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하기 싫고, 엄마의 잔소리도 듣기 싫어 무작정 집을 나와 버린 택일(박정민), 우연히 군산의 한 작은 중국집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다시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일견 조금 무겁게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택일이 중국집에서 만난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이 등장하는 순간 확 바뀐다. 그 우람한 덩치에 곱게 단발머리를 하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어떤 분위기로 진행될 지가 딱 보인다. 이건 휴먼 드라마가 아니라 코미디다.

 

     덩치답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쪼잔한 모습을 풀풀 풍기는 거석에게는 뭔가 숨겨진 과거가 있어 보였고, 거의 예상했던 그대로의 그림이 풀려 나온다. 거석과 택일, 그리고 중국집 식구들이 투덕거리는 게 영화에 웃음을 주는 주요 요소인데, 그 핵심은 우람한 덩치에 소녀 머리를 하고 있는 마동석 캐릭터에 있다. 그러니까 비주얼로 끌어내는 매우 단순한 웃음이란 거.

 

 

 

 

     문제는 이 캐릭터가 워낙에 강력해서, 정작 주인공 격인 택일이 오히려 묻혀버린다는 점이다. 택일이 겪고 있는 고민은 물론 작은 고민은 아니지만, 또 따지고 보면 그냥 엄마랑 싸우고 집 나온 철부지 수준인데다, 하는 짓도 그리 귀엽지도 않다. 애초에 공감이나 몰입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캐릭터였고, 더 강력한 캐릭터도 바로 옆에 있으니....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니, 생긴 것 가지고 웃기려는 모습이 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영화에는 또 다른 상투적 코드인, “착한 조폭 해결사 법칙도 등장한다. 엄마가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택일은 간절히 거석이 형의 도움을 요청하고,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반응하던 그도 서둘러 와서 해결해 주는 것. 도대체 우리나라 조직폭력배는 경찰보다 우수한 정의구현의식을 가지고 있는 건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산만한 감이 있다. 택일의 친구인 상필(정해인)이 아는 형의 소개로 사채업 말단으로 들어갔다가 벌어지는 사고들, 갑자기 나타난 빨간 머리 소녀의 이야기 등은 약간 갑작스럽고, 다른 이야기들과 따로 도는 느낌이다.

 

 

 

 

     유쾌한 소동 정도를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다면, 예상보다 작은 소동과, 어디선가 봤던 듯한 뻔 한 장면들의 연속, 마동석 캐릭터 하나에만 기대고 있는 허술한 구성 등으로 살짝 실망할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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