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일반판
웨스 앤더슨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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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20세기 초반, 주브로브카라는 가상의 국가(배경으로 볼 때 알프스 근방이 아닐까 싶은)의 유명한 호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벌어진 소동을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주얼적인 부분인데, 온통 분홍빛으로 장식된 호화 호텔과 호텔 직원들의 보랏빛 목장들, 그리고 하얀색 눈으로 가득 한 세상 등 눈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 파시즘군대에 징발당해 새롭게 장식된 호텔에는 치명적인 검은색과 핑크색으로 디자인 된 ZZ(아마 나치의 SS기를 패러디한)가 장식되어 있다. 과장된 색인 핑크(와 그 어두운 버전인 보라)를 사용해 이야기의 분위를 붕 띄우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두 주인공인 호텔 총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스)와 갓 로비 보이로 들어온 제로(토니 레볼로리)의 조합도 흥미롭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성격의 그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연극처럼 만드는 효과를 준다. 여기에 나이는 어리지만 구스타브에 비해 훨씬 침착한 조제가 따라다니며 살짝 가벼운 무게추처럼 분위기를 잡아준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서구식 다크 코미디가 짬뽕되어 있다. 문득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포인트들인데, 박장대소를 하게 만드는 유쾌함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서 호불호가 좀 갈릴 듯. 살인사건과 킬러의 등장으로 좀 잔인한 장면도 있고

 

     가장의 배경에서 가상의 인물들이 조합해 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인 데다가 처음부터 과장된 진지함으로, 도리어 너무 진지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냥 가볍게 보고 즐기면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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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는 하기 싫고, 엄마의 잔소리도 듣기 싫어 무작정 집을 나와 버린 택일(박정민), 우연히 군산의 한 작은 중국집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다시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일견 조금 무겁게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택일이 중국집에서 만난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이 등장하는 순간 확 바뀐다. 그 우람한 덩치에 곱게 단발머리를 하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어떤 분위기로 진행될 지가 딱 보인다. 이건 휴먼 드라마가 아니라 코미디다.

 

     덩치답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쪼잔한 모습을 풀풀 풍기는 거석에게는 뭔가 숨겨진 과거가 있어 보였고, 거의 예상했던 그대로의 그림이 풀려 나온다. 거석과 택일, 그리고 중국집 식구들이 투덕거리는 게 영화에 웃음을 주는 주요 요소인데, 그 핵심은 우람한 덩치에 소녀 머리를 하고 있는 마동석 캐릭터에 있다. 그러니까 비주얼로 끌어내는 매우 단순한 웃음이란 거.

 

 

 

 

     문제는 이 캐릭터가 워낙에 강력해서, 정작 주인공 격인 택일이 오히려 묻혀버린다는 점이다. 택일이 겪고 있는 고민은 물론 작은 고민은 아니지만, 또 따지고 보면 그냥 엄마랑 싸우고 집 나온 철부지 수준인데다, 하는 짓도 그리 귀엽지도 않다. 애초에 공감이나 몰입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캐릭터였고, 더 강력한 캐릭터도 바로 옆에 있으니....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니, 생긴 것 가지고 웃기려는 모습이 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영화에는 또 다른 상투적 코드인, “착한 조폭 해결사 법칙도 등장한다. 엄마가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택일은 간절히 거석이 형의 도움을 요청하고,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반응하던 그도 서둘러 와서 해결해 주는 것. 도대체 우리나라 조직폭력배는 경찰보다 우수한 정의구현의식을 가지고 있는 건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산만한 감이 있다. 택일의 친구인 상필(정해인)이 아는 형의 소개로 사채업 말단으로 들어갔다가 벌어지는 사고들, 갑자기 나타난 빨간 머리 소녀의 이야기 등은 약간 갑작스럽고, 다른 이야기들과 따로 도는 느낌이다.

 

 

 

 

     유쾌한 소동 정도를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다면, 예상보다 작은 소동과, 어디선가 봤던 듯한 뻔 한 장면들의 연속, 마동석 캐릭터 하나에만 기대고 있는 허술한 구성 등으로 살짝 실망할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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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시대는 각종 과학기술 면에서도 큰 발전을 해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영실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그 모든 발전이 오직 장영실이라는 천재적인 인물 혼자 이뤄낸 것은 아니고, 집현전을 중심으로 한 많은 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나선 결과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장영실이니...

 

     근래에 세종과 관련된 작품들이 자주 보인다. 한글의 창제자로서의 면모를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번에는 장영실을 주인공의 차원으로 올렸다. 정확히는 세종과 장영실 사이의 브로맨스를 그린 영화라고 할까.

 

 

 

 

     소재는 바뀌었지만(한글에서 천문관측으로), 여전히 구도는 비슷하다. 세종(과 장영실)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통해 백성들의 삶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자 애쓰지만, 명분론과 사대주의에 쩌든 완고한 신하들은 이를 반대한다. 결국 장영실이 명나라로 끌려가게 되는 상황에 몰리고, 세종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다. 매우 익숙한 그림.

 

     ​실제 역사서에도 장영실은 천민 출신으로 제법 높은 지위까지 올랐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기록에서 사라진다. 감독은 이 빈자리를 가상의 이야기로 채워 넣으면서, 세종과의 친밀한 인간적 관계를 엮어 넣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물론 실제로 그랬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두 사람에게 이야기가 집중되면서, 나머지 인물들과 갈등은 너무 단순화되어 버렸다. 인물들은 입체감이 부족하고, 언뜻 보면 그냥 로맨스영화인가 싶을 정도.

 

 

 

 

     많은 것들을 잘라내고서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감독은 어떤 걸 제안하려고 했던 걸까. 세종대왕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장영실의 세종에 대한 충성(혹은 애정)은 진심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보았던 조선의 하늘은 아름다웠다? 이야기를 너무 감상적으로만 풀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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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황동혁 감독, 고수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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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보다 몇 해 앞서 나왔던 원작 소설을 인상 깊게 읽었었다.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현실감각 없이 쉴 새 없이 말만 쏟아내며 시간만 보내는 한심한 대신들이 가장 인상에 남았었다. 영화를 보면서 우선 놀란 것은 그런 소설 속 말의 홍수를 영상으로도 훌륭히 담아내서, 그냥 듣기만 하더라도 답답한 기분이 제대로 전해진다는 점이었다. 안 그래도 답답한 현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현실감각 제로의 멍청한 자칭 지도자들.

 

     영상화 되면서 더욱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역시나 배우들의 비주얼이다. 이병헌과 김윤석의 등장은 자연히 그들의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들면서, 글로만 봤던 대립은 좀 더 생생하게 그려낸다. 연기파 배우 두 사람이 표현하는 척화와 주화 사이의 갈등은 마치 단단한 둑처럼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답답함이 몇 년이 지난 후 영화를 보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또 답답하다. 현실감각이 너무나 부족하면서도 자기들이 다 아는 양 온갖 헛소리들만 떠들어대는 각종 리더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의 귀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뉴스 속에서 보고 있는 이들은 대개 이런 수준이라는 건데, 되도 않는 아무 말 대잔치를 보고 있으려면 그냥 한숨만 나올 뿐이다.

 

     왜 우리들의 자칭 리더들은 이런 수준일까 생각해 보니, 애초에 자격이 없는 이들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과거 조선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과거를 통해 관직에 올랐지만, 사실 과거라는 게 시문을 읊고 경전화 된 서적들의 내용을 얼마나 많이 외우고 빠른 시간에 재조합하느냐에 불과한 시험이었다

 

     그럼 오늘날에는 좀 다를까 싶은데, 사실 공무원 시험이라는 게 어디 현실감각을 묻는 시험이던가? 여전히 일부에서 부활을 외치는 사법고시라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얼마나 많이 외우고 있느냐를 묻는 시험이긴 마찬가지다. AI 시대에 이게 무슨 시대착오적인 시험법인지. 로스쿨로 전환되면서 조금은 달라지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계급을 획득하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계는 또 말할 것도 없으니.. , 우리는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상태라는 말이다.

 

 

 

 

     왕조 시대의 왕이야 어쩔 수 없지만, 수많은 선거로 뽑히는 리더들의 수준이 이 모양인건, 다분히 그들을 꾸역꾸역 그 자리로 선출해 밀어 올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뭐 다른 방법이 있나 싶은데, 글쎄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우리를 이끄는 사람들, 우리의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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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벌이는 코미디를 다루는 영화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터치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구성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 간신히 들어간 로펌 대표의 지시로 동물원을 살리고자 엉뚱한 계획을 내놓는 주인공 강태수(안재홍)의 분전이 눈에 띤다.(다만 잘 뜨지는 않는 듯)

 

     ​다 망해버린 동물원의 무기력한 직원들 중에는 역시 단연 강소라가 눈에 띠는데, 생각만큼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나머지 배우들도 거의 그럭저럭 선방 수준이고. 그리고 웹툰과는 달리 직접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얼마나 실감날까 하는 부분이 살짝 걱정됐는데, 역시나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덩치가 큰 북극곰이나 고릴라 정도는 조금 볼만 했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웃으라고 만들었는데 생각만큼 크게 웃기지 않았던 영화

 

 

 

 

     감독은 그냥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개인적으로는 이 때문에 충분히 웃기지 못했다고 본다) 주인공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동기들과 달리 이제야 겨우 비정규직으로 로펌에서 일하기 시작한 상태다. 자기 한 몸 망가지더라도 성공을 하고 싶지만, 또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그 자리에 올라가기에는 천성이 착한 그런 인물. 사실 얼굴 부터가 살짝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기에 그가 맡게 된 동물원을 인수한 것은, 사실 로펌 대표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페이퍼 컴퍼니였고, 대표는 동물원의 몸값을 올려 그 지역에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하려는 회사에 비싼 값에 팔려는 속셈이었다. , 동물원이 잘 되더라도 곧 사라질 운명이었다는 것. 영화 속에서는 이게 몇 마디 말로(허영심이 잔뜩 있는 개발회사의 대표와의 협상으로) 어찌어찌 해결되는 그림이었지만, 실제 세계에서 이런 식의 부동산 투기와 유령회사를 통한 축재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

 

     ​애인(전여빈)의 등을 쳐 먹고 나중에는 동물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로펌 대표에게 알려 일을 망치려는 남친 같은 짜증나는 캐릭터에 제대로 반격이 가해지지 않은 부분도 살짝 아쉽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는 나쁜 놈들에게 한방 크게 먹여주는 게 또 제 맛인데 말이다.

 

 

 

 

 

     이런 저런 요소들이 썩 잘 버무려지지 않은 느낌이다. 이 경우에는 영화의 관객 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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