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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푸른사자 와니니> 를 쓴 작가분의 청소년소설이다.
인터넷서점에서 <아몬드> 만큼 좋다는 평을 봤는데 나는 <아몬드> 보다 더 좋았다.
십대들의 감정을 잘 표현해내신것 같아서 읽는 내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불안하고, 방황하고, 설레이고, 긴장되고, 짜증나고, 기대되고, 두려운 온갖 감정들이 뒤섞인 나의 십대시절을 주인공 호정과 전학생 은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살짝 베일에 쌓인 은기와 친해지게된 호정은 어느새 첫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렇지만 사랑인지 우정인지 구별을 못하던 둘은 밥도 먹고, 길거리를 걷고, 둘만의 추억이 하나둘 쌓이며 어렴풋이 감정을 자각하게 되었다. 십대라서 가능한 이 풋풋함이 나는 좋다.
그런데 은기의 비밀이 밝혀지고 본의 아니게 그 중심에 호정이 있게 되며 (오해가 있긴 했지만) 둘은 헤어지게 된다. 마음이 아팠다. 해결해나가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까지 십대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조금 허탈했지만 최선의 결말이라고 믿기로 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대단치도 않은 순간이었다. 은기는 그저 웃으며 뛰어왔을뿐이다. 아주 먼곳으로부터 달려온것처럼. 마침내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한것처럼.
나도 그렇게 웃고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수있었다.
어떤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결코 그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수가 없다.
그때는 그런줄 전혀 모를수도 있지만, 아니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을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순간들이 이렇게나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