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미녀가 간송미술관에 가자고 한다.
“뭐? 그런 미술관도 있어?”
하지만 나만 모르고 있을 뿐,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어느 분의 말, “어, 간송미술관 개장 잘 안하지 않나요?”
역시 나는 ‘웬만한 사람’은 아닌가보다.
한성대입구에서 전철을 내려 열심히 걸어갔다. 나중에 알았는데 내 앞, 옆, 뒤에서 걷던 한 무리의 사람들도 모두 간송미술관에 가는 길, 그 입구에 가보니 줄이 이만큼이나 된다.

세상에나,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줄이 긴 거야? 그냥 가고 싶었는데 미술에 대한 미녀의 집념은 의외로 강했다. 부채질을 해가며, 물을 마셔가며 대략 한 시간은 기다렸나보다. 안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리 기쁠 건 없었다. 사람이 많아서 뭐 하나 마음잡고 보는 게 너무 힘이 들었고, 날씨는 무지 더웠다. 그렇긴 해도 난 남대문을 제외한 국보를 여럿 봤고, 정선과 김홍도, 신윤복 등 책에서만 보던 화가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주로 본 건 앞사람의 등판이지만).
돈을 들여 사설 미술관을 세우고 작품을 수집한 간송 선생, 돈이 많다고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나도 흥청망청 놀지 말고 뭔가를 수집해 볼까? 잠시 고민했더니 소주밖엔 생각이 안난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 시중에 나오는 소주를 한병씩 모아볼까? 그래서 소주 박물관을 한번 열어볼까? 아니면 내가 마신 소주를 연도별로 모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 팔을 한번 찍어본다. 늘 내가 속살이 하얗다고 자랑했는데 이 사진은 그에 대한 증거가 될 것이다. 어떤가. 속살이 하얀 삼치가 연상되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