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기록법 - 평범한 생각을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으로 바꾸는 힘
조윤제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에게 학문이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자, 본분이었고, 배움을 통해서만 살마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에게 기록은 삶 자체였다.

명성을 얻기 위한 수단이나 자기만족의 목적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였다.

 오랜만에 조윤제 작가의 책을 마주했다. 그가 쓴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의 중반부부터 읽기 시작해서, 너무 좋았던지라 내 돈 내산으로 빠진 이를 채웠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다산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해서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다산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엮은 조윤제 작가의 책이라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전작들에 비해 얇디얇은 책이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한 장 한 장이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그 한 장 한 장에 담긴 다산의 글들과 그 글을 풀어주는 저자의 글이 쉽게 읽어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세기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다산 정약용이 남긴 책이 500권이 넘는다고 한다. 박학다식했던 그가 쓴 저서의 주제 또한 참 다양하다. 한 분야도 깊게 알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그리 다양한 분야를 다 꿰뚫을 수 있었을까? 책 한두 권 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500 여권이라니...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숫자다.


  이 책에는 다양한 글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 담겨있다. 글을 읽기만 하고 덮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싶었던 점,  깨달은 점을 구체적으로 내 삶에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 책에서 버려야 할 점까지 이 3가지를 바탕으로 책을 읽는 법을 바로 초서라고 하는데 바로 다산이 아들들에게 알려준 독서의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다산은 자신을 드러내고 우쭐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책이 요긴하게 쓰이는 것(실용서)을 중점으로 둬서 글을 썼다고 한다. 마과회통의 그 예라고 볼 수 있는데, 다산 역시 어린 시절 홍역 때문에 죽을뻔한고비를 겪어냈기에, 그 마음을 담아 마과회통을 저술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글에는 백성을 생각하고, 역병과 재난, 전쟁 등으로 스러져간 백성들을 바라보며 애통과 애도의 마음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또 책 안에는 어려운 지식도 쉬운 말로 기록했던 다산의 일화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오랜 전에 읽었던 서가 명강 시리즈가 떠올랐다. 서울대 교수들이 쓴 강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책 중에는 쉬운 단어로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만들어준 책들이 여럿 있었다. 개인적으로 진짜 실력자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산 역시 그런 책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누군가가 남긴 기록은 한 시대를 증언하고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교훈이자 산 역사가 된다.

이것이 기록이 가지는 힘이다.




 나도 서평을 쓰다 보면, 아는 척이 하고 싶어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선택하곤 했는데, 덕분에 반성하고 간다.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기록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냥 말처럼 나오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고 기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읽으며 곱씹고 진실한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다산에게 학문이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자, 본분이었고, 배움을 통해서만 살마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에게 기록은 삶 자체였다.

명성을 얻기 위한 수단이나 자기만족의 목적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였다.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누군가가 남긴 기록은 한 시대를 증언하고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교훈이자 산 역사가 된다.

이것이 기록이 가지는 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뾰롱이 이야기 - 아직 그리고 있습니다, 그 병아리
김진솔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너무 귀엽게 생긴 병아리 뾰롱이. 그리고 그 뾰롱이를 만들어낸 아빠 김진솔 작가. 사실 보기에는 천진난만하고 몽글몽글 귀엽기만 한 병아리에다, 진솔이라는 이름이 여성작가같이 느껴졌는데, 군대를 다녀온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의 표지에 담겨있는 "그럼에도"라는 이 한 단어가 주는 깊은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안에는 뾰롱이의 미공개분 4컷 만화와 함께 저자가 뾰롱이를 그리면서 겪었던 인생의 달고 쓴 이야기들이 같이 들어있었다. 아무런 꿈 없이 고등학교 시절 그리기 시작한 뾰롱이라는 캐릭터. 하지만 캐릭터 한편에는 대학 입시에 대한 걱정들이 저자를 감싸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미술 학원에서 함께 그림을 그렸던 친구들이 하나 둘 대학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깊은 고립감과 자괴감이 저자를 끝없이 괴롭혔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한 곳은 본인이 가고 싶었지만, 상향 지원을 했던 곳이었다. 실기시험도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마무리를 못하고 나왔기에 실기시험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공감이 갔다.


 다행이라면, 바로 그곳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저 합격 말고는 다른 꿈이 없었던 저자는 그림을 그리기 보다 혼자 사는 자유를 만끽하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덕분에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결국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군대에서 주어지는 30분의 시간 동안 저자는 꾸준히 마우스로 만화를 그린다. 태블릿이 아닌 마우스로 그린 그림의 퀄리티에 속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그리고 또 그렸던 만화. 군대 가기 전 그렸던 병맛 과일 만화들 덕분에 10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만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를 3개월 앞둔 어느 날, 한순간의 실수로 10만 팔로워는 물론 군 생활 동안 매일 그렸던 그림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만다. 그때부터 저자의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도 그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날아간 것에 대한 공백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대학에 자퇴하고, 취업에도 실패한 저자는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된다. 히키코모리처럼 방에 처박혀 매일을 보냈던 저자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번번이 낙방하는 이모티콘도 그 좌절을 부추겼다. 하지만 노력은 결국 배신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 덕분에, 우리는 지금의 뾰롱이와 친구 쪼롱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뾰롱이와 쪼롱이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좋지 않은 기억과 고통의 순간들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저자의 용기 덕분에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갈, 열심의 모습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 콜럼버스의 발견부터 세계 최강국이 되기까지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 지음, 고든 앨런 그림, 이선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들어 미국에 관한 책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우선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기행과 이란 전쟁 등의 영향이 전 세계로 쏟아지는 파급효과 때문일 것이고, 올해가 미국 건국의 250년이 되는 해라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


 얼마 전 김봉중 교수의 <아메리카 인사이드>라는 책을 읽었다. 덕분에 미국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분위기를 통해 미국이 왜 두 이념 간의 분쟁과 분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읽게 된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는 미국사를 좀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메리카 인사이드>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던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이 든다.  반대로 읽었다면 전자의 책이 시시하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고, 이 책을 어렵다고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표지부터 흥미로운데,  별무늬가 새겨진 두 번째 표지 안에는 미국사의 연대기가 담겨있다. 연대기와 함께 책을 읽으면 조금 더 정리하기 쉽다. 대부분의 미국 사는 영국을 떠난 메이 플라워 호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던 부분으로부터 시작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부터 시작된다. 보통의 역사책과는 달리, 이야기처럼 역사의 줄기를 이어간다.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역사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니 조금은 부드럽게 다가온다.


  이 책은 미국사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처럼 보인다. 가령 미국의 첫 번째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일화도 등장한다. 평등과 자유의 신념을 지켰던 그가, 노예제에 대해 한 행동이 놀랍기만 하다. 원래 수도는 워싱턴 D.C(컬럼비아 특별구)가 아닌 필라델피아였는데, 그가 수도를 워싱턴으로 옮긴 이유는 필라델피아의 법령은 어떤 노예든 그 도시에서 6개월 이상 하면 자유를 주도록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 역시 자신이 부리던 노예들이 필라델피아에서 지낸지 6개월이 지나면 여러 구실을 만들어 버지니아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라고 시키기도 했단다. 어디서도 읽어보지 못한 이런 적나라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등장해서 그런지 더 신뢰가 갔다.






 특히 미국 역사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중요한 남북전쟁에 관한 부분을 읽으며 놀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남북전쟁이 벌어진 배경과 함께 그 안에서의 전쟁으로 군인 75만 명, 말 150만 마리가 죽고, 전쟁비용으로 200억 달러가 쓰였다고 한다. 또 상원 의원이었던 섬너는 노예제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같은 상원의원인 앤드루 버틀러를 비난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버틀러의 조카 프레스턴 브룩스가 상원 본회의장에 들어가 지팡이로 섬너를 때려 큰 부상을 입혔다. 이 일로 남북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전쟁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링컨의 연설이었다. 그 연설을 통해 링컨은 자신이 이겼다고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두둔하지도, 상대에 대해 비난을 하지도 않았다. 바로 그 연설이 결국 미국을 다시 하나로 만든 계기가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처럼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가 이 책 안에 담겨있다.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던 미국사의 TMI가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미국사에 대한 지식이 월등히 높아질 것 같다. 입문서보다는 미국사의 굵직한 사건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모를 위한 그림 상담소 - 소아과 의사가 들려주는 지친 마음을 위한 명화 처방전
장주희 지음 / 영진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감은 좋은 것이지만, 긍정적인 반응만 해 주면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남들이 다 내 마음 같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요.

그래서 적당한 수준의 좌절도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좌절이란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하거나, 아이의 욕구를 모두 채워주지 않고 남겨두는 것,

아이가 부모의 사소한 실수나 허점 등을 깨닫는 모든 과정입니다.

이제까지 쌓아온 모래 성에 조금씩 구멍을 내는 과정입니다.

한 번에 와르르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숨 쉴 구멍을 내주는 것입니다.

p. 174~175

 이 책의 차례를 훑어보고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부터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있는 자존감의 문제, 이 자존감이 해결되지 않으면 엄마가 돼서도 아이들에게 왜곡된 시선을 심어준다는 여러 책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없음에도 나는 자존감에 관한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여전히 나는 자존감과 싸운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낮은 자존감을 주입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울 때도 많다. 


 지나가는 아이가 예뻐서 길을 멈추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모성애가 생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출산 후 3시간 간격으로 하는 수유도, 잠을 못 자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지독한 산후우울증에 하루에도 몇 번씩 베란다에 쭈구리고 앉아있었던 것도 나한테는 고통이었다. 왜 나는 아이가 마냥 예뻐 보이지 않을까?를 참 많이도 고민했었다. 오히려 내 모성애 보다 남편의 부성애를 여전히 더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런 내 고민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있다. 엄마가 된 게 마냥 기쁘지 않다는 제목 안에 처음 등장한 작품은 모나리자다. 모나리자와 모성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다빈치가 그린 리자 부인은 피렌체의 부유한 직물 상인 프란체스코 델조콘의 아내였단다.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리자 부인은 출산을 한 지 오래지 않은 상태였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썹이 갑상샘 기능 저하증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학적 설명을 듣고 보니, 모나리자의 표정과 분위기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지금보다 엄마의 일이 훨씬 많았을, 지금보다 더 많은 아이를 낳고 길러야 했던 리자 부인의 상황에 묘하게 공감이 갔다. 물론 그녀는 부유한 집안이어서 이렇게 그림까지 남겨졌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가정의 엄마들은 과연 어땠을까? 저자의 설명이 함께 더해지니 비로소 그림 안에 담겨있는 감정들이 하나 둘 읽히기 시작한다. 







책 안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담겨있다. 특히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청소년 도박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리고 그 도박에 관한 내용에는 카라바조의 그림이 등장한다. 카라바조 자체도 음주와 폭행, 도박 중독 등으로 결국 도망 다니며 살았다고 한다. 한편으로 현재 우리 사회 속에서 청소년 도박은 본인이 도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출되게 된다. 웹툰을 보다가도 자연스레 도박에 노출될 수 있고, 친구와 게임을 하다가도 노출될 수 있다. 그들을 향한 색안경을 끼기보다 우선 사회의 정화 분위기가 꼭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책에는 자존감에 관한 부분도 등장한다. 근데 저자는 과연 자존감이 높은 게 마냥 좋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같이 등장한 그림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나르키스트에 관한 작품들이었다. 스스로에게 빠져,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에 반응하지 않고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존감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이 스스로 좌절도 겪어보고, 부족함 또한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그와 함께 책에는 수잔 발라동의 작품과 그의 삶이 등장한다. 모델 출신이던 그녀는 연인이었던 르누아르에게 버림받고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엄마의 역할을 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고 화가의 삶을 이어가며 아들을 키운다. 르누아르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굳건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자화상을 통해 그런 모습을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명화를 마주하며 당시의 아픈 마음들과 생각들에 공감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명화의 깊이를 마주하게 된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나를 좀 놓아주어야겠다. 그리고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어야겠다. 곁들여진 의학 지식과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마주하고 보니 그림이 또 다르게 다가온다. 그림을 통한 위로를 마주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한동안 고고학자의 꿈을 키운 적이 있었다. 물론 겁이 백만 개라서 빨리 접긴 했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관련 책이나 영상을 보면 한 번씩 고고학자의 삶에 대한 동경이 생긴다.


 사실 벽돌 책인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책의 제목에 "고고학자"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실험하는 고고학자가 과연 뭘까?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고고학자는 땅을 판다고 말하는 유적지를 파내고, 거기서 유물을 찾아내는 일을 하니 말이다.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실험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다룬다. 말 그대로 실험을 하는 고고학 분야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과거의 일어났던 실생활들을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자면 직접 과거의 방식으로 사냥을 하고, 핸드포크 방식으로 문신을 하는 것, 옛 방식으로 카누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것 등이 실험 고고학의 연구 방법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 안에는 7만 5천 년 전 아프리카의 호모사피엔스 카야테와 그의 누나 남카베, 그리고 자형 사테의 사냥하는 모습과 무기(뗀석기)를 만드는 모습부터 1500년 경 멕시코 아즈텍 족을 에스파냐에 넘긴 우에막의 이야기까지 고고학의 현장에서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증명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은 단지 과거에 대한 연구와 그에 대한 성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들을 직접 실험해 보고 체험해 보고 만들어보면서 그에 대한 연구를 실제로 증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논문집처럼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고고학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소설집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중간중간 해당 부분에 대한 고고학적 실험의 이야기들, 그에 사용된 기구나 방법들을 실제로 확인하며 느꼈던 이야기들이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실제 뗀석기를 흑요석으로 만들어보고(식사 중에 칼이 너무 안 들어서 그날 만든 부싯돌 칼로 고기를 잘랐다는 일화는 입이 떡 벌어질 만했다.), 죽은 코끼리 긴즈버그의 18톤짜리 사체를 넘겨받아 해부하는 등의 일은 무척 놀라웠다. 냄새가 나고 좀 상한 고기들도 먹어보았다니, 웬만큼 직업정신이 투철하지 않으면 실험 고고학자가 되기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500년 경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 부분은 마치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 등장해서 더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남편 나두를 부족에서 인정받게 하기 위해 만삭의 아내 헴벰은 나두의 얼굴에 뼈바늘로 문신을 새긴다. 한 땀 정성 들인 아내의 작업에 통증을 느낀 나두가 잠을 자다 깬 것이다. 사실 결혼식을 올리고 1년 동안은 처가인 헴벰의 씨족사회에서 살아야 하는데, 문제는 헴벰의 임신 시기가 결혼 전이라는 사실 때문에 수모를 겪을 것에 대한 걱정도 있는 데다가, 나두는 헴벰의 오빠처럼 뛰어난 사냥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무마시키기 위해 헴벰을 두고 도토리가 많은 숲으로 향하는 나두. 이 도토리는 부족민들에게 꼭 필요한 고급 식재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구니가 절반 즈음 찼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놀란 나두. 그것이 헴벰의 목소리인 걸 알아챈 나두는 오두막을 향해 달려오지만, 이미 사망한 헴벰의 시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곰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헴벰의 시신과 함께 주위를 살펴보니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마주하게 된다. 도토리와 사슴고기가 그대로 남아있고, 나두의 좋은 화살들만 사라진 것이다. 


 곰의 발자국도, 헴벰의 시신의 남아있는 발톱 자국도 곰의 소행같이 보이지만 누군가 위장한 티가 난 것이다. 그렇게 나두는 범인을 찾아 떠난다. 분명 방울뱀의 소행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나두는 방울뱀을 찾아 헴벰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내용 안에도 여러 가지 실험 고고학이 숨겨져 있다. 바로 뼈바늘로 하는 문신인 핸드포크 방식으로 문신을 직접 해보고, 핸드포크 문신가에게 직접 문신을 해주는 실험(?)까지 해본다. 저자의 경험으로 현재의 문신 방법 보다 핸드포크방식이 덜 아프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방식으로 문신 시술을 해주는 사람이 없겠지만... 또한 도토리를 직접 따다가 가루를 내보는 일도 해본다. 이 실험을 하면서 겨우 한 컵도 안 되는 도토리가루로 빵을 해먹고 결국은 버리고 마는 실험을 하면서 저자는 채집 생활을 버리고 농경을 했던 조상(?)들의 선택에 대한 비난이 충분히 이해가 갔단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무기들로 직접 사람을 가격할 수 없어서, 사람의 머리와 비슷한(?) 수박으로 하는 실험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실제 사람을 때릴 순 없었지만, 수박임에도 왠지 움찔하게 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고 한다. 실제 수박 가격 후 법의학자가 실제 수박을 보면서 부챗살 골절이라는 말까지 했다니... 이쯤 되면 정말 진심을 다한 연구라고 말해야겠다.


  과거에 비해 모든 것이 편리하고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정말 행복일까?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실험 고고학자들이 이런 무모해 보이는 실험들을 해 나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일부 유명 인사들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승자들의 역사가 아닌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