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한때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이르는 세 개 대륙에 걸쳐 대 제국을 이룩했던 오스만 제국 말기,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었다. 과거의 관습/전통을 여전히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여전히 대다수였지만, 조금씩이나마 확실히 다른 사고와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사회 전체는 미묘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 소설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랑을 쫓아 살아가던 두 남자 - 제밀과 빌랄 -의 이야기이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여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성주(城主)의 아들인 제밀과, 예리체니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파견된 장군의 저택에서 만난 장군의 첩에게 빠져버린 빌랄의 이야기가 책 전체에 걸쳐 교대로 풀려나온다. 

 

 

 

2. 감상평 。。。。。。。               

 

     모든 게 달라지고 어제와 같은 것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속으로 끓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는 확실히 느껴진다. 호족의 아들이라는 전통적인 지위를 버리고 그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살기 위해 눈 덮인 산을 몇 개나 넘어가는 인물이 과거 제국의 영광을 구현할 때라면 어디 가능할까? 여기에 저자는 제밀을 도시가 아닌 시골로 몰아넣어 또한 끊임없이 변하는 유목적 전통을 체험토록 함으로써 그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다른 종교를 가진 여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당한 제밀은 이곳저곳을 떠돌며 또 새로운 여인들을 만나 열병을 앓는다. 예리체니가 되기 위한 엄격한 훈련을 받고(참고로 예리체니는 원래 독신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자신이 모셔야 하는 장군의 첩을 사랑했던 빌랄은 끊임없이 자신이 맡은 직분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사랑의 열병과 고뇌, 여기에 또 뭐가 필요할까.

 

     하지만 작가는 인물들이 사랑에만 몰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랑 그 너머의 더 많은 것들을 보도록 유도한다.(때문에 적어도 여기엔 에쿠니 가오리 식의 사랑중독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랑, 그 자체가 옳거나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니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은 격정적이지만, 요란하지는 않다. 깊이가 깊은 사랑이라고 할까. 시끄러워서 주변 사람 모두를 깨우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더 깊이 파내려가는 사랑이다. 그래서 언뜻 재이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원래 남자의 사랑이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독특한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의 이 터키식 사랑 이야기는 쉽게 다가가기엔 조금 어려운 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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