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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평점 :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은 솔직히 매력을 못 느낀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잘
알려져 있어 반전이 없고 어릴 적 강제적으로 읽은 위인들의 삶은 너무나 반듯해 인간적인 매력을 잘 못 느끼는 탓이기도
하다.
위인전 속 그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총명했고 부모님 말씀을 잘 따랐으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자신이 품은
뜻을 버리지 않아 마침내 자신이 원했던 바를 이룬... 그야말로 박제된 위인의 삶을 그리기 때문에 존경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삶을 따라 할 수도
없지만 솔직히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브라운관을 떠나있던 여배우의
복귀작이라 언론에서도 떠들썩했던 사임당-빛의 일기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생각했던 위인의 삶이 아닌 데다 현대와 과거의
교차로 시대물의 한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안견의 `금강산도`라는 그림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에다 사임당 신씨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까지 넣어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했다.그러니까 이 책은 잘 알려졌지만 실제의 삶은 잘 모르는 사임당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에다 작가의상상을 그려넣은 팩션이다.
대학에서 교수직 임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던 지윤은 금강산도로 인해
자신의 지도교수이자 교수직 임용의 키를 가진 민정학교수의 눈밖에 나게 되고 잘 나가던 남편 역시 투자 실패로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쳐진
상황이다.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문화계의 실세인 민정학교수가 발굴한 안견의 금강산도의 진위성에 의문을 가진 지윤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그림과 고서에서 금강산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고서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교수 임용에
성공하고자 하지만 자신이 발굴한 금강산도에 많은 걸 걸고 있는 민 교수 측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지윤이 발견한 고서는 우리에게도 알려진 신사임당의 일기였고 그 일기에 그녀의 치열했던...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사랑이 쓰여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같이 그림을 사랑하고 서로에게 충실했던 왕가의
자손인 이겸... 혼례를 치러 부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사람은 사임당이 아버지 몰래 본 한 소절의 글로 인해 단숨에 아버지는
칼에 베여 돌아가시고 자신은 사랑하던 이겸과 헤어져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의 아내가 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때 이후로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손에서 놓게 된다.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한순간에 이별하게 된 연인을 못 잊어 파락호로 떠돌던 이겸은 우연히
사임당과 조우하게 되고 친정에서 받은 재산마저 무능한 남편이 다 날리고 한순간에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된 사임당을 보면서 원망하는 마음과
별도로 그녀를 돕고자 하나 그녀는 냉정히 거절하고 그녀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 생전 해보지 못했던 노동을 하면서도 자식들에게 밝은 면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이겸은 모르게 그들에게 원한과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었고 그녀는 왕가의 핏줄인 이겸은 어렵지만 지금의 사임당에게 얼마든지 더 힘들고 어렵게 만들 수 있는 힘과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현대의 지윤과 일기 속의 사임당 역시 모든 걸 잃고 삶이 바닥에 처박힌 상황인데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하던 지윤과 달리 사임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종이를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지금의 모습에 좌절하지
않고 아이들과 같이 현재를 좀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지윤으로 하여금 다시
해 볼 용기를 얻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임당과 지윤 모두 현재 자신이 상대하는 악역의 힘이 강해 도무지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노력하는 그들에게 조력하는 사람이 있어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이루어질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이겸과 사임당... 그리고 이겸이 그린 미인도가 조선에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발견된 사연이 더욱 궁금해지는 사임당-빛의 일기
그들을 둘러싼 음모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리고 지윤은 또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지 궁금하다.
다음 편을 얼른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