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산다 -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
주에키타로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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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모 사이트의 곤충 관련 웹툰을 참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실제 곤충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인간의 이야기가 곤충을 통해 드러나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갔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봤을 때 관심이 동했다. 곤충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말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느긋하게 산다"라는 제목은 반어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개미만 하더라도 쉴 틈 없이 일하는 일중독의 대표주자로 떠올리니 말이다. 과연 제목이 진짜일까, 반대일까?

책 속에는 메뚜기, 공벌레, 개미,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그리고 개구리 등이 등장한다. (개구리의 분량이 상당하긴 하지만 개구리는 곤충은 아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곤충들의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힐링 포인트를 제공하며 이어진다. 시작은 오늘도 야근에 스트레스를 받은 인간이 자신만의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며 야근하는 개미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이었는데, 저자가 이 책을 그리게 된 시점을 프롤로그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곤충 이야기가 책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기본 생태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 그 정도 지식이면 된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곤충들이 다른데, 짧지만 깊은 여운이 있는 내용이 상당했다. 물론 솔로 곤충들의 시린 옆구리를 격하게 가격하는 이야기들도 상당하다. 곤충들의 성별을 구분하기 위해 머리 위 리본을 붙여주는 센스! 덕분에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매미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귀뚜라미의 이야기였다. 울 힘조차 없는, 이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이 보이는 매미가 있다. 자신의 마지막 힘을 다해 나무에 오르는 매미. 주위에 다른 곤충들이 그런 매미를 만류하지만, 매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열심히 수행한다. 그렇게 매미는 잊힌 것 같았다. 우는 게 너무 힘든 후배 귀뚜라미가 선배에게 넋두리를 한다. 그런 후배에게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명을 다한 매미의 모습을 일깨워주는 선배 귀뚜라미. 밤 하늘의 별빛 하나하나가 떠나간 매미가 아닐까 하는 말에 둘은 밤하늘 가득 펼쳐진 매미의 모습을 떠올린다. 우리 또한 그렇지 않을까? 굳이 해야 할 의미조차 없는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했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 짧은 몇 컷의 만화 속의 그런 깊은 감정을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너무나 유명한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는 어떨까? 이 이야기의 결말은 개미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겨울을 대비했지만, 놀기만 했던 베짱이는 겨울의 고통을 맛보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근데, 또 다른 버전도 있다. 열심히 일한 개미는 과로사로 사망했지만, 열심히 즐겼던 베짱이는 자신의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 책 속에는 그 둘과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괴감이 든 개미는 일상이 버겁다. 우연히 만나게 된 베짱이는 그런 개미를 위해 노래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 없어 보였던 베짱이 역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방울벌레와 함께 음악 듀오로 활동하던 베짱이지만, 미래를 찾아 떠난 방울벌레의 부재에 자신 또한 고민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과연 계속하는 게 맞을까?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기도 하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과연 이 둘은 진정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월요병에 걸린 곤충들도, 짝이 있는 곤충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곤충들도, 자신이 하는 일에 고민하는 곤충들도 모두 공감 가는 것은 우리도 같은 삶 속에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곤충들을 빌려서 인간의 삶을 다시금 노래하는 저자의 책은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과연 곤충들은 인간과 달리 느긋한 삶을 즐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쁘게 살지만, 그 안에 느긋한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우리의 삶도 느긋해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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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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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부디 너희 세상에도 라는 제목과 함께 외계인같이 보이는 인물들이 줄지어 어딘가로 향하는 기이를 넘어 괴이한 그림이 표지에 가득 담겨있다. 내가 읽은 책은 8편의 소설 중 4편이 담겨있는 가제본이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내용을 품고 있음에도, 죽음과 미래라는 기본 테마가 작품 속 베이스로 담겨있다. 문제는 미래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 있다. 보통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보다는 발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상상하지만, 책 속에 담긴 미래는 암울하고 무섭다. 역 유토피아인 디스토피아의 사회라고 할까?

예를 들어 첫 번째 등장한 반짝이는 것이라는 작품에는 좀비가 등장하는데, ACAS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진 현상이다. ACAS 바이러스는 심정지 상태지만 뇌는 죽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뇌 속에 남아있는 기능이라고는 식욕밖에 없다 보니 음식을 향한 탐욕만 남아 있다. 주인공인 노인 일규 역시 ACAS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다행이라면 그는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에 아직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전 아내를 먼저 보낸 후, 아들 내외와 살고 있는 일규는 5년 전 이 바이러스 때문에 아내를 잃었다.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늘 마트를 오래도록 돌며 기분을 푼 후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는, 그날도 일규의 행동에 지갑을 들고 마트를 향한다. 아내가 돌아올 때는 설령 일규의 잘못이었어도 먼저 사과를 하며 주전부리를 내민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그날 이후 만날 수 없었다. ACAS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마트에 가득했고, 아내는 바이러스에 감염 여부조차 모른 채 살처분 되듯 살해된다. 몇 년에 거친 소송 끝에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되었고, 그 돈으로 아들 내외와 집을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얼마 전부터 일규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결국 때가 온 것인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손녀에게는 좋은 기억의 할아버지로 남고 싶었기에 일규는 문을 열고 나선다. 며느리가 차린 거한 음식들을 먹으며 필름이 끊긴다. 깨어난 곳은 양재천이다. 주변에는 일규 같은 감염자들이 가득하다. 그것도 노인들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간답게 살다 죽기 위해 안락사 회사인 웰다잉 주식회사를 향하는 일규. 과연 그는 마지막 남은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을까?

첫 번째 작품이 바이러스로 인한 끔찍한 세상을 다루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살인을 부르고, 또 다른 살인을 부른다. 물론 주인공이 저지른 살인에는 공범이 있다. 사람이 아닌 숟가락 말이다. 증거가 남지 않는 숟가락과의 범죄.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로 살인을 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숟가락의 하수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과연 이들은 헤어질 수 있을까?

잔인하지만 서글픈 인간의 감정이 밑바닥에 드러나있다. 그래서일까? 짧은 작품임에도 주인공들의 희로애락을 만날 수 있었다. 남유하 작가를 검색하다 보니, 반짝이는 것에 등장한 웰다잉 주식회사와 ACAS 바이러스에 대해 쓴 단편소설이 먼저 나와있었다. 이번 작품과 연결된 듯싶어서 내용이 급 궁금해진다.

남은 4편의 소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그 이야기 끝에는 어떤 감정을 만나볼 수 있을까? 공포스럽고, 안타까운 미래의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다운 감정의 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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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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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제목이지만, 소개 글을 보며 흥미가 생겼다. 우리의 일상의 이야기를 윤리 속으로 끌어들이는(윤리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일 수도) 상황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 즈음 겪어봤거나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상황이기에 말이다. 저자 소개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한 줄의 저자 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내용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상당히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굿 플레이스"다. 넷플릭스를 안 보는 사람이기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데 자꾸 언급하는 거냐?' 굿 플레이스는 넷플릭스에 방영한 윤리를 주제로 한 드라마로,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슈어는 굿 플레이스의 제작자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질문이 익숙한 이유는 일상의 질문이기도 하지만,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마주했던 이야기들도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의 질문이 그저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철학을 좀 더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예를 등장시키지만 철학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가령 아리스토텔레스나 칸트, 실존주의 등이 등장하니 말이다.

다행이라면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말장난과 유머가 난무하고, 실제적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비집고 들어와있다. (팁이라면 중간중간 각주가 자주 등장하는데, 각주를 함께 읽으면 더 흥미롭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라는 질문을 통해 등장한다. 이 질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할 것이다. 왜일까? 내가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이어서? 우리 안에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잣대가 있기 때문이다.(물론 친구의 얼굴을 후려친 후 친구의 반응이 두려워서 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절대적 윤리, 완벽한 윤리의 삶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정답은 노! 다. 저자는 중용을 설명하며 극단적인 자질을 예로 든다. 중용은 말 그대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간지대를 의미하는데,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위험한 상황을 보고 침만 질질 흘리며 바라보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반대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규칙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뭐든지 적당해야 좋은 것이다. 과유불급!

첫 번째 질문이 쉬웠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친구가 이상한 셔츠를 입고 왔을 때,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야 할까? 시식코너에서 몇 개나 먹어도 될까?(한 사람당 하나라고 쓰여있지만 더 많이 먹어도 될까?),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있는데 최신 핸드폰을 사도 될까? 등의 질문 말이다.

흥미롭지만, 읽고 나면 생각의 틀이 넓어지는 신기한 윤리의 맛을 보고자 한다면 가감 없이 추천한다. 대신 읽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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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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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접하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지극히 정사를 다루고 있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평 설이었다. 사실 그동안 조선시대의 왕 중 가장 무능한 왕이라면 단연 "선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선조와 인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업적을 세운 왕에게 붙이는 "종"이 선조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굳이 둘 중 하나를 따지자면 차라리 선조에게 어울리겠다 싶다. 인조는 정말.... ㅠ

이 책은 인조를 중심으로, 그와는 떼려야 ?? 수 없는 전쟁이었던 병자호란과 함께 "병자호란 전 인조(1부). 병자호란 중 인조(2부), 병자호란 후 인조(3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책에 함께 담긴 1636은 병자호란이 발발한 연도를 말한다.(실제로 청의 홍타이지의 군대가 국경인 압록강에 다다른 시기는 음력 12월 8일로, 양력으로 보자면 1637년 1월 3일이기에 현재의 태양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병자호란이 아니라 정축호란이어야 맞는다고 한다. 다시는 음력을 썼으니... 병자호란이라 불리는 것이다.)

조선의 왕 중 단 두 명만 "군"이라고 불리는데, 한 명은 연산군이고 또 한 명은 광해군이다. 광해군을 중심으로 앞은 선조, 뒤는 인조다. 무능한 두 명의 왕 사이에 끼어있는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오히려 좋은데, 여러 가지 이유(폐모살제, 명나라를 배신, 무리한 공사를 벌임 등)로 쫓겨났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반정 끝에 왕이 된 인조는 우선 광해군의 측근들을 처치한다. 인조를 왕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하기로 되어있던 김류는 두려움에 반정을 일으키고자 했던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주위 사람들의 강권에 이괄이 대장이 되기로 한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그에도 사연이 있다.) 김류에게 다시 대장직을 넘기게 된 이괄은 큰일을 해냈음에도 2등 공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괄의 난에 대한 부분이었다. 교과서에서 정말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만났던 이괄의 난의 실제 이야기를 알고 나니,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공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그렇다고 이괄의 난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의 선조도, 병자호란의 인조도 자기 살기 급급한 나머지 백성을 두고 몽진한다. 가뜩이나 삶이 팍팍한데, 온 백성의 어버이라고 말하는 임금이 백성을 두고 자기 살길만 찾아 나선 상황을 마주했을 때 백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사실 광해군의 폐위에 대한 부분도 폐모살제, 명에 대한 배신 등은 백성들의 피부에 와닿는 이유가 아니었다고 한다. 과도한 부역을 동원했던 것이 문제였지 말이다. 하지만 인조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다. 도망쳤다 돌아와서 민생을 살피기보다는 자신 위주의 정책들을 개편하기에 급급했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이렇게 틀어진 인조 정권은 병자호란이라는 큰 전쟁을 마주하며 대놓고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반면, 지도자의 무능에 비해 백성들은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싸웠고 자리를 지켰으니 말이다. 이 둘의 비교가 더 씁쓸함을 자아냈다.

거기에 얹힌 소현세자의 이야기까지... 참 인조는 구색 맞추기를 좋아하는 왕이었던 것 같다. 그놈의 명분이 뭐라고... 아들과 며느리까지 그렇게 냉대할 수 있었을까? 늘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느끼지만, 그때 인조가 아닌 소현세자가 왕이었다면, 인조에 의해 반정이 일어나지 않고 광해군이 계속 왕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컸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의 현재는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총만 들지 않았지 여전히 우리는 전쟁통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위정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인조의 과거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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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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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 둘러서 표현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나마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같은 표현이라도 듣기 좋게, 소위 "예쁘게"말하는 것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말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말로 인해 관계가 틀어진 경험도 꽤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말"이나 "화법"에 대한 책을 종종 찾아읽는 편이다. 하지만 말은 체화되어야 한다는 것. 생각하고 말할 때도 있지만,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는데 계산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얼마 전에도 오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의 책을 읽으며 능수능란한 언변에 놀랐는데, 이번 책의 저자 역시 변호사였다. 아무래도 예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말로 먹고사는(?) 직업인지라 다른 사람보다 더 대화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책 속의 이야기는 담백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 참 많았다.

특히 대화의 방법을 고래와 상어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공격적인 말투의 상어식 대화와 이해하고 포용하는 고래의 대화는 듣는 사람의 마음의 변화의 차이가 크다. 상어식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게 되는 반면, 고래식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자리가 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상어식 대화의 예는 뒷장에도 다시 등장하는데 내 대화법은 그러고 보면 고래식이 아닌 상어식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책 소개 페이지를 통해 책의 한 장면을 미리 맛보았는데, 그 소개 페이지를 읽으며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글이 있다. 바로 장모님과의 일화가 소개되었던 부분이었는데 장모님의 대화법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말의 체화를 깨닫게 되었다. 만약 그때 장모님이 상어식 대화를 풀어가셨다면 과연 어땠을까? 아마 저자는 그 이후에도 장모님과의 대화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거래처 직원이나 우리 회사 영업사원들의 어투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공격적이고 무례한 말투는 듣는 순간 마음을 닫게 만든다. 반면, 경직되고 굳어져있는 관계에도 농담과 위트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얼어있던 마음을 녹이는 효과를 가지고 온다.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약속된 시간에 지각을 했고, 그로 인해 큰 계약 건을 놓칠 상황이었다. 당연히 담당 거래처 직원은 늦게 도착한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때 농담을 곁들인 대표님의 한마디가 상황을 풀어냈는데, 그 말이 지금 들어도 재미있다. "우선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저희가 지각한 데는 **사의 잘못도 있습니다." 그 말에 그 직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어진 대표님의 말. "저희는 사원부터 전 직원이 **사의 메일을 사용하고 있고, 오늘 출발할 때 길 찾기 역시 **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했거든요. **사가 알려주는 길로 왔는데 지각했으니까, **사의 잘못도 있는 거죠." 그 한마디에 미팅짱은 순간 피식 웃음이 돌았고 다행히 계약을 무사히 마치셨다고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느끼는 요즘이다.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나, 뒤끝 없는 말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뒤끝 없이 말한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해서는 위해로 느껴지거나, 예의 없이 느껴지기도 하니 말이다. 말에도 품격이 있다는 사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말의 힘을 다시 한번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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