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리트 -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
제레미 모로 지음, 박재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글이 가득하지 않음에도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이 책 알리트다. 미약한 작은 힘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티도 안 나는 작은 무언가가, 없어져도 눈치채지 못할 작은 힘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산파 개구리인 아빠는 알을 위해 랭포르를 향해 길을 나선다. 레탈리트가 온다는 소식을 까마귀들을 통해 듣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레탈리트에 의해 하반신을 치이고 만 아빠는 죽을힘을 다해 랭포르까지 가서 몸을 던진다. 그렇게 유일하게 부화된 올챙이가 바로 알리트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작고 작은 올챙이 알리트는 연어 이오드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이오드로 부터 영원의 존재가 사는 곳으로 향하는 알리트는 이오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거추장스러운 뒷 다리가 나오자 알리트는 다리가 너무 불편해진다. 쓸모없는 다리 대신 이오드 처럼 힘센 꼬리를 가지고 싶다. 하지만 알리트의 다리 덕분에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알리트는 얼마 후, 이오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낙심한 알리트는 이오드가 꿈꾸는 신의 세계를 찾아 나선다. 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 사이 알리트는 꼬리가 사라지고, 앞다리가 나와 진정한 산파 개구리가 된다.

땅에 나와서 만나게 된 산양 플롱크가 독수리에 의해 희생당하는 것을 보고 큰 상처를 받은 알리트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난다. 이번에 만난 것은 소쩍새였다. 소쩍새는 알리트를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한다. 독수리가 털을 뽑아서 모습이 달라졌다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들이 잘 먹던 쥐를 거부하는 알리트를 보고 돌변하는 어미 소쩍새. 소쩍새를 피해 점점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 알리트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 악손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동물들이 그렇게 사라지자 의기소침해진 알리트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악손의 말에 조금씩 용기를 내는 알리트. 하지만 끔찍한 태풍에 현자 악손은 부러지고 만다. 또 알리트 주변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고 만다.
하지만 악손과 이오드, 플롱크의 교훈을 얻은 알리트는 조금씩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잔인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 버텨내는 법을 깨닫고, 자연의 소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알리트. 여전히 작고 볼품없는 개구리지만 알리트는 과거처럼 위축되지만은 않는다.

악손이 떠난 후 꿈을 가지고 들어간 숲속에서 알리트는 아내를 만난다. 그리고 그때처럼 알리트의 등에는 사랑의 결정체들이 생긴다. 알리트는 그날 아빠가 그랬듯 랭포르를 향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모두가 말린다. 랭포르를 향해 가는 길에 있는 레탈리트 때문이다. 전보다 더 거세진 레탈리트들에 의해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이 점점 많아진다. 동물들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레탈리트들을 물리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미미한 힘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리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날 아빠가 자신을 지킨 것처럼,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을 건너는 알리트. 알리트는 무사히 랭포르까지 갈 수 있을까?
알리트의 소원은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아빠가 된 다음에 알리트는 세상과 싸우려는 의지가 생겼다. 더 이상 약하고 의기소침한 개구리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삶의 한 조각만을 채우면 된다는 동료들의 조언에 굴복하지 않은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세상은 누누이 얘기한다. 큰 힘이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나비효과는 이론일 뿐이고, 실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작은 힘이 아닌 큰 힘을 갖기 위해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도 말한다.
맞다. 세상은 그럴지 모르겠다. 하지만 100번의 울림 중 한 번의 성공도 성공이다. 설령 그 확률이 미미하더라도 말이다. 알리트의 작은 울림은 결국 변화의 시작이 된다. 가능성이 없다고, 죽는 길일뿐이라고 했지만 알리트는 결국 소중한 아이들도 지키고, 친구들도 지키는 존재가 된다.
알리트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할 거란 생각에 갇혀있지 않고 작은 울음이라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작은 발걸음이 시작이 되어 실바를 살려냈기 때문이다. 물론 알리트도 실패를 경험한다. 많은 동물들의 노력이 무참히 스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작은 개구리의 발걸음을 통해 묵직한 여운을 얻었다. 한편으로 우리가 편하게 생각하는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