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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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뼈저리게 와닿았던 이유는 며칠 전 큰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건강이 안 좋으시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가까이 지냈던 터라 소식을 전해 듣고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 빈소에 도착해서도, 고인에 큰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상주인 사촌들 그리고 큰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차례차례 어른들을 뵈었다. 결혼하고 오랜만에 내려가는지라, 어색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장례 일정은 차분히 진행되었다. 마지막 날, 관 앞에서 서서야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이제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은 모두가 같았던 것 같다.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사촌들을 비롯하여, 가족들은 화장장의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공원묘지의 큰아버지를 모시고, 차례차례 흙을 채웠다. 이제 정말 이별이라는 생각에 누구 하나 쉽게 발을 옮길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의례들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동물들도 서로의 감정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마주하며 신기하기도 했고 기쁨과 슬픔, 반가움 등의 감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리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만난 코끼리, 침팬지, 홍학, 기린 등은 자신들만의 의례 방식이 있었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특유의 소리와 신체를 마찰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서로를 깨무는 것처럼 행동하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한다. 흡사 싸우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인사법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 전, 동물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통해 코끼리는 가모장 사회로 가장 우두머리는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 속의 상황들이나 모습들이 이해가 빨랐다. 코끼리의 인사 의례만큼이나 신기했던 것이 장례의식이었는데 인간의 취토처럼 코끼리도 사체 위로 흙을 뿌리는 장면이 있었다. 코끼리는 아프면 물 근처로 간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물을 마시러 왔다가 사체를 마주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가까운 가족의 경우 돌아가며 사체를 지키기도 하고, 밤마다 사체 주변에 머무는 등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회적 동물은 소리를 내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다.

동물들은 인간처럼 말을 통해 의사사 통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내는 다양한 소리의 높낮이나 크기, 생김새 등을 통해 그들의 현 상태를 비롯하여 소리와 모습을 통해 다른 동물을 자극하기도 한다. 인간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동물들 역시 그에 못지않게 소리를 구별해 내며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의 언어 습득만큼이나 다양한 소리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 또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싶기도 했다.

애도 의례뿐 아니라 구애 의례 등의 경우, 천적들에게 노출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죽은 동물 옆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있거나, 이성의 눈에 띄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다. 왜일까? 그에 대한 이유는 책을 통해 만나보자.

책을 읽으며 의사소통과 언어 사용,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들은 인간의 전유물이었다는 착각이 보기 좋게 깨졌다. 동물 역시 위협에 처했을 때 서로를 돕는 소리로 서로를 지키고,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서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행동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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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3-02-20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읽은 바버라 J.킹의 책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서해문집; 2022) 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상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