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을 향하여
오창익 지음 / 소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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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졸업일이 다가와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날이였다.

경북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광주까지 내려가는데 3시간 30분이 소요되므로 

이런  시간을 어떤 책과 함께 보낼까 생각하다가 크기가 작고 아담하여

『 북창을 향하여』 란 책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1950년 12월 한국전쟁때 드럼통에 매달려 월남하게된 사연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고향을 향한 진한 그리움을 전하는 수필집이다.

지금의 내 상황이 고향을 떠나있던 탓인지 책을 읽을수록 공감하게되고

내자신이 위로받게된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특히 버스를 타고가는 특성상 창가로 펼쳐지는 자연과 농촌의 풍경들이

책과 어울린다는 생각에  깊이 매료되었다.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 어느것 하나 그냥 지나칠수 없는 

실향민의 마음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평상시 내가 느끼고 바라보고 생각했던 

세상의 시각에 전환점이 되어준다.



 아 예쁘구나! 라는 감탄사와 함께 막연히 잊혀지는 꽃 한송이에도

고향을 떠나온 그리움을 묻고 아픔을 묻는 작가의 마음은

"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경의본선의 동강난 철도를 떠올리며 

가고싶어도 갈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수 없는 

시대의 비극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함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쉬운 게 세월이라 하더니... 7년 전 손수 설계하여  집을 지을때

북쪽으로 창을 하나 달아내게 한 것은 , 어이없이 고향을 잃고 오듯 남은 세월마저 속절없이 놓치기가  억울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세월의 발자국소리야 말로 귀보다는 눈을 감고 마음을 기울여야 알아 듣는법" p53





" 남창이 한낮이라면, 내게 있어 북창은 늘 고요한 한밤중이다. 

   가고자 하면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운좋은 사람들의 넓고 시원한 고향길이

   남창이라면, 북창은 나와 같은 실향민이 조심조심 세월을 거슬러 되돌아가는 좁고도 굽은 길이다"

   p53





한때 너무 큰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기 위해 찾았던 송도 바닷가의 아암도는 

신혼여행지의 추억이 깃들고 은혼여행지의 추억을 함께 버무린 곳으로 그려지며 

작가의 가족이야기들이 언뜻언뜻 비춰질때마다 북쪽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뭇치는 그리움을

남쪽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듯했다.



쫑알대던 자식들이 어느새 베필을 만나 주렁주렁 손자손녀들과 함께 찾아오고

1남 4녀중 막둥이 아들녀석이 군대에서 돈을 모아 부모에게 건네주던 때를 잊지 못하는 

작가의 마음을 쌍불출로 표현했지만, 현재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각박해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줄기 따뜻한 바람으로 전해질것같아 흐믓했다.



그간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에 젖어있던 터라 그런지 수필집이 전해주는 색깔이 다름을 느낀다.

책을 덮을때까지 다양한 꽃들이 만발하여 코끝을 간질어피고 진한 향을 내고

작가의 이야기들이 귓가에 도란도란 들려 3시간 30분의 지루한 길이 짧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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