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에서 `영화 `귀향` 두번째 티저 `가시리`` 보기
https://y1outu.be/Bpt5JBjBQJA





《귀향》 보고 왔다

이들의 영혼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제목 `귀`는 귀신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자꾸 돌아갈 `귀`가 떠오른다
집에 가야하는데..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야 하는데
몸이 못 가면 넋이라도 집으로 돌아가야하는데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다
돌아도 너무 돌고 있다

이들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따뜻한 밥 한그릇 못 먹고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이 너무 많다.
그들을 만나게 될때 부끄럽지 말아야할텐데...
마음이 힘들다
그래도 봐야한다
아이들도 봤음 좋겠는데 안본다 할텐데..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입소문이 더 더 많이 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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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2-2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귀향 보고 싶은데 영화 상영관이 너무 멀고 짧은 시간에 금방 막을 내려 좀 안타까웠어요
입소문이 나서 여러 상영관에서 보여줬음 좋겠어요

지금행복하자 2016-02-24 13:4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다음주까지만이라도 상영했으면 싶어요~

yureka01 2016-02-2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영관이 문제죠....대기업상영관들이 과연 이영화를 틀어줄지 관건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24 13:46   좋아요 1 | URL
거의 대부분 영화관들이 이번주까지로만 일정을 잡아뒀더군요~ 조조보러갔는데도 거의 다 찼던데... 이런 기세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기간이 너무 짧아요..
 

YouTube에서 `[동주] 영상시집 참회록X자화상 영상시집` 보기
https://youtu.be/6iqCrxgFqEY


자화상 강하늘
https://youtu.be/p2exWLf27JM


동주를 보고 왔다
눈뜨고 갑자기 문득 동주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조건 챙겨입고 현빈이 깨우고 요가가기 전 잠깐 들른 엄마랑 후다닥 나갔다.
이 말릴 수 없는 충동.
왠지 지금 안 보면 앞으로 못 볼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그런 영화가 한 둘이 아니기에 그랬을까.
어째든 잘 한듯..
이런건 극장에서 크게 봐야하는거다..

부끄러움을 알기에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용시인의 말과
시인을 꿈꾸어서는 안 되는 시대에 시인을 꿈꿔 부끄럽다는 윤동주시인의 말이 여운으로 남아있다

시집의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
.
.
.
.
.
.
.
.
.
.


임팩트있는 엔딩..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윤동주의 시처럼 보고 나면 쓸쓸해지는 영화

한 편의 시같은 영화

시를 읽어 주어서 더 좋았다는 아들
참회록을 배웠는데 너무 어려워 무슨 내용인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조금 알것 같다는 아들..

서늘한 강하늘이 목소리와 시가 잘 어울리고 흑백의 화면에 그들의 아픔이 녹아난 멋진 작품.

아이와 또 하나의 공감대를 가지게 된 영화.

이 준익 감독작중 최고가 아닐까
나한테는 그렇다

돌아와 영화속의 시를 찾아 다시 시집을 뒤적여본다
여러번 봐도 좋을 영화
그런데 너무 상영일자가 짧다
상영하는 곳도 별로 없고..

《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 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 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깃든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아우의 초상화》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이다

슬며- 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에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후략)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내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ㅈ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자화상》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참회록》

파란 녹이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읁
어느 욍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https://youtu.be/Wffp-xXe8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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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의 시인, 윤 동주의 시를 감상하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지금행복하자 2016-02-22 17:43   좋아요 0 | URL
시인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6-02-22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2-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그런날이 있어요. 문득드는 생각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생각에 시작하는 일들. 그런 일들은 기억 속에서도 오래오래 남기도 하는거 같아요. 윤동주 시인의 소설과 시집이 집에 있는데 영화를 보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22 17:48   좋아요 0 | URL
덕분에 오늘 당산제 사진찍으러 가야하는데 날려 먹었어요 ㅠㅠ
아무 생각없이 맘이 동하면 해버리는 철 없는 저입니다 ㅎㅎ

영화보고 다시 읽어보는 시는 다른 느낌이에요. 역시 시는 낭송해야 제 맛인듯 해요~ 머리속에서 강하늘의 목소리가 저절로 플레이되요~~

서니데이 2016-02-2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행복하자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2-22 19:4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오곡밥 드시고 부럼깨셨어요? 보름달이 뜨지않아 좀 아쉽지만 좋은 저녁 되세요~^^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특별한 장르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 아니라
일단 쓰고 싶은 글을 무조건 한 주에 한 편씩 써보자는 제안에 호기있게 시작했다.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 글쓰기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 사람. 논리정연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 다양하게 모여 자기의 글을 쓰고 있다.
써 온글을 읽고 이야기하고.. 다시 써보고.. 는 아니고..
소설을 쓰는 사람은 다시 써 오기도 하지만 난 아니다. 거의 매주 새로운 글을 써간다.
주로 서재에 올렸던 글을 정비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도 있고...

별 생각없이 내가 읽은 책이나 정리해보자고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누군가가 볼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쓰는 글쓰기로- 알라딘- 어째든 여기까지는 혼자 쓰는 글이라 큰 부담은 없었는데 이제는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글쓰기까지하게 되었다.
자꾸 일이 커지는 느낌이 드는건 왤까


병신년이 시작되면서 시작한 이 글쓰기가 벌써 2달이 되어간다.
한두달을 보내면서 문득.. 나는 왜 글쓰기를 하려고 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처럼 소설을 써서 등단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책을 내거나 뭐 그런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고 보면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은 아닌듯 하다...
그럼 왜 그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는 건지..

아직 내가 내 마음을 잘 모르고 있는 걸까..

그럴땐.. 다시 시작이다.
읽기부터 다시 시작이다..

왜가 설명되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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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19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써야 하는데 이런 모임이 계기가 되니 좋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02-19 20:19   좋아요 1 | URL
계기는 만들어졌는데 왜?가 빠져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왜를 찾아가는것이 저의 글쓰기의 목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lavis 2016-02-19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요독서회 결성했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아무쪼록 건필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19 20:20   좋아요 0 | URL
토론모임이 글쓰기까지 가게 되었어요~ 좋은 방향인것은 같은데 좀 얼떨떨하게 시작해서 이제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cyrus 2016-02-19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다 보면 뚜렷한 목적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겁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6-02-19 20:21   좋아요 0 | URL
그러지 않을까 생각듭니다. 더 읽고 더 쓰면서 목적을 찾아가는게 맞겠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것 같아 좀 당황스럽습니다 ㅎ
제가 글을 쓰는 모임까지 하게 될줄은 ㅎㅎ

비로그인 2016-02-1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게 되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그러다보면 좋은 책들을 보게 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들을 보게 되고 좋은 글이 있으면 나도 그렇게 쓰고 싶고 다시 책을 읽게 되고, 이렇게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데 나중에는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강박충동에 사로잡히지요. 그러다가 작가가 되기도 하고요. 어쨌든 쓴다는 행위는 인간의 행위 중 가장 고귀한 행위이고 삶입니다. 언제나 행복하고 건필하세요. *^

지금행복하자 2016-02-19 20:23   좋아요 0 | URL
그 연쇄작용 꼭 저도 경험하고 싶습니다.. 기왕 쓰는 것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쓰면서 배워가는게 맞는거겠죠?

비로그인 2016-02-1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쓰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노력하는거죠 그러다보면 마음에 드는 글이 생산되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죠. 행복한 하루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2-20 08: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hnine 2016-02-1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조건 박수 쳐드리겠습니다. 잘 시작하셨어요!

지금행복하자 2016-02-20 08: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6-02-1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행복하자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20 08:28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2016-02-20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0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2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모임이 독서모임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글을 써야해서.
지금행복하자님, 좋은 저녁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2-22 07:28   좋아요 1 | URL
책 읽는 시간도 줄어드는것 같아요 ㅎㅎㅎ
늦었습니다. 멋진 일주일 시작입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빨간 구두가 인상적인 소설.


발자크를 또 만났다
나귀가죽 실패한 이후 애써 피했고 피하려고 했었고 피하고 있는데 또 만났다.
피하려고 애쓰면 쓸수록 어디에선가 불쑥 등장하는 발자크.
작년에는 <사라진느>라는 단편소설집을 만나야만 했고 올해는 일단 이름과 작품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이 정도면 발자크를 읽어야 되는 운명인가? 아직 나는 발자크를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는 책을 훔쳐야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야기. 보여주는 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책을 훔쳐야만 책을 볼 수 있는 이야기는 문학에서 자주 다루고 있는 소재이다.

나치 시절에 책을 태우고 있는 속에서 책을 훔쳐 달아나는 소녀 리젤이 기억에 남아있는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도 책을 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훔쳐서라도 봐야하는 사람들..

 

이 작품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시절 하늘긴꼬리닭이라는 시골로 재교육 온 두 청년과 그들이 사랑하는 한 처녀가 그 당시 금지되어 있는 세계문학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을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문화대혁명시절 마오쩌둥은 모든 서양의 문화를 금지시킨 듯 하다. 마르크스는 발자크의 작품을 좋아한 것으로 아는데.. 왜 마오쩌둥은 발자크를 싫어했을까? 발자크는 몰락하는 부르조아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린 작가로 유명한데... 마오쩌둥이 마르크스는 아니니까..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공산주의로 가는 그런 과정은 아닌 듯하니..

왜 발자크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작가의 해설을 통해 마르크스의 발자크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고 아~ 그렇구나.. 그래서 발자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발자크부터 시작해서 로맹 롤랑. 뒤마. 위고. 플로베르등.. 익숙한 작가들. 익숙한 작품들- 그러나 제대로 읽어 보지 못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통제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금기된 것을 접한다는 것은 두렵기도 하지만 매혹적이기도 하다.
모르면 모를까 약간이라도 그 맛을 본 경우라면 그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 금기를 저지를 것이다.
책속의 화자와 뤄가 그랬듯이..
그러나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것을 접하는 것과 아예 모르던 것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완전 다를 것이다.
바느질하는 소녀가 만난 발자크.,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버렸으니..
누가 그런 두메산골 시골에 사는 여자가 담봇짐을 싸서 마을을 떠나리라 생각을 했을까..
바느질하는 소녀의 인생은 발자크를 알기전과 알고 난 후로 나누어질 것이고 아마 보바리 부인을 읽기전과 읽은 후로 나누어질지도 모른다. 발자크의 작품덕분에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 걸... (p252) 알게 되고 보바리부인을 보면서 저렇게는 살기 싫어라는 마음을 가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소녀>는 책이라는 것이 가지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아니 일반적인 책보다는 문학이 가지는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을 지도 모르지만 또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문학.

그것도 소위 우리가 고전이라고 말하는 문학들.

문학이 가지고 있는 힘은 분명히 있다. 비록 문학이 모든 것을 담고 있을 수도 없고 해결책을 쥐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대뿐만 아니라 지나온 시대을 되 돌아 보면서 작가가 또는 책 자체가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있다.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은 그 자리에 있고 스스로를 이야기하지만 그 작품을 읽는 독자와 적절한 시점에서 만났을 때 주는 그 울림은 분명히 있다. 그 울림을 나의 울림으로 만들것인지는 책 읽는 사람의 선택이다. 작품과 독자의 공명이 이루어 질 때에 만 문학은 그 힘을 가지는 듯하다.

오늘 도서관에 구입해야할 책이야기를 하던 중에 장하성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언급되었다. 사지 말자는 의견이 나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어려울 것 같다는 것. 그리고 과연 이용객들이 이 책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빌려가는 목록을 보면 우리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어렵다고 생각되는 과연 이런 책을 누가?라고 생각되는 책들.. 촘스키나 한나 아렌트등.. 작은 도서관에서 보기 힘든 책들은 실제 대여빈도수가 생각보다 높고 문학- 베스트셀러등 가볍게 읽을수 있는 문학을 제외한- 의 대여는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 가장 대여횟수가 놓고 문의가 많은 책들은 소위 자기 계발서인 경우가 많다. 이지성씨의 책이라든지. 작년 핫했던 채사장의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과 같은 자기계발서나 힐링서..
자주 회자되고 시험에 한번이라도 언급된 작품들은 빌려가지만 그 외의 문학작품들은 바람한번 안 쐬어본 책들이 안타깝게도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우리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치고는 어지간한 문학전집들을 구비해놓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아마 생각보다 더 잘 볼 수 있어. 요즘 핫한 책이기도 하고 문학책보다는 더 잘 대여될지도 몰라~ 라고 말하고 구입하기로 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말해서 구입했는데 아무도 안보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살짝.. 책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더 신중했어야 했나? 하고 생각도 하지만
더 씁쓸하게 한 것은 나의 이 말에 더 이상의 반론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맞아요.. 애들이 소설책은 안 봐요. ㅠㅠ

보는 사람만 보는 문학이 되어버린 건가.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웃픈 말 죄송해요 문사철이어서...”가 생각난다. 그중 문학은 더 죄송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서
뤄에게는 발자크가. - 바느질하는 소녀에게 발자크를 읽혀 계몽하고픈 욕망을 드러낼 정도로.. 이 둘은 발자크를 계기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니 인생의 책이 아닐까? 책 속의 화자인 나는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1. - 찾아보니 여러권이었다- 이 답답하던 생활에 자유와 낭만의 바람을 불어넣어 잊고 있었던 인간의 감성을 찾게 해주었으니 인생의 책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의 인생의 책이 보바리부인이었듯이 과연 나에게 인생의 책은 무엇일까..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었던 책..


- 아직 청춘의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열 아홉의 숫총각이 애국주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운동에 관한 혁명적 장광설밖에 모른다고 생각해보라. 그런데 그 작은 책은 칩입자처럼 나에게 욕망과 열정과 충동과 사랑에 눈을 뜨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고지식한 벙어리에 지나지 않던 내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 80~81) -


표지의 빨간 구두는 안데르센의 분홍신에 나오는 카렌을 연상시킨다. 금기로 되었있는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를 간 카렌. 그녀에게는 발이 잘리는 벌이 내려지지만 비록 발이 잘리더라도 빨간 구두를 신어야만 하는 그 절박함과 욕망은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춤을 춰야하기 때문에.. 작품속의 바느질하는 소녀는 빨간 구두를 신고 자신의 마을을 떠나지는 않지만 발자크를 읽고 플로베르를 읽었다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신었다고 볼수 있지 않을까? 정신세계마저 통제하고픈 그 당시에 자신의 욕망을 위해 마을을 떠나는 소녀는 이름도 갖지 못한채 책 속에서는 살았지만 떠난 이후는 자신의 이름을 가졌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뤄처럼.
빨간 구두라는 가져서는 안 되는 욕망을 품고서 도시에 나가 바느질하면서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힘을 가져야 가능하고 이 소녀는 그럴 힘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보지도 못한 브래지어를 글로 배워 만들 정도라면 충분한 힘이 되지 않을까..

창의력과 응용력.. 그리고 스킬까지..

이래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고 하는 걸까?
그럼 더 위험해지자 !!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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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6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발자크 읽다가 말았는데, 행복하자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6-02-16 19:51   좋아요 0 | URL
다시 도전??? 저는 단편까지는 어떻게 읽겠는데.. 아직 장편까지는~~
사이러스님.. 응원합니다 ㅎㅎ
발자크의 힘을 보여주세요~^^

초딩 2016-02-16 19:59   좋아요 0 | URL
음 저도 등대로 보다 언급되어서 보려고해요!! 용기를 주세요 저에게 ㅎㅎㅎ

초딩 2016-02-1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보려했던 책이네요~
:-) 다시 담아 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16 20:55   좋아요 1 | URL
책을 읽다보면 계속 나오는 작가들이 있는데 또 이 작가들이 만만치 않다는 거에요 ㅠㅠ
애써 눈 감고 가고는 있는데 언젠가는 읽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응원합니다~ 초딩님도 발자크에 도전을 ㅎㅎ

비로그인 2016-02-1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의 리얼리즘 문학의 선구자인 발자크 말씀인가요?

지금행복하자 2016-02-17 00:2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그 발자크입니다.
 

우리 도서관에서 올해 꼭 자리를 잡고픈 동아리가 하나 있다.
그 어떤 동아리들 보다 지금은 신경이 쏠려있는 동아리이다.

청소년 독서토론 동아리.
아직 이름은 없다.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중학생 고등학생 어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통합독서토론 동아리이다.
아이들이 책도 선정하고 스스로 토론 사회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분량도 스스로 정해서 읽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지금 함께하는 사람은 중학생3. 고등학생1 . 어른 2.. 욕심을 부리자면 고등학생이 한두명더 중학생도 한 두명더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
진행도 어수선하고 말도 조심스럽지만 곧 익숙해지고 활발히 자신의 의견을 토로할 수 있겠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조지오웰의 1984》
윽.. 어렵고 딱딱한데..

왜 하필?

많이 들어본 책이어서 골랐고
소위 시험에 자주 언급되는 책이라 익숙하게 느껴져서 골랐다는 1984.
음...그렇군..
제목만 들어본 책을 직접 제대로 읽는것도 우리 청소년 독서토론동아리의 목적중 하나이다.
나는 좀 더 재미있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골랐는데 아이들이 들고온 책들이 더 무거운 주제에 두께도 더 두꺼웠다는 아이러니~~
애들아~ 왜 얇은 책을 고르질 못하니 ㅋㅋ

아직은 피상적으로 여기저기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정도..
담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할지도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 어설픈 지식을 내세워야 잘 한다고 생각하는 듯한 아이들..

진정으로 책을 자기자신과 만날 뿐 아니라
자기자신의 시각으로 읽어낼 그 때가 오겠지...

문제는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자꾸 내가 말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조심하려고는 하는데... 쉽지 않다...
참아야지 ~ 꾹 참아야지~ ~
아이들의 사고의 흐름을 자꾸 끊지 말아야지..




이 동아리 잘 되겠지?
잘 되야할텐데~ (응팔버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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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2-1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도 달려가고 싶네요 :-)

지금행복하자 2016-02-14 09:11   좋아요 0 | URL
앗! 달려오세요 ㅎㅎ 함께 하시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것 같아요~~
아쉬워용~ ^^

비로그인 2016-02-1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토론회, 세미나 같은 것을 해보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인데, 마땅한 모임이 없어서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입니다. 열심히 독서와 감평을 통해 치열하게 자신의 사유를 단련하시기를 바랍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6-02-14 09:12   좋아요 0 | URL
네~ 청소년들과 함께 하다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cyrus 2016-02-14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청소년들에게 제일 먼저 권하고 싶은 오웰의 소설이 《동물농장》입니다. 《1984》는 분위기 자체가 암울하고 이야기 전개는 현시창이라서 아이들이 좋아할 소설은 아니니까요. ^^

지금행복하자 2016-02-14 18:05   좋아요 1 | URL
저도 《동물농장》을 먼저 읽었으면 했는데 초등학교때 읽었다고 해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어요~ 읽어보고 판단하겠죠~ 나중에 다시 읽어볼 기회를 가진다면 지금 읽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것 같구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어렵고 조심스러워요~ 자꾸 가르치려고 하는것 같아서요~~

samadhi(眞我) 2016-02-14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웰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책이지만 1984,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책인데요. 대학생 이상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모임 자체가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그래도 재미가 있어야 지속력을 갖겠죠. 고민 많이 되시겠네요. 구성원 연령대가 차이가 많이 나서.

지금행복하자 2016-02-14 22:08   좋아요 0 | URL
하다보면 적절한 책을 고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연령대가 섞여서 어려운점도 있지만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요.. 누나.형이 동생들을 끌어주고 동생들은 누나. 형을 의지하는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솔직히 잘 될까 걱정되기는 해요. 되는데까지 해봐야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요 ~^^

해피북 2016-02-1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로 들어와서 보고 있는데 사진이 보이질 않아요.ㅜㅗㅜ

저는 독서동아리 모임은 아니지만 한때 `홈스쿨링`을 하게 된다면 이라는 주제로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혹시나 내 주변의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주변이라면 제 조카나 제 아이가) 함께 홈스쿨링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말이죠. 큰 조카가 고등학생인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않고 있어서 안심이지만요 ㅎ 만약 그런일이 생긴다면 하고 고민했을때가 있었는데 그때 들던 생각이. 어떤 책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에 생각이나 성장기에 고민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 또 수업과 연관된 도서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홈스쿨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어요. 아직 그 해답을 찾아보지 못했는데 왠지 지금 행복하자님 페이퍼를 만나다보면 길이 보일거 같은 희망이 ㅎㅎㅎ 앞으로 이야기들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닷^~^ 화..화이팅?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2-15 22:57   좋아요 0 | URL
화...이팅입니다 ㅎㅎㅎ 많이 고민하고 많이 시행착오를 겪어서 해피북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해볼께요 ㅎㅎ
홈스쿨링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책읽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 또 따로.. 서로의 연결고리일수도 있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