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Literary LLC,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E. B. 화이트.

1954년 칼데콧상 수상작 [샬롯의 거미줄]의 저자입니다만 이 분에 대한 (한국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작가가 남긴 말씀과 책들을 퍼즐 삼아 추정해보니 E. B. 화이트는 어린시절부터 동물과 교감하고 함께 살아오는 데 익숙하신 분 같습니다. 그래야 [샬롯의 거미줄]의 행간도 더 잘 이해되거든요.


 10살 꼬마랑 [샬롯의 거미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표지 그림이 암시하듯 이 책에는 돼지, 거미, 양, 거위 등이 등장하는데요. 꼬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진짜 돼지 본 적 없는 데요. 닭도, 소도 본 적 없어요. 고기로 된 것만 봤어요.


그 말에 무척 놀란 저는 물어봤죠.

2~30년 후 네가 혹시 아빠가 되면, 네 아가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본 적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 동물이 사라져서.....갑자기 무서워지지 않니?



사실 무서움을 느낀 건 그 꼬마가 아니라 저였어요. 코로나 펜데믹 이후 특히 더 "비인간 동물"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던데, 사실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이나 편의상의 범주로 갈렸을 뿐 늘 가까이 살아온 게 아닌가요? 점점 더 이 지구 위에 인간 편의를 위한 동물만, 그 편의 용도로만 남게 된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살아서 새끼도 낳고 풀밭을 거닐던 생명들이 100g 당 15000원식의 가격표가 붙여진 상품으로만 인식된다면, 어린이들은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샬롯의 거미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소가 아니라 '사태, 양지, 등심, 안심'으로 분할되거나, 돼지 '윌버'가 아닌 '목살, 베이컨, 보쌈용' 세분화된 상품으로만 인식되는 동물을 두고 아이들은 어떤 교감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은 제 스스로에게 품어야 합니다.

저는 10월 베트남 여행에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가벼운 충격도 받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는 동물이 신기했던 저는 호들갑까지 떨며 좋아했는데요. 고백하자면 저는 사람 외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해서(특히 비둘기), 가까이도 안 갑니다. 이번에는 사파리 투어 버스를 타고 얼룩말, 호랑이, 곰 등을 보았는데 사람에게서 느껴본 적 있는 위풍당당한 기품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동물원, 좁은 시멘트 공간에서 학대당하던 동물들과 달리 넓게 툭 트인 공간에서 움직이는 이들은 우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당당한 우아함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진짜 돼지, 소, 닭을 본 적 없다"는 꼬마가 아니라,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면서도 제대로 동물을 본 적 없는 제가 더 놀라운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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