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이 책은 두 가지 분야를 통섭적으로 다뤄보려는 시도를 가지고 쓰였다. 하나는 미술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학. 최근에 이런 식의 시도가 자주 보이는데, 미술과 역사라든지, 미술과 성경 이해라든지 하는 책들을 읽어본 게 떠오른다.


확실히 이런 시도는 그냥 설명하면 조금 어렵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술을, 다양한 그림과 엮어 소개함으로써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면이 있다. 또, 아예 내용은 잘 몰라도 좋은 컬러 도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호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다만, 저자가 설명하려고 하는 것과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을 찾는 일이 또 수고로울 수밖에 없다. 자칫 그림에 끌려 다니는 식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 또, 컬러 도판을 실으려면 자연히 책값도 함께 뛰어버린다.(단순히 인쇄비만이 아니라 저작권료가 또 붙으니...)





사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몇 장의 그림을 보면, 또 화가들의 삶을 보면 바로 어떤 심리학적 이론이라든지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는 걸지도 모르지만, 정작 책의 구성이 어떤 심리학적 요소들을 설명하기 위한 논리적 구조에 따라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주제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여기에 저자는 책을 몇 개의 항목에 따라서 나누어 놓긴 했는데, 이게 또, 화가들의 시대적 구분을 따른 것 같지는 않다. 각각의 주제를 담은 건데, 이 주제라는 게 심리학적인 요인을 중심으로 묶인 게 아니라, 화가들의 특징들, 에를 들면 아방가르드 양식을 따른 화가들이나, 여성 화가들 같은 것으로 묶여서 정작 심리학적 어떤 요인들, 특징들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데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물론 책 곳곳에 몇 가지 심리학적 사례들이나 용어들, 설명들이 붙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림 이야기나 화가 이야기에 압도된 느낌이다. 가끔은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왜들 다들 유독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나 하는 장면이다. 고흐 같은 유명한 화가들은 물론, 수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문제들을 겪으면서 사는 내내 절박한 외침을 내지르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어려움들이 이런 예술을 만들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한없이 괴롭게 만드는 결과물을 보고 우리가 박수를 치는 게 윤리적인 일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이런 상황 가운데서 또 유독 이례적인 것이 첫 번째 장에서 다루는 네 명의 화가들인데, 이 장의 제목이 ‘나이브 아트와 긍정심리학’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채로 자신의 심상을 마음껏 표현한(그래서 ‘나이브’라는 표현이 붙었나 보다), 그러면서도 누구의 눈치 따위를 보며 전전긍긍하지 않았던 속편한 작가들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어느 정도 인정까지 받았으니 정말로 행복한 사람들이었겠다 싶다.



전체적으로 기대를 만족시켜준 책은 아니다. 뭔가 중심을 못 잡은 느낌? 그래도 보통 이런 책들과 다르게 주로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되어 있어서, 그 그림을 감상하는 맛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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