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나 알라딘을 비웠다. 술이 안취한 김에 페이퍼라도 하나 써야겠다.
난 어려서부터 사진찍기를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못생겼다는 걸 깨달았을 무렵부터. 하지만 오래 보면 정이 든다고, 거울로 비친 내 모습에 난 어느새 정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 모습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못생긴 자의 나아갈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터프함, 막가기, 김종서처럼 머리 기르기... 내가 선택한 것은 귀여움이었다. 수줍음과 결합된 귀여움.

귀여운 컨셉을 선택했지만 난 여전히 사진찍기가 어려웠다. 내 나이 서른살 때, 책 표지 사진을 찍던 사진사는 이렇게 말했다. "얘기할 땐 표정이 자연스러운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표정이 굳는다"
그랬다. 난 여전히 카메라가 무서웠다. 카메라가 무섭다기보다, 사진으로 인화되어 나올 내 모습을 보는 게 싫었던 거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내가 전체사진마저 안찍고 도망가는 걸 본 내 동창, 나한테서 이유를 듣고 난 뒤 애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민 걔, 웃기려고 하고 그래서 늘 즐거운 것 같지만, 알고보면 걔도 불쌍한 얘다"

이건 내 특유의 표정이다. 얼짱각도는 약간 위에서 찍는 거라지만, 난 이 각도가 날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난 줄무늬 티셔츠가 색깔별로 세개 있으며, 내가 늘 같은 것만 입는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생각이 난김에 술을 마실 때 변화되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해 봤다.
1단계. 소주 반병 가량을 마셨을 때 난 이런 표정을 짓는다. 오늘은 기록을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2단계. 소주를 한병 반쯤 마시고 난 뒤의 표정이다. 그게 그거 같지만...좀더 힘들어 보이지 않는가?

3단계. 1차를 끝내고 2차 가서 맥주를 많이 마셨을 때...이런 표정을 본다면 집에 가자고 해야 한다...

제4단계. 이쯤 되면 집에 데려다 줘야지, 안그러면 실수한다. 지갑을 잃어버린다던지, 아니면 휴대폰을....

후후, 나도 참 많이 컸다.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하는 애가 이제는 자기 사진을 올리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처음에 알라딘에 사진을 올릴 때, 고민 많이 했다. 한창 늘고 있던 즐찾이 팍 줄어드는 줄 알았다..그런데 아니었다. 즐찾이 확 늘었다. 처음엔 동정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알라딘은 외모가 처져도 비교적 관대하다는 거다. 내가 사진을 올릴 때마다 칭찬해 주는 분이 있었다. 그 칭찬은 나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그래서 난 이따금씩,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사진을 올린다. 거울을 오래봐서 정이 들었다해도 여전히 못생겼다는 걸 아는 나에게, 알라딘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거다. 정말 고마운 알라딘이 아닌가.

술이 약한 난 이날도 두 미녀에게 졌다.... 새벽 한시가 가까워지자 도저히 더 앉아있기가 힘들었던 것. 소주 다섯병을 마시는 후배를 이겼다는 생각에 사기가 충전했는데... 졸리기도 했고, 뭣보다 피곤했다.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에 눈이 안떠져서 혼났다. 사람이 가장 피곤한 걸 10.0이라 한다면 금요일 아침의 피로지수는 9.8을 기록할 정도였다. 술 마시고 다음날 숙취가 없다고 자랑하는 나였는데...
일시: 7월 7일(목)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