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그림전기
왕시룽 지음, 이보경 옮김, 뤄시셴 그림 / 그린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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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이야기그림책 '연환화(連環畵)'라는 특성상, 글은 전체적으로 연결된다는 느낌보다 주요한 사건을 기술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전후 사정이 상세하지 않아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게되는 단점도 있는듯 싶다.

 

격변의 시대, 문화의 태동기에 계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루쉰의 삶을 보며, 우리나라 역사와 꼭 닮은 일대기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위험한 시국에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루쉰을 지켜준 수많은 사람들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강연과 집필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 루쉰의 일대기에 뭉클하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당시 후지노 선생님이 보인 인품이였다. 타국에서 공부하는 루쉰이 혹여나 공부에 문제가 생길까봐 노트에 첨삭해주며 꼼꼼하게 지도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루쉰은 평생을 후지노 선생님의 사진을 곁에 두고 존경의 마음과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어려운 환경속에서 늘 책을 가까이하고, 다양한 지인들과 어울리며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 덕분인지, 말년에 박해를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넘기는 모습들로 그의 인품을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였다.

 

처음 루쉰에 대해 궁금증을 갖은 이유는 김서령 작가의 글 때문이였다.

 

' 전철을 탈때면 루쉰의 얄팍한 산문집을 들고 탄다. 몇달동안 책을 바꾸지 않는다. 반복해서 읽어도 새로운게 루쉰이다. 나는 그 이유를 정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정직한 글을 쓰는 이에게는 괴로울 수 있지만, 읽는 이에게는 싱그럽다. 다시봐도 새로운 힘이 느껴진다'<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 나남출판사)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한 작가의 생각을 침잠하여 오래도록 곁에 머물수 있는것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루쉰이란 인물이 궁금했는데,  청빈하고 곧은 삶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김서령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 후기를 보면, 이 책을 집필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루쉰의 많은 일화중에서 몇가지로 골라내기가 힘들었을뿐더러 '연환화'라는 특성을 제대로 담아낼수 있을까 싶은 고민을 했음을 느끼게된다. 그런 작가에게 이 책을 통해 루쉰의 소설들이 궁금해졌고,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전기傳記를 글과 그림으로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으므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루쉰의 책들을 찾아보며 그의 삶을 깊이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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