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가 생각난다.

사랑하던 연인이 눈앞에서 그것도 프로포즈하러 달려오던 연인이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완은 엄마에 대한 의리?로 그런 연인을 떠나고 만다. 잊지도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하는 마음을 주체 못해 방황하고 있는 완에게 그녀의 첫사랑이자 지금 썸타고 있는 동진선배는 키스를 하고 만다. 충동적으로. 그녀가 너무 안쓰러워..

이렇게 해서 그들의 사이에 진도가 나가게 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완은 이를 계기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동진선배를 만나러 출판사로 간다. 그런 완에게 동진선배 역시 이제 그만 둘 때가 다고 말한다.

사랑하지만.. 그런데 그 맘을 그만두어야한다고 생각된다고..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더라고..

나이를 먹으니 그런 것이 가능해지더라고..

... 그만 둘 때를 알고 그만두는 것이 가능해진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말이 사랑해서 헤어진다. 너를 위해 헤어진다 라는 말이다.

누구를 위해가 아니라 나이가 먹으니 마음이 멈출 때를 알아진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다.

역시 노희경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으면 읽을 때마다 다가오는 것들이 달라진다.

내가 추천하고 동아리에서 읽게 된 작품. 도리스 레싱의 <그랜드 마더스>

영화로도 개봉을 했었다.

투마더스. 실화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 영화를 보고난 사람들의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었다. 영화는 영상이 정말 아름답고 배우가 멋있어 그들의 사랑에 이견을 낼 수가 없다. 로즈에게 이안에게 폭 빠져 보게 된다.

책은 좀 달랐다. 훨씬 더 냉정하고 그들에게서 거리를 두고 있다. 독자에게 감정이입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전에 읽었을 때는 이들의 사랑에.. 엄마와 같은 사람이 아들과 같은 남자에게 사랑에 빠질수 있구나 하는 사랑에 대해 읽었었다. 그래 이런 사랑도 가능하구나..

어린티를 벗어나 청년으로 커가는 그 찰나적인 순간에 아무리 똥기저귀 갈아주고 우쭈쭈 해주던 아이라 하더라도 남자로 다가올 수 있구나.. 그리고 남자로 사랑할 수 있구나.. 그럴 수 있구나 정도로 다가 왔었다.

나 또한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청년의 기운을 풍기면서 그것도 아주 멋진 청년으로 자랐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 해졌었던 적이 있었으니.. 멋지고 섹시한 청춘의 에너지를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최근 다시 읽은 그랜드 마더스는 좀 다르게 다가 왔다.

나이 먹음이 보였다고나 할까.

아마 최근에 <디어 마이 프렌드>의 그 장면의 봐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이들을 멈추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 보기는 했지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많은 것들에게 여유로워 질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절제할 때를 아는 나이이기도 하고 삶의 폭이 넓어지는 나이이기도 한다. 물론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대로 살 수는 없어 하고 억누르고 있던 것을 과감히 해제 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작정하고 꼰대가 될 수도 있다.

꿈과 같은 사랑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그 사랑을 유지하면서... 이 사랑을 정리하게 해 준 것이 나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 책 속에서 로즈는 그런 말을 한다. 사귀는 여자를 데리고 온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된 것 같아” “아직 이안에게는 여자는 없어” “하지만 있어야 해. 이들도 이제 서른이 되어가고 있어

 

이 엄마들의 나이도 약 40대 중후반이 되어갈 것이다.

아주 젊었을 때 결혼을 했으니..

<디어 마이 프렌드> 의 동진의 나이도 이 정도였고..

이 나이가 되면 시기를 알게 되는 것일까?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이 아니라 이제는 이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을 알게되는 나이. 열정적으로 그들을 사랑했지만 그리고 너무 행복했지만 그들의 세상으로 돌려 보내 주어야 할 시기를 아는 나이..그들의 사랑을 멈추어야 하는 시기를 아는 나이, 그리고 물러 날때를 알게 되는 나이.. 그 나이가 이 엄마들의 나이. 드라마속의 동진선배의 나이.. 그리고 내 나이일까.

드라마 속의 그 대사를 듣고 공감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 나이를 실감했으니

나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로즈에게 이안이 받아 들이지 못하고 화를 냈을 때 로즈는 자신들은 기품있는 숙녀가 될 것이고 망신스러운 엄마들이 미덕의 화신이 될 것이고 완벽한 시어머니가 되고 멋진 할머니가 될 것이가는 말을 한다.

실제 이 엄마들은 멋진 시어머니, 멋진 할머니가 된다. 여전히 멋지고 섹시한 두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마음 한 켠에 열정과 사랑을 숨기고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겠다고 선택한 것을 옳다 그르다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 마음을 품고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두 아들들이 겉 보기의 삶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이다. 가끔은 마음에 깊이 담아 둔 그 사랑에 덜컥 놀라기도 할 것이고 가끔은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도 하고 그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랑에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다.

도덕이라는 것이 보편 타당한 공동선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선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사랑에는 도덕도 이성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때는 온 몸과 마음을 내 던져 앞뒤 안 보고 돌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해야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소위 적정한 대상과 적정한 시기와 적정한 공간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그 사랑에 온 힘을 다해 그 사람을 사랑하다 만약 그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아니 잘못 되지는 않았어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진다면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알고 그 시기를 놓치는 않는 것. 이것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지는 사랑하는 사람의 자세.

그리고 그 지점을 알고 행동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 그냥 나이 먹음이 아니라 제대로 나이 먹는 것.

단순히 타인의 시선에, 도덕적 잣대에 자신의 사랑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을 긋는 것. 사랑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멈추어야 할 때라는 것..

그만두어야 할 때라는 것. 그리고 스스로 그 시기를 선택하는 것..

감정껏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것도 사랑이지만 그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물론 결혼을 했어도 이들의 감정적인 끈끈한 유대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사랑의 단편들을 보고 그들의 사랑에 질겁을 하기는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랑이기에 그들에게도 그 아내들에게도 쉽사리 단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그냥.. 이런 사랑도 있고 이런 삶도 있더라..라고 밖에..

 

과연 다음번에 <그랜드 마더스>를 읽을때는 어떤 것에 꽂혀 읽게 될까..

  

 

 

 

 

 

 

 

 

 

 

 

 

 

 

 

그들만의 세상에서 찬란히 빛나는 이 젊음과 싱그러움에 끌리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비록 친구의 아들이지만.. 그 사랑의 끝을 알지만...

그래도 한번 쯤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귀울여지지 않을까?

과연 악마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도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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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6-24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영화, 도쿄 타워 라는 영화도 비슷한 내용이지요. 제가 한동안 주연배우에게 꽂혀서 봤는데요. 정말 공감하지 못 했거든요. 자꾸만 친구 아들에게 틈을 주는 여자가 비상식(?)적으로 보였죠. 남자는 아무에게나 댐비는(?) 생물이라 그렇다쳐도... 하고서 ㅋㅋ
어차피 사랑은 상식으로 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할아버지들이 어린 여자애들을 보고 떨리는 마음을 품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

지금행복하자 2016-06-24 09:2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영화보면서는 공감했어요.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남자아이가 어느날 문득 어깨가 떡 벌어지고 남자냄새를 풍길때 가슴이 떨렸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물론 이 머스마가 남자짓을 하기는 했지만... 잠깐이나마 흔들릴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여자보다는 엄마의 시선이 더 강해서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인건 확실해요. 근데 생각보다 이런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 많은것이 현실인걸보면 세상은 재미있어요~

도쿄타워 한번 봐야겠어요~ 궁금해졌어요 ㅋㅋ

samadhi(眞我) 2016-06-24 10:21   좋아요 0 | URL
동명의 다른 영화도 있어요. 그거랑 다릅니다. 그 영화도 괜찮고요.

2016-06-24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4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은 왜곡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그 마저도 기억하고 싶은 데로 기억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
그 돌은 던졌는지 기억도 못 하는데 개구리가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마리가 죽었다면...

The sense of Ending

몇년전에 번역 되기전에 읽었었는데
마지막을 보면서 멘붕이었던 기억이 난다..
토니의 추측도 독자의 추측도 어긋난 작품이었다..
같이 읽었던 사람들도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다시 찾아 볼까..
지금 읽은 그 내용은 맞기는 하는 걸까? 대략 줄거리는 기억이 나는데 세세한 부분은 이런 내용이 있었나?
그때는 뭘 읽은 건가? 싶기 까지 하다..
책에 대한 기억마저 왜곡 되는건가.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에게 어떤 돌을 던지고 있을까...
내 기억은 어떻게 왜곡되어가고 있을까
계기가 없는 한 알수도 없고
실제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눈 한번 질끈 감으면 되니까


이제서야 정신이 차려진다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근데 벌써 반년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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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6-21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셨습니까 ? 한동안 안 보이셔서

지금행복하자 2016-06-21 16:06   좋아요 1 | URL
책을 통 못 읽었어요~ 읽어도 읽는게 아닌 상태? 발도 다치고 눈도 안 보이고.. 일도 많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서재에서도 멀어지더군요.. 이제 책이 보이기 시작하니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지금 나와는 정 반대이지만 현상은 비슷해 보이는 형이상학

- 책을 읽다가 갑자기 흥미로운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 그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기계적으로 글자와 문장을 따라 갈 뿐, 이미 책은 안중에도 없을 때가 있다. 무엇을 읽었는지도 모르고 방금 읽은 내용도 기억하지 못한 채 책장만 넘긴다. 당신의 영혼은 자신의 짝인 동물성에게 책을 읽으라고 명령은 해 놓은채, 정작 자신은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 타자는 영혼이 더는 귀 기울이지 않는 책 읽기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32p)


나는 흥미로운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이 빠져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현상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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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4-19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숱한 경험을 이렇게 명료하게 표현해내다니...
저 자신의 짝인 동물성에게 명령만 내리는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ㅎㅎ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4-19 15:52   좋아요 0 | URL
지금도 동물성만 움직이고 영혼은 탈출중이에요~ ㅎㅎ

프레이야 2016-04-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지금행복하자 2016-04-19 15:52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제 방 다시보기 해야겠어요^^
 

마을 중학교 체육대회에 띄여진
노란배 사진관.
사진반 동아리 <감성잡기>와 함께하는
기억을 찍는 노란배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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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 앵두꽃. 산수유꽃.
그리고 사람..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눈을 맞추며 귀기울이는
그리고 낯선 시선을 느끼고 뒤를 흘낏보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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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0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행복하자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4-03 13:02   좋아요 1 | URL
늦었죠? ㅎㅎ 오늘은 비오는 일요일이에요~ 좋은 하루 되세요~^^

2016-04-0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 넘 좋아요!!!

지금행복하자 2016-04-03 13:01   좋아요 0 | URL
ㅎㅎ 완전 감사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은 봄이로군요. 오늘 정말 날이 덥더군요.. 앞집에 목련 나무가 매우 큰 게 있는데... 아, 정말 목련 좋더군요..

지금행복하자 2016-04-03 13:01   좋아요 0 | URL
봄이라기보다는 낮에는 여름에 더 가까운 것 같인요~ 오늘은 비가 올련지 하늘도 무겁고... 몸도 무거워요~ 이 비에 벚꽃들이 다 떨어지겠네요~~
목련은..... 왠지... 오늘은 목련보러 나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