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시대는 각종 과학기술 면에서도 큰 발전을 해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영실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그 모든 발전이 오직 장영실이라는 천재적인 인물 혼자 이뤄낸 것은 아니고, 집현전을 중심으로 한 많은 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나선 결과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장영실이니...

 

     근래에 세종과 관련된 작품들이 자주 보인다. 한글의 창제자로서의 면모를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번에는 장영실을 주인공의 차원으로 올렸다. 정확히는 세종과 장영실 사이의 브로맨스를 그린 영화라고 할까.

 

 

 

 

     소재는 바뀌었지만(한글에서 천문관측으로), 여전히 구도는 비슷하다. 세종(과 장영실)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통해 백성들의 삶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자 애쓰지만, 명분론과 사대주의에 쩌든 완고한 신하들은 이를 반대한다. 결국 장영실이 명나라로 끌려가게 되는 상황에 몰리고, 세종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다. 매우 익숙한 그림.

 

     ​실제 역사서에도 장영실은 천민 출신으로 제법 높은 지위까지 올랐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기록에서 사라진다. 감독은 이 빈자리를 가상의 이야기로 채워 넣으면서, 세종과의 친밀한 인간적 관계를 엮어 넣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물론 실제로 그랬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두 사람에게 이야기가 집중되면서, 나머지 인물들과 갈등은 너무 단순화되어 버렸다. 인물들은 입체감이 부족하고, 언뜻 보면 그냥 로맨스영화인가 싶을 정도.

 

 

 

 

     많은 것들을 잘라내고서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감독은 어떤 걸 제안하려고 했던 걸까. 세종대왕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장영실의 세종에 대한 충성(혹은 애정)은 진심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보았던 조선의 하늘은 아름다웠다? 이야기를 너무 감상적으로만 풀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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