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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
고승우.윤초화 지음 / 라이프맵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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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
남자는 왜? 여자는 어때서?

 

  

 

작년 늦여름 리필 커피를 채워하며 한 자리에서 술술 읽었던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남자는 왜? 여자는 어째서?"라는 물음형의 부제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삶의 껄끄러움이 생겨서가 아니라 골치거리인 책 <젠더는 패러디다> 때문에.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옮겼던 조현준 교수가 최근에 펴낸 <젠더는 패러디다>를 쥐고 읽다보니 스스로의 난독증 증세가 의심스러워졌다. 아무래도 눈으로 맛보는 애피타이저처럼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으로 잠시 난독증을 치유하고 가야겠다싶어져서 고승우 박사의 책을 다시 집은 것이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언론사회학 을 세부전공하였으며, 최근에도 '미디어오늘'에 칼럼을 기고하고 저술활동에도 활발하다.  그가 어떤 이유인지,  한국수필가 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윤초화와 공동으로 여성과 남성에 관한 책을 내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저자 모두, 해당 주제에 정통한 학자가 아니면서도 권위있는 학술지에 실렸던 논문들을 주요 자료로 활용하였다. 그 결과 문체와 내용은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어필하도록 쉬운 수준이나, 영문 학술지 수십편 등을 수록한  참고문헌만 11쪽에 달하는 독특한 구조의 에세이가 태어났다. 본문에서 요약해서 소개하는 연구물이 궁금한 독자는 직접 해당 웹사이트나 논문을 찾아 더 자세히 공부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친절함이랄까?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은 크게 4장 구성을 취한다. 1장의 일반론에서는 남녀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2장의 일상생활편에서는 남녀에 관한 일상적인 이야기 , 아마도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둘 3장 연애와 결혼 편에서는 사랑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4장의 직장 생활과 정치 편에서는 남녀의 사회생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장마다 짤막한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나열하고 있기에 이 책은 맨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잡지처럼 원하는 페이지를 펴서 가볍게 읽기에도 무난하다.

아마도 출판사측의 배려이자 홍보전략이지 않을까 싶게 자극적인 의문문도 소제목에서 눈에 뜨인다. "쇼핑을 오래할 수 없는 남자의 속사정 (pp. 75-80)"이니, "장동건과 고소영의 경우가 전부는 아니다 (pp187-190)"등의 문구를 읽고 그냥 지나칠 이 몇이나 될까? 다시금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 고승우 박사가 세상의 절반, 나아가 남녀 모두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인류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실험 심리학, 뇌과학, 스포츠과학 등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연구 성과물을 소개하는 데 때로는 의아한 해석과 논리의 비약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박사는  "쇼핑을 오래할 수 없는 남자의 속사정"에서 남자들이 여자보다 쇼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원시시대의 사냥관행에서 찾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남자는 백화점에 가기 전에 어떤 물건을 살지 미리 정하고 그것을 구입하자마자 그곳을 빠져나온다. 이런 태도는 원시사회에서 남자아 사냥을 하면 사냥감을 즉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기 떄문이다. (p. 78)"라는 문장은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학계의 비웃음을 샀던 지점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전반적으로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은 남녀 성차에 대한 다양한 최신학문 성과들을 대중적인 문체로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읽을 수 있으나, 몇 가지 한계도 보인다. 저자들도 밝혔듯이 자료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쓴 것이며 실제 연구대상도 서구 사회를 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 결과물을 끌어 쓰면서 '남자는' '여자는'의 일반화되고 동질화시키는 주어를 쓰기란 무리가 있어보인다.

또한 물리적인 여건 때문이었으리라고 정황 짐작은 되나, 연구 자료 대다수는 1차 문헌을 직접 읽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2차적 소스, 즉 논문을 해석해 놓은 인터넷 기사나 글이 많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남녀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모든 남녀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는 절반 정도의 남녀에게만 해당한다. 즉 남자의 55%가 평균적인 남자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여자의 45%가 평균적인 여자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pp.253-4)"이라며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의 성별차이에 대한 담론은 어떻게 생산되고 그 차이를 강화 혹은 허무는 실천들은 실제 어떻게 되고 있는가? 아마도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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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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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Their Eyes Were Watching God

 

 

 
 
 
노벨상 수상작이라 하여 토니 모리슨의 <비러브드(원제: Beloved)>를 '본문보다는 해설에 더 기대어' 읽은지 딱 20년 만이다. 흑인 여성 문학작품을, 그 중에서도 선구자 조라 닐 허스턴의 대표작인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원제: Their Eyes Were Watching God)>으로 다시 접한지. 인종 차별이니 굴곡진 삶의 밭끝도 모르던 고등학생 때 놓쳤던 행간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쏴아 해진다. 진주를 감별한 능력이 없는 문외한이 이러할진대, 같은 흑인 여성 작가인 앨리스 워커는 오죽했겠는가. 그녀는 이 책을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소설책이 잠언집인양 줄을 그으며 읽기도 처음이다. 선구적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조라 닐 허스턴의 세계관이 주인공 재니의 할머니의 입을 또 재니의 입을 통해서 독자에게 말을 거는 듯 하다.
조라 닐 허스턴은 당대(할렘 르네상스) 활동하던 흑인 남성 작가들에게 '사랑 타령하는 탈정치적 작가'로 비난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를 읽다보면, 그녀야말로 '흑 VS 백' 이분법 차원에서의 억압에서 나아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여성간의 연대, 나아가 자유를 희구하는 건강한 영혼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싶다.
*
컬럼비아 대학 내 명문 여대 바너드 컬리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조디 닐 허스턴은 생애사 (life history)라는 인류학의 연구 방법론을 소설쓰기 기법에 녹여 낸듯 하다. 조디라는 여성의 생애사를 깊이 들여보면서,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에 억압 받고 또 그 안에서 자아를 키우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시적이면서 의미의 골이 깊은 풍요로운 문체로........ 
*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의 주인공인 재니는 여섯 살 무렵까지 자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할머니 (내니) 가 돌봐주는 백인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니 자신의 피부빛이 까만줄도 몰랐던 것이다. 풋사과같은 청춘에 남자와 키스 한 번 했더니 할머니는 "너는 이제 여자가 되었다. ......... 네가 당장 결혼하기를 바란다."(p.22)라며 양육의 책임감을 '그 어느 남자'에게 넘기시려고 했다. 자신이 "금이 간 접시(p.32)"이기에 더 이상 재니를 살뜰이 이 험한 세상에서 지켜주실 수 없다했다. 재니는 함께 살다 보면 사랑이 생기리라 스스로를 속이며 로건이라는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을 해도 사랑이 생기지 않음에 절망한 재니는 조 스탁스의 제안에 따라 도망쳐서 그의 부인이 된다. 야심만만하고 능력많은 흑인 조 스탁스는 스스로를 시장으로 삼고 가게도 운영하며 사람들을 움직여 도시를 부흥시켰다.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조는 제니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항상 두건으로 감싸고 다니라고 명령했을 만큼, 재니의 내적인 욕망과 자유로운 기질을 철저히 무시한 채 스스로 꿈꾼 신분사다리의 맨 꼭대기 층으로 한층한층 올라갔다. 조는 나이들어 껍데기의 권위를 남긴 채 죽어버렸고 재니는 미망인이 되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어느 날 가게를 찾아온 젊은 남자, 티 케이크와 사랑에 빠진 제니는 마을을 떠나 그와 살림을 꾸린다. 소박하고 자유롭게 살던 그들은 어느날 허리케인을 만났고, 광견병에 걸린 개로부터 제니를 구했던 티 케이크는 그만 광견병에 걸린다. 바이러스에게 뇌를 빼앗긴 그는 사랑했던 제니를 총으로 쏘려다 자기방어하는 제니의 총에 숨진다.  제니는 남편 살해죄로 법정에 섰지만 무죄 판결을 받고, 다시 이튼빌로 돌아온다. 작업복 차림으로........
독자는 제니가 친구인 피비에게 회상하며 들려주는 자서전적 형식의 이야기에서 단순히 흑인 여자라는 좁은 범주를 떠나 한 인간이 성숙해가고 자아를 단단히해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예를 들어, 제니는 두 번째 남편의 장례식에서 우아한 상복을 입었지만 이는 사람들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사랑했던 티 케이크가 죽자제니는 너무나 슬픈 나머지, 슬픔을 표현할 옷을 입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은 역사의 담지체로서의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인류학자로서의 조라 닐 허스턴의 인간관이 녹아 있다. 인류학의 강령이라할 상대주의적 시선에서 인간의 평등,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제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조라 닐 허스턴을 본다. 아동성추행의 오명을 쓰고 사회적 삶을 난도질당한 채 쓸쓸하게 죽어간 그녀는 그 깊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을 꿈꾸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간만에 목마름을 추겨주고,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작품이다.
 

 

본문의 대사 중

"질문을 하는 나이가 있고, 대답을 해주는 나이가 있다 (p.33),"

"같은 피부색을 지닌 사람이 너무 다르게 굴면 사람들은 놀라게 된다. 그것은 마치 누이가 악어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가았다. 친숙한 낯섦 (p.69),"

"사람들은 무력한 존재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은 가져야 한다 (p. 81),"

 "그녀는 이제 내면과 외면을 갖게 되었고, 그것들을 섞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불현듯 깨달았다....(중략)...그것은 사물의 외면에 대한 복종이었다 (p.103),"

"괴롭힐 게 여자들과 닭밖에 없으면 여러분은 너무나 쉽게 전능하신 하느님처럼 굴죠. (p. 107)"

 
 
 오프라 윈프리가 헐 배리 주연으로 제작한 동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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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읽는 르네상스의 거장들 일러스트로 읽는 시리즈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강신이 옮김 / 어젠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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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읽는
르네상스의 거장들

 

 

 

 

 

 
 
미국에서 사귄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친구가 카트리나(Katrina) 대 재앙 때 자기 엄마가 전화를 걸어서 "카트리나란 여자가 그렇게 못되었냐?"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 에피소드에 웃음을 터뜨리기엔 나 역시 숨기고픈 오십보 백보의 비밀이 있었으니.....그것은 바로 '르네상스.' 초등학교 때 어디서 '르네상스'란 말을 듣고 한동안 왕국의 이름인줄 알았더랬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르네상스니 르네상스의 예술거장들은 왠지 쉽게 다가가기에는 어렵고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반인들을 위해 기꺼이 펜과 붓을 꺼내든 재치만점의 작가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스기마타 미호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이태리아에서 유학했다.
작가는 16세기의 화가이자 문필가인 조르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의 <미술가 열전>을 인상깊게 읽었나보다. 르네상스기에 활약한 많은 예술가들의 일화가 떄론 믿기 어려우리만큼 사적이고 재미나게 소개된 이 책을 스기마타 미호코는 일반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바로 그녀의 최대 무기인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서.......<일러스트로 읽는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긴 호흡의 문장을 읽지 않고 일러스트레이션만 보아도 르네상스의 거장들에 대해 속속 알게되는 기발하고 대담한 방법을 취했다.
 
<일러스트로 읽는 르네상스의 거장들>에는 다음의 화가 11명을 각자의 예술사적 위상과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제목과 함께 소개한다.
지오토(Giotto)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화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대성당에 전례 없는 대형 쿠폴라를 만든 천재 건축가
 
도나텔로(Donatello)
리얼한 인간상에 근접한 조각의 혁신자

마사치오(Masaccio)
회화의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요절한 천재

파올로 우첼로(Paolo Uccello)
원근법을 유난히도 사랑했던 별난 화가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신에게 사랑받은 천사 같은 수도사

필리포 리피(Filippo Lippi)
사랑을 위해서라면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대미문의 수도사

보티첼리(Botticelli)
피렌체·르네상스의 대명사적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삼라만상을 속속들이 해석하려 한 만능의 천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신이 내린 고고한 천재 예술가

라파엘로 산치오(Raaello Sanzio)
신에게 사랑받은 요절한 천재 화가
 
 



 

 

 스기마타 미호코는 먼저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연대 그래프와 관계도 및 세부적 시기(프로토 르네상스, 초기 르네상스, 전성기 르네상스)의 특징을 그림으로 소개함으로써 르네상스에 대한 전반적 이해의 초석을 놓아준다. 이어서 개별 예술가를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는데, 어찌나 귀엽고 기발한지 한 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을 정도이다.

*

 

 

*

예를 들어, 세계사니 서양미술사 문외한일지라도 그 이름 정도는 모두 알고 있을 르네상스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소개하면서, '체포된 경험 있음,' '초비밀주의,' '사교에 뛰어남,' '미남, 미성,' '누구에게나 친절함' 등을 그의 특징으로 꼽았다. 아울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과 그 기법, 말이나 새를 너무나 좋아해서 생긴 에피소드, 걸작 <최후의 만찬>에 얽힌 일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양의 내장을 풍선처럼 불어서 친구들을 놀래켰다든지, 프랑스 왕의 환영식에서 가슴부분을 백합으로 채워넣은 사자상을 제작했다든지의 믿기 어려운 일화도 함께.
*
 


 

*

가쉽성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특히 열광할 예술가는 다름아닌 '필리포 리피!' 사랑을 위해서라면 신도 두려워하지 않은 수도자이자 화가였단다. 바사리는 필피포가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추문이 많았던 르네상스기의 스캔들 메이커'라고 한다. 심지어는 필리포의 최대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의 코시모 메디치는 필리포가 여자 꽁무니만 쫓아다니느라 일을 소홀히하자 작업장에 가두기까지 했다한다. 그럼에도 필리포는 성모상의 모델이었던 수녀와 사랑에 빠져서 사랑의 도피 행각까지 벌이고 심지어는 딸까지 낳았다고 한다. 스미마타 미호코는 감각적인 필리포의 일화를 신문 기사 형식으로 재치있게 독자에게  전한다.



 

일본 잡지를 볼 때마다, '어쩌면 작은 지면에 이리 많은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할까?'하며 그 편집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일러스트로 읽는 르네상스의 거장들> 역시 그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핸드백에 쏙 들어갈 수 있는 두께와 판형의 책인데, 왠만큼 두꺼운 미술사서적 못지않은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서양 미술사, 특히 르네상스기의 미술에 대해 짬짬히 배워가고픈 이들이 환영할 책이다.  전공서적처럼 정독하지 않고, 잡지처럼 일러스트레이션 위주의 속독을 하여도 르네상스의 거장 예술가에 대해 많이 알려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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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 - 누가 알아줄까 내마음?
김미경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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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
 

 

 
 
 
2013년 한 작은 모임에서 '비폭력 대화'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들었다.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비폭력 대화법 전도사로 전향한 강사는 온화한 얼굴빛을 닮아 말도 조곤조곤, 상대와 공감하는 눈빛도 따뜻했다. 폭력적 대화의 파괴성을 느끼게 해준 퍼포먼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참가자들이 빙 둘러 서서 학창시절 '오재미'라고 불렀던 '헝겊 주머니 공'를 서로 던지는 퍼포먼스. 한 번은 서로의 이름을 미리 불러 신호를 준 후에 던졌고, 또 한 번은 내키는대로 무방비 상태의 상대에게 주머니공을 던졌다. 눈치 챘는가?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일방적으로 던지는 공은 일상에서의 일방적 언어폭력과 닮아 있음을. 그 모임에서 꽤 많이 깨달았고, 이후 자연스레 '비폭력 대화'에 관심이 생겼다.
*
그다지 청소년과 마주할 기회가 없음에도,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를 탐독한 이유는 첫째, '비폭력 대화'의 구체적 스킬과 그 적용 사례를 알고 싶어서였다. 둘째 이유는 보다 개인적이다. 바로 저자의 이름이 친근했기 때문.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국어 선생님 존함이 김미경. 남자 중고등학교에서만 주로 근무해오셨기에 꽤나 말투도 걸걸하고 카리스마 넘치셨다. 이 책의 저자 김미경 교사 역시 거진 30년을 국어교사로서 헌신해왔고, 비폭력 대화 지도자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책 읽는 내내 마치 학창시절의 은사님께 직접 비폭력 대화 강의를 육성으로 듣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설사 동명 이인일지라도 독특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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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는 김미경 교사가 비폭력 대화, 감정 치유, 갈등 중재 교사로서 만난 청소년들의 사례 뿐 아니라 작가 스스로의 진솔한 내면을 담고 있어서 더 쉽게 다가온다. 각 챕터 역시 통상의 형식에 따르지 않고, "내 마음을 내가 봅니다," "내 마음을 알아줍니다," "느낌을 말합니다"등의 제목으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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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비폭력 대화가 유용하고 유익해도 현실과 괴리된 처방이라면 독자가 외면할 터.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는 공감가는 실사례가 많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15세 소녀가 '당연시하는 마음'에서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느꼈는지의 고백과 마트에서 자신의 분노를 엉뚱하게 판매원에게 돌리는 아주머니를 보고 '오래 묵은 화를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 17세 여학생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형의 언어폭력이건 물리적 폭력이건 퍼붓는 이들이 따끔하게 충고 삼아야 할 에피소드일 것이다.
*

 
 
 
 
청소년들에게 가장 밀접한 관계인 부모, 형제, 친구, 교사와의 관계에서 실제 적용해볼 수 있는 비폭력 대화법 예시문도 함께 실려 있다. 매 장이 끝날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고 적어보며 성찰해보는 페이지를 할애했다.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활용하기에 유용할 듯 하다.
* 


 그렇다면 비폭력 대화로 말하기, 상대 마음을 두드리는 말하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나 전달법'을 제안하며, 그대로  공감하며 들어주기를 제안합니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과 부드럽게 소통하려면 먼저 내 자신부터 살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고 들은 대로 말해보고, 내 호흡을 들여다보며 내 마음의 결을 가다듬어 본다. 스스로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한 후에야 진정한 공감과 소통이 가능하다.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누구라도 일상의 폭력적인 대화에 신물이 날 때 한두번은 생각해보는 탈출구일 것이다.


 
 


저자는 유난히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를 강조한다. 요즘 청소년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저돌미로 묘사되곤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가보다. 벙어리 냉가슴처럼 끙끙 앓거나, 스스로의 감정에 무디어서 스스로 성찰하고 표현하는 훈련이 안 된 친구들이 많기에 저자가 이런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닐까? 참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라는 것을 인용한 시 가 보여준다. 훗날 기회가 생긴다면 저자의 강연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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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 유니스, 사랑을 그리다
박은영 글.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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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UNICE STORY
 
 
 
 
 박은영 작가? 아이 덕분에 일년 365일의 수만큼 많이 보았을 그림책,  <기차 ㄱ, ㄴ, ㄷ>의 작가이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영국 브라이튼대학교(University of Brighto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이화여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기차 ㄱ, ㄴ, ㄷ>의 작가로 더 유명할 것이다. 나 역시 박은영을 이태리 볼로냐 국제도서전 수상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만 호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어른들을 위한 사랑의 그림책을 내었다. <사랑해>라는 단순하면서 강렬한 제목으로!
 
 
살짝 입을가리고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는 동안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1965년생. 우리나이로 올해 49세이다. 하지만 그녀가 어른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사랑해>는 '사랑 = 이 세상 전부, 내 존재 이유', '그= 내꺼 (본문에서는 'He's Mine'이라는 문구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의 등식이 성립하는 사랑지상주의의 10대와 20대의 감성으로 쓰여있다. 나이가 들어도 감성의 순도를 유지할 수 있음은 예술가 특유의 자질일까? 남들은 신파조 닳아빠진 불륜 드라마에 열광하거나 질펀한 세속의 수다에 쩌들 나이에 '떠나간 님을 위해 레몬즙을 듬뿍 짜 넣은 밀크티를 준비하겠다'거나, 그를 위해 선물하려던 화분을 그리운 마음으로 키운다. 아니, 박은영 작가가 직접 그 행위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감성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찬가를 대신 불러줄 수 있다. 작가의 순도 높은 감성에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사랑해>의 책장을 넘겼다.
 
 
 
작가는 이 책을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코앞에 와 있던 일 년 전"에 쓰기 시작하여 다시 "낙엽이 떨어질 무렵" 탈고하였다고 밝힌다. 작가는 "적막하 시간 속에서 정해지지 않은 대상"과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느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하였어도 여전히 사랑을 기다리는 책 속 '그녀'는 언젠가 읽었던 책 한 구절에서, 영화의 대사에서, 익명의 연인들의 그림자상으로 설정하며......즉, 이 책은 작가의 고백적 에세이가 아니라 픽션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해>를 읽다보면, 적어도 박은영 작가의 세계관에서 '사랑'이 절대적 비중으로 비집고 들어가 앉아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녀는 사랑으로 성숙하고 사랑으로 꿈꾸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때론 격정적이고 은밀하게 그녀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비어진 와인이 우리의 사랑을 관음처럼 지켜보고 (p. 56)" 침대시트는 뒹굴던 그대와 내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헝클어져 있다 (p. 59)" 하지만 피묻은 봄꽃같은 "사랑은 칼날 위에서 춤추듯이 위태로웠으며, 이별은 칼처럼 단호했다 (p.33)"


 

 


 

 
 <사랑해>의  여섯 장의 제목은 사랑에서 비롯된 환희와 슬픔, 허탈함과 그리움 그리고 성숙의 정서를 나타낸다. ‘그대가 떠났다’ ‘그대가 그립다’ ‘나는 너를 추억한다’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꿈꾼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하는 유니스는 사랑의 영원을 꿈꾸다가 사랑을 떠내보내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다시 사랑을 기다리며 성숙하는 여성이다. 현재 사랑에 빠져있거나, 혹은 사랑을 갈구하거나 혹은 사랑을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유니스와 동화될 수 있으리라.
 
 
박은영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 포근한 감성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레임을 준다. '또 어떤 예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사랑을 표현해줄까?'하는 설레임. 책 후반부에는 부록처럼 본문에 등장했던 그림들을 한 곳에 모아주었다. 이 삽화들을 추려 2014년도 달력을 제작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여러부 사고 싶어질만큼 아름답다. 발렌타인 데이에도 한 번 녹이면 없어지고 말 초콜릿 말고 영원히 남을 <사랑해>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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