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이 바이러스 먹었어요. 이 글도 겨우 올리는 거랍니다. 흑....
1년 후의 모습을 상상한다. 날씬해진 몸, 상대적으로 헐거워져 흘러내리려는 바지를 부여잡고 하늘을 본다. 한숨을 내쉰다.
"그때 체중계를 사길 정말 다행이야"
옆에 있던 0.1% 미녀가 맞장구를 친다.
"그래, 나도 날씬한 네가 더 좋아!"
체중계를 샀다. 디지털이다. 바늘이 수치로 숫자를 가리킨다면 우기는 게 가능하겠지만-게다가 소수점 이하는 버림으로 하고-디지털에서는 그런 게 안통한다. 오직 냉혹한 진실만을 직면할 수 있을 뿐.
이틀 전 사우나에서 충격을 받기 전까지, 난 남들이 하는 말에 마냥 좋아했다.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너 살 너무 많이 빠졌다!"
하지만 남들이 날 어떻게 보든지간에, 중요한 건 보이는 게 아니라 속에 담긴 진실이었다. 체중은, 과학이다.
그간 난 체중 달기를 외면했었다. 그래서 내가 몇킬로인지 몰랐다. 얼마 정도 나갈 것이라고 추측만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왜? 체중을 달기가 무서웠으니까. 난 체중계에서 말하는 체중을 내 체중으로 인정하기가 싫었던 거다. 하지만 어차피 길이 하나라면 그 길을 외면한 채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는 법, 더이상 체중 달기를 무서워하지 않으련다.
난 그간 운동을 열심히 했다. 운동을 했으니 밥을 많이 먹어도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동을 한 결과 살의 재분배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빠져 보일지언정, 실제로 빠진 건 하나도 없었다. 워낙 먹어 댔으니까. 체중을 매일 다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디지털 체중계는 내 정확한 좌표를 말해줄 것이며, 야생마같은 내 식욕을 통제해줄 것이다.
러닝머신을 산 게 내 삶의 전기가 된 것은 확실하지만, 그건 불완전한 것에 불과했다. 이제 체중계를 삼으로써 다이어트의 두 축이 완성되었다. 러닝머신과 체중계, 그 두마리의 말에 실려서 난 10킬로 감량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이랴!
* 저녁을 먹기 전, 8킬로를 뛰고 난 뒤 측정한 몸무게는 79.8이었다. 엊그제 몸무게는 그러니까 그 전날 마신 맥주 2.8리터와 수많은 삼겹살, 그리고 당일날 먹은 감자탕 때문에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온 것일 뿐, 내 진정한 몸무게는 아니다. 79.8, 이제 시작이다. 1년 후, 난 69.8킬로가 되어 0.1% 미녀와 놀고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