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사진, 아닙니다. 고물가 시대, 김밥 한 줄이 6,7000원씩 하는 마당인데 단돈 7000원짜리 구내식당 점심밥 사진입니다. 평소 지나다니며 몇 번 보았던 구내식당에서 처음으로 식사해보았습니다. 늘 궁금했어요. 구내식당에서 주로 어떤 분들이 식사 하실까? 오늘 점심 시간에 둘러보니 80% 이상이 할머니, 할아버지이십니다. 비오는 날 따뜻한 식사 한끼가 주는 활기가 넓은 구내 식당에 넘쳤고 적어도 식사하실 때만큼은 어르신들의 활기에도 싱싱한 젊음이 배어 있습니다. 저는 그 식당 한 구석에서 2인용 탁자를 조용히 차지하고 앉아 식사하며 그제서야 생각해봅니다.

아! 어르신들, 은퇴하시고 사회적 연망 적어지고 외로우실 때 이렇게 구내식당 나오셔서 한끼 저렴하게 해결하시면서 친구 사귀시는 구나. 이 식당의 밥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구나!


평소 도서관 구내 식당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학생들이 주 이용객일 거라는 추정과는 달리 젊은 엄마와 그 자녀들이 이용하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그 광경을 보면 제 상상력이 발동하지요. 요즘엔 (적어도 제가 사는 지역에선 학생들 용돈이 직장인 평균 용돈보다 많은지)학생들이 구내식당 같은데서 먹는 모습을 많이 못봅니다. 엄카 들고 좋은 식당을 삼삼오오 찾아가지요. 도리어, 어린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이 취약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밥 할 여유와 체력은 안되는데 가급적 집밥 스타일로 먹이고 싶을 때 찾는 곳이 도서관구내식당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맛있게 구내 식당 이용하시는 분들께 제 분별없는 상상력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구내 식당 이용자 분포와 패턴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관심을 많이 받아야할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밥 한 그릇 사진을 놓고 별별 생각을 다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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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7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7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11-16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 도서관 구내식당은
훨씬 더 후지... 아 요즘에는 이런
표현 쓰면 안되나 봅니다.

암튼 그러하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에는
무료배식하고 그러는 곳도 많
이 줄었다고 합니다.

참 고물가로 멀쩡한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도 무료급식소
를 찾는다는 기사를 봤습니
다. 고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이 되었습니다.

얄라알라 2023-11-17 00:50   좋아요 1 | URL
그러지 않아도 오늘, 아니 16일,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요즘 문닫은 급식소 많다는 이야기 사람들과 나무며 안타까워했어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선순위는 인간의 먹을 권리를 권리로 인정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후지다^^ ㅋㅋㅋ 저는 매냐님께서 뭐라 하셔도 다 재미있습니다. ㅎ항상 감사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3-11-1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천 원에 저렇게 6가지 반찬을 해서 먹기 힘든데 말입니다. 저도 가서 먹고 싶군요.^^
친정 아버지도 코로나 전까지 복지관에 가셔서 수업을 몇 개 들으시고 구내 식당에 들러 2천 원을 내시고 꼭 식사를 하고 오시더군요. 2천원 식사 얘기를 듣고 제 귀를 의심했었어요.
지금은 식사는 안나온다고 하신 것 같던데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근데 김밥이 벌써 6~7천 원이나 되었나요?
깜놀입니다.
저도 김밥이 넘 비싼 것 같아 그냥 대충 집에서 말아 먹곤 해서 요즘 김밥이 그렇게나 값이 비싸졌는지 몰랐네요.
요즘은 정말 식사 한 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요. 지인들과도 밥 한 끼 하자! 라는 말이 서로 쉽게 안 나오구요. 밥은 각자 먹고 만나자!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어요.ㅋㅋ
그리고 언젠가 절약하자는 분위기의 유튜브를 봤는데요. 거기 유튜버들 몇명도 직장 상사가 밥을 한 끼 샀으면 후배도 얻어 먹지만 말고 한 끼 정도는 밥을 사는 게 예의라는 분위기의 말을 하던데 듣고서 정말 문화가 많이 바뀌어가는 걸 느낍니다.
학생들은 더치페이가 완전히 익숙한 문화인 것 같구요. 듣고 있음 너무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더군요.
고물가 시대라 밥 먹는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3-11-17 00:53   좋아요 1 | URL
김밥˝이나˝ 먹자 하다가, 정말 6, 7000원씩 하는 걸 보고 안 먹은 적이 잇어요. 책읽는 나무님^^;;;

그런데 당근도 2개 포장해놓고 5000원 받는 걸 보면 김밥 가격도 이해는 됩니다.

저는 한번은 동네 쭈꾸미 전문점에서 점심 시간에 고등학생 여러명을 보았는데
학생들이 공짜 학교 밥을 놔두고 조퇴를 해서 굳이 비싼 쭈꾸미 정식을 먹더라고요^^;;;;
정작 저 학생들에게 ˝엄(마)카(드)˝를 제공한 엄마들은 외식비 팍팍 쓰지 못하실지도 모르는데

저 분위기는 뭔가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책읽는나무님 말씀처럼 ˝고물가 시대 밥 먹는 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어갑니다.

yamoo 2023-11-1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구내식당은 4500원인데....솔직히 저거보단 잘 나오는 듯합니다. 항상 맛 없다고 불평했는데...ㅎㅎ 반찬은 국 포함6-7가지 정도 됩나다. 고기나 생선류가 항상 나오는데..저기는 닭튀김인가? 저거 하나네요...전체적인 비주얼이 회사 구내식당과 비교해 저렴해 보입니다. 위 사진을 보니...우리 식당은 아주 저렴하게 잘 나오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고 영양사님에게 투덜거린 걸 반성하게 되네요..^^;;

얄라알라 2023-11-17 00:56   좋아요 0 | URL
우유 900ml가 4500원쯤 하지 않나요?
와 5000원 밑으로 뭔가를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저 곳은 체육 시설 있는 곳인데, ‘체육‘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정말 8~90% 노인분들께서 식사하셔서 놀랐어요. 저는 저 곳의 밥이 너무나 싸서 놀랐는데 4500원에 육류단백질까지 충당 가능한 구내식당을 아시는 yamoo님 보시기에는 ㅎ

반찬이 6-7가지라니 너무나 놀랍습니다!

hnine 2023-11-16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볼드체로 쓰신 부분, 공감이요.

얄라알라 2023-11-17 00:57   좋아요 0 | URL
네, hnine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령화 쓰나미의 여파에 준비를 미리 해야할 텐데,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각성중이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 상상하면 불안해집니다.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페크pek0501 2023-11-16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의 글, 좋은 자세입니다.^^

얄라알라 2023-11-17 00:58   좋아요 0 | URL
발레를 사랑하시는 페크님께서 칭찬해주시니 으쓱^^ 감사드립니다

2023-11-20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9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hite Literary LLC,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E. B. 화이트.

1954년 칼데콧상 수상작 [샬롯의 거미줄]의 저자입니다만 이 분에 대한 (한국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작가가 남긴 말씀과 책들을 퍼즐 삼아 추정해보니 E. B. 화이트는 어린시절부터 동물과 교감하고 함께 살아오는 데 익숙하신 분 같습니다. 그래야 [샬롯의 거미줄]의 행간도 더 잘 이해되거든요.


 10살 꼬마랑 [샬롯의 거미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표지 그림이 암시하듯 이 책에는 돼지, 거미, 양, 거위 등이 등장하는데요. 꼬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진짜 돼지 본 적 없는 데요. 닭도, 소도 본 적 없어요. 고기로 된 것만 봤어요.


그 말에 무척 놀란 저는 물어봤죠.

2~30년 후 네가 혹시 아빠가 되면, 네 아가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본 적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 동물이 사라져서.....갑자기 무서워지지 않니?



사실 무서움을 느낀 건 그 꼬마가 아니라 저였어요. 코로나 펜데믹 이후 특히 더 "비인간 동물"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던데, 사실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이나 편의상의 범주로 갈렸을 뿐 늘 가까이 살아온 게 아닌가요? 점점 더 이 지구 위에 인간 편의를 위한 동물만, 그 편의 용도로만 남게 된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살아서 새끼도 낳고 풀밭을 거닐던 생명들이 100g 당 15000원식의 가격표가 붙여진 상품으로만 인식된다면, 어린이들은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샬롯의 거미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소가 아니라 '사태, 양지, 등심, 안심'으로 분할되거나, 돼지 '윌버'가 아닌 '목살, 베이컨, 보쌈용' 세분화된 상품으로만 인식되는 동물을 두고 아이들은 어떤 교감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은 제 스스로에게 품어야 합니다.

저는 10월 베트남 여행에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가벼운 충격도 받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는 동물이 신기했던 저는 호들갑까지 떨며 좋아했는데요. 고백하자면 저는 사람 외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해서(특히 비둘기), 가까이도 안 갑니다. 이번에는 사파리 투어 버스를 타고 얼룩말, 호랑이, 곰 등을 보았는데 사람에게서 느껴본 적 있는 위풍당당한 기품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동물원, 좁은 시멘트 공간에서 학대당하던 동물들과 달리 넓게 툭 트인 공간에서 움직이는 이들은 우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당당한 우아함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진짜 돼지, 소, 닭을 본 적 없다"는 꼬마가 아니라,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면서도 제대로 동물을 본 적 없는 제가 더 놀라운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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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 자꾸 번역가가 쓴 책에 눈이 갑니다. 욕심내어 많은 조언을 확보했지만, 제 문장에 얼마나 그 배움을 녹여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번역은 정신적 고통이 따르는 창조과정이자 언어계 종합예술이라는 점은 분명히 배웠습니다. 그동안 "번역이 엉망이라 책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차가운 반응에 동조해 본 적 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신중히 반응할 터이고 책 읽을 때 번역가 이름이라도 한 번 더 눈여겨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고도의 정신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서요.


 번역 공부용으로 많이 추천 되는 <번역의 모험>에서 만난 글귀를 옮겨봅니다.


<번역의 모험>은 문턱이 낮은 한국어를 추구한다. 독자의 투자 자원은 유한하다. 문턱이 낮은 글은 독자가 편히 정주행하도록 돕는다... 문턱이 낮은 글 덕분에 독자는 자원을 덜 들이지만 역자는 자원을 더 들여야만 문턱이 낮은 글을 지어낼 수 있다. 궁리를 더 해야 하니까 말이다.  



[번역의 모험] 서문 


힘이 좋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이가 들어서도 번역가로 대접받으려면 양보다 질을 중시해야 한다고 일찍부터 생각했습니다

(...)

기계번역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장래의 번역가도 고비원주의 자세로 번역의 앞날을 길게 바라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쉬운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생명력이 짧습니다. 어려운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없기에 생명력이 깁니다.

(...)

좋은 번역가는 좋은 문장가입니다. 아무리 기계 번역의 시대가 와도 좋은 문장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번역의 모험] 10장  


"번역가는 기존의 사전에 없는 뜻에 기어이 이름을 지어주고야 마는 사전편찬자의 마음으로 이 말과 저 말을 잇는 징검다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절박감이 있을 때 좋은 번역가가 될 수 있습니다."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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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0-10 0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도무지 마땅하지 않은 역자들도 번역에 관해 책을 내더라고요.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인지 꼽을 자리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보면 짜증납니다.
* 이희재를 두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3-10-10 12:08   좋아요 1 | URL
Falstaff님께서는 워낙 문학과 친숙하시니 특히 번역의 매끄러움에 촉이 있으실 듯 합니다.
다른 글보다도 문학 번역을 몇 배는 더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더 검증되고 소명의식 가지신 분들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프랑스 소설은 믿고 있는 번역가가 있어요
영문은? ^^ 책을 많이 못 봐서 잘 모르는데, 차차 찾아가려 합니다

yamoo 2023-10-10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99쪽의 말은 지다함니다. 이 지당함이 우리 번역업계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죠. 데리다나 바르트 주저를 우리는 우리말 번역번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해석문을 보고 번역본이라하니...그것도 이해하기 어렵도록 번역하고...열받는 일이 한둘이어야지요. 불량번역서는 환불도 안됩니다. 읽은 흔적 때문에. 읽지 않고 불량인지 아닌지 어찌 아나요?? 헤겔학회 대빵이었던 임석진이 번역한 <정신현상학> 한국어본을 읽어보시면 한국어 문장이 아닌 문장을 무수히 만날 수 있습니다. 번역기 돌린 문장과 대동소이 합니다. 요즘 번역기는 쉬운 문장은 90퍼센트 정도 번역해 주는데 철학은 어려운 개념이라...딱 번역기 수준의 번역..철학 원서 번역본 읽다 뚜껑열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하~~

얄라알라 2023-10-10 12:07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요!!!
요즘은 그 출판사 이름이 거의 안 보이지만, 예전에 제가 혀를 내두르고 거르던 출판사가 있었습니다. ˝**ㅅ˝이라고 번역이 놀라울만큼 엉망이어서 권권 충격을 안겨주고 책 읽을 마음을 멀리 날려버리던 효과를 내었죠.
yamoo님의 뚜껑 열리심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전 그래서 이희재 선생님 다른 책들도 더 찾아 읽어보기로 했어요
새로운 세계에 눈 뜨는 기분입니다

2023-10-11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8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년 3월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하던 때, 신분 증빙용으로 여권 들고 약국에 줄 서 있었던 기억을 꺼내니 친구가 "정말? 정말?"을 연발하며 놀라워하는 걸 보면서,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걸 새삼 확인합니다. 코로나가 확산 일로에 있던 때, 아파트 단지 내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항균력 99.9% 시트지와 '턱스크 혹은 노마스크 주민은 엘리베이터 이용 마시라'는 경고문도 붙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던 때는 서울 소재 병원에 입원했다가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거주지역이 탄로(?)났다는 한 모녀가 전국구 뉴스거리가 되었더랬죠. 코로나 확진 사실을 숨기고 과외를 했던 인하대 대학원생은 실형까지 받았고요. QR 코드 확인 없이는 공공장소 출입이 어려워졌기에 홈리스 분들이 (도서관이나 백화점에 비치된) 정수기를 이용 못해 물조차 마시기 어려웠다는 인터뷰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 터널을 지나는 와중에 너도나도 '포스트코로나'를 예측했지요. 드디어 그 터널을 지나온 2023년 시점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특히 저는 코로나가 개인 및 공동체적 차원에서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래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코로나 #포스트코로나 #팬데믹 #마스크


위 키워드로 검색하면 아찔할 정도로 많은 신간이 쏟아집니다. 시류를 파악하는 데 부지런한 저자와 발 빠른 출판사들 덕분이지요. 책이 워낙 많아서, 고르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팬데믹 브레인]으로 고른 이유는 지은이의 약력 때문이었습니다. 정수근 교수는 연세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존스홉킨스대학교를 거친 심리학 박사입니다. 네임벨류에 넙죽하는 사대주의적 사고법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자의 전문성이 '코로나 시대 정신건강'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다뤄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저자는 2020년 가을부터 2021년 봄, 즉 약 6개월 안팎의 기간 동안 [팬데믹 브레인]을 집필했다고 후기에서 밝힙니다. 또한 본인이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니므로 바이러스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거나, 최신자료를 활용하다보니 정식으로 학술지로 출간되지 않은 연구들에도 기댔다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 편집을 야박하게 했다면 230쪽을 150쪽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을 본문은, ""코로나는 우리의 뇌와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라는 부제를 Q&A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1, 2, 3부로 구성된 책의 얼개를 가볍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1부 "코로나는 우리 뇌와 마음을 어떻게 위협하는가?

1부 "코로나는 우리 뇌와 마음을 어떻게 위협하는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인류는 '역사상 최대 규모 사회적 고립 실험' 중이라는 전제하에 팬데믹을 겪은 인간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서술합니다. 저자는 감염 후유증으로 섬망, 브레인 포그, 그리고 인지저하증을 언급하고, 사회적 고립의 결과로 인지능력이 감소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심리학자인 만큼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나 축소가 해마(인지능력과 관련)의 축소로 연결된다는 실험, 코로나로 인한 스킨십 부재 혹은 감소가 뇌의 체감각 기회를 감소시켜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무서운 연구결과도 언급합니다. 특히, 소위 "코로나 베이비"의 인지능력 저하에 대한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기 까지 합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11~2019년 사이 태어난 아기들 IQ 98~107인데 반해서,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 태어난 아기들 IQ 평균은 86, 2021년생 아기들 아이큐 평균은 78.9 였다고 합니다. (뭣이 중한디? 심리학자는 역시 '인지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구나를 느끼게 했던 1부 였습니다)

2부 "전 지구적 방역 현장이 된 우리의 일상"


2부에서는 "전 지구적 방역 현장이 된 우리의 일상"이라는 타이틀로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끌 이야기들을 카드뉴스 수준으로 나열합니다. 예를 들어, 줌 피로(Zoom Fatigue)의 원인이나, "마기꾼"의 비밀(마스크의 인식방해 효과), 마스크와 언어습득 능력의 상관관계 등등 이제는 상식이 되어 버린 익숙한 화두들이 각각 소챕터를 이루는 구성입니다.

저는 2부를 읽다 여러 차례, 책을 덮었는데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종종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백신접종 후유증의 개인편차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믿고 기대하느냐에 따라 후유증을 심하게 혹은 약하게 겪도록 만들 수 있다"(135)고 주장합니다. 출판사측에서는 친절하게도 저자의 이런 주장에 대해 "우리가 예측하고 기대하는 만큼 아프다"라는 소제목을 달아 주었지만 저는 고개 갸우뚱 했습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적인 사람일수록 작업기억용량이 크다는 주장도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해당 주장을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학 문외한이라 "작업 기억 용량"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중장기적 손익 계산을 더 잘하는 사람이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 협조적이라는 주장으로 윗 글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작업 기억용량"만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자발적 협조성을 설명하기는 부족한데요. 반례를 들자면, 외부로부터의 시선, 즉 문화적 압력이 강한 한국과 일본에서 유럽과 미국에 비해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 지키는 데 철저했습니다. 

3부 "펜데믹에도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

3부는 "팬데믹에도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제목에 담긴 낙관적 뉘앙스 그대로 인간이 팬데믹을 잘 이겨내리라는 데 저자가 한 표를 던집니다. 마찬가지로 심리학자여서 그런지, 흥미롭게도 그 재난 극복의 힘을 "인간 뇌의 가소성"에서 찾습니다. 즉, 심리한 문외한이자 평범한 독자로서 제가 보기에 그 관점은 1부와 2부에서 내내 보이는 전지구적 차원의 재난에 대한 개인화된 해석과 해법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 정수근은 팬데믹 이겨내는 해법으로, 종교 활동 등 사회적 교류와 지지 높이기, 감정 조절력 높이기, 공포 영화를 즐겨주지, 꿀잠 자기 등 지극히 개인화된 차원의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앞서 말했던 QR 코드가 없어 공공시설의 정수기 사용을 못했던 홈리스분에게 공포 영화를 즐겨서 회복 탄력을 높이거나 꿀잠 자라는 해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저자 정수근 교수는 코로나 시기와 현재에도 활발하게 학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저자의 최근 이력을 살펴보았는데,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심리 문제를 다룬 글은 없더라고요. 저는 저자가 2024년쯤에 [팬데믹 브레인] 후속판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다시 내주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직 정수근 교수만 제시할 수 있는 화두와 날카로운 분석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팬데믹 브레인]이 코로나19의 한가운데서 잠정적인 썰 위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한 걸음 멀어져서 차분하게 분석한 내용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팬데믹 브레인]을 읽으며, 오늘날의 미디어가 전문가적 지식이라는 것을 얼마나 빠르고 널리 대중화시키는지, 전문가적 지식이 얼마나 평준화되고 있는지 느꼈습니다. [팬데믹 브레인]에서 제시된 많은 이야기들을 이미 SNS인풀루언서가 발행하는 가쉽거리 포스팅이나 뉴스에서 많이 읽어왔거든요. 이 점은 흥미롭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지난 주, 충청북도의 한 사찰에서 찍어 온 사진입니다. 물이 깨끗하지 않았고, 음용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없는데도 기꺼이 바가지를 들어 물을 드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코로나 시절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광경입니다.


다시 한번,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과 망각의 힘을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와 정신건강에 관한 다른 글을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자료 아시는 분들은 댓글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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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공녀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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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버전의 한국어 번역서를 비교해서 보았는데 제 소견에는 전하림님의 번역이 매우 매끄럽고 이해하기 쉬워서, 추천합니다. 유년기의 극빈함을 결국 글쓰기로 극복해낸 저자와 소공녀 세라 사이에는 유사성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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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10-07 0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공녀 세라!
저 초4 때...아, 국4 때네요.ㅋㅋㅋ
소공녀 독후감 써냈었는데 학교 대표로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도 대회까지 올라간다던데 거기선 연락이 없어 아쉬웠지만 유리관 속에 들어있는 엄청 큰 트로피를 부상으로 받아왔었어요. 엄마 아빠의 엄청난 자랑거리였던지 안방 자개 장식장 한가운데 똭 놔두고 놀러오시는 손님들마다 자랑을...ㅋㅋㅋ
그래서인지 그 후로 소공녀 제목만 들어도 그 황금 트로피가 늘 생각납니다. 소중한 추억거리라 자랑질을^^;;

얄라알라 2023-10-07 15:26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 시 대회 상에서 유리관 속 트로피라면 ˝대상?˝

게다가 황금!!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신데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글재주가 남다르셨던 나무님도 넘 멋지시지만, 따님의 재능을 칭찬하고 더 키워주실 수 있으신 부모님께서도 참 멋지신 것 같아요.

전 학교 대회에서만 상 받고, 각잡고 외부 글짓기 대회만 나가면 좌르르 미끄당 해서 책읽는 나무님처럼 황금 들어간 기억이 없어요 ㅎㅎㅎ

소공녀 어른 되어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맛이긴 합니다. 저자가 가난을 견뎌내면서 세라처럼 이야기의 힘으로 자기 주문을, 자기 세뇌를 참 많이 했겠다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3-10-07 22:47   좋아요 1 | URL
저도 학교 대표로 두세 번 나갔을 땐 죄다 미끄러졌었어요. 저 독후감은 학교 숙제로 제출했었는데 선생님이 외부에 응모했었는지 몰랐었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부에서 받았던 상이었습니다.
근데 그 황금 트로피는 대상은 아니었고 최우수상이었나? 그랬을 겁니다. 중등 2명 초등 2명 그렇게 4명한테 줬었는데요. 여튼 트로피가 엄청 컸었어요. 근데 그 자랑스럽게 반짝이던 트로피가 시간이 지날 수록 칠이 벗겨져...ㅜㅜ
트로피 위에 여신이 월계수 관을 들고 있었는데 그 여신의 옷도 자꾸 벗겨지고...ㅋㅋㅋ
동심이 많이 깨졌었습니다.ㅋㅋㅋ
전 진짜 황금인 줄 알았거든요.@.@

암튼 소공녀 세라의 이야기는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다면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긴 하겠습니다.
전 예전에 <제인 에어> 를 읽었을 때, 제인 에어가 숙모에게 쫓겨나 기숙 학교에 들어가 제인 에어는 구박받고 있던 친구를 만나거든요. 제인 에어와 그 친구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 받던 모습을 보며 소공녀 세라를 좀 떠올리기도 했었어요.
선생님께 구박받고 있던 그 친구가 정신력이 고매해 보여 꼭 세라같았어요.^^

얄라알라 2023-10-08 16:08   좋아요 1 | URL
아웅...... 책읽는나무님 매력 터져요 ㅎㅎㅎ 엄청 큰 트로피였으니, 설마 금매달처럼 깨물어보시진 못하셨겠죠? 진짜 금인줄 아셨다가 칠이 벗겨지다니 ㅋㅋㅋ아이공...어린이 책읽는나무님 마음이 얼마나 아렸을까요?^^ 사랑스러운 어린이이십니다

서니데이 2023-10-08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만화영화도 보고, 어린이용 문고본도 보긴 했는데, 이제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최근 번역을 읽어보면 이전보다는 원작에 가까울 것 같긴 해요.
얄라알라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10-08 16:0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저는 어렸을 때 너무 좋아해서 [소공녀] [소공자] [비밀의 화원] 몇 번씩이나 읽었는지 몰라요.

공통적으로 모두, 끝에 가서는 보상 받는 해피 엔드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엔딩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어른 되어 다시 읽으니 떠오르더라고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연휴의 가운데 날, 일요일 행복한 시간 보내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