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공부법 - 천년 지성 최고 명문대학의 공부 노하우
오카다 아키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천년 지성 최고 명문대학의 노하우

옥스퍼드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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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지성의 보고에서 취업 예비군 양산지로 바뀌어가는 현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가보다. 도쿄 외국어대 교수인 오카다 아키토는, 일본의 대학이 '레져 랜드(leisure land)'라고 경멸 받고, 학생들 역시 '놀아도 졸업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져서는 미래형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조바심을 낸다. 그는 학자이자 선생님으로서의 사명감에서 '절멸 위기'에 놓인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자 책을 집필한다. 학생이나 교사뿐 아니라, 회사원이나 인재육성에 관심 있는 이들을 주 타겟으로 쓴 책이 바로 <옥스퍼드 공부법>, 부제는 '천년 지성 최고 명문대학의 노하우'이다.

*

 작문법, 사고법, 자기 관리 등 뼛속까지 '옥슨(OXON: 옥스퍼드 대학)'인임을 보여주는 오카다 아키토는 서문에서 젠틀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젠틀맨이란 뒤집어 보면 '높은 자부심과 지적 무장,' '과묵한 위엄' 등 인간 관계에서 상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 스킬과 분위기가 몸에 밴 사람(5쪽)"이다. 그런 스킬과 분위기는 당연히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젠틀맨'의 아우라를 욕심낼 필요는 없겠지만, 이는 흉내낸다고도, 코칭 받는다고 생겨나지도 아니다. 그가 교류하고 소통하는 지인들, 속한 집단의 분위기에 시나브로 젖어들어, 이것이 아우라처럼 발산되는 것이기에. 다시말해 옥스퍼드 대학 출신에게서 젠틀맨의 아우라를 본다면, 이는 '세계 최고, 천년의 지성' 옥스퍼드 대학 특유의 학풍과 집단적 정서가 발현된 것이리라. 오카타 아키토의 <옥스퍼드 공부법>을 읽다보면 저자에게서 그 자부심 높고 고매한 '젠틀맨'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

 일본인 최초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유학생활하며 배운 성공하는 공부습관 및 생활 자세를 42가지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저그런 단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들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일본인 특유의 사고법, 토론법, 작문법을 옥스퍼드 대학에서의 지적 수련기에 상당 부분 수정해나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대학 교육까지 받은 그는 옥스퍼드의 지도교수에게서 "일본 학생이 쓴 문장은 논점이나 논술의 방식이 명료하지 않아서 무엇을 전하는지 알 수 없다"(41쪽)거나, "일본인 학생을 성실하긴 하지만, 창의적이지 않다"는 평가의 진의를 파악하고 부단히 노력하여 옥스퍼드 학풍을 체화했다. "일본의 지식 흡수형 시스템(25쪽)"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였던 상식을 의심하고 뒤집어 질문했으며, '패러그래프 라이팅'과 '토론'으로 생각을 조리있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했다. 오카다 아키토는 스스로가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끝에 얻은 비결을 독자에게 마치 지도교수가 부드럽게 지도하듯 알려준다. 


 
독자는 오카다 아키토 교수의 코칭으로 옥스퍼드 공부법을 엿보는 동시에, 옥슨의 정신을 체화한 오카다 아키토 교수의 사고법, 생활 관리법과 학문의 자세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가 있다. 그의 글로만 추측하건데, 그는 성취동기가 무척이나 높고 자기 규율에 엄격한 외유내강형의 학자일 것이다. 화가 났을 때는 상대에게 자신의 눈빛을 읽히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나는 화가 났다'를 외친다거나, 신발 굽이 짝짝으로 닳아 있으면 척추교정사를 찾아가 시술을 받는다거나, 아침마다 2-30분씩 청색 펜(옥슨인들은 파란색이 창의력을 돋운다고 생각해서 파란색 필기구를 쓴다고 한다!)으로 메모하며 신문 읽는 습관을 수십년째 유지해왔다든지 등의 작은 예만 들어도 저자의 엘리트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음에 와 닿았던 여러 문단 중 다음을 <옥스퍼드 공부법>에서 인용하며 리뷰를 맺고자 한다.

"뉴욕에 유학했을 무렵에는 아직 젊어서, 맨해튼의 까페에 앉아 장래의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각 연령별 도달 목표를 노트에 적고 그 부분을 떼어 방 벽에 붙이기도 했다. 때론 그것을 소리 내어 읽으며 스스로를 고무시켰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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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사로 잡는 0.3초 SNAP
패티 우드 지음, 김고명 옮김 / 북앳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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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아는지라, 평소에도 관련 도서나 영상물을 자주 탐색한다.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원제: SNAP)을 읽는데 '아하!' 싶었다. 관련 영상물에서 종종 등장했던 금발 머리의 강사가 바로 이 책의 저자 패티 우드(Pattie Wood)였으니까.  키가 무척 작다는 저자가 캐주얼을 입으면 중학생처럼 보이기에 정장을 고수하고 몸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거나, 척추측만층이 주는 부정적 인상을 상쇄시키려고 일부러 몸짓언어를 크게 한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알아차렸다.  

*

<워싱턴 포스트>지나 <뉴욕 타임지>가 인정하는 '몸짓 언어 전문가'인 패티 우드가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꽤나 독특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금발 머리였던 저자의 엄마아빠는 서로 눈길이 닿는 순간 반해서, 처음 본지 십여 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저자는 부모님의 강렬하고 달콤한 연애담을 통해 첫인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1982년부터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주제로 연구하고, 컨설팅과 방송 출연 및 강연활동까지 활발히 하고 있다.

*

 

저자의 핵심 주장은 책 제목인,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에 압축되어 있다. 첫인상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스냅(snap) 인상은 상상을 초월하게 강력하다. 인간은 타인을 접할 때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상대에 대한 호감도와 태도까지 결정해버린다고 한다. 이는 의지가 개입된 선택이라기보다는 생존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즉, 내게 우호적이도 도움이 될 듯한 상대와 잠재적 적을 직관으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첫인상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았어도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신뢰성. 한국식으로 말한다면 '사람이 진국인가 아닌가'의 느낌이다. 그 외에 호감, 매력, 카리스마가 따른다.  

패티 우드는 숱한 강연과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스냅에서 좋은 인상 남기는 방법을 알려줄 뿐더러 상대를 빨리 간파하는 팁도 준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말은 거짓을 만들어 낼 수 있어도 위급한 순간 발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팁이 그러하다. 패티 우드가 단지 전략만 가르쳐준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를 읽다보면, 진정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스냅은 평소 마음가짐, 좀 더 정교하게 말한다면 몸에 밴 예의범절과 배려심임을 알 수 있다. 바빠서 이 한 권을 다 읽을 틈이 없는 독자라면 적어도 6장 "테크노 인상"만큼은 꼭 찾아보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테크노 기기 중독자로 전락하다보면 진짜 대면 접촉에서의 따뜻함과 예의를 어떻게 놓치게 되는지 자기 반성하게 될테니! 나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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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발견 - 나는 언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가
론 프리드먼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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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Place to Work 공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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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제목 때문에 단단히 착각했다. <공간의 재발견>이 소린 벨브스 (Xorin Balbes)의 <공간의 위로> (원제 SOULSPACE : Transform Your Home, Transform Your Life)류의 공간 리디자인(redesign)에 관한 책일 거라고 착각했다. 저자 약력을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착각이었는데 말이다. 저자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사회심리학자로 대학 강단에 서왔지만, 학문을 실용적으로 응용해보고자 기업 세계로 눈을 돌려 경영컨설팅업체 이그니트80(Ignite80)을 설립했다. 생산성, 창의성, 몰입력을 장려하는 작업환경을 밝힌 많은 연구물을 읽어온 학자로서의 그는, 실제 현장에서 그런 통찰력이 적용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태어난 책이 바로, <공간의 재발견>. 사회 심리학의 통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채용부터 리더의 동기부여, 오피스 공간의 배치와 디자인까지 ‘가장 일하기 좋은 작업환경’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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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러 자주 '코 워킹(co-working)' 을 위한 까페를 이용하는데(음료 포함 1일 이용에 최소, 1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곳에만 오면 몰입을 경험한다. 비결은 뜻밖에 간단하다. 천장이 압도적으로 높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론 프리드만도 '창의성을 북돋는 공간의 힘'이라는 소챕터에서 천장 높이를 언급한다. 2007년 미국 라이스(Rice University)대학에서 시행한 시험에 따르면 천장 높이가 더 높은 방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추상적 사고에서 더 높은 성취를 보였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론 프리드만이 공간 배치의 전략을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바나 가설(Savanna Hypothesis)을 끌어와서 사람들 역시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본능적으로 선호하며 이는 사무실의 공간배치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사회심리학자로서의 저자의 전문지식과 통찰은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빛나는데, 특히 그는 진화심리학이나 인류학의 이론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그는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뒷말이론(gossip theory)을 빌어와서 뒷말의 순기능을 짚어주고(179쪽), 편견 역시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메커니즘이라는 역발상의 해석을 보여준다(312쪽).  
*
세계의 리더들이 <공간의 재발견>에 격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그중 하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최고의 성취를 내는 요건으로 단순히 업무환경뿐 아니라 조직 문화 등을 지적하며 총체적 접근을 보여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학자이자 사업가로서 저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인류학, 행동경제학, 경영학, 뇌과학의 최신 연구성과들을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일하고 싶고, 일하기 좋은 일터를 설계하고 직원들을 이끌고 싶은 경영인뿐 아니라, 스스로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며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하는 잠재적 독자들에게 보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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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말한다 - 국민은 왜 국정원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는가
신경민 지음 / 비타베아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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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말한다


<국정원을 말한다>는 2013년 9월 30일에 초판되었다. 1981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이후, 9시 뉴스데스크 앵커,민주통합당 대변인에 국회의원까지 역임한 신경민 의원이 쓴 책으로, "국민은 왜 국정원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신 의원은 최근에도 국정언이 이탈리아 소프트웨어업체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 구입에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5. 7.14  JTBC뉴스 참고). 
 

 


  머리말에서 신경민 의원은 "이 기록을 모으고 밤새워 일한 보좌진에게 감사를 드린다"(8쪽)이라고 적은 것을 보면  사안이 사안인만큼, 출간일을 앞당기려는 노력을 많이 한 듯 하다. 저자는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알고 있는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과 연이은 사건의 사실을 제한적이더라도 흩어지기 전에 기록하고 묶어두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8쪽)며, 기꺼이 그 기록자의 소심을 맡았다.  그렇게해서 2013년 대한민국 국민을 만났던 책이 바로 <국정원을 만한다>이며, 2015년 이제 알만한 사람은 이 사건의 기승전결의 윤곽을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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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말한다>는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발생해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자와 문재인 후보자 사이에 설전을 오가게 했던 국정원 오피스텔 댓글 공작 사건을 시발점으로 기술된다. '모르쇠' 혹은 '여성 인권침해'라는 코드로 몰고가려했던 국정원은 수사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사상 초유로 NLL문건 전문을 공개하며 탁월한 물타기 능력을 발휘했다. 신경민 의원은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중병에 걸렸기에 국민의 요구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주장 일변도가 아니라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을 구체적인 정보를 마치 생중계방송인양 펼치며 독자에게 보여주려 노력한다.
*
이왕 '진실 드러내기' 총대를 매었으면 좀 대중에게 쉽고 흥미롭게 어필할 수 있는 필체로 잠재적 독자층을 늘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는 지엽적인 지적에 불과하다.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은 빙산의 일각. 빅 브라더스 사회에 세치 혀 놀리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액정 두드리는 내 손끝조차 감시당하는 불안감, 여론의 흐름을 조작하여 민주주의를 공허한 수사로 전락시키는 이 무서움에 떤다. 떨기만 하면 아니 되는데, 어떻게 드러내고 결집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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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으로 완전 동일한 사진을 같은 책에 여러 번 올리는 일이 드물텐데, <국정원을 말한다>는 예외이다.  139쪽과 231쪽에 동일한 사진이 편집조차 달리하지 않고 자료사진으로 실렸다. 저자 신경민의 단독 사진 역시 같은 프레임에서 127쪽, 159쪽, 232쪽 등에 실렸다. 시안이 촌각을 다루는 민감한 시안인만큼 출간일에 대한 압박도 있었을테고, 사진자료로 현장감을 더하기 위한 의도였겠지만 편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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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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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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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게 시작해보자.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은지?  화장실이라고는 가지 않을 것 같은 공주풍 연예인 역시 하루 서너 번은 화장실을 들락인다거나, 그 위대한 세종대왕이 수십 명의 자식을 거느렸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보지 않았는가? 초등학교 시절, 내가 그랬다. 자고로 위인이라면 범인과 대극점, 저 높은 곳에서 무결점의 완전을 빛내는 별인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커갈수록 '위인' vs '범인'이 이항대립의 범주가 아님을 안다. 우리 안에 위인 있고, 위인 안에 범인 있고, 한 마디로 위대함과 찌질함은 따로 가는 속성이 아니다! 이렇게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해" <딴지일보>의 기자 함현식은 대놓고 위인들의 찌질함을 폭로한다.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찌질한 위인전>을 통해. 저자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주류 엘리트 코스와는 달리 학사 출신으로 11개월이나 백수 생활을 거치며 "찌질의 구렁텅이(출판사 측 저자 소개의 표현에 따르면)"에서 허우적 거려보았단다. 그 "백수생활" 시기에 만났던 김수영과 고흐에게서 찌질함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았다. 저자는 "위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면모를 밝힘으로써 그들을 범인의 수준으로 끌어(6쪽)"내리거나 "우리들 각자의 찌질함을 그냥 보아넘어가주자는 식의 얄팍한 합리화 (6쪽)"를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위인들의 스스로 찌질함과 어떻게 맞서 싸우면서 업적을 남겼는지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자는 의도로 책을 썼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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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평이 우호적이어서 기대를 하고 책장을 펼쳤다. 역시나 저자 함현식이 가장 깊이 생각해본 인물인 김수영과 고흐 이야기가 전면에 배치되었다. 나 역시 대학입시를 위한 반 강제 자율학습이 밤 11시까지 계속되던 상황에서도 "도서관 열람 시간에 꼭 가봐야 한다"라는 엉뚱한 조퇴사유를 대어 도서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 평전을 뒤적이던 팬이 아니던가. 존경하는 반 고흐에게서 함현식 작가가 찌질함을 끄집어내겠다는데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반 고흐, 사랑과 광기의 나날>(데릭 펠, 세미콜론)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예담)의 책을 중점적으로 참고한 저자는, 아니나 다를까 반 고흐의 경제적 무능을 찌질함의 속성으로 제시한다. '비운의 천재' 고흐는 살아서는 단 한 점의 유화만을 팔았을 만큼 경제적으로 궁핍하였다. 게다가 미친 몰입과 열정으로 땡볕 아래서 태양의 빛을 화폭에 담으며 유화물감을 두텁게 칠했던 그에게 그림재료비는 얼마나 많이 필요했겠는가? 다행히도 그런 반 고흐를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자가 있었으니 동생 테오였다. 외로웠을 반 고흐는 동생과 예술혼을 공유하고 이해받으며 그를 천군만마로 삼았다. 
반 고흐 외에도 아내에게 손찌검했던 시인 김수영, 억척스러운 현실 감각 떨어지는 가장으로서의 이중섭, 완전한 사랑을 위해 기꺼이 화려한 여성편력을 보인 리처드 파인만, 이름조차 지워지고 반역자로 처단된 천재 허균, 파울 괴벨스, 평화주의자라고만 보기엔 보수주의적 행보로 시작했던 마하트마 간디, 마초성 과시에 탐닉했던 관계의 파괴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넬슨 만델라, '가장 성공한 소시오패스'라고도 불리는 인격장애자 스티브 잡스, 자기비화와 체념을 노래의 양념 삼았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등이 '찌질한 위인'으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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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일보에 일정 기한 마감 시각 제한을 두고 연재한 글들인 만큼 아무래도 초반부에 소개된 인물 분석의 밀도가 훨씬 높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김수영, 반 고흐, 이중섭에 대한 밀도 높은 인물분석과 에피소드 소개는 다시 읽고 싶어진다. 하지만 인물당 2권 정도의 참고 문헌을 섭렵하고 분석한 글인만큼, 일부 분석에서는 저자 함현식의 목소리보다도 1차 자료 저자의 목소리가 압도적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예를 들어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관계 파괴자'로 규정하고 찌질함을 분서하는 데에 함현식은 '제프리 메이어스'의 평가에 많이 기댄다. 왜 다른 위인들에게서는 가족력으로서의 우울증이나 정신 장애를 지적하면서, 함현식은 왜 헤밍웨이의 자살 가족력은 언급하지 않았는지 무척 궁금하다.
요새는 어린이 책에서도 '위인'이라는 말대신 '인물'이라고 쓰기도 한다(비룡소 <새싹 인물전> 등). 위인이 너무 빛나 바라볼 수도 없는 태양이 아니라 여러 부정적 속성을 극복하거나 그것을 되려 발전의 원동력 삼아 나아가는 인물이라는 의미에서......."찌질함은 위대함의 일부였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에게서 가능성을 인정하고 발현해보자! <찌질한 위인전>이 주는 위로와 자극의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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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페이지 중반 "1885년, 허봉은 나이 서른 다섯에 벼슬길이 완전히 끊겼다"에서 1885년은 1585년으로 수정되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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