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에서 `[동주] 영상시집 참회록X자화상 영상시집` 보기
https://youtu.be/6iqCrxgFqEY


자화상 강하늘
https://youtu.be/p2exWLf27JM


동주를 보고 왔다
눈뜨고 갑자기 문득 동주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조건 챙겨입고 현빈이 깨우고 요가가기 전 잠깐 들른 엄마랑 후다닥 나갔다.
이 말릴 수 없는 충동.
왠지 지금 안 보면 앞으로 못 볼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그런 영화가 한 둘이 아니기에 그랬을까.
어째든 잘 한듯..
이런건 극장에서 크게 봐야하는거다..

부끄러움을 알기에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용시인의 말과
시인을 꿈꾸어서는 안 되는 시대에 시인을 꿈꿔 부끄럽다는 윤동주시인의 말이 여운으로 남아있다

시집의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
.
.
.
.
.
.
.
.
.
.


임팩트있는 엔딩..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윤동주의 시처럼 보고 나면 쓸쓸해지는 영화

한 편의 시같은 영화

시를 읽어 주어서 더 좋았다는 아들
참회록을 배웠는데 너무 어려워 무슨 내용인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조금 알것 같다는 아들..

서늘한 강하늘이 목소리와 시가 잘 어울리고 흑백의 화면에 그들의 아픔이 녹아난 멋진 작품.

아이와 또 하나의 공감대를 가지게 된 영화.

이 준익 감독작중 최고가 아닐까
나한테는 그렇다

돌아와 영화속의 시를 찾아 다시 시집을 뒤적여본다
여러번 봐도 좋을 영화
그런데 너무 상영일자가 짧다
상영하는 곳도 별로 없고..

《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 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 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깃든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아우의 초상화》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이다

슬며- 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에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후략)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내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ㅈ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자화상》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참회록》

파란 녹이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읁
어느 욍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https://youtu.be/Wffp-xXe83E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6-02-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의 시인, 윤 동주의 시를 감상하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지금행복하자 2016-02-22 17:43   좋아요 0 | URL
시인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6-02-22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2-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그런날이 있어요. 문득드는 생각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생각에 시작하는 일들. 그런 일들은 기억 속에서도 오래오래 남기도 하는거 같아요. 윤동주 시인의 소설과 시집이 집에 있는데 영화를 보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22 17:48   좋아요 0 | URL
덕분에 오늘 당산제 사진찍으러 가야하는데 날려 먹었어요 ㅠㅠ
아무 생각없이 맘이 동하면 해버리는 철 없는 저입니다 ㅎㅎ

영화보고 다시 읽어보는 시는 다른 느낌이에요. 역시 시는 낭송해야 제 맛인듯 해요~ 머리속에서 강하늘의 목소리가 저절로 플레이되요~~

서니데이 2016-02-2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행복하자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2-22 19:4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오곡밥 드시고 부럼깨셨어요? 보름달이 뜨지않아 좀 아쉽지만 좋은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