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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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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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기를 10달간 아기집에 품는다는데, 박재규 카피라이터는 무려 10년간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네요. 2004년 시작된 이야기를 2014년 늦봄에 다시 깨워내고,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과 협업해서 2015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따뜻한 제목에 120개의 위로를 담아서. ‘산책길에서,’ ‘향기나는 사람,’ ‘외면의 끝에는,’ ‘비로소의 어른’이라는 시적인 제목의 챕터 아래 수수께끼같은 단어 120개가 나열됩니다. 모두 박재규 작가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 대한 따뜻한 충고를 담고 있지요.

 

 

 

 

 

도미노 / 착각 / 꿈Ⅰ / 이유Ⅰ / 지속 / 걸음 / 판단 / 산책Ⅰ / 빛Ⅰ / 집착Ⅰ / 평수 / 사랑 / 산책Ⅱ / 천대 / 비결 / 유턴 / 결별 / 건축물 / 천국 / 중력 / 산수 / 장점 / 순간 / 사람 / 발견 / 경계선 / 반경 / 단정Ⅰ / 색Ⅰ / 빛Ⅱ / 수단 / 소유 / 진실 / 몸값 / key / 아이러니 / 자연 / 갑질 / 가치 / 우선순위 / 직감 / 알람 / 탐욕 / 패션 / 약점 / 색Ⅱ / 도전 / 신중 / 차이 / 풍경부자 / 라인 / 악순환 / 퍼즐 / 업 / 익숙 / 길 / 향기 / 삼각형 / 미로 / 자존 / 대비 / 보답 / 모드 / 관문 / 다람쥐 / 시소 / 성장 / 데미지 / 감사 / 얼룩 / 태도 / 소진 / 욕구 / 약속 / 23.5° / 라벨 / 잔고 / 가족 / 욕 / 궁지 / 집착Ⅱ / 키핑 / 비상구 / 인연 / 상생 / 광 / 창조 / 프로 / 단정Ⅱ / 현실 / 행동Ⅰ / 꿈Ⅱ / 극복 / 집중 / 달걀 / 자아 / 발전 / 자격 / 직선 / 뉴스 / 분노 / 일희일비 / 커트 / 척 / 역사 / 행동Ⅱ / 이유Ⅱ / 독재 / 악플 / 속박 / 구분 / 자력 / 터닝포인트 / 해결 / 경청 / 지옥 / 기억 / 질주 / 취급주의 / 인연Ⅱ

 

 

 

책장을 빨리 넘기기엔 박재규, 조성민 작가에게 미안해지는 <위로의 그림책>, 음미할수록 새록새록 의미가 생겨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느림의 미학’은 이 아름다운 책을 관통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는

그 만의 맛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삼키는 음식에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박재규 작가의 문장을 무중력 상태로 걷는 우주인으로 표현(표지 일러스트레이션)해낸 조성민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두 작가의 협업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조성민 그림작가는 박재규 작가가 10년동안 <위로의 그림책>으로 가는 반석 다듬기부터, 생각의 탑 쌓기까지의 궤적을 지켜본 유일한 이랍니다. 그는 박재규 작가의 위로에서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맛을 음미해냈나봅니다. "느긋하고 희망적인 위로의 맛, 씁쓸하지만 제가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맛"이라고 에필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재규 작가가 때론 돌직구 던지듯 독자의 속내가 뜨끔하도록 우리 마음을 들춰주고, 동시에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써 달콤쌉싸름한 맛 내기, 참 어려운데 말이죠. 
 

 


 

OECD 국가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타이틀, 대다수 국민들 내려놓고 싶어할 것입니다. 왠지 이 문구가 큰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아기를 낳는다 (give birth to)"란 표현을 쓰고, 아기가 언제 세상에 태어날지 점 봐서 '받은 날짜'에 인의적으로 맞춰 낳기도 하지만, 기다려 주면 뱃 속의 아기는 스스로 나올 때를 알고 신호를 준다고 하네요. 결국 아기 스스로도 노력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대견한 우리들.

 

*

"당신은

 

당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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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은 참고서처럼 A-Z의 순서로 읽기보다는 마치 포춘쿠키(fortune cookie)의 글귀를 만나듯,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펴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우연하게 주어진 메시지가 인생의 큰 울림이 될지도 모르지요. 지금 방금 제가 편 페이지에는 “패션의 완성은 // 손에 책”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네요. 피식 웃습니다.

 

물론 박재규 작가의 인품이나 120개의 위로를 관통하는 인생철학을 탐색하며 읽는 재미도 좋겠지만요. 전 앞으로도 <위로의 그림책>을 가까이 두고, 포춘 쿠키 쪼개 먹듯 의외성의 메시지에 행복해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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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2015-04-1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말의 비밀 -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너 대화의 기술
이재연 지음 / 책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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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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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을 코 앞에 두고 백화점 앞을 오가는 행인들의 손마다 쇼핑백이 들려 있다. 우연히 누군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선물? 선물은 무슨.... 이렇게 네가 전화해주고 고마운 말 해준 게 선물이지?" 나도 모르게 통화 중인 노인의 표정을 살펴보게 된다. 진심으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역력하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새삼스레 머릿 속을 스쳐지나간다. 마침 가방 속에는 따끈한 신간, <말의 비밀>이 들어 있었다. <말의 비밀>은 '말의 신비한 힘'으로서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몸소 경험한 저자 이재연이 '너 대화'이론의 실제와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박사과정 수학 중 말의 힘을 배우고 실제 생활 경험을 통해 이를 확신하였다고 한다. 그 꺠달음에서 전하고자 현재 기업체 등에서 '너 대화법'을 주창하며 강연 다닌다. <말의 비밀>은 활자화된 이재연의 강의록이라고나 할까? 상황과 대상자가 다채로운 사례들이 마치 생동감 넘치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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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정의하는 '너 대화'는 거칠게 말하자면 '나 대화'법의 대립항에 위치한다. 화자인 '나'를 주어삼아 화자의 생각, 신념, 감정 등을 표현하며 화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나 대화'의 특징이라면, '너 대화'는 상대(청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너 대화는 다시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너 대화'와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너 대화'로 크게 나뉜다. 전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더라도 상대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후자의 경우 상대와의 긍정적 소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무조건 '나 대화'가 나쁘니 '너 대화' 일변도로 가야한다는 비현실적이고 융통성 없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나 대화'가 오히려 더 유용하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대화할 떄 상대뿐 아니라 스스로를 잘 살피고 관찰하는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과 의도를 들여다보는 훈련이 평소 잘 된 사람은 너 대화의 맥락에서도 상대를 잘 이해하고 이야기를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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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비밀> 중 9장 "너 대화 응용"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콜드 리딩(cold reading)"의 힘을 역설한다. 꼭 역술가가 아니더라도 콜드 리딩의 대화법을 잘 숙지하고 활용한다면, 상대와 라포(rapport)를 맺으며 신뢰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단다. 콜드 리딩은 마치 우리 말의 '아 다르고 어 다르다'의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대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단지 '날씬하시네요'라고 칭찬하는 대신, "날씬하신 거 보니 운동 좋아하시죠? 분명히 관리하는 몸인데."라고 미끼를 던짐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대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게 한다.  긍정적 칭찬의 말들을 '그리고'를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연결하는 것도 또 다른 콜드 리딩의 전략이다. 그 외에도 9장에는 '이중 구속(double bind)' 대화 프레임 등 구체적이고 유용한 대화의 팁이 많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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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의 비밀>의 최대 강점은 저자가 강조하는 '너 대화법'의 사례가 구체적이고 다양한 맥락에서 많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자는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직장 상사 혹은 직장 동료, 자녀와 부모, 이웃 사촌, 심지어는 온라인 쇼핑 고객상담실 직원 등 여러 대상과의 다양한 맥락에서의 대화를 가상 연습해보게 된다. 그 가상의 훈련을 통해, 독자는 보다 '말의 힘'에 힘입어, 내실있고 신뢰 깊은 인간관계를 이끌어갈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사실 <말의 비밀>은 기계적으로 말 자체의 전략적 사용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배려와 소통이라는 대화의 태도를 일깨워주는 인성개발서이기도 하다. 인성과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야, "말만 잘 할 수"는 있어도 "말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과 통하는 마법'은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말의 비밀이란 결국, 인성으로 통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진정 타인과 소통하려는 마음의 결, 그것이야말로 말의 비밀로 가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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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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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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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탐색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일생을 바친 숱한 아들레리안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가 프로이트니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기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컸던 학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살가운 관계를 중요시하는 육아서에, 아들러는 실패한 사례의 단골로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재 '둘째'로 태어난 아들러는, 엄마의 관심이 큰 형와 막내에게 쏠리는 데에 소외감과 반발심이 컸다고 한다.  훗날 아들러는 형제관계에서의 서열이라든지 양육과 학습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트라우마 이론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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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러는 어린 시절 동생을 디프테리아로 잃었고, 자기 스스로가 구루병을 앓고 지독한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도 보았기 때문에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 역시, 뇌경색을 앓았던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삶과 행복의 의미를 고민한다. 늘 자식들 다 키워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어머니께서 막상 그 나이에, 식물인간처럼 반신불구로 침대 위에서 생을 보내시게 되다니......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청년 기시미 이치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행복이 아니라, 내 안의 행복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평범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무섭게 빠져들었다. 나아가 유대인이자 아들레리안이었던 오펜하임이 나치의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듯 자신도 용감하게 아들레리안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평소 단지 소수의 현학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심리학을 역설했던 아들러의 가르침을 따라서, 기시미 이치로 역시 쉬운 언어로 아들러의 철학을 전한다. 게다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나 자신의 생애사를 가식없이 드러내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기에 독자에게 더 뜨겁게 와닿는 듯 하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은 1999년 일본에서 초판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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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시사하듯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은 학술지에나 실릴법한 어려운 이론소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대신 잠들기 전 밤에 명상하듯, 일기쓰듯 차근히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의 생을 반추하고 앞으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변화시켜볼지 생의지를 다지며 읽기 좋다. 동시에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주옥같은 지혜가 담긴 육아서로 기능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일본 내 아들러 심리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아들러의 육아철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육아는 상을 주어서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당근의 육아도, 부적절한 행동을 허용하는 방임의 육아도 아니다. 채찍의 육아도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온화하고 단호하게 아이를 대하라고 권한다 (p. 132)" 이러한 철학의 기저에는 수직적 인관관계를 부정하고 수평의 호혜적 관계를 지향하는 아들러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체벌이나 훈육 이상으로 칭찬 역시 수직적 인간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아들러는 수직적 인간관계의 폐해를 누차지적하면서 진정한 행복의 요건으로, 수평관계, 자기 수용, 타자 신뢰와 타자 공헌 등을 꼽는다. 수직적 인관관계가 잘 발달되어 있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한국사회와 일본 사회 저자들에게 특히나 와닿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이 한국의 대중에게도 조용히 그러나 파급력있게 아들러 심리학을 전파하는데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예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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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 - 좁은 집을 넓게 쓰는 인테리어 아이디어 54
카와카미 유키 지음 / 리스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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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

 

 

 



 
정리정돈에 취약한 내가 스승으로 삼기로 한, 카와카미 유키가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에서 독자에게 전했던 3단계 정리의 해법을 아직도 명심하고 있다. "1. 지저분한 곳을 정리한 다음 2. 장식한 후에 3. 점점 애정이 가는 우리집으로 완성" 이 바로 그것! 이 노련한 정리 컨설턴트는 여기에 공식을 추가했는데, 쉽고 명쾌하다. "모으고, 버리고, 제자리에!" 영어로는 GTF(gather, trash, return)에 해당한다. <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핵심 공식이다. 이 책의 저자 카와카미 유키는 디자인 교육연구소를 졸업하고 현재는 가구 디자인과 상품 기획자이자 인테리어 수납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디자인 컨설턴트로서의 시각에서 바라본 실용적인 정리법 덕분에 일본 안에서 호평받고 있다고 한다. 동감한다.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이나 후속작  <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 모두 일반인이 일상에서 실천하기 쉬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팁들로 가득하니까. 정리 수납 테크닉의 알맹이가 쏙쏙 머릿 속에 들어온다. "모으고, 버리고,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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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은 구체적인 타겟 독자층을 제시한다. 혼자 사는 미혼자, 부모님 집에서 사는 사람, 신혼 부부나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그것이다. 핵심은 '좁은 방, 좁은 집'을 넓게 쓰게 해주는 맞춤 수납법!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문가를 동원해하며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어려운 수납 과정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수납 스킬이 이 책의 장점이다. 앙증맞은 일러스트레이션만 봐도 감이 오게 구성했는데, 심지어는 6세 아이조차도 수납 스킬의 메세지를 꿰뚫고는 킬킬거리며 웃는다. 다름 아닌, 쇼파 위의 '쿠션 커버'활용하기! 요즘처럼 목도리며 장갑 등 방한 용품 많이 활용하는 시기, 쿠션 커버를 활용하여 눈속임 하기 기술이라니, 그 기발함과 응용력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쉽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소파 주위의 용품들을 쿠션 속으로 쑤셔넣어 감쪽같이 눈속임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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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카와카미 유키는 단순히 수납 스킬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생활패턴의 변화도 유도한다. 집안을 어질러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 자체를 끊어서, 스마트 수납이 깨끗하고 쾌적한 집 분위기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꺼낸다 ⇒쓴다⇒ 넣는다'의 3단계 중 대개, 마지막 단계 '넣기'에서 귀찮다거나의 이유로 대강하기 쉽상이다. 그러면 집안이 어질러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최고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성 들여 넣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라는 것이 저자의 강력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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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에는 '무조건 버리고 무소유의 홀가분함을 누려라'의 메세지가 아니라, 알뜰살뜰 현실적 충고를 던져준다. 즉 버리는 후련함을 즐기기보다, 잘 두었다가 잘 쓰는 기술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지 고민 없이 제깍제깍 사들였다가, '정리'라는 미명하게 과감하게 버려치우는 패스트 소비의 시대에 새겨들을 만한 조언이다. 이 책은 A_Z 순서로 읽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아도, 수납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한 눈에 시원하게 가르쳐준다. 간단해서 바로 적용가능하고, 효과도 바로 볼 수 있기에 신바람 나는 팁들이다. 나도 책을 읽다말고 바로, 작은 상자들에 나누어 담았던 자잘한 소품들을 큰 상자 하나에 모으는 간단한 시도를 해보았는데,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루에 한 꺼번에 다 바꾸려하지 않고 조금씩 매일,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수납의 스마트 순환'을 습관화하면 쾌적한 집에서 그 만큼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수납을 고민하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정리 컨설턴트 명함을 넘기는 대신, 이 책을 소개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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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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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 갖춘 교양인을 자부하며 '논어?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도 막상 그 제목 정도만 알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런 <논어>를 30여 년간 수십 번 읽고, 어떤 구절을 무려 수백 번을 암송했다는 신창호 교수 (고려대)가 <한글논어>를 펴냈다. 그가 "독해했던 <논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 (p.8)"로서, 논어를 한글로 번역해주었다. 아니 번역이란 단어는 야박하다. "술이부작 述而不作의 정신으로 한 현대적 재해석이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생산(p.9)"이다.

부록까지 총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한글논어>의 1부에서는 공자의 삶을 담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어>를 독해하기 전에 공자의 인간됨, 사유의 핵심 궤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창호 교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빌어 공자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1부를 읽다보니 세상에 인간의 도리, 상식을 전하고자 하는 대의에 비해 제대로 등용되지 못한 공자의 천하주유(天下周遊)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는 나무를 선택하여 서식할 수 있다. 나무가 어찌 새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했다는 공자의 말에서 생각이 짧은 독자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공자의 깊이를 엿보았다.

2부에서는 논어의 본격 독해를 시도한다. 논어는 사실 공자가 살아생전 혼자 저술한 책이 아니다. 신창호 교수는 논어를 집단 지성의 산물이자 일종의 지적 대화록이라고 말한다. 공자의 제자나 후대 학자들이 쓰다 보니 20편 각 편과 각 장이 통일성을 띠기보다는 개별적 경향을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논어의 1편, "학이"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다. "효도와 우애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사람답게 대하는 길을 실천하는 기초 윤리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이 인성과 덕성을 갖추었기에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세상에 인간의 도리를 설파할 수 있었다.

 

제2편 배움을 바탕으로 정치를 실천한다.’는 유교 논리를 담은「위정」, 마찬가지로 예악을 활용하여 정치를 잘하는 요건을 논한 「팔일」, ‘열린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다’라는 의미의 「리인」이 제 4편에 배치되었다. 공자의 제자를 위시한 인물평이 주를 이룬 제5편 「공야장」과 제6편「옹야」,공자가 지향하는 뜻과 행실에 관한 문장이 많은 제7편「술이」,제8편 성현의 덕을 기술한「태백」이나 공자의 덕행을 기술한「자한」, 10편「향당」에서 제20편 요왈 까지 20편이 2부에 실려 있다.

 

한자를 가급적 쓰지 않고, 한국적으로 사유하려 노력하며 해제했단 신창호 교수의 노력 덕분인지 <한글논어>는 형이상학적이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추상적이지 않고,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한마디로 이 시대 한국인들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고민했던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자의 말씀을 스승삼을 수 있다. 그래서 공자가 살아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개탄하였어도 사후 존중받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스승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아닐까? 공자는 3000여명에 이르렀다는 제자를 가르칠 때 - 네 가지, 글을 하는 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 최선을 다하는 충실함, 타자에 대한 믿음- 을 기본축으로 삼고,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말 것(64)"을 강조했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서 2014년의 제자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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