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활의 재난은

다분히 삶이 감정 중심으로 조정돼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 달라스 윌라드, 『마음의 혁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사이드 잡 - Inside Job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인해 수천 만 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겠지만, 사건의 핵심에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금전적 이익을 위해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던 이들이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맷 데이먼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2. 감상평 。。。。。。。               

 

     광범위한 규제의 철폐와 감독기능의 포기는 자유 시장을 더욱 활성화 시켜 모두를 잘 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탐욕만을 불러일으켜 결국 모든 사람들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물론, ‘그들’은 그 와중에서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엄청난 돈을 손에 쥐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그들이 일으킨 범죄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절망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당당히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거 괜찮은 건가?

 

 

     영화는 꼭 다뤄야 할 주제를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 전달의 효율을 높였다. 이런저런 퍼포먼스들을 하는 것도 주의를 끄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아무래도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못하니까. 다만 덕분에 극 전체가 좀 딱딱해진 감은 없지 않아 느껴진다. 마이클 무어가 ‘식코’에서 보여준 식의 블랙 코미디라도 좀 섞었다면 괜찮을 법했는데. 여기에 금융업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범죄를 둘러대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그래서 종종 이름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전혀 반대가 되기도 하는) 용어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 부분에 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좀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감독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금융업에 무제한의 자유를 주면 필연적으로 그들은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드리고 말 것이라는 경고다. 지금도 미국 내 거대 은행자본들은 수천 명의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수십 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며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검은 거래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새롭고, 최첨단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그저 좋은 것인 줄 알고 수입하려는 이 땅의 멍청한 소시민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메시지지만, 당장 부동산 가격 떨어지는 데에만 온갖 관심을 동원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런 사실은 그저 어느 코미디 코너의 제목처럼 ‘불편한 진실’일 뿐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재정부 장관을 하며 수십 억 달러를 환율 방어한다며 내다버렸던 모 인물은 여전히 메가 뱅크 운운하며 ‘선진 금융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누구를 위한 메가 뱅크일까? ‘자본시장 선진화 법’이라는 것도 결국 알고보면 합법적으로 엄청난 위험은 고객들에게 돌리는 대신 자기들은 한탕 크게 놀아보겠다는 투기꾼들이 편하게 돈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규제를 철폐해주겠다는, (돈에 대한) 헌신과 충성선언에 다름 아니다. 유럽 의회는 나서서 금융산업 규제법안들을 제정하고 있는데, 어찌 된 건지 이 나라는 이것도 역주행 중이시다. 영화 속 어느 인물의 말처럼,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대다수의 서민들일 텐데, 물론 그분들에겐 안중에도 없겠지만.

 

 

     식코와 함께 꼭 한 번은 봐야 할 다큐멘터리다. 특히 경제학이나 경영학에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이다. 영화의 내용에 100%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이 정도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없이 이 분야에 평생을 건다는 건 정말 멍청한 짓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한때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이르는 세 개 대륙에 걸쳐 대 제국을 이룩했던 오스만 제국 말기,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었다. 과거의 관습/전통을 여전히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여전히 대다수였지만, 조금씩이나마 확실히 다른 사고와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사회 전체는 미묘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 소설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랑을 쫓아 살아가던 두 남자 - 제밀과 빌랄 -의 이야기이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여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성주(城主)의 아들인 제밀과, 예리체니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파견된 장군의 저택에서 만난 장군의 첩에게 빠져버린 빌랄의 이야기가 책 전체에 걸쳐 교대로 풀려나온다. 

 

 

 

2. 감상평 。。。。。。。               

 

     모든 게 달라지고 어제와 같은 것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속으로 끓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는 확실히 느껴진다. 호족의 아들이라는 전통적인 지위를 버리고 그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살기 위해 눈 덮인 산을 몇 개나 넘어가는 인물이 과거 제국의 영광을 구현할 때라면 어디 가능할까? 여기에 저자는 제밀을 도시가 아닌 시골로 몰아넣어 또한 끊임없이 변하는 유목적 전통을 체험토록 함으로써 그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다른 종교를 가진 여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당한 제밀은 이곳저곳을 떠돌며 또 새로운 여인들을 만나 열병을 앓는다. 예리체니가 되기 위한 엄격한 훈련을 받고(참고로 예리체니는 원래 독신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자신이 모셔야 하는 장군의 첩을 사랑했던 빌랄은 끊임없이 자신이 맡은 직분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사랑의 열병과 고뇌, 여기에 또 뭐가 필요할까.

 

     하지만 작가는 인물들이 사랑에만 몰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랑 그 너머의 더 많은 것들을 보도록 유도한다.(때문에 적어도 여기엔 에쿠니 가오리 식의 사랑중독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랑, 그 자체가 옳거나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니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은 격정적이지만, 요란하지는 않다. 깊이가 깊은 사랑이라고 할까. 시끄러워서 주변 사람 모두를 깨우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더 깊이 파내려가는 사랑이다. 그래서 언뜻 재이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원래 남자의 사랑이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독특한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의 이 터키식 사랑 이야기는 쉽게 다가가기엔 조금 어려운 감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보다 오히려 여자가

핏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여자는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피’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움에는 면역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 아멜리 노통브, 『사랑의 파괴』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