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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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으로의 이민이 우리에게 꿈일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알려진 이른바 아메리칸드림을 꿈꿀 수 있는 자유의 나라
하지만 그곳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낯선 언어와 낯선 문화에 둘러싸인 채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사람도 많았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민자 2세인 자식과의 단절이라는 이중적인 고통까지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이 소설집에서는 그런 낯선 곳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과 고통,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 고통은 가장 가까이 옆에 있는 가족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선택을 후회하고 용서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림랜드`는 그래서 이민자의 역사와 애환을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시카고의 위험지대에서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고 있는 도넛가게의 여주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림랜드`
그녀 역시 빈몸으로 이민을 와 남편만 믿고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전과자가 되어버린 후 더 이상 남편이나 자식이 아닌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녀가 느닷없이 전과자가 된 사연에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라는 남편의 비겁한 변명과 은근한 강요가 있었고 그녀 한 사람만의 희생을 바라는 가족의 이기심이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폭우 속에서 자신의 두 번째 남자이자 남편의 목숨을 결정하는 수술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여자 이야기를 다룬 `폭우`에서는 자신이 모든 걸 바쳤지만 처참하게 버림받았던 첫 번째 남자와 달리 자신에게 희생적이면서 애정을 준 남편이 반드시 살아있기를 바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수술을 바라지만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밑바닥에서는  그 남편이 죽게 되면 가질 수 있는 보험금을 바라는 여자의 이중적 심리를 다루고 있는데 비인간적이라고 욕하기보다 묘하게 인간적으로 공감이 갔다.
딸과 아들의 차별이 심한 엄마에게 상처를 받고 모든 걸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이민을 온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선택`은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잘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고생스러운 삶에 대해 모르면서도 그저 잘 사는 나라에 산다는 것 하나라 잘 산다고 생각해버리는 일반 사람의 고정관념을 꼬집고 있다.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모녀...모든걸 버린다는 선택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 줄수 있었다.
`나바호의 노래`는 원래 땅의 주인이지만 어느새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빼앗겨버린 채 좁은 지역에서 갇혀 살아야 하는 원주민들의 애환에 관한 이야기와 이런 곳에 이주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주민의 삶을 교차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묘한 울림이 있었다.
이렇게 몇 편의 단편들은 스스로 좋아서 선택했던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든 고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시작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전 편에 흐르는 이야기 속 주제는 화해와 용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걸 이해하고 용서해주라는...
아웃사이더로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이라서 더욱 희생을 강요당하고 고통받는 삶을 살아가는 여성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극적 표현 없이 덤덤하게 그려놓았는데 그게 더 현실성 있게 와 닿았을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습과도 차이가 없어 더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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