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 경제학 - 알면서도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지영 옮김, 김웅철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꿀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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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지를 읽다보면, 정보를 콤팩트하게 꾹꾹 눌러 담으면서도 부담 없게 전달하는 특유의 편집력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꿀잼 경제학> 역시, '경제학'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포함한 제목의 책이지만 잡지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1인 저자가 아닌, 포포 포로덕션(Pawpaw poroduction)이라는 일본의 기획 제작 사무실에서 태어났다.  색채심리와 인지심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활용한 상품개발이나 기업 컨설팅을 하는 단체로 추정한다. 

*

제목 그대로 '꿀잼'을 추구하는 <꿀잼 경제학>은 전반적으로 행동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이론, 이론의 실제 응용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경제학이 수에 능한 완벽주의자들의 학문이라는 편견이 있던 독자라면 <꿀잼 경제학>을 읽다 보면 숨통이 좀 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행동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이지도,' '합목적적으로만' 움직이는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기본 전제에 반기를 들고 논의를 진행한다. '행동경제학'에서의 인간들은 최소지출의 최대효용을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아니라 편견과 감정에 휘둘린 선택을 종종 하는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행동경제학을 쉽게 대중에게 소개한 많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꿀잼 경제학>은 특히나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상(주로 일본 사회의 맥락)의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각 이야기마다 짧은 만화로 정리를 한 번씩 더 간명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꿀잼 경제학>의 Part 1에서는 ‘행동경제학이란 무엇인가’를 전반적으로 설명한 후,'신기한 경제 심리'라는 소제목의 Part 2에서는 경제활동 이면에 작동하는 심리에 집중한. 이런저런 학문 자료와 실사례를 얽어 소개하니 설득력도 있고 재미도 있다.  Part 3에서는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와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심리적 기재를 집중 파고 든다. Part 4에서는 경제활동의 기본 원리인 ‘비교’와 ‘모방’을 키워드로, 사람들이 왜 자꾸 비교하고 모방하려는지 그 메카니즘을 추적한다. Part 5에서는 투자와 도박의 행동 경제학을, Part 6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실 응용법을 소개한다. 비지니스를 하거나 취업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할 마지막 챕터에서는 프레젠테이션 비법이나 첫인상에서의 호감도 높이기, 효과적인 협상법, 판매 실적을 높이는 판매전략 등 행동경제학을 전략적으로 응용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

'19,800원이 주는 매력,' '가격이 빨간색으로 써 있으면 무심결에 구입한다,' '홈쇼핑으로 물건을 팔 때는 다섯 가지 색으로! ' '선택지가 많으면 구매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비싼 메뉴를 팔고 싶다면 ‘더 비싼’ 메뉴를 넣어라' '비싼 것부터 팔아라!  등 판매자를 혹하게 할 정도로 재미난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 비단 경제 분야에서뿐일까? 통계의 기술에 속고, 숫자에 기만당하며 스스로는 '합리적 선택자'라고 믿는 유권자들도 많을텐데....모르면 코 베어질지도........읽고,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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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Biography Magazine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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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이 생소하다는 이조차도 그 이름, 세 글자와 자주 마주친다. 최. 재. 천.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 (원제: Catching fire : how cooking made us human> 서문이나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 추천사에서 각종 대중 강연과 심지어는 <이 사슴은 내 거야> 등 어린이 그림책의 해설에서까지 그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최재천 교수가 비범한 팔방미인임은 익히 짐작했지만, 『 biography magazine Issue. 5』를 읽고 나니 그 다재다능함에 질투가 날 정도이다. 4형제의 맏이로 태어나 어린 시절 또래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마음껏 뛰놀았다. 책을 좋아해서 커서도 스스로 '책벌(閥)'이라고 자칭하는 그는 중학생 때는 시인을 꿈꾸며 문예반 활동을 하고, 고등학생 때에는 미술반을 하며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군인이신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의예과를 목표로 재수하면서, 당구장과 볼링장을 드나들고 DJing을 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1지망인 의예과가 아닌 2지망인 동물학과에 붙었지만 말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동물학'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독문학?'이라고 되묻는 이들에게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았을 정도로 최재천은 자신의 전공학문에 대한 애정도 자부심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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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3학년 말 평점이 2. 0 (4.3 만점)이 안 될 정도로 학업과 담을 쌓았던 그였지만 4학년 때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는 열심히 공부한다. 1979년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을 지도교수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남들 다 개미 연구를 할 때, 민벌레 연구를 주로 했다. 초등학교 문예반 시절부터 갈고 닦은 아름다운 문장력은 영문에서도 인정받아, 미국에 남을 수도 있었으나 서울대에서 교수 제의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들과의 저녁 시간을 소중히 하는 부성으로 저녁 술자리를 마다하고 저녁은 집에서 아들과 함께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출세 못 한다"는 선배 교수의 따끔한 지적에 "이 땅에서 서울대 교수됐으면 출세 다 한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더라는 일화는 최재천 교수의 성품을 보여준다. 그는 집에 와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자신만의 시간'에 많은 논문을 쓰고 강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성적 맞춰서 들어온 서울대생'에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가 되기까지> (<<서울대저널>>. 2015. 3)이란 기사 제목이 시사하듯, 최재천은 평점 2.0 미만의 평점의 학생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한국을 대표하는 진화생물학자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 반 전'의 성공스토리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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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신개념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덕분이다. 1호 이어령을 시작으로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 그리고 5호 최재천에 이르기까지 바이오그래피는 결월로 인물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장 이연대가 직접 심층 인터뷰를 하여 인물에 대한 밀도 높고 체온 느껴지는 기사를 중심으로 세련되고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진 잡지이다. 여느 인물전과는 달리 잡지 형식을 빌려, 사진 등 인포그래픽의 비중을 높인 점도 마음에 든다. 유익하고 심도 있는데, 재미까지 있다. 편집진의 노고가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양장본 잡지이다.

이번 5호 덕분에 평소 관심이 컸던 최재천 교수의 삶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덤으로 진화생물학의 기본적인 개념 정도도 익혔다. 다음 6호에 소개될 인물이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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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컨설팅 - 대한민국 창업자를 위한
이준혁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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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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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에 종사할 만큼의 부지런함이나 치밀함이 없는지라외식업 창업하거나 컨설팅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창업자를 위한 외식업 컨설팅>을 집어 든 이유는 외식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외식 장소 선택할 때 어떤 항목을 눈여겨봐야 할지 깐깐한 소비자의 눈으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준혁이 쓴 <외식업 컨설팅> 을 다 읽어보니 이 책이, 위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한다는 결론. 관광경영학을 공부하고, 하야트호텔 웨이터를 시작으로 30여 년간 호텔, 외식 사업 분야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현재 상지대학교에서 외식경영론과 외식창업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30여 년간 오직 외식업 한길만 달리며 외식업 성공을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저자가 하는 말은 충격적이게도, "식당 창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5)니……. 저자의 솔직함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저자는 말한다. 외식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으며, 창업 후 3년 내 폐점하는 식당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는다고. 그래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창업을 고려 중이거나 현재 외식업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대박 비결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폐업의 리스트를 줄일 수 있나'에 초점을 두었다니, '외식업 = 잘하면 대박'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든 독자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당혹감은 저자의 진정성 덕분에 곧 사라졌다. 행간에서, 외식업 종사(혹은 예비 종사자)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과 외식업 종사자가 지닌 자부심과 사명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총 7 챕터로 구성된 <외식업 컨설팅>은 먼저 업종 선정 및 입지 선정 등 창업준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여 운영 콘셉트에 맞는 인테리어, 마케팅, 종업원 관리, 상품 관리 등 현장에서 유용할 실용적인 충고를 전한다. 실제 저자가 현재 샤브샤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희망창업연구소'라는 사설기관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외식업 컨설팅도 하고 대학 강의도 하는 만큼, 구체적 사례 중심의 정보가 실려서 독자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실전 컨설팅은, 저자가 실제 컨설팅해준 업체의 약점과 강점, 보완점들을 낱낱이 파악해주기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동종업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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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스스로 이 책을 깊숙이 이해했는지 자문을 던지려면, 저자가 제시하는 '이익에 관한 2개의 공식'의 차이점을 아는지 확인하면 된다. 매출 - 비용= 이익이라는 공식과 이익= 매출 -비용이라는 공식은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기저의 마인드가 다르게 작동한다. 그 차이점이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힌트를 주자면, 저자는 후자의 공식을 선호한다.

 

 

저자가 <외식 컨설팅>을 통해 진정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외식업이 쉽게 망하니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선배로서의 충고도 있겠지만, "지피지기 백전불태이니 철저히, 치밀하게 준비하고 창업하면 성공의 문이 보인다"란 희망적 메세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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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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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의 시선 누가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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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과 '성문 영문법'을 손 때로 절여 놓던 시절, 정치에 관심 없던 수험생의 귀에 유난히 '박영선'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당시 방송인이었던 박영선 앵커를 좋아하셨다. 그 솔직함, 그 야무진 언변, 그 지성미 등 여러 이유에서……. 박영선 의원이 최근에 낸 에세이 <누가 지도자인가>를 읽고보니, 박의원의 매력과 능력을 묘사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단어를 동원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 책 속 자료로 제시된 사진 속 박의원의 이마와 얼굴 옆선은 놀랄만큼 단정하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었다. 뚝심과 소신을 갖추었으면서도 부러지기 보다는 유연하게 뜻을 펴는(적어도 내가 <누가 지도자인가>만을 읽고 파악한 박의원은) 그녀의 정치성향을 얼굴선이 담아낸 듯 보였다. 어쩌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정부에 실망하고, 저출산·고령화에 경제위기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더욱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절실한 이 시기에 '리더쉽'을 탐색하는 에세이를 펴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영민함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고.......<누가 지도자인가>를 읽다보면, 한국의 노무현, MB, 박근혜 대통령부터 넬슨 만델라와 시진핑 주석까지 14명의 지도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박선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에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어떠한지, 정계에서 어떤 신념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고 정치인으로서 원숙미와 지혜를 더해가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화자찬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 솔깃하게 들린다. 혼탁한 시대에 이런 시선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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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솔직하면서도 신중한 성격만큼이나 서문에서도 이 책의 집필계기뿐 아니라 '시점'의 강점과 한계를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대해 나 자신부터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5쪽)"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7쪽)" 애썼으나, "주관적 토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의 감각으로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닌 것들" 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적었다.

 

사실 정계입문 전 20년간 기자와 방송인으로 활약해온 박영선 의원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14인의 인터뷰를 실은 순서와 수록된 사진만 보아도 박영선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팔굽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록된 사진 중, 환하고 자연스러운 박의원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사진과 냉랭한 표정의 사진은 둔한 독자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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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은 대선후보 토론회가 있던 2007년 12월 6일, 자신을 못 본 척 하는 BBK MB에게 "저를 똑바로 못 보시겠지요?"라고 얘기했다한다. 더 가관은 이명박 후보가 "저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 말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돈다고 한다. 박영선 의원을 소위 '생까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는 박의원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박의원은 "기꺼이 악수를 받아 주었다 (214쪽)"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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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표정만큼이나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글에는 냉기가 서려있는데 반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이 다르다. 정치인으로서의 화장(make-up)을 불편해했고, 파자마와 안경 쓴 모습을 애써 국민에게 감추려하지 않았던 소탈함을 잘 잡아내서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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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저자로서의 박영선 의원의 촉이 살아 있는 장은 노무현,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에 관한 장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같은 여성 정치인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가로서의 교집합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갖게되는 양날개의 의견을 다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를 맞아 진행한 박근혜 이사장(1994년 당시)과의 인터뷰에서 하얀 원피스나 신비감을 주는 비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선택이 치밀한 정치적 무대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특유의 '진지전(Position Warfare)'나 '수첩공주'라는 별명의 유래 및 '박근혜식 사람쓰기,' '동물의 왕국' 시청 이유, '3시간 반의 협상을 3문장으로 버티는 대단한 일관성'을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첫 여성원내대표로서 첫 여성대통령에게 소망스러운 문구를 남기며 글을 맺는다. "영원한 여성다움이 우리를 이끈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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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정동영 의원에 대한서는 박선영 의원의 남편을 소개해준 사람이자, MBC선배이자, 자신을 정계로 이끈 정치선배로서 깍듯이 예우하며 글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할 때 세웠던 날이 선 저널리즘의 문장이 정동영 의원을 묘사할 때는 부드러워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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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밀도 높은 분석을 보여서 흥미로웠다. '사람이 먼저 (Putting People First)'를 정치적 화두로 내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문재인을 압축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10여년 정치인생에서  대의를 위해 때로는 시류를 거스를 수 없었던 저자의 경험과 중첩시키며, 박의영선은 문재인 의원에게 공감을 보인다. 정계입문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문재인의 행보를 '운명의 힘,'이나 '운명의 바위' 등의 문구로 묘사한다거나, 정계에서 '내 자리가 아닌' 듯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문지방 상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다. 가장 인상깊은 한 문장은 문재인이 "현실정치라는 탁한 물에서 다시 연꽃으로" 피어 오르고자 할 때 "문제는 그 연꽃을 받쳐주며 탁한 물을 덮어줄 연잎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누가 문재인의 연잎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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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당대표나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시선은 한 마디로 '따뜻함'이라 해야할까?  '저녁이 있는 삶'에서 '곰팡이론,'  백련사 부근 개울가에서 손빨래하는 손 대표 부인의 묘사에까지 그 따뜻함이 살아 있다. 박영선은 정치에 대한 욕심을 곰팡이라며 애써 닦아내는 손 대표에게 세상이 자꾸 손짓을 한다며, 백련사 주지 스님의 말도 인용한다. "2년을 채우지 않으려면 (백련사에)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께서 왔으니 1년으로 줄여야겠네요."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초선의원으로서 국회와 정당에서 "많은 것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박영선 의원의 시선은 다음의 한 줄로 가장 잘 압축될 것 같다. "배운다는 말은 훌륭함을 본받다는 뜻이지만, 종종 악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을 체득하는 것이기도 하다.(189쪽)" 현실정치를 '탁한 물'이나 '악한 것'에 비유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왜 정치인 10년차 박영선 의원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박영선 의원이 그 탁한 물을 정화시킬 힘을 보여주고 계속 키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선 의원이 14인의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듯 독자로서 박영선 의원에게도 기대를 지워주고 싶다.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189쪽의 '많을 것'은 '많은 것'의 오기입니다.

35쪽의 '고수기'역시 2판 인쇄에서는 '고수이기'로 수정해야하지 않을까요?*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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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치킨 Spring Chicken -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빌 기퍼드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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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CHICKEN 스프링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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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기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가슴을 한 중년의 남성이 뱃살을 드러내놓은 채 신문을 펼쳐 들고 있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새파란 표지에 그려진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는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원제는 Spring Chicken: Stay Young Forever (Or Die Trying)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통통 튀는 표지야말로 책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잘 드러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예비 독자의 오해부터 풀고 시작하자. 부제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 "빌 기퍼드(Bill Gifford)"는 똥배는 살짝 나왔을지언정, 상당히 젊어 보이는 외모의 중년 남성이다. 노화라는 천천히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 필사적으로 탈출 구명정을 찾을만큼 늙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프링 치킨>의 여기저지 문구에서 내가 찾은 단서에 따르면, 그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부모님을 둔 효자이며 46세의 독신남이다. 당연히 아내도 자식도 없다. 그래도 '벌거숭이두더지귀'의 사진을 SNS로 전송하며 '송곳니 달린 **스 같다'라는 농담을 주고 받을 여자친구가 있다. "건강하게 80세까지 살고 싶으면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고 싶다면, 그에 알맞은 유전자를 타고날 필요가 있다"(125쪽)는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오스태드의 주장을 인용한 저자는 운 좋게도 장수유전자를 둔 친지를 가진듯 하다. 실제 특출한 운동 선수 및 최첨단 건강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인만큼 그 자신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심지어는 '볼티모어 노화 종적 연구(BLSA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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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치킨>을 두 가지 면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는 노화(aging)를 둘러싼 최신 연구 및 속설을 재미나게 버무린 그의 작업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다른 하나는 그가 구사하는 저널리즘 글쓰기가 흥미로웠다. 빌 기퍼드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병체결합'실험(늙은 동물과 젊은 동물의 몸통을 반씩 짝지어 이어붙이는 실험)이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고환액'을 젊음의 묘약이라며 스스로 주사한 브라운 세카르의 사례 등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기저기 얽어놓았기에 노화의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스프링 치킨>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더군다나, '절식, 혹은 소식하면 오래 살까?' '젊은 피를 수혈하면 오래 살까?' '운동하면 오래 살까?' '무엇이 노화의 근본 원인일까?' '사람의 평균 수명은 얼마만큼 연장될 수 있을까?' 등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궁금해보았을 질문들을 과학자와 관련 인사들의 인터뷰를 섞어 풀어낸다.   

베테랑 기자인만큼 유머감각 또한 날이 서 있다. 굉장히 건강하신 자신의 부친을 두고 "아버지는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손주들에게 유산 한 푼 안 남기고 가진 돈을 다 쓰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116쪽)"이라든지, "IL_6 수치가 높을수록 이승 호텔에서 체크하는 시간도 빨라진다(190쪽)" 등의 문장에서 그의 기질과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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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독자일지라도 짐작은 하겠지만, 저자 빌 기퍼드가 제 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노화 관련 논문들을 섭렵했다할지라도 '노화의 비밀'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단지 노화를 둘러싼 다양한 최신의 연구 성과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 독자 스스로가 장차 노인병 묵시록의 네 기수라는 '심장병, 암, 당뇨, 알츠하이머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노년층이 될 것이며, 미래에도 '수명연장'을 위한 인류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나 역시 <스프링 키친>에서 노화를 늦추거나 치료하는 해법을 구하려고 애초에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확장시켜 나가고,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엮어내는지 그 방식을 공부해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타임푸어>의 브리짓 슐트에 굳이 비교하자면, 빌 기퍼드는 좀 더 일원적인 의미에서 노화를 탐색했다고 할까? 노화의 경험과 노화의 과학에 대한 관점이 인종이나 계층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텐데, 백인 중산층 지식인으로 보이는 저자는 일정부분 자신이 속한 세계의 렌즈에서 노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렴, 어쩌리. <스프링 치킨>은 참신하고 재미난 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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