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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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몇년을 기준으로 매번 반복되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단어가 있다.

종말..휴거...단어는 달라도 그 뜻은 모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뒤집어지고 몇몇 선택받은 사람만이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맞는다는 건데 이런 일련의 소동중 가장 크고 인상적이었던게 1999년 휴거 소동이 아니었나 한다.

이때의 소동은 우리나라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건데 그 예언의 뒤에는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라는 강력한 뒷받침이 있었고 20세기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인 21세기를 맞는 시점이라 밀레니엄버그에 대한 공포도 맞물려서 모두가 숨죽이며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 9시 뉴스에도 나왔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난리를 피우면서 2000년 1월 1일을 멀쩡이 맞았을때의 그 허탈감이란...

그 이후에도 몇몇 사이비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종말 예언은 계속되고 있는걸 보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있는것 같다.

아마도 현실세계에 만족하지못한 사람이 있는 이상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소망은 사라지지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비취록`은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뒷받침해주는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소설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세상이 곧 오리라는 예언서가 있으니 둘의 조합은 아마도 천하무적의 궁합일듯...

저자는 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을 주로 쓰는 것 같은데...나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해봤는데..상당히 흥미로웠다.

 

 

 

대학교수인 강명준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죄로 교수직을 박탈당한 위기에 처해있는 와중에 누군가 그에게 고서감정을 요청해온다.`비취록`이라고 쓰여진 그 책을 본 순간 심상치않은 책임을 느끼지만 그 책의 감정을 부탁했던 최용만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그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고미술품 중간상인 역시 살해당한 채 그 책은 깜쪽같이 사라진다. 이 모든 살인사건의 배후는 계룡산에 있는 수상한 절인 쌍백사를 향하고 자신의 교수직박탈을 취소하기위해서 반드시 그 예언서가 필요한 명준은 사건 깊숙히 개입하게 되지만 사건을 캐면 캘수록 새롭게 드러나는 살인사건에다 쌍백사 승려들의 불자같지않은 행동은 혼란스러운데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홍경래의 난 이후 10년뒤에 쓰여졌다는 의문의 예언서 `비취록`이 존재하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러한 점을 노리고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예언이라는 것이고 그 시대가 어수선하면 할수록 예언서의 존재는 그 가치를 발하는 법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예언서인 비취록의 등장 배경 역시 이러하다.

조선 후기 혼란스러움을 틈타 신분고하없는 평등 세상을 꿈꾸며 들불같이 일어났던 민초들의 반란인 홍경래의 난이 실패한 후 10년 뒤에 쓰여졌다는 배경도 그러하고 특히 우리의 치욕스런 과거인 일제시대의 종말을 예언하며 일본 패망을 말했다던 지금은 잊혀진 민족종교인 보천교가 등장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민족종교의 결합으로 예언서의 존재가치를 높히고 있다.

그리고 그 예언서를 손에 쥐고자하는 사람들의 욕심과 열망이 이 책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데...누군가에겐 이 책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고 누군가에겐 팔자를 뒤바꿔줄 재산이 되며 또 누군가에게 위태로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해줄 발판같은 존재기에 서로 목숨을 걸고 쟁취하고자 하는 도구로서 예언서는 존재하고 있다.

한권의 책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과 현재에서의 살인사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아직도 청산되지못한 친일의 역사가 뒤섞여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었고 읽다보니 마지막엔 나도 모르게 형암의 위업이 달성되었다면 그 뒷이야기는 어떻게 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래서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지않는다.

책속에서 형암이라는 사람의 입을 빌려 현재의 정치가 나아갈 길을 잃고 헤메고 있으며 지도자의 길에 대한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데...조금은 후련한 감도 없지않다.

미스터리로서는 좀 약한듯 하지만 민족종교의 역사나 예언서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한듯한 점은 높히 살만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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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1 - 사도세자 이선, 교룡으로 지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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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잔인하고 비극적인 죽음중 하나가 바로 왕세자이면서 뒤주에 갇혀 굶어죽은 사도세자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왕을 아비로 두고 장인을 영상으로 뒀으며 다음 왕위를 물려받을 왕세자이면서도 일반인들보다 더 비루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그 사람 이선

그를 통해 우리는 권력의 비정함을 이야기하곤한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재위한 영조는 수많은 업적과 치세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고 간 왕으로 먼저 기억되는 오점을 남기게 되는데 형님인 경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보위기간 내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노론의 태도는 그가 소론에게 예민하게 반응할수 밖에 없게 했고 그런 그들이 이선을 따랐던 점도 그가 아들에게 잔인한 처사를 하도록 일조를 한것 같다.

또한 영조는 자신을 보위에 오르게 해준 노론세력에 맞서기 힘들었고 이에 반하는 세자를 그들 노론 역시 두고볼수 없었기에 왕세자임에도 그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비인 왕을 대신하여 대리청정을 하는 왕세자 이선은 모든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궐 내의 모든권력을 쥐고 있는 노론세력이 곳곳에 숨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을뿐만 아니라 아비인 왕조차도 자식인 이선을 정적으로 보고 있기에 의지할곳 하나없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와도 같은 처지...하지만 그는 노론을 위한 정치가 아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는 교룡이 되고자 하고 그런 그를 노론세력과 왕뿐 아니라 그의 모후와 아내까지 모두 노론이 되어서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바라기에 어디 한곳에도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는 처지다.

마침내 더 이상 숨죽인듯 지내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그에게 세자빈 한씨는 세손을 생각해서 아무것도 하지말것을 부탁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평양으로 향하고 이런 그의 뒤를 쫏는 자들이 있었으니...일대에 피바람이 부는데...

 

예전부터 사극드라마에 단골소재로 쓰이는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

아무리 권력이 비정하다해도 아비가 아들을 그렇게 잔혹하게 죽인 경우가 전무했기에 그만큼 드라마적인 소재로 매력이있었으리라

하지만 이제껏 아비인 홍봉한의 정치적인 야심과 잔인하고 괴팍한 시아버지 영조에 의해 지아비를 잃고 눈물로 한스런 세상을 보낸 그저 힘없고 눈물많은 피해자로 주로 묘사되었던 혜경궁 홍씨에 대한 평가가 아주 달라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그녀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약한 세자빈이 아닌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 계비와 전면적인 승부를 하고 노론세력을 상대로 자신의 아들을 건 딜을 하는...그야말로 정치적일뿐 아니라 강철같은 의지와 날카롭고 예리한 정치의식을 가진 여장부와도 같은 여자로 묘사한것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인 인물인 바로 이선이 아닐까?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강직한...무인으로서의 성향이 강한 이선은 백성을 위한 정치,당파에 치우치지않는 정치를 하고자 꿈꿨지만 그가 가진 이상은 현실정치와 동떨어졌기에 아비와 그의 아내...심지어 어미에게서도 내쳐지는 신세가 된 것이고 이것이 그를 죽음으로 내 몬 결과가 된다.

사실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에 관한 것은 모두가 알기에 오히려 소설적 소재로선 신선함이 떨어지고 아비인 영조와의 대척이나 어린 왕세손인 이산이 정조가 되는 과정 역시 워낙 자주 다룬 소재이기에 더 이상 궁금함도 없을것 같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일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선 영리하게도 새로운 모습의 세자빈을 내세우고 노론의 불안과 그들의 야심 그리고 그들의 왜 야합할수 밖에 없었는지...세자 이선이 왜 배척당할수밖에 없었는지와 같은 정치적인 상황묘사를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있어 식상한 소재의 불리함을 벗어나고 있는데다 광백이라는 소설적인 캐릭터를 넣어 이야기의 폭을 넓히고 있어 신섬함도 느껴진다.

책을 읽는 내내 탈출구를 찾고자하는 이선의 모습을 보면 그의 최후를 아는 입장에선 이선의 처지가 가슴아프고 답답했지만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간의 치열한 정치게임과 두뇌싸움 그리고 궁궐에서 벌어지는 암투보다 그런 암투가 벌어질때 궐밖에선 어떤 음모가 자리 잡고 있고 배후세력들은 어떤 움직임을 그리는지와 같은 픽션을 가미해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그들을 불안하게 한 세자를 축출했으니 다음은 세손인 이산을 둘러싼 정치다툼은 어떻게 전개될지...그리고 안국래와 갑수가 길러낸 살수들은 어디서 어떤 등장을 하지...궁금해진다.바람앞 등불같은 아들...지아비를 버리고 택한 아들 이산을 위한 홍씨의 선택은 뭐가 될지 그녀의 활약도  이책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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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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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집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내 의사와 상관없이 관찰당하고 있다.

처음엔 온주위에서 내 행동을 감시하고 있는 cctv가 그렇게 불편하고 껄끄럽더니 뉴스나 기타 매체를 통해 범죄예방과 범죄용의자를 잡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cctv의 순기능에 대해 자꾸 접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이제는 범죄의 사각지대에서 우리를 지켜줄 도구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기계에 의한 감시이자 나혼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속에 있는 나의 일부분만을 지켜보는 것이기에 조금은 불편을 감수할수 있지만...만약 누군가가 나를 아주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관찰하고 있었다면...그리고 그런 사실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만해도 끔직하고 숨이 턱 막힐것 같은 압박감을 느낄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 이야기이다.

감시하는 사람과 감시당하는 줄도 모른 채 감시당하고 있는 한 사람이야기

상당히 독특한 내용이지만 이 작가의 전작 역시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엇기에 읽기전부터 기대가 있었고 소재의 창의성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높은 토익점수와 탁월한 학점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오랫동안 취업이 힘들었던 수인은 어느날 우연히 본 광고를 통해 정부산하의 비공식기관에 취업을 하게된다.

안도한것도 잠시 그녀에게 맡겨진 임무는 한 사람을 감시하고 관찰하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마치 일기처럼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는데 왜 이런일을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맡은일이지만 그녀의 오랜 병증인 관음증과 강박증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 일거리였다.

단순한 관찰 대상자였던 일명 `밥`은 그녀가 지켜보면 볼수록 특별한 사람이었고 깨끗하면서도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그에게 가해지는 삶의 고통이 수인에게도 점점 무겁게 다가온다.

그 남자 재황은 잘생긴 외모에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고아로 순탄치않은 삶을 살아오면서도 한마디 불평없이 꿋꿋하게 자신의 갈길을 걷는...참으로 모범적인 삶의 표범같은 사람이었기에 그의 변절은 수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점점 관찰자가 아닌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그에게 빠져들게 되면서 점점 자신이 하는일에 의문이 드는데...

 

책을 읽으면서 점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나도 모르는 새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켜보고 있엇다면...이라는 가정하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 책 내용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cctv에 자신도 모르게 찍히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결코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가볍지않게 다가오고 있다.

만약 책속의 그 사람들처럼 어떤 사람이 혹은 어떤 단체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마치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거나 혹은 실험실의 모르모트처럼 감시하고 심지어는 재황에게 목적을 숨기고 다가간 광모처럼 그 사람을 우연을 가장해 조정할려고 든다면 어찌될까?

어쩌면 이미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조정당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의견과 생각으로 결정한것이라고 착각하고 사는건 아닌지 문득 두렵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정보를 가지고 우리를 조정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부적격자라 낙인찍혀 이 세상에서 소멸되는건 아닐지..

책속에서 나오는 미친 과학자들처럼 인류를 개량할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그냥 단순한 판타지소설로 재밌게 읽을수 있겠지만 우리도 잘 알다시피 자신들만이 우수한 인종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다른 인종을 말살할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유사이래 계속 있어왔기때문에 이 책이 단순한 소설로 볼수 없을 뿐 아니라 더더욱 잔혹하고 두렵게 다가왔다.

그래서 읽으면서 참으로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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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동창생 - 열아홉, 소년의 약속
윤이경 지음, 김수영 각본, 오동진 인터뷰.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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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가 어릴때만 해도 반공교육이며 북한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했었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빨갱이라는 말처럼 북한 사람들은 정말로 짐승같고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을뿐 아니라 우리의 최대 적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작용했기에 그들도 인간이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뉴스에서도 잊을만하면 간첩사건이 발생하고 잠수정을 타고 야간에 침투한 간첩을 잡겠다고 온나라가 비상이 걸리기도 한...

그러던 것이 어느샌가 간첩이라는 단어는 영화에서 남한 물정을 제대로 모르고 내려와 어리버리한 상태로 오히려 강도를 당하거나 하는 우스운 존재로 비쳐지는..조금은 친숙하고 희극적인 느낌이 드는 존재처럼 되었다.

그래서 책이나 영화에서 정색을 하고 그들이 벌이는 실상을 이야기하거나 해도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살리거나 액션씬을 멋지게 연출하기 위한 장치로 받아들이는 지경이다.

그만큼 요즘 세대에게 간첩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두렵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인데 우리나라가 아직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런 때에 젊은 층에게서 어필하고 있는 빅뱅의 탑을 주연으로 그가 간첩이 되어 자신의 동생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어

좀 걱정스러웠는데...내용도 좋았고 충분히 그들의 비인간적인 실상을 잘 그려낸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에서 공작원으로 활약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명훈가족에게 돌이킬수 없는 상처가 되고 가족의 생명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

어린 여동생 혜인이 보는 앞에서 엄마마저 죽고 명훈과 혜인은 그 무섭다는 요덕 수용소에 감금되어 짐승같은 나날을 보낸다.

하나 남은 가족인 여동생을 지키고자 필사적인.... 날 것 같은 명훈의 눈빛을 눈여겨 보던 정찰국 소속 장교 상철은 명훈에게 제안을 한다.

공작원이 되어 남한으로 내려가 임무를 완수한다면 동생과 살수 있다는 그의 제안은 거절할수 없는 제안이기에 그는 오랜 훈련을 거쳐 남한으로 탈북자의 신분을 한채 남파되고 상철의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지만...북한 역시 정치적인 파란이 심하던 때라 어리고 그저 동생을 지키겠다는 일념밖에 없는 명훈에겐 위태롭기 그지없는 나날이 이어지는데...

 

뭔가 간절히 바라거나 지킬것이 있는 사람은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로 치면 그저 고등학생일 뿐인 명훈이 마치 살인기계와도 같이 냉혹하게 흔들림없이 살인을 저지르지만...그리고 그 살인에 두려움이나 죄책감조차 갖지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는 자신은 꼭 임무를 완수해서 어린 여동생과 살것이라는 맹목적인 신념과도 같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른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살인을 저질러도 그가 두렵거나 한게 아니라 순진하고 어리숙어 잔인한 어른들의 정치게임에 이용당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마치 명훈이 남파되던 시기는 어린 남매에겐 불행하게도 김정일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사후승계를 두고 북한 내부에서도 치열한 당파싸움이 있었던 때였고 그런 정치적인 상황은 모른채 목숨을 걸고 그저 외줄을 타는 꼭두각시행세를 하는 명훈이의 모습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간첩인데다 어린 고등학생이고 가슴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기에 간첩에 대한..혹은 암살자에 대해 미화하거나 영웅시 하는건 아닌지 우려했지만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인 노림수를 위해 어린 아이들까지도 사지로 내몰아 이용하고 필요가 없으면 잔혹하게 내처버리는 북한의 잔인한 모습이 부각된것 같다.

책 내용이 각본을 소재로 한것이라 그런지 상당히 영화스럽고 스팩타클한 장면들이 많이 보이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게 한다.

과연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될지...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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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2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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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익숙하지않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

읽다보면 오래전에 본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난다.

일반적인 자폐증이라는것과 달리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 장애가 있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말이 많은 편인데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않는 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얼핏 한가지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서번트 증후군과 비교가 되기도 하는데 전문적인 분야라서 더 이상은 잘 모르겠다.

이 작가 이정명의 책은 읽어본적이 없는데 그가 쓴 소설을 드라마화한것은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천재화가 신윤복이 여성일지도 모른 다는 가정으로 출발한 `바람의 화원`이 그랬고 집현전의 연쇄살인과 한글창제의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뿌리 깊은 나무`가 그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다 작가적 상상력을 기발하게 엮어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끌고가는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은 확실히 탁월한것 같아서 이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는데...천재이면서 바보의 틀에 갖힌 한 소년의 인생행로가 흥미로웠다.

미국 뉴욕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살자의 곁에서 피범벅이 된 용의자를 검거한다.

그리고 범죄현장에 그려진 수수께기 같은 숫자와 `나는 거짓말쟁이다`라는 문구는 수사당국을 당혹케하지만 같이 발견된 용의자인 청년은 어떤 형식의 조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런 청년에게 친절한 간호사인 안젤라는 그가 피살자의 주변에 남겨둔 숫자의 수수께기를 풀어 호감을 사게 되고 드디어 그의 입을 열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의 이름은 안길모이자 장가계,필립 한,마츠모트 요지등 9개가 넘고 인터폴에 수배가 내려진 범죄용의자

평양에서 태어난 그가 왜 머나먼 나라인 미국 뉴욕에까지 오게 되었는지..왜 각 나라에서 무시무시한 범죄용의자로 쫒기는 신세가 되었는지..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지만 수를 사랑하고 수에 대해 천재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단지 그 아이가 태어난곳이 불행히도 모든 자유가 억압되어 있는 북한 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오히려 이 아이의 수에 대한 천재성을 돋보이게 하는 설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별한 욕심도 갖고 싶은것도 없는 소년 길모가 남들이 일생을 통해 한번 겪어보기도 힘든 그 역경을 견뎌낼수 있었던 이유는 강씨 아저씨와 한 약속때문이다.그와 한 약속은 그에게 사명이었고 인생의 이정표와도 같았기에 그 약속의 주인공인 영애를 찾아 지구의 반을 도는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런 한가지 목표에 집중하는 것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특성이라고 한다.

바보라고 비웃는 그에게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주변에서 그를 바보라고 비웃어도 꿋꿋함을 보여주는데 요즘같이 약속을 가벼이 여기고 헌신짝 취급을 하는 세상에서 그의 이런 꿋꿋함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순수한 그와 대비되는 인물로 날치와 영애를 이야기할수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강한 동경과 열망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지만 이빨을 감춘채 그들로 하여금 속절없이 빠져들게 하는 파리지옥과도 같기에 그들 역시 헤어나올수 없어 고통을 겪게 되는데 그래서 그녀가 혹은 그가 하는 선택에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렇듯 여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야기는 탈북자에 대한 처우와 환경이야기이다.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건너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건 배고픔보다 더 무서운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놈이었고 그 누구도 마음놓고 믿을수 없는 현실은 그들로부터 박탈감을 안겨줘 다시 재입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시 목숨을 건 제 3국으로의 탈출을 도모한다는걸 길모의 행적으로 통해 그려내고 있는데 탈북자에 대해 많은 연구와 이해가 없으면 나오기 힘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는 알면서도 모른척 외면하고 싶은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뤄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처한 현실을 바로 볼수있도록

들이민다.그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라는 놈이 얼마나 무섭고 피도 눈몰도 없이 잔인한 놈인지도 알려주고...

천재이자 바보이고 탈북자이고 결국에는 승리자가 된 소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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