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내 친구 표진인한테서 전화 좀 해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당연히 여자 문제인 줄 알고 전화를 했더니 난데없이 방송에 나가잔다.
"<우리말 겨루기>라는 퀴즈 프론데 끝까지 가면 상금이 천만원이야!"
라디오면 몰라도 방송은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나, "안나가면 안될까?"라며 빌었다. 그러나 녀석은 완강했다. 자기랑 같은 팀으로 나가야 한단다. 2분쯤 버티다가 알았다고 했다.
"난 얼굴 팔리면 안되거든? 그거 많이 보는 프로냐?"
"아냐 아무도 안봐! 월요일날 녹화고, 방송은 수요일이야. 알았지?"
학교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KBS 2TV에서 수요일 저녁 7시에 방영하는 프로다. 그때쯤이면 밥을 먹을 시간이고,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습관적으로 TV를 켜는데? 보니까 예심이 있고, 시청자 게시판을 보니까 사람들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덜컥 겁이 난다. MC는 요즘 한창 뜨는 서정민과 정재환. 학교 컴퓨터로는 방송보기가 안되어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제목으로 보아 올바른 우리말을 맞추는 게임인가보다. 이런이런, 난 우리말에 아주 약한데...
3년 전에도 표진인의 부탁으로 퀴즈 게임에 나간 적이 있다. <생존퀴즈>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딱 한번 하고 반응이 안좋아 폐지된 그 프로. 하지만 공중파를 탄 탓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토크만 하다가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봐 버렸다. 표진인은 내가 아는 게 많은 줄 알지만, 사실 내 상식은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번 프로도 예심을 거쳤다면 통과하기 어려웠겠지만, 표진인같은 유명인을 내세워 시청률을 올리려는 방송사의 전략 때문에 나가게 된 거다. 지금부터 공부한다고 나아질 건 없을 것 같아, 지난주 방송분만 보고 나갈 생각이다. 최종 라운드까지 가는 건 바라지 않아도, 지난번처럼 너무 부끄럽게 초반에 탈락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출연료는 받는다고 하는데, 로또 4등으로 받는 돈이 출연료와 얼추 비슷한 걸 보면 꿈은 가끔 진실을 얘기하는 것 같다.
사람들, 특히 모교 사람들이 그 프로를 못봤으면 좋겠다. 그 프로가 방송되는 수요일 저녁, 아예 모교 선생님들게 저녁을 사버릴까 싶다. 월요일날 받은 출연료로. 오버하지 말고 조신하게 처신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