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집 마련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대체 남들은 어떻게 집을 사는 거지?”내가 전세로 살던 집을 내 소유로 하려면 전세금보다 1.7배 가까운 돈을 더 모아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불가능할 듯했다.
친구한테 이 말을 했더니 그가 이런다.
“서울서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
어제 일자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서울의 전세금을 빼서 천안 집을 사서 이사를 온 것.
감격의 하룻밤을 보낸 오늘,
출근하는 데 20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 것에 또다시 감격하고 있는 중이다.
아파트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다는 게-심지어 은행도!-아내의 불만이지만
이곳에서 오래도록 아름답게 살아봐야지.
2.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요즘은 포장이사 업체에서 이삿짐을 다 날라 주지만,
최소한 뭘 어디다 둘지는 집주인이 정해야 한다.
아내가 이것저것 업무를 보느라 집을 비운 사이
첫 번째 짐인 소파가 들어왔다.
일하는 아저씨가 내게 소파를 어디다 둘지 묻는다.
“당연히 이쪽이죠!”라면서 왼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잠시 후에 온 아내는 “소파를 왜 여기다 놨느냐”며 반대쪽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 뒤부터 일하는 아저씨들은 결정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내게 이렇게 물었다.
“사모님은 어디 계시나요?”
그 뒤부터 난 우리 강아지들과 함께 우두커니 앉아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아무 일도 안한 건 아니다.
마트에 가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사왔고,
드실 물과 커피가 없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사러 갔다.
뭔가를 결정하는 일이 더 멋져 보이긴 하지만,
이런 일들도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내가 전혀 필요없는 인간은 아니리라.
3. 어머니
천안은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내가 십년 넘게 출퇴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럴만 해서였지만,
어머니는 어제 나랑 통화를 하는 도중 “서운해 죽겠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서울과 천안 사이엔 거리 이외에 엄청난 심리적 장벽이 있는 것 같다.
일년에 한번도 잘 안보던 친구가 미국에 간다고 하면
앞으로 못보겠다는 생각에 괜히 서운해지기 마련인데,
엄마에겐 천안이 미국,까진 아니더라도 필리핀 정도 되는 먼 곳이 아닐까 싶다.
엄마, 울지 마세요.
조만간 생선회 떠가지고 한번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