 만들겠어요 문장 시리즈
박산호 지음 / 유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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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말‘에 대해 가장 잘 쓸 수 있는 작가가 쓴 책. 우울할 때 초콜릿 먹는 대신 이 책을 한 페이지씩 읽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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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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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미오기전>을 같이 읽기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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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마리
이노우에 유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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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다 읽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작가시기에 더이상  요네하라 마리 작가의  책은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요네하라 마리의 책이 더 나와 있었다. 마리가 쓴 책이 아니라 마리에 대해 여동생이  쓴 책이다. 이노우에 유리. 즉 결혼전 요네하라 유리. 일본은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 것을 잊고 잠시 누구지?라고 생각했다.

 

 

 

책은 음식에 얽힌 추억 위주로 고인인 언니 마리를 추억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모인 원고로 구성되었다. 마리의 <음식견문록>을 읽은 독자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할바'라든가 '여행자의 아침 식사' 통조림 등등 군침 도는 이야기가 자매의 추억과 얽혀 쏟아진다. 지역 유지인 친가  요네하라 가문 이야기라든가 그 시절 소련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어린 나이에 보고 겪은 사연 등등, 요네하라 마리가 쓴 에세이에 나오는 이야기가 색다른 결로 다시 등장한다. 당연히 마리 책의 오류(?)를 잡아내기도 한다. <프라하의 소녀 시대> 에서 중소대립때문에 학교에서도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 유리가 울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유리 본인은 자신이 운 것은 중소 갈등이 아니라 남자아이 때문이라고 이 책에서 밝힌다.

 

 

자매의 아버지 요네하라 씨는 아시다시피 일본 공산당의 거물이고 어머니도 만만찮은 인물이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혼자 노년의 나이에 프랑스에 유학가서 2년을 공부하고 돌아오신 사연을 읽으니 자매의 지적 능력과 당찬 성격, 글솜씨는 유전인가 싶다. 아래 대목, 유머 감각마저 자매는 닮았다.

 

우리 둘 다 정리정돈 잘하는 아버지도, 공붓벌레 어머니도 닮지 않았다. 원래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니까.

- 99쪽에서 인용

 

 

가사노동 돌봄 노동에 서툰 언니 마리가 동물을 키우고 나서 변했다는 사연을 저자는 또 이렇게 빵 터지게 쓴다. 아래, 마리의 책 제목인<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를 이용한 유머다.

 

 

이로 인해 어머니도 나보다 훨씬 열심히 곰상스럽게 돌봤다. 인간 수컷이라면 이 정도로 마리를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 164쪽에서 인용

 

 

언니 마리에 대한 인물평도 곳곳에 있다. 요네하라 마리의 팬이라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제 틀 안에서는 개성적이요 재미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에게는 틀이란 게 없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언니는 타고난 에너지로 정신을 자유럽게 활짝 열어 젖히고 살았다. 그 결과로 약간의 곤란함도 즐거움도 함께 받아 들였다. 덕분에 주위에도 불똥이 튀는 일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리워진다.

 - 208쪽에서 인용

 

아래에 밝힌 요네하라 마리의 모습은 뜻밖이다.

 

마리는 미지의 것, 익숙지 않은 것은 못 먹었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미지의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면 지레 겁을 내어 망설였다.

- 87쪽에서 인용

 

 

 

어린 나이에 낯설고 말 안통하는 프라하의 소련 학교에 다니면서 서로를 의지하던 자매는 다른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기까지 반년 동안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로 뛰쳐나와 서로의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는 일본 학교에 적응이 안 되어 자매는 더욱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유리가 집에서 먼 홋카이도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자매는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게 된다. 편지로 시를 주고 받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로 가면서 둘은 점점 멀어진다. 이 과정을 저자는 담담히 묘사한다. 젊은 나이에 작고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서.

 

대단한 다독가인 요네하라 마리가 역사 문화 지식을 경쾌하게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마리 작가가 쓴 책은 아니지만 동생 유리 저자의 책을 통해 요네하라 마리의 개성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동생인 이노우에 유리 역시 훌륭한 작가라는 생각이다. 언니의 후광과 별개로, 이 저자의 글 자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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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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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내게 힘든 일이 있었다. 성공 보장도 없는데 가던 길을 계속 힘들게 가야할지, 포기하고 안정을 택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역시나 책벌레답게 책을 검색했고,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은 이랬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문인이라는 구태의연한 허상을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생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해 말한다. 삼십오 년 동안 지속적으로 소설을 써내기 위한 일상적인 실천, 건전한 야심을 품고 해외시장에 도전한 개척자로서의 모험과 성공, 소설로 먹고살기 위해 작가가 자신의 생업에 대하여 지녀야 할 자질과 태도를 열두 개의 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위에서 "35년 동안 지속적으로 써내기,,,, "라는 대목에 그만 정신줄을 놓았다. 이건 무조건 읽어야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되는 비법을 얻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놔,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라는 1회부터 연달아 등짝을 두들겨 맞고 혼난 기분이었다.

 

한 줄 한 줄이 눈물겹게 와 닿아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명심하고픈 부분을 옮겨 적는다.

 

제 6회인 '시간을 내편으로 만든다 - 장편소설 쓰기'라는 꼭지에서 하루키는 매일매일 20매씩 쓰는 습관의 중요성을 말한다. 잘 써져도 20매, 잘 안되도 20매라며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아아, 그는 규칙적으로 쓰고 뛰고 맥주를 마시지만, 내가 실천하는 것은 규칙적인 맥주 마시기밖에 없었구나.

 

원고 고칠 때 상대의 조언을 받는 자세에 대해 쓴 부분도 실용적 조언을 담고 있어서 옮겨 놓는다.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 157쪽

 

원고에 시간을 투자한 차이에 대해 온천물과 가정욕조물의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세 군데 인용해 놓는다.

 

작업 하나하나에 들인 시간의 퀄리티는 틀림없이 작품의 '납득성'이 되어서 드러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는 역력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 167쪽

 

시간이 쟁취해낸 것은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면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 165쪽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시간에 컨트롤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되지요.

- 167쪽

 

특히 제 7회 꼭지인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한 업'이란 대목은 줄 쳐가며 눈물 닦으며 읽었다. 글 쓰기란 고독한 작업이니 내 육체를 다스려 참을성 있게 묵묵히 꼼꼼히 하라는 것,,,,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끌어당겨 자꾸자꾸 뒤로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씩입니다. 한꺼번에 몰아 이틀 사흘씩 해치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말할 것도 없이 지속력입니다.

- 180쪽

 

그러면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단 한 가지, 아주 심플합니다. 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 편으로 만들 것.

- 181쪽

 

책  좋았다. 참 좋았다. 위에 옮겨 놓은 부분이 특히  내게는 현실적인 조언이 되어 주었다. 꼭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혼자서 외롭게 작업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오랜 시간 한길을 가야 성과가 조금 보이는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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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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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나 여성 작가가 쓴 작품 속 인물, 신화나 전설 속 여성 인물에 대해 여성인 저자가 어릴 때부터 읽으며 성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읽는 내내 절로  '나도! 나도 그랬는데!' 소리가 나왔다. <빨강머리 앤> 의 초록 지붕집 이야기 덕분에 건축과를 선택했다거나, 평생에 걸쳐 <토지>의 윤씨부인을 마음에 모시고 살았다거나,,, 하는 저자의 사연이 같이 소개된다.

 

한 꼭지, 한 꼭지 읽어 나가면서 여성 독자인 나는 내 독서이력과 내 삶에 비추어 반응하게 되었다. 특히  저자가 <작은 아씨들>의 조에 감정이입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오리아나 팔라치의 <한 남자> 등 예전에 읽고 잊었던 책들을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할 지경이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이런 류의 책에 흔한 '문학 소녀'같은 이야기만 있지 않고 성숙한 성인 여성답게 성과 에로스를 언급해주셔서 반가웠다. 성과 에로스에 대한 앎은 나를 자유롭게 해 준다는 저자의 견해에 적극 동감한다.

 

여성으로 살기 힘든 사회에서 여성으로 오래 살다보니, 피해 경험이 쌓여 지나친 자기 검열이 몸에 배인다.  내게 다가오는 기회를 내가 막아버리고,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내가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은데,,, (이 부분 공부 중이다. )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거 내가 내 무덤을 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에는 삽을 던져 버리고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다 만난 책이다.  좋았다. 아래 문장을 기억하겠다.

 

나는 딸들이 내가 자랄 때 먹었던 레 겁을 먹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딸들이 건강한 분노를 느끼면서 살기를 바란다. 자랄 때 스스로를 사로잡았던 분노를 훨씬 더 긍정적인 분노로 바꿔 나가기를 바란다. 어리석었던 실수를 덜 저지르고 미숙했던 시행 착오를 덜 겪기를 바란다. 훨씬 더 멋진 실수를 저지르고 훨씬 더 근사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훨씬 더 커지기를 바란다.

- 20쪽 프롤로그에서 인용

 

전문적인 문학 이론을 소개하는 부분인 경우,좀 자료 조사가 덜 되고 문장이 거친듯한 부분이 있는데, 장점이 훨씬 많아서 그리 큰 흠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자의 다른 책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저자의 문체 개성일 수도 있다. ) 저자도 저자의 책도 더 성장할 것이니 다음 책에서 보완되리라 기대한다. 성장 스토리는 계속 되니까. The Show Must Go On! 그리고 나의 삽질도  Must Go On!

 

성장 스토리는 언제까지 읽게 될까? 정답은 인생 내내. 어떤 점에서 우리는 평생 어리다. 죽을 때까지 어리다.

- 90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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