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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랑지
김윤희 지음, 여름밤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을 읽고 고민이 되었다. 내 나름의 아주 심각한 고민이었다. 바로 "쥐"라는 한 단어 때문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쥐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라는 한 문장 때문이었다. (혹시나 책 안에 쥐꼬리나, 쥐의 얼굴 그림이 나올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다행히 대놓고 쥐는 나오지 않았고-대신 코지모라는 분홍가슴털쥐의 그림이 아주 작게 나오긴 한다.)
쥐꼬랑지라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은 여자아이다. 이름 대신 쥐꼬랑지로 불리는 아이. 머리카락이 쥐꼬리처럼 회색의 고불고불하고 번쩍이는 모습에 주위로부터 놀림과 괄시를 받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이런 외모 때문에 주눅이 든 아이는 늘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 두건을 쓰고 다닌다. 아이가 사는 마을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스웨터를 떠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아이는 어려서부터 스웨터를 한 벌도 받지 못했다. 아이의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무도 스웨터를 선물을 해주지 않는 터라, 쥐꼬랑지는 스스로가 백조가 되는 날(고모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 동화를 들었다.) 자신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인 아멜리아에게 뜨개질 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가난한 형편에 실을 사는 것조차 쥐꼬랑지에게는 사치였다. 그래서 쥐꼬랑지는 머릿속으로 스웨터를 짜고 또 짰다. 진짜 스웨터를 짜는 것처럼 엉키거나 잘못 짜면 실을 풀어내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생쥐 한 마리가 실을 물고 온다. 하나 둘 연거푸 30개의 실을 물어다 준 덕분에 쥐꼬랑지는 머릿속으로 만들었던 모자를 하나 뜨고, 검은색 실로 망토를 만든다. 스스로 만든 망토를 자랑하고 싶었던 쥐꼬랑지는 자신이 뜬 망토를 하고 붉은 사자 학원 앞으로 향하는데, 그런 쥐꼬랑지를 보고 학원의 수위와 눈썹 짙은 아이(샤롯)는 쥐꼬랑지가 학원의 실을 훔쳐 갔다고 단정한다. 원장 덕분에 위기를 벗어난 쥐꼬랑지는 원장에게 한정판 뜨개질 책과 고급실을 선물받게 된다. 고마운 마음이 든 쥐꼬랑지는 손수 뜬 스웨터를 원장에게 선물한다.

드디어 백조가 되는 그때 입으려고 뜬 스웨터가 완성되었다. 쥐꼬랑지의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원장에게 보여주기 위해 쥐꼬랑지는 스웨터를 담아 학원을 향하지만, 이번에도 수위와 일이 생기게 된다. 원장의 방에는 중요한 사람이 와 있었는데, 이 일로 원장은 화가 난다. 다행히 손님은 쥐꼬랑지가 만든 스웨터를 보고 쥐꼬랑지를 부른다. 그리고 그녀가 아멜리아가 말했던 안나여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쥐꼬랑지가 만든 스웨터가 마음에 들었던 안나 여사는 그렇게 스웨터를 가지고 간다. 졸지에 자신의 스웨터를 빼앗긴 쥐꼬랑지는 화가 난다. 그런 쥐꼬랑지를 찾아온 원장은 안나 여사가 가져간 스웨터 대신 쥐꼬랑지에게 뜨개질 대회에 나갈 출전권이 주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쥐꼬랑지 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홍가슴털 쥐 코지모. 코지모의 할머니 쥐와 쥐꼬랑지의 엄마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지모는 대회를 준비하며 고민하는 쥐꼬랑지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어느 누구도 쥐꼬랑지의 편을 들어주고, 쥐꼬랑지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지만 유일하게 코지모만은 쥐꼬랑지를 응원해 준다.
코지모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쥐꼬랑지. 코지모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웨터를 만들어가는 쥐꼬랑지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 엄마와 쥐꼬랑지 할머니의 이야기 덕분에 출생의 비밀(?) 또한 드러난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쥐꼬랑지와 코지모의 이야기는 따스하면서도 유쾌했다. 쥐꼬랑지를 이해하는 게 사람이 아니라 쥐였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들의 우정이 스웨터의 멋진 무늬만큼 아름답게 그려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