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피어
김언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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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도는 끝없는 시간의 되돌림 속에서 공바라를 구원할 수 있었을까?
어린 소년이었던 현도의 유일한 소망은 오로지 공바라를 살려내는 것이었지만 시간의 뒤틀림 속에서 그의 소망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이 책에선 흐트러진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확정된 지금의 현재를 바꾸고 싶어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이렇게 단 한 번 자신의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만약을 가장한 소원을 이야기하거나 물을 때가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거나 그때 이랬더라면 하면서 후회하는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이 많다는 증거로 많은 사람이 시간여행이 가능한 타임캡슐의 발명을 꿈꾸고 있다는 걸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간 여행이 가능하고 원하는 시점으로의 여행이 가능해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원하는 걸 얻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매직 스피어`이다.
이 매직 스피어라는 건 양자물리학이랑 불교의 기본 원리를 담은 일종의 타임슬립이 가능한 장치다.
하지만 이 책에선 이 장치를 손에 넣은 사람의 말로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처음 이 장치를 만든 사람이면서 자신의 연인의 부활을 꿈꿨던 바라의 엄마이자 세기의 천재인 진명주는 그렇게 사랑했던 연인을 부활시키기는커녕 자신이 만든 매직 스피어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딸과 남편마저 불행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뒤틀린 시간 속에 갇히게 만들고 자신마저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그리고 문제의 소녀 바라 역시 현도가 시도하는 몇 번의 자각몽 속에서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버린 채 고통 속에 되돌림하고 있다.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바라가 남겨준 매직 스피어의 힘을 알게 된 현도는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바라를 살려내기 위해 몇 번의 시간여행을 하지만 바뀐 현실에서도 바라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에서 의혹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 자신 이외에도 과거를 되돌리는 사람이 있어 자신보다 앞서 그 과거를 뒤틀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게 아닐까 하는 의혹과 함께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진명주와 바라의 아버지 사건을 조사하는 현도
이렇게 이 책은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장치 매직 스피어의 힘의 원리에 대한 이야기와 그 매직 스피어를 원해 살인도 불사하고 모든 것을 조작해서 원하는 대로 바꾸어버리는 숨은 범인을 찾는 과정을 쫓고 있다.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작은 티끌에도 우주가 있고 우주 역시 작은 티끌이며 모든 시간 속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같이 연결되고 겹쳐있다고 보는 불교의 기본 원리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그 뜻은 잘 모르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같이 묶어서 매직 스피어라는 매력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그 장치를 이용해서 돈과 명예가 아닌 사랑하는 소녀를 되살리기 위해 수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현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안타까운 로맨스 소설이면서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물이기도 하다.
범인의 윤곽이 쉽게 드러난다는 건 미스터리물로선 좀 아쉬운 점이지만 뻔한 결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과학과 종교의 철학적인 이론 사이의 공통점을 끄집어내 흥미로운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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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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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으로의 이민이 우리에게 꿈일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알려진 이른바 아메리칸드림을 꿈꿀 수 있는 자유의 나라
하지만 그곳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낯선 언어와 낯선 문화에 둘러싸인 채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사람도 많았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민자 2세인 자식과의 단절이라는 이중적인 고통까지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이 소설집에서는 그런 낯선 곳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과 고통,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 고통은 가장 가까이 옆에 있는 가족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선택을 후회하고 용서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림랜드`는 그래서 이민자의 역사와 애환을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시카고의 위험지대에서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고 있는 도넛가게의 여주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림랜드`
그녀 역시 빈몸으로 이민을 와 남편만 믿고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전과자가 되어버린 후 더 이상 남편이나 자식이 아닌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녀가 느닷없이 전과자가 된 사연에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라는 남편의 비겁한 변명과 은근한 강요가 있었고 그녀 한 사람만의 희생을 바라는 가족의 이기심이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폭우 속에서 자신의 두 번째 남자이자 남편의 목숨을 결정하는 수술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여자 이야기를 다룬 `폭우`에서는 자신이 모든 걸 바쳤지만 처참하게 버림받았던 첫 번째 남자와 달리 자신에게 희생적이면서 애정을 준 남편이 반드시 살아있기를 바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수술을 바라지만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밑바닥에서는  그 남편이 죽게 되면 가질 수 있는 보험금을 바라는 여자의 이중적 심리를 다루고 있는데 비인간적이라고 욕하기보다 묘하게 인간적으로 공감이 갔다.
딸과 아들의 차별이 심한 엄마에게 상처를 받고 모든 걸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이민을 온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선택`은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잘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고생스러운 삶에 대해 모르면서도 그저 잘 사는 나라에 산다는 것 하나라 잘 산다고 생각해버리는 일반 사람의 고정관념을 꼬집고 있다.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모녀...모든걸 버린다는 선택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 줄수 있었다.
`나바호의 노래`는 원래 땅의 주인이지만 어느새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빼앗겨버린 채 좁은 지역에서 갇혀 살아야 하는 원주민들의 애환에 관한 이야기와 이런 곳에 이주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주민의 삶을 교차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묘한 울림이 있었다.
이렇게 몇 편의 단편들은 스스로 좋아서 선택했던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든 고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시작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전 편에 흐르는 이야기 속 주제는 화해와 용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걸 이해하고 용서해주라는...
아웃사이더로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이라서 더욱 희생을 강요당하고 고통받는 삶을 살아가는 여성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극적 표현 없이 덤덤하게 그려놓았는데 그게 더 현실성 있게 와 닿았을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습과도 차이가 없어 더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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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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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넘고 시대를 넘어서도 끝나지 않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사임당-빛의 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인 사임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논픽션이 아닌 픽션인 만큼 대부분 허구이지만 역사적인 사실에다 소설적인 재미를 추가해서 조선시대 여자로서 뚜렷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던 사임당을 재발견할 수 있게 했다.
단순히 율곡 이이와 이 매창을 키워낸 어머니로서의 사임당이 아닌 여자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힘든 조선 중기에 여성 문인으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문인 사임당의 활약과 그런 그녀를 목숨 걸고 사랑했던 정인 이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첨가함으로써 소설적 재미를 높이고 있다.
너무나 사랑해서 당연하게 부부의 연으로 맺어질 거라 생각했던 사임당이 하루아침에 남의 아내가 된 사연을 수십 년이 지나 드디어 알게 된 이겸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자 피눈물을 쏟으며 앞으로의 생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리라 맹세하지만 그녀를 노리는 휘음당과 민치형 무리의 간계는 끝이 없다.
한편 현재의 지윤 역시 민정학 교수의 음모에서 벗어나기 힘들 뿐 아니라 그의 비리를 증명할 금강산도 역시 빼앗기고 모든 것이 무너져내려 절망만이 남아있던 중 자신과 어딘가 비슷한 사임당을 꿈결같은 환상에서 만나게 되고 사임당은 지윤에게 끝까지 희망을 놓지 말 것을 그리고 지윤은 자신과 그녀의 살 길을 알려주게 된다.
지윤이 이탈리아에서 만난 미인도와 그 속에서 찾은 진짜 금강산도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겸이 죽어서는 안되고 또한 사임당을 위해서라도 하늘 아래 어딘가 그가 살아있길 바라는 간절한 소원이 합쳐져 이겸을 구원하게 된다.그리고 그 구원을 통해 현재의 지윤 역시 위기를 벗어날수 있게 되고...
이렇게 모든게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연히 발견된 낡은 일기를 통해 그녀가 걸어온 길이나 고난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의 사연을 들려주고 있는 사임당 빛의 일기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전개와 이루어질 수 없어 더 가슴에 와 닿는 절절한 사랑, 권력을 얻기 위해 벌이는 암투라는 흥미적 요소와 금강산도의 진위를 둘러싼 진실 찾기라는 미스터리적 요소까지 가미해서 지루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있다.
정숙하고 현모양처의 표본이라는 다소 지루하고 구태의연한 인물로만 알고있던 사임당에 대해 좀 더 관심 갖게 하는 의미만으로도 이 책은 사명을 다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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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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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은 솔직히 매력을 못 느낀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잘 알려져 있어 반전이 없고 어릴 적 강제적으로 읽은 위인들의 삶은 너무나 반듯해 인간적인 매력을 잘 못 느끼는 탓이기도 하다.
위인전 속 그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총명했고 부모님 말씀을 잘 따랐으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자신이 품은 뜻을 버리지 않아 마침내 자신이 원했던 바를 이룬... 그야말로 박제된 위인의 삶을 그리기 때문에 존경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삶을 따라 할 수도 없지만 솔직히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브라운관을 떠나있던 여배우의 복귀작이라 언론에서도 떠들썩했던 사임당-빛의 일기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생각했던 위인의 삶이 아닌 데다 현대와 과거의 교차로 시대물의 한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안견의 `금강산도`라는 그림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에다 사임당 신씨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까지 넣어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했다.그러니까 이 책은 잘 알려졌지만 실제의 삶은 잘 모르는 사임당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에다 작가의상상을 그려넣은 팩션이다.
대학에서 교수직 임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던 지윤은 금강산도로 인해 자신의 지도교수이자 교수직 임용의 키를 가진 민정학교수의 눈밖에 나게 되고 잘 나가던 남편 역시 투자 실패로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쳐진 상황이다.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문화계의 실세인 민정학교수가 발굴한 안견의 금강산도의 진위성에 의문을 가진 지윤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그림과 고서에서 금강산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고서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교수 임용에 성공하고자 하지만 자신이 발굴한 금강산도에 많은 걸 걸고 있는 민 교수 측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지윤이 발견한 고서는 우리에게도 알려진 신사임당의 일기였고 그 일기에 그녀의 치열했던...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사랑이 쓰여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같이 그림을 사랑하고 서로에게 충실했던 왕가의 자손인 이겸... 혼례를 치러 부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사람은 사임당이 아버지 몰래 본 한 소절의 글로 인해 단숨에 아버지는 칼에 베여 돌아가시고 자신은 사랑하던 이겸과 헤어져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의 아내가 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때 이후로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손에서 놓게 된다.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한순간에 이별하게 된 연인을 못 잊어 파락호로 떠돌던 이겸은 우연히 사임당과 조우하게 되고 친정에서 받은 재산마저 무능한 남편이 다 날리고 한순간에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된 사임당을 보면서 원망하는 마음과 별도로 그녀를 돕고자 하나 그녀는 냉정히 거절하고 그녀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 생전 해보지 못했던 노동을 하면서도 자식들에게 밝은 면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이겸은 모르게 그들에게 원한과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었고 그녀는 왕가의 핏줄인 이겸은 어렵지만 지금의 사임당에게 얼마든지 더 힘들고 어렵게 만들 수 있는 힘과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현대의 지윤과 일기 속의 사임당 역시 모든 걸 잃고 삶이 바닥에 처박힌 상황인데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하던 지윤과 달리 사임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종이를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지금의 모습에 좌절하지 않고 아이들과 같이 현재를 좀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지윤으로 하여금 다시 해 볼 용기를 얻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임당과 지윤 모두 현재 자신이 상대하는 악역의 힘이 강해 도무지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노력하는 그들에게 조력하는 사람이 있어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이루어질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이겸과 사임당... 그리고 이겸이 그린 미인도가 조선에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발견된 사연이 더욱 궁금해지는 사임당-빛의 일기
그들을 둘러싼 음모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리고 지윤은 또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지 궁금하다.
다음 편을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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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사는 저택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2
황태환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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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사방은 좀비로 가득차고 나와 아버지는 병원건물에 갇혀 지낸지 1년

병원내부에서조차 좀비들이 돌아다녀 마음편히 쉬질 못하지만 어디에서도 도움받을길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마저 좀비가 되고 삶의 의욕마저 꺽이던 날 우연히 자신이 있는 병원 내부로 좀비에게 쫓기던 다른 생존자가 도움을 청하며 합류하게 된다.

 

생존자 중 한사람은 자신이 원래 근무하던 병원원장의 아들로 평소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자신위에서 군림하며 폭력도 서슴치않고 행하던 사람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해 호감을 가졌던 여자였다.

이들은 도움을 받았을 당시 잠깐 고마움을 표하지만 이내 세상이 바뀌기전과 다름없는 행태로 힘이 없고 약한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며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몰염치한 면모를 서슴없이 보이고 있다.

그들의 이런 염치없는 행동은 이후 나의 변심에 타당성을 부여해준다.

바깥과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 좀비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가 식량을 구해올수있는 사람은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자신뿐이라는걸 자각하게 된 나는 점차 이런점을 이용해 생존자들 사이에서 군림하게 되고 비록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식량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왜소증남자에게 모든걸 맡기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생존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의심과 불신의 싹이 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몇해전 좀비라면 질색하던 내가 제법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있다.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옥상으로 가는 길,좀비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좀비를 소재로 해서 단순히 좀비에게 쫓기는 모습이 아닌 사회고발을 하고 환경문제같은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좀비문학은 B급이라는 인식을 조금 바뀌게 해 주었고 제2회 ZA문학 공모전 수상작이었던 만큼 작품완성도도 높았던 책이었다.

그 4편의 단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것중 하나가 바로 `옥상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이 책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그 단편의 확장버젼이라 할수 있다.

보이는 곳 모두 좀비에게 점령당하다시피하고 생존자는 얼마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 얼마 남지않은 생존자 사이에서도 서로 우위에 서고 싶어 싸움을 하고 누구에게 잘 보이면 좀 더 나을까 궁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지않을 수 없지만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솔직히 나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않을거라는 걸 알기에 맘놓고 욕을 할수도 없다.

2명만 남아도 서열을 나눈다는 인간의 속성은 여차하면 모두가 좀비에게 먹힐 상황임에도 다툼을 멈추지않고 서로를 의심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좀비가 들끓는 곳으로 가차없이 내보낼뿐 아니라 눈앞에서 좀비에게 먹혀도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보호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흉기마저 휘두르는 극단적인 잔인성과 이기심을 보여주고 있는

이곳은 이미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 할수 없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들 하는데 이곳 병원건물에 모인 생존자들은 겉은 인간의 형상이지만 이미 인간임을 포기한...바깥에서 이성은 없고 오로지 먹을것에만 반응하고 찾아 다니는 좀비와 다르지않다

사회에서 늘 편견과 부당한 시선에 시달리던 왜소증 남자가 모든것이 바뀐 세상에서 자신의 작은 몸을 이용해 힘이 주는 권력의 맛을 알고 날아올랐다 추락해가는 과정을 잔혹하게 그리고 있는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인간의 이기심과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좀비로 가득 찬 바깥도 무섭지만 언제 내 뒤에서 칼을 들이밀지 모르는 인간이라는 동족들이 모여있는 내부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아니  그저 본능에 충실한 좀비보다 이성이 존재하는 인간들이 모여있는 이곳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이미 이 곳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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