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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ㅣ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평점 :
대학 졸업장 갖춘 교양인을 자부하며 '논어?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도 막상 그 제목 정도만 알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런 <논어>를 30여 년간 수십 번 읽고, 어떤
구절을 무려 수백 번을 암송했다는 신창호 교수 (고려대)가 <한글논어>를 펴냈다. 그가 "독해했던 <논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 (p.8)"로서, 논어를 한글로 번역해주었다. 아니 번역이란 단어는 야박하다. "술이부작
述而不作의 정신으로 한 현대적 재해석이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생산(p.9)"이다.
부록까지 총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한글논어>의 1부에서는 공자의 삶을 담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어>를 독해하기 전에 공자의 인간됨, 사유의 핵심 궤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창호 교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빌어 공자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1부를 읽다보니 세상에 인간의 도리, 상식을 전하고자 하는 대의에 비해 제대로 등용되지 못한 공자의
천하주유(天下周遊)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는 나무를 선택하여 서식할 수 있다. 나무가 어찌 새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했다는 공자의
말에서 생각이 짧은 독자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공자의 깊이를 엿보았다.
2부에서는 논어의
본격 독해를 시도한다. 논어는 사실 공자가 살아생전 혼자 저술한 책이 아니다. 신창호 교수는 논어를 집단 지성의 산물이자
일종의 지적 대화록이라고 말한다. 공자의 제자나 후대 학자들이 쓰다 보니 20편 각 편과 각 장이
통일성을 띠기보다는 개별적 경향을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논어의 1편, "학이"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다. "효도와 우애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사람답게 대하는 길을 실천하는 기초 윤리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이 인성과 덕성을 갖추었기에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세상에 인간의 도리를 설파할 수 있었다.
제2편 배움을 바탕으로 정치를
실천한다.’는 유교 논리를 담은「위정」,
마찬가지로 예악을 활용하여 정치를 잘하는 요건을 논한 「팔일」, ‘열린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다’라는 의미의 「리인」이 제 4편에 배치되었다.
공자의 제자를 위시한 인물평이 주를 이룬 제5편 「공야장」과
제6편「옹야」,공자가 지향하는 뜻과
행실에 관한 문장이 많은 제7편「술이」,제8편 성현의 덕을
기술한「태백」이나 공자의 덕행을 기술한「자한」,
10편「향당」에서 제20편 요왈 까지
20편이 2부에 실려 있다.
한자를 가급적 쓰지 않고,
한국적으로 사유하려 노력하며 해제했단 신창호 교수의 노력 덕분인지 <한글논어>는 형이상학적이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추상적이지 않고,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한마디로 이 시대 한국인들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고민했던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자의 말씀을 스승삼을 수
있다. 그래서 공자가 살아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개탄하였어도 사후 존중받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스승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아닐까? 공자는 3000여명에
이르렀다는 제자를 가르칠 때 - 네 가지, 글을 하는 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 최선을 다하는 충실함, 타자에 대한 믿음- 을 기본축으로
삼고,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말 것(64)"을 강조했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서 2014년의 제자들에게도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