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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시대 -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
임승휘 지음 / 타인의사유 / 2024년 12월
평점 :


왜일까?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의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재벌과 결혼하는 신데렐라 같은 소재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공식적으로 계급이 사라졌지만, 과연 계급이 정말 사라진 걸까? 계급 대신 그 자리를 돈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귀족과 재벌은 엄연히 다르지만, 재벌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정도로만 이야기해두자. 그렇기에 결혼이나 장례, 제사 등에 맞춰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기사들이 등장하고, 그 기사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귀족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꽉 끼는 코르셋, 밤마다 열리는 연회 등이 떠오른다.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실제 재벌의 삶과 드라마 등의 매체 등에 그려지는 재벌의 삶은 다르다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사귀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는 쉽게 펼쳐지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의 귀족과 실제 귀족의 삶은 과연 얼마나 닮아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총 4장의 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상대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앞 쪽에 자리 잡고 있다.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가 의도적으로 뒷부분에 배치했다고 한다. 덕분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귀족을 뜻하는 키워드가 1장에 등장한다. 블루 블러드, 결투, 무도회, 애프터눈 티, 문장 등이 등장한다. 귀족의 피는 정말 파란색일까? 물론 말도 안 된다. 귀족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루 블러드는 어디서부터 생겨난 말일까? 우선 블루 블러드는 푸른색 혈관인 정맥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왜 블루 블러드가 귀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냐면 이는 피부색과 관련이 있다. 일을 안 하고 해를 볼 필요가 없는 귀족들은 타지 않아서 피부가 하얗다. 창백한 피부가 부유함을 상징했던 것이다. 그와 함께 그들은 순수 혈통을 강조한다. 자신들의 창백한 피부를 강조하기 위해, 그림을 그릴 때 피부가 검은 무어인과 함께 귀족 여성들을 그리기도 했다. 요즘은 일부러 태닝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얀 피부는 현재도 부러움의 대상이기는 하다. 그래서 여성들은 피부를 좀 더 하얗게 보이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 아닐까?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책 안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 이는 프랑스어 문장으로 귀족에게는 의무가 따른다, 귀족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처음의 이미지는 능력이 없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에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 가는 것이 군대라는 이미지가 우리나라에는 좀 있는 것 같은데, 적어도 귀족 무리에서 자기 몸을 사리느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치욕이었다고 하니 그런 면은 또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2장에서는 귀족들이 좀 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이 무엇을 먹고, 누구와 결혼을 하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백마 탄 왕자의 이미지의 의미를 깨닫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백마를 탄 왕자는 왕자가 맞긴 하다. 하지만 그들은 목적을 가지고 백마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우선 그들은 장자가 아니다. 최소 차남 이하의 왕자였다. 그들이 백마를 타고 돌아다니는 목적은, 한몫을 잡기 위해서다. 큰 형이 왕국의 모든 것을 물려받고, 차남 이하의 왕자들은 먹고살기 위해서는 외동딸인 공주와 결혼을 해서 처가의 재산을 물려받거나, 부유한 여성으로부터 지참금을 많이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백마를 타고 나를 먹여살려줄 여성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하... 백마 탄 왕자는 우리가 꿈꾸는 그런 멋진 왕자가 아닌,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그들의 목적을 알아버려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장에서는 유명한 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4장에서는 귀족에 관한 것(귀족이 되려면? 귀족은 누구인가? 귀족이 하는 일 등)이 담겨있다. 중간중간 관련 사진이나 삽화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던 귀족. 생각보다 귀족의 삶도 녹록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재벌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