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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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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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탐색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일생을 바친 숱한 아들레리안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가 프로이트니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기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컸던 학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살가운 관계를 중요시하는 육아서에, 아들러는 실패한 사례의 단골로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재 '둘째'로 태어난 아들러는, 엄마의 관심이 큰 형와 막내에게 쏠리는 데에 소외감과 반발심이 컸다고 한다.  훗날 아들러는 형제관계에서의 서열이라든지 양육과 학습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트라우마 이론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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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러는 어린 시절 동생을 디프테리아로 잃었고, 자기 스스로가 구루병을 앓고 지독한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도 보았기 때문에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 역시, 뇌경색을 앓았던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삶과 행복의 의미를 고민한다. 늘 자식들 다 키워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어머니께서 막상 그 나이에, 식물인간처럼 반신불구로 침대 위에서 생을 보내시게 되다니......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청년 기시미 이치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행복이 아니라, 내 안의 행복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평범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무섭게 빠져들었다. 나아가 유대인이자 아들레리안이었던 오펜하임이 나치의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듯 자신도 용감하게 아들레리안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평소 단지 소수의 현학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심리학을 역설했던 아들러의 가르침을 따라서, 기시미 이치로 역시 쉬운 언어로 아들러의 철학을 전한다. 게다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나 자신의 생애사를 가식없이 드러내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기에 독자에게 더 뜨겁게 와닿는 듯 하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은 1999년 일본에서 초판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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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시사하듯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은 학술지에나 실릴법한 어려운 이론소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대신 잠들기 전 밤에 명상하듯, 일기쓰듯 차근히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의 생을 반추하고 앞으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변화시켜볼지 생의지를 다지며 읽기 좋다. 동시에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주옥같은 지혜가 담긴 육아서로 기능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일본 내 아들러 심리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아들러의 육아철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육아는 상을 주어서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당근의 육아도, 부적절한 행동을 허용하는 방임의 육아도 아니다. 채찍의 육아도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온화하고 단호하게 아이를 대하라고 권한다 (p. 132)" 이러한 철학의 기저에는 수직적 인관관계를 부정하고 수평의 호혜적 관계를 지향하는 아들러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체벌이나 훈육 이상으로 칭찬 역시 수직적 인간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아들러는 수직적 인간관계의 폐해를 누차지적하면서 진정한 행복의 요건으로, 수평관계, 자기 수용, 타자 신뢰와 타자 공헌 등을 꼽는다. 수직적 인관관계가 잘 발달되어 있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한국사회와 일본 사회 저자들에게 특히나 와닿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이 한국의 대중에게도 조용히 그러나 파급력있게 아들러 심리학을 전파하는데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예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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