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Fixing Dinner Fix the Planer?] 과 [Oneness vs. The 1%]의 번역판을 함께 읽었다. 3월의 일요일, 하루를 오롯이 쏟아붓게 만든 조합이었지만 왠지 시너지를 낼 짝패 같았다. 두 저자, 제시카 판조(Jessica Fanzo)나 반다나 시바 (Vandana Shiva)는 모두 "먹는 문제"에 헌신해 온 활동가이다.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 석좌교수인 판조는 "실험실 가운을 완전히 벗어 던(6)"지고 다양한 국제 기구에서 활약함으로써 비로소 영양학 박사 학위에 광채를 더했다. 반다나 시바야,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환경운동가이기에 어설픈 소개의 글은 사족이다. 




두 저자 모두, 먹는 문제가 지금 우리가 겪는 지구적 차원의 불평등, COVID-19 팬데믹(환경), 건강문제 등 21세기 현안과 얽혀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독자에게 골리앗과의 싸움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개개인의 몫을 실천하라고 촉구한다. 물론, 대규모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각국 정부'가 나서 주어야 한다는 데 반다나 시바와 제시카 판초는 인식을 모은다. 다만, 예비 독자들도 짐작하겠지만 '반다나 시바'는 정밀 타켓팅으로 비난의 집중포격을 가하며, 보다 역사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의 먹는 문제를 지구적 의제로 제시한다. 



Kuhlmann /MSC, CC BY 3.0 DE, via Wikimedia Commons


'표적의 구체화?' 

예를 들어,독자는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을 다 읽은 후, 고유 명사로 답할 수 있다. 물론 "(생태적, 문화적, 공동체적) 분리를 유도하는 폭력을 행사하는 "oneness"는 1인 단독자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반다나 시바가 보기에 'oneness' 그룹 우두머리는 빌 게이츠이다. 그에게 (디지털 해적질, 생물 해적질을 특허라는 이름으로 대놓고 하며 세계를 식민지 삼는 "현대판 콜롬부스(120)"라는 멸칭도 붙여준다. 이미 1960년대 '녹색 혁명'의 녹색 곤죽을 뒤집어 쓴 바 있던 인도 출신, 반나나 시바는 빌 게이츠가 21세기 아프리카에서  제2 그린 워싱 (green washing) 음모를 전개 중이라고 분개한다.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에서 예를 빌어오자. 몬산토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온 "황금쌀"에는 인공적으로 강화된 비타민 A가 들어있다. 하지만 반다나 시바는 생명공학의 힘을 빌지 않아도 우리에겐 당근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빌 게이츠가 '출산 도중 철분부족으로 사망하는 산모'를 위한다며 개발 중인 '철분강화 바나나'보다, 히말라야 지천에 널렸던 비름속 식물에 철분이 정작 잔뜩 들어 있다고 한다. 몬산토 등 몬스터 기업들이 '잡초'로 악마화하여 씨를 말리려는 바로 그 비름 말이다.


비단 먹거리의 공룡기업화뿐 아니라, 금융화, 특허화, '교육의 재발견' 프로젝트, 즉 삶 전반의 디지털화를 강요함으로써 인류 본연의 "연결성"과 역방향으로 세계를 식민지화한다는 게, 반다나 시바가 파악한 "oneness"의 죄악이다. 시바는 외친다. "돈을 손에 쥐고 돈에서 가짜 권력을 끌어낸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시대에 우리의 권력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206)"하자고!  간디의 비폭력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시바는 인도의 칩코운동을 예로 들어, 보통 사람들의 힘을 보여준다. "Oneness"세력이 전파하는 기계론적 사고에서는 "객관적 지식을 지닌 전문가"(49)가 지식생산을 독점한다. 하지만 텃밭의 감자를 따끈한 요리로 변모시키는 할머니의 체화된 앎, 세계의 이 방대하고 다양한 지식체계야말로 인류가 지닌 가능성이라는 주장이다. 



반다나 시바에 비해 제시카 판조의 글은 보다 아카데믹하며, 관료적인 뉘앙스를 띤다. 물론 판조도 "식품 불평등은 극빈곤이나 배척, 장애, 착취, 사회적 불의와 같은 더 큰 제도적 문제를 보여주는 징후"(152)라고 인식한다. 증거부족은 무기력한 방관의 핑계가 되지 못하니 "정부가 행동에 나서" (245)라고 소리 높인다. 하지만 제시카 판조가 제시하는 해법의 주도자들은 세계적 브레인,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학자와 정치가, 관료들이다. 예를 들어, 그녀는 정부가 푸드시스템 연구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구체적 데이터와 지표를 확보해 정책집행, 사업화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현장과 학계, 정계에서  오래 목소리 내온 활동가의 조언은 소중하다. 판조의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가 아니었던들 나는 음식을 조리할 연료가 부족해서 할 수 없이 정크푸드를 먹거나, 저장고가 없어서 소중한 곡류를 쥐먹이로 주는 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실망했다. 그녀가 일원으로 참여한 "Eat _Lancet Commission" 2019년 보고서에서 '과일과 채소의 비중이 무려 51%'인 식단을 제안한 지점에서... 지중해 지역에서 조차 '(환경의 희생을 요구하는)물 먹는 하마,' 아몬드와 올리브 그득한 요리를 즐길 사람이 많지 않을지언데, 51% 과일과 채소 식단의 세계적 적용??

* *

잠시 딴 길로 새며, 리뷰를 마친다. 

9살에 TOFLE 영어 학원 다니고, 고차 방정식 푸는 '선행'어린이가 많은 대한민국. 정작 이 영민한 아이들은 벼가 "쌀나무"에서 열리고, 고추장에 배추를 문지른 것이 김치라고 알기도 한다. 

나는 대한민국 공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이 먹거리가 도는 과정을 알고, 음식을 만들고, 먹거리의 가치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필수화했으면 한다. 구호나 정책 제안보다, 우리 개개인이 먹거리의 소중함을 지켜야할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먹거리에 담긴 가치를 배우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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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8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름나물 무쳐먹음 맛있는데 란 생각하며 읽었어요 ㅎㅎ 알라님 말씀처럼 진짜 아이들에게 먹거리 교육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몬산토같은 대기업이 유전자조작하는 것, 일회용 씨앗들 ( 저 너무 놀랐어요. 거둬들이고 그 중에서 종자 골라 다시 뿌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ㅠㅠ) 보면 분노하게 됩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3-28 10:00   좋아요 3 | URL
반다나 시바가 한 공적 행사에서 몬산토 측 대변인이 신기술 특허를 자랑하기에, 어느 농부의 씨앗으로 한 거냐고 질문하자 침묵했다는 대목이 등장해요.
이미 있던(주로 농부들이 실제 농사를 통해) 길러낸 종자의 유전체 지도를 작성한 후 ‘특허‘를 등록하는 수법으로 수탈해왔다고 반다나 시바가 분개합니다^^:;;

비름이 저 역시 ‘잡초‘라고 생각해왔는데, 채소 진열대에 포장되어 있는 걸 보고 놀랐던 적 있으니 사실 저 역시 이런 리뷰 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얄라알라 2022-03-28 10:00   좋아요 3 | URL
근데 mini74님 말씀하시니 비름 나물, 씀바귀 나물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ㅋ ㅋ

새파랑 2022-03-28 0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맨날 음식을 사먹는 입장에서 얄라알라님의 마지막 말에 뜨끔 하네요 😅 이런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개인의 노력과 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ㅜㅜ

얄라알라 2022-03-28 10:01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께서는 워낙 바쁘셔서요...그 많은 책을 다 읽으시고 리뷰도 쉬지 않으시니 요리에 오랜 시간 투자가 어려우실 것 같아요. 아무쪼록 건강한 음식들 드시기를.

책읽는나무 2022-03-28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름나물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그 나물의 모습이 생각나질 않네요?
그동안 먹기도 했을터인데...ㅜㅜ
비름이 잡초였었나요??
전 나물 이름이라고 알고는 있어도 구분은 잘 못합니다.
요즘 과일들도 엄청 달게 교배를 하여 꿀을 발라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던데 그것도 결코 몸에 좋은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쌀도 그럴 수 있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데 말이죠!!


얄라알라 2022-03-28 13:08   좋아요 3 | URL
책읽는나무님께서 말씀하시니,
과일이 달콤할 뿐더러
철을 잃었죠^^

비름나물도 알고 보면 종류가 많을 텐데, 저는 사실 히말라야 비름 본 적은 없어서 한국에서 많이 본 것과 비슷하겠거니 했습니다.

미미 2022-03-28 1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빌 게이츠가 개발 중인 바나나와 9살에 토플공부...엘리트주의가 정작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파랑새는 결국 먼 곳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반다나 시바의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얄라알라 2022-03-28 13:09   좋아요 3 | URL
아! 미미님께서 멋진 문장으로 부족한 제 리뷰를 채워주시네요

전공과 아주 다른 영역에서 이렇게 활약하시는 여성분들
메르켈 전 총리, 반다나 시바.. 정말 멋지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3-28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 님의 글 마지막 문단에 동의... 옳소! 옳소!
교실에서 책으로만 학습할 게 아니라 먹거리가 우리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알기 위해
학생들에겐 현장 학습이 필요해요.

저는 소 도축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티브이에서 보고는 한동안 고기를 못 먹게 더라고요.
오늘도 파프리카, 양상추 사 왔어요. 야채를 많이 먹을 계획이에요.^^

얄라알라 2022-03-28 14:37   좋아요 3 | URL
파프리카!!! 저는 그 중에서도 주황색이 특히 맛있더라고요
파프리카 색상 따라 맛이나 영양도 달라지는지 엄청 궁금해요.


사실 위 리뷰 올린 전, 전통 발효 음식제조법, 배워야 지킨다. 이런 사명감으로 일부러 수업 찾아다니며 두 번 들었는데 그 때 뿐이더라고요. 저부터가 고추장 된장 간장 혼자 만들어보지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고 반성합니다.

페크님 댁 식단 아름답게 알록달록하겠어요. 드시고 건강하시어요^^

그레이스 2022-03-28 14: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생명공학의 힘을 빌지 않아도 우리에겐 당근이 있다에서.... 우리가 과학으로 쓸데 없는 짓을 많이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얄라알라 2022-03-28 14:59   좋아요 2 | URL
˝우리에겐 당근이 있다˝는 사실 저가 책의 문장을 정확히 기억 못해 제 멋대로 한 워딩이고요,

반다나 시바는 황금쌀이 아니어도 더 수월하게 하루 필요 비타민 A 채울 수 있는 창구가 우리에게 있다, 몬산토가 굳이 학계정계 재계 영향력 있는 이름들 끌어와서 Golden Rice 홍보하고 생명공학은 만병통치 솔루션처럼 제공하려는 이면의 의도를 봐라...뭐 그런 뉘앙스였던 것 같습니다

책 다 읽고 단 하루 만에 ˝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저는 부끄럽습니다^^:;;

서니데이 2022-03-28 2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일이지만, 쌀은 쌀나무에서 생기는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상했어요.
그렇게 말한 사람이 성인이지만, 그게 ‘벼‘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논에서 벼가 자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어쩌면 저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얄라알라님, 좋은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 2022-03-31 12:2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병아리 예쁜 사진 자주 공유해주셔서, 마음 훈훈해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많이 춥습니다. 내일이 4월인데, 따뜻한 점심과 차 드시고요

희선 2022-03-29 0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 어린이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는군요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릴 때는 밖에 뛰어노는 게 가장 좋을 텐데... 쌀나무에서 쌀이 난다고 여기는 아이도 있다니, 도시에서는 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하나에 뭔가를 더하기보다 본래 있는 걸 먹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희선

얄라알라 2022-03-31 12:18   좋아요 0 | URL
희선님 어제는 편히, 잔꿈 없이 푸욱 잘 무무셨는지요?
어젠 동네 꼬마들과 현미와 백미에 대해 잠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하는 저 조차도 실은 벼의 껍질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더라고요.

저부터 달라져야 겠다는 생각을 ㅋ

레삭매냐 2022-03-30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 명
의 천재보다,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한
명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유전자 조작으로 만
들어진 음식은 왠지 멀리하고
싶네요.

얄라알라 2022-03-31 12:17   좋아요 0 | URL
우리가 알고 피하면 다행인데, 모르고 먹게 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면 100% 의류를 좋아하는데, 그 목화가 어떤 목화인지 일일이 따져보고 옷 사진 못할 떄도 많고요...
암울합니다.

서니데이 2022-04-09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얄라알라 2022-04-09 08:45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4-09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님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2-04-09 08:45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09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 날, 이 페이퍼 읽었을 때 인상적였었는데 역시!!!
저도 이제 조금씩 스콧님의 기운을 닮아가려나 봅니다.^^
이 책도 언젠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축하드려요. 얄라님♡

얄라알라 2022-04-09 08:47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도 축하드립니다^^
엄마의 반란도 덕분에 오늘 콕콕 기억합니다.

저 오프라인 모임에서 반다나 시바 책 다시 또 읽으려 합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와 함께^^

책읽는 나무님 행복한 주말 시작하시어요

책읽는나무 2022-04-09 08:56   좋아요 1 | URL
적을수록 풍요롭다!!
그 책 작년에 환경운동에 민감한 제 친구에게서 추천받았었던 책이었어요.^^
아~~저도 그 책 읽어본다는 게...해를 넘겼네요.
읽으신다면 리뷰 참고 하겠습니다^^

mini74 2022-04-0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알라님 *^^*

얄라알라 2022-04-09 08:55   좋아요 0 | URL
mini74님 글이야 매달!! 매달 메달!!
앗, 너무 아재스탈이었나요?^^

축하드립니다. mini74님도.
그리고 서재 들려주셔서 감사드려요

thkang1001 2022-04-09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4-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라알라님 당선 축하드려요~!! 주말에 즐거운 책 많이 만나시고 열심히 운동하실거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