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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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한 일이 있었다. 바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매년 10월만 되면 각 서점가에서는 이번 노벨문학상은 누가 받을 것인가를 놓고 투표를 벌이기도 하고, 예상되는 저자들의 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깜짝 선물 같은 일이었다. 나 역시 외국 작가를 선택했었고, 우리나라 작가 중에도 매년 이름이 등장하는 모 시인의 집 앞에 여러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기사 역시 매년 접했다. 그렇기에 막상 한강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될 당시, 한강 작가의 집 앞은 텅~비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역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뒤늦게 접했던 터라, 가입되어 있는 전자책 도서관과 구독형 전자책 사이트를 확인해 봤더니 이미 발 빠른 독자들이 선점을 한터라 100명 넘는 예약에 결국 종이책을 사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봤더니 주로 언급되는 3권(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중 대부분은 여전히 100명 넘는 예약이 걸려있었다. 이 중 채식주의자는 멘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읽어봤고, 소년이 온다는 전자책을 제공해 주는 도서관이 없어서 구입을 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서점가는 특수를 누렸다. 한강 작가의 책을 독점적으로 출판했던 출판사가 가장 큰 혜택을 봤겠지만, 그 외에도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 문단의 여러 작가들의 소설도 같이 많이 팔렸다는 기사를 접했다.

책 안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아무래도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내용이다. 채식주의자를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책의 줄거리나 독자평 등을 통해 얼핏 이런 내용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다시 읽어야 할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용이 난해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사실 노벨문학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받은 작가들의 책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유명도 때문에 접하기는 쉽지만, 끝까지 읽어가기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책을 받은(특히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은 자연히 기피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한강 작가의 책을 미리 설명해 주는 내용이 있었으면 싶었다. 이 책 덕분에 채식주의자와 비슷한 내용의 책(내 여자의 열매)이 있다는 것과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고통 3부작(몽고반점, 채식주의자, 나무 불꽃)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두, 세 페이지 정도에 한강 작가의 시집을 비롯한 각 소설들의 내용이 담겨있어서 앞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 장에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내용, 한강 작가 연대기, 한승원 작가를 비롯한 1060년대~2000년대까지의 주요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8명과의 인터뷰(사서, 독자, 출판사 대표, 번역가 등)를 통해 우리 출판 전반과 독서, 그리고 한강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처음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한강 전체 작품의 해설 가이드"라는 부제 때문이었는데, 막상 책 안에서 그 부분은 비중이 크지 않아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자세한 가이드를 원했는데, 두세 페이지 분량으로 한 작품을 설명한다는 게 너무 짧은 것 같아서다. 그래도 노벨상을 비롯한 한국문학 전반에 걸친 평이 같이 담겨 있어서 여러모로 책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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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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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과 전략이 필요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일본과 일본 식문화를 연구하는 문화 인류학자 메리 I. 화이트와 유럽 사상사 박사이자 음식 저널리스트 벤저민 A. 워개프트의 이 책은 이들의 관계만큼이나 흥미로운 내용들과 놀라운 사실들이 담겨있다. 참고로 이 두 저자는 모자 관계다.

어느 생물이나 음식은 생존의 제1 조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섭취하는 식재료들은 꾸준히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어갈 것이다. 과거부터 있었다고 보이는 많은 식재료들이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는 데에는, 단연 인간의 욕구가 빠질 수 없다. 더 많은 음식을 소유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식재료의 개량이라는 식으로 나타났는데, 과연 그게 좋은 일이었을까?

농업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생활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만나본 음식은 무척 낯설었다. 그리고 꽤나 흥미로웠다. 우선 첫 장부터 문화충격을 마주했다. 당연히 채집 사회에 비해 농경사회가 훨씬 발전된 사회였고, 많은 생산량을 비롯하여 모든 게 당연히 진보한 시대였을 거란 생각이 무참히 깨졌기 때문이다. 사실 농경사회의 섭취한 칼로리 보다 채집 사회 때가 훨씬 많았다는 것. 그랬기에 영양상태나 신체발달과 수명 등의 여러 면에서 채집 사회가 더 나았다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노동시간 역시 채집 사회가 훨씬 적었단다. 만약 현대의 효율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이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농경보다 채집에 더 포커스를 두고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채집 사회를 그만두고 농경사회로 바꾸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꽤 오랜 기간 이 두 사회는 공존했고, 조금씩 채집에서 농경으로 변화한 이유는 농경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짐으로 채집을 포기해야 했을 거라는 설명이 꽤 신선했다.

이렇듯 다양한 문화인류학의 내용들이 각 식재료와 어우러져 책의 각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5장에 등장한 음료의 트리오 커피, 초콜릿, 차역시 그렇다. 이 셋은 현재까지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음료들이지만, 시작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또한 점점 대중에게 퍼지면서, 생산량을 위해 식민지를 비롯한 타국의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동력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 맛만큼이나 씁쓸함이 가득하다. 이와 함께 설탕의 이야기가 곁들여졌는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 후반까지는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설탕뿐 아니라 커피나 차, 초콜릿 모두 처음 알려졌을 때는 약 효과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사실도 네 제품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차의 경우, 중국 와 영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영국의 차가 대중화된 이유가 꽤 흥미로웠다. 사실 영국은 차보다는 커피가 음료의 우위에 있었지만 애프터눈 티라 알려진 홍차의 등장으로 둘의 우위는 바뀌게 된다. 그 이유는 차의 질이 떨어져도 함께 곁들이는 우유와 커피를 같이 마시면 차의 품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비해, 질이 낮은 커피는 맛이 너무 진하고 써서 점점 배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에는 정치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차를 공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의 가격이 낮아졌고, 점점 대중음료가 되었다는 것과 함께 과거 차를 마시는 것은 사교생활의 일부분으로 차를 잘 우리는 것이 어른이 됐음을 증명했다니 이 부분 또한 꽤 흥미로웠다.

익숙한 음식의 낯선 민낯은 언제나 흥미롭다. 책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꽤 깊이가 있으면서 신선한 내용들이 많아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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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 : 논어 - 불멸의 가르침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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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서 중 가장 많이 접한 책은 공자의 논어다. 그럼에도 공자의 생애나 제자들 등 배경지식은 잘 모르고 있었다. 원전을 접한 적이 있지만, 역시 가까이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읽었을 때의 감동이 수시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는 동양 철학서를 만화로 만날 수 있어서 부담이 적은 게 사실이다. 공자의 논어를 만화로 그린 채지충은 대만의 만화가다.( 찾아보니 과거 55권의 시리즈 중 논어는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저자는 같지만 내용이 같은 지는 모르겠다.)

논어의 부제는 불멸의 가르침이다. 앞서 읽은 맹자 역시 공자의 제자로부터 가르침을 얻어서, 본인 또한 공자의 제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 선생의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어도 손색이 없을 공자의 저서 논어를 만나보자. 책의 전반부에는 공자의 생애가 그려져있다. 맹자도 그랬지만, 공자도 자신의 신념을 실제 정치에 펼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노나라에서 공자는 대 사구(현재의 법무부 장관 격이라고 한다.)라는 벼슬을 얻어 사법과 치한 모두를 담당했다고 한다. 물론 한 곳에서 오래도록 벼슬을 하며 머물지는 못하고 이 나라와 저 나라로 돌아다녔다. 자신의 신념을 실제 정치에 펼칠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때론 정도를 걷지 않는 정권 하에서는 스스로 사직을 하기도 했다. 더러운 정권에 기대어봤자 자신의 신념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자의 생애가 마무리된 후에는 논어의 실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방대한 논어 전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중요한 부분만 담겨있기에 논어 전체를 보고 싶은 독자라면 아쉬움이 있겠지만, 논어의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

벼슬자리에 오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만한 재능과 덕을 갖추지 못함을 걱정해야 하며,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한 실력을 기르는 데 힘써라.

제4편 이인 14장 중

맹자와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맹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체득하였으니 그럴만하다. 공자에 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는 공자의 사상이 경직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책 안에도 융통성 있는 공자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이니 말이다.

젊은 사람이라 하여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장래 그들이 지금의 우리만 못할 것이라고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나이가 사오십이 되도록 성취한 것이 없다 해도

이 또한 두려울 것은 못된다.

그러니 부디 노력하라!

제9편 자한 22장 중

공자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배움이다. 아직도 외우고 있는 논어의 학이 편의 첫 문장에서도 배움에 관한 강조가 나온다. 논어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것은 바로 배움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수 있는 자세, 셋이 함께 길을 가면 그중에 내가 배워야 할 스승이 있다는 내용 등 논어는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서 상당히 강조한다. 죽을 때까지 배움을 놓지 않는 공자의 삶이야말로 꼰대가 아닌 깨어있는 세대의 표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번에도 공자의 열정에 또 한번 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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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차원이 다른 삶은 AI로 설계된다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5
이경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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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라는 단어를 제외하곤 일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요 몇 년 사이에 더욱 우리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단어가 바로 AI가 아닐까 싶다. AI라는 용어를 접한 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았는데, 이미 70년 전에 AI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저자 역시 1988년부터 AI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하니 놀라울 다름이다. 우리에게 AI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것은 바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4승을 거두었던 것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는데, 그중 이세돌 9단이 승리한 바둑 대국 때 저자가 중계 해설에 참여했다니 놀라웠다. AI가 더욱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것은 단연 챗 GPT 때문이다. 인간의 영역이라고 말하던 예술의 분야에까지 진출한 AI를 마주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전문가인 저자는 더 그랬을 것 같다.

AI가 우리의 삶에 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AI를 도구나 기술을 넘어 내 삶의 영역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AI를 인생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는 현직 경영학과 교수인데, 그래서 비즈니스모델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일까? 개인 혹은 조직이 가치를 만들고(가치창출), 전달해서(가치 전달) 수익을 얻는 것(가치 획득)을 가리키는 경영학 용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우리의 삶에 대입해 보자.

올바른 비즈니스 모델이란

'자신이 창출한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책 안에는 스페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와 아이브로바를 운영하는 저자의 지인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주변과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을 자신만의 것으로 가둬두는 지식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나눔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고 올바른 모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AI가 생활 속 깊이 침투해있는 상태가 되면서 많은 일자리들이 위험에 처해있다. 당장 치킨집에도 AI 로봇이, 커피전문점에도 AI 로봇이, 음식점에도 AI 로봇이 서빙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AI를 통해,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이 창업을 통해 AI를 활용한다면, 오히려 그 이상의 성과를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즉, AI의 발달은 양날의 검이라 볼 수 있겠다.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대체되는 것은 AI를 활용하지 않는 인간들뿐이다.

책 안에는 구체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방법이 아닌, 원론적이고 거시적으로 AI의 활용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AI의 활용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빠르고 깊게 변화할 수 있는지도 맛볼 수 있었다. 휴식과 식사가 필요한 인간과 달리 AI는 멈춤 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지식과 함께 이를 우리의 삶에 어떻게 대입할지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인 활용법이 필요하다. AI를 우리의 삶에 제대로 된 무기로 사용하여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로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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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서 - 250년 동안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침묵론의 대표 고전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3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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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쁜 말일수록 문에 가장 가까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말들에 섞여 밖으로 튀어나오기 일쑤다.

따라서 그 문의 열쇠는 지혜로 관리해야 하며, 필요할 때마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가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말과 관련된 속담들이 여러 개 생각났다.

침묵이 금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 한마디 천 냥 빚 갚는다.

사실 침묵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다들 그렇겠지만 말실수가 떠오른다.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되는 말을 해서 분위기를 망치거나, 사이가 안 좋아진 경우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얼마 전 친한 지인에게 장난삼아 말을 건네고 후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말을 하면 기분이 안 좋겠다는 생각을 해놓고도 그 말을 건넨 이유를 굳이 따져보자면, 친분을 과시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물론 그와 관련해서 지인에게 사과를 전했고, 지인은 쿨하게 괜찮다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너무 잘 아는 이야기겠지만(이 책에도 등장한다.) 하나님이 사람의 귀는 두 개, 입을 한 개만 만든 이유는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으라는 뜻이라는 말에 나 또한 공감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침묵이 아닐까 싶다. 책 안에는 다양한 침묵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그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단다.

우선 책에서 말하는 침묵의 범주에는 단연 말뿐 아니라 글도 포함된다. 글이라고 해서 서평처럼 긴 문장을 뱉어내는 글만 뜻하는 게 아니라, 기사에 다는 댓글이나 연예인에게 다는 악플도 글에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말과 글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에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모습들 혹은 익명 속에 갇혀서 누리지 못한 것을 향해 반대로 비난을 내뱉는 일종의 부러움이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단지 침묵. 말과 글을 내뱉지 않는 것이 침묵이 아니라, 꼭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조정된 말을 내뱉는 것이 진정한 침묵이라는 것이다. 막상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용기 없는 사람의 행동이고 그 또한 다른 방식으로 왜곡된 침묵이라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침묵은 언어를 자제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언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두 번째, 침묵은 단순히 입을 닫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말과는 다른 어떤 표현 양식을 의미한다.

책 안에는 젊은이와 노인의 침묵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또한 권세가들과 민초들의 침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속 빈 강정 같은 얕은 지식으로 대단한 지식을 가진 척 뽐내지 말고, 세상을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얼마 전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말이 250년 전에도 유효했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온다.

무작정 입을 닫기보다는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지혜 있는 침묵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사실.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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