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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ㅣ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위로의 그림책
엄마가 아기를 10달간 아기집에 품는다는데, 박재규 카피라이터는 무려
10년간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네요. 2004년 시작된 이야기를 2014년 늦봄에 다시 깨워내고,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과 협업해서 2015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따뜻한 제목에 120개의 위로를 담아서. ‘산책길에서,’
‘향기나는 사람,’ ‘외면의 끝에는,’ ‘비로소의 어른’이라는 시적인 제목의 챕터 아래 수수께끼같은 단어 120개가 나열됩니다. 모두 박재규
작가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 대한 따뜻한 충고를 담고 있지요.
도미노 / 착각 / 꿈Ⅰ / 이유Ⅰ / 지속 / 걸음 / 판단 / 산책Ⅰ / 빛Ⅰ
/ 집착Ⅰ / 평수 / 사랑 / 산책Ⅱ / 천대 / 비결 / 유턴 / 결별 / 건축물 / 천국 / 중력 / 산수 / 장점 / 순간 / 사람 /
발견 / 경계선 / 반경 / 단정Ⅰ / 색Ⅰ / 빛Ⅱ / 수단 / 소유 / 진실 / 몸값 /
key / 아이러니 / 자연 / 갑질 / 가치 / 우선순위 / 직감 / 알람 / 탐욕 / 패션 / 약점 / 색Ⅱ / 도전 / 신중 / 차이 /
풍경부자 / 라인 / 악순환 / 퍼즐 / 업 / 익숙 / 길 / 향기 / 삼각형 / 미로 /
자존 / 대비 / 보답 / 모드 / 관문 / 다람쥐 / 시소 / 성장 / 데미지 / 감사 / 얼룩 / 태도 / 소진 / 욕구 / 약속 /
23.5° / 라벨 / 잔고 / 가족 / 욕 / 궁지 / 집착Ⅱ / 키핑 / 비상구 / 인연 / 상생 / 광 / 창조 / 프로 / 단정Ⅱ /
현실 / 행동Ⅰ / 꿈Ⅱ / 극복 / 집중 / 달걀 / 자아 / 발전 / 자격 /
직선 / 뉴스 / 분노 / 일희일비 / 커트 / 척 / 역사 / 행동Ⅱ / 이유Ⅱ / 독재 / 악플 / 속박 / 구분 / 자력 / 터닝포인트 /
해결 / 경청 / 지옥 / 기억 / 질주 / 취급주의 / 인연Ⅱ
책장을 빨리 넘기기엔 박재규, 조성민 작가에게 미안해지는 <위로의 그림책>, 음미할수록 새록새록 의미가 생겨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느림의 미학’은 이 아름다운 책을 관통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는
그 만의 맛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삼키는 음식에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박재규 작가의 문장을 무중력 상태로 걷는 우주인으로 표현(표지 일러스트레이션)해낸 조성민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두 작가의 협업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조성민 그림작가는 박재규 작가가 10년동안 <위로의 그림책>으로 가는 반석 다듬기부터, 생각의 탑 쌓기까지의 궤적을 지켜본 유일한 이랍니다. 그는 박재규 작가의 위로에서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맛을 음미해냈나봅니다. "느긋하고 희망적인 위로의 맛, 씁쓸하지만 제가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맛"이라고 에필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재규 작가가 때론 돌직구 던지듯 독자의 속내가 뜨끔하도록 우리 마음을 들춰주고, 동시에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써 달콤쌉싸름한 맛 내기, 참 어려운데 말이죠.
OECD 국가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타이틀, 대다수 국민들 내려놓고 싶어할 것입니다. 왠지 이 문구가 큰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아기를 낳는다 (give birth to)"란 표현을 쓰고, 아기가 언제 세상에 태어날지 점 봐서 '받은
날짜'에 인의적으로 맞춰 낳기도 하지만, 기다려 주면 뱃 속의 아기는 스스로 나올 때를 알고 신호를 준다고 하네요. 결국 아기 스스로도 노력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대견한 우리들.
*
"당신은
당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
<위로의 그림책>은 참고서처럼 A-Z의 순서로 읽기보다는 마치 포춘쿠키(fortune cookie)의 글귀를
만나듯,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펴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우연하게 주어진 메시지가 인생의 큰 울림이 될지도 모르지요. 지금 방금 제가
편 페이지에는 “패션의 완성은 // 손에 책”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네요. 피식 웃습니다.
물론 박재규 작가의 인품이나 120개의 위로를 관통하는 인생철학을 탐색하며 읽는 재미도 좋겠지만요. 전 앞으로도
<위로의 그림책>을 가까이 두고, 포춘 쿠키 쪼개 먹듯 의외성의 메시지에 행복해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