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과학사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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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좋아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 점수가 좋진 않았지만, 물리를 제외하고는 꽤 흥미가 있었다. 물론 문과였기에, 심화과정으로 과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과학에 관한 흥미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좋아하는 분야가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처럼, 역사와 과학 그리고 상식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뜻밖의 과학사 같은 내용을 참 좋아한다. 이 익숙한 향기(?)- 마치 토크쇼 진행자처럼 유머러스하게 내용을 이끌어 가는 능력-는 뭘까 싶었는데 양자역학 이야기를 통해 만난 적이 있었다. 양자역학이 지극히 물리를 다룬 과학이라면, 뜻밖의 과학사는 상당수가 화학이었고, 중간중간 물리가 곁들여져 있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다행이다. 난 물리가 무섭다...)

우리의 삶에는 우연과 필연이 있다.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지극히, 다분히 주관적으로 "내" 판단이다. 그렇다면 책 안에 우연과 필연은 어떻게 구분될까? 실수가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우연"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우연만 있을까? 그 실수를 위해 과학자들은 나름 부단히 실험을 거듭한다. 그들이 애초에 실험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정말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그런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필연을 위해 애를 썼고 그 결과가 주어진 것이다. 1장 서투름 안에 담긴 이야기 중 상당수는 방치하고 휴가를 보내고 오거나, 주말을 보내고 와서 일어난 일이다. 예상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은 발견을 이루어내서 나도 뿌듯했다. 반면, 2장은 불운과 실패다. 1장에서 우연히 방치(?) 된 것이 발견으로 이루어진 데 비해, 2장은 정말 운이 없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필연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경우가 등장한다. 3장 놀라움과 4장 유레카 역시 각 제목 덕분에 특별한 과학사의 이야기들을 맛볼 수 있다.

책의 뒤표지에는 수식이 하나 등장한다.

과학자의 끈기 + 우연의 순간 = 과학의 발전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은 것 같이 보이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그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끈기 있게 실험을 한다. 때론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을 해서 궤양을 만들기도 하는 등 직접 실험을 강행하기도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바로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야기였다. 그가 전화기를 발명하게 된 것은 착각 때문이었단다. 청각장애가 있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벨은 덕분에 언어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어머니와 의사소통을 위해 글자를 표현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구강 음향학 연구를 이어간다. 자신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실을 40페이지로 작성한 벨의 연구 내용을 본 벨의 아버지의 친구는 이미 벨이 연구한 분야가 발표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먼저 발표한 헬름홀츠의 책을 벨에게 보낸다. 하지만 독일어로 쓰인 책을 이해할 수 없었던 벨은 도표를 보고 이미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소리를 전기적으로 전송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고 오해한다. 독학으로 전기 물리학까지 독학한 그는 결국 전화기를 만든다. 그 후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소리를 전기적으로 전송하는 방법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벨.

벨과 댄치그의 이야기에 교훈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일의 어려움을 미리 알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려움에 관한 예언은 그러한 예언의 실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이 이미 해결되었다고 단순히 가정하는 것이다.

P. 44

결국은 오해가 그의 발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벨의 끈기 있는 연구가 이뤄낸 결과라는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책 안에는 참 다양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나하나가 재미있었고, 매력적이었다. 실제 내용도 매력적이지만, 흥미롭게 책을 쓴 저자의 능력이라는 사실 또한 강조하고 싶다. 벨의 이야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매력적인 과학사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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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앨런 부의 여덟 기둥 - 부의 잠재력을 깨우는 위대한 공식 제임스 앨런 콜렉션 2
제임스 앨런 지음, 임경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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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절약가는 격정을 지성으로, 지성을 원칙으로, 원칙을 지혜로 변환한다.

그 지혜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일단 행동이 되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P.48

제임스 앨런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근데,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책을 통해 영향을 받은 인물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이다. 시간관리의 대가인 데일 카네기를 비롯하여 교세라의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등 소위 성공했다고 말하는 그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공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폴레온 힐 또한 제임스 앨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성공철학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가수들의 보컬트레이너,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인물들과 같은 역할은 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그의 여러 저서 중 내가 만난 책은 부의 여덟 기둥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부제는 부의 잠재력을 깨우는 위대한 공식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첫 번째 이유는 유명한 인물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 나 역시 영향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바로 부제에 등장한 "부"의 잠재력을 깨우는 "공식"이 담겨있다는 제목 때문이었다.

우선, 나처럼 마치 부를 일구는 족집게 과외를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족집게 과외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처세술이나 테크닉에만 집중한 책은 아니다. 책의 시작을 읽으며 좀 놀랐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단어를 고르자면 결단코 도덕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내가 더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협과 눈감아줌과 찔러주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과거에 비해 깨끗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비자금이 오간다. 그런 사회 속에서 부를 이루어 내기 위해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책 안에 등장하는 부의 여덟 기둥은 바로 이 도덕성의 뿌리 아래에서 세워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부의 여덟 기둥은 과연 무엇일까?

에너지, 절약, 무결함, 체계, 공감 능력, 진실성, 정의로움, 자기신뢰가 바로 부의 여덟 기둥이다. 이 여덟 개의 기둥은 모두 도덕성을 뿌리로 가지고 있다. 특히 절약 파트를 읽다 보니 한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시간관리의 대가인 데일 카네기였다. 여기서의 도덕은 단순히 물질의 절약만을 의미하지 않고, 시간의 절약, 정신의 절약도 의미한다. 이 절약에서는 동양 공자의 중용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도 발견해서 꽤나 흥미로웠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열심을 쏟고(에너지), 물질과 정신력을 최대한 아껴서 목표를 이룩하고(절약), 어떤 상황에서도 맺은 계약을 정직히 지켜내고(무결함), 주제를 중심으로 각 작업들을 제대로 정리하고(체계), 친절하고 유한 마음으로 이해력을 높이고(공감 능력),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를 속이지 않고(진실성),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고(정의로움), 소위 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힘을 믿는 것(자기 신뢰)가 바로 제임스 앨런이 말하는 부의 여덟 가지 기둥이다. 좀 더 세부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나보면 좋겠다.

사실 우리 사회의 성공은 늘 남보다 우위를 지키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무리를 하고, 정도를 걷지 않더라도 우위를 지키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하고 그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기초(도덕성)가 튼튼하지 않은 사람은 단기적으로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위기 앞에서 무너진다고 말이다. 부의 여덟 가지 기둥 중 제대로 세운 기둥 두 세개면 그래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사실. 왜 그의 책을 성공철학의 바이블이라고 일컫는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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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10주년 개정증보판
오프라 윈프리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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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넘어야 하는 장애물들은

모두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음을 나는 확실히 안다.

장애물을 통해 배우겠다는 자세로 마음을 여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하는 이와 뒤처지는 이의 차이다.

세계적인 방송인이자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혔던 오프라 윈프리. 그녀의 책이 10주년을 맞이하여 재출간되었다. 사실 10년 전,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위시리스트에 담겨있었지만 인연이 없다가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사실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에 그녀의 과거 수식어로 읽고 적잖이 놀랐다. 사생아로 태어난 것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고, 14세의 출산의 경험도 있고 마약을 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만 보자면 삶을 비관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고 실천할 줄 아는 용기 있고 멋진 여성이었다.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강점과 장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많은 실수를 했고 많은 실패를 했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하기보다 다른 눈을 시각을 가지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과거 그녀가 만난 한 사람이 그녀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받고 오프라 윈프리는 꽤나 당황했다고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대답 역시 바로 멋지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그녀에게 상당히 상당한 삶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 질문 덕분에 그녀는 삶의 여러 상황들에서 답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 책 안에는 그녀가 삶을 통해 확실히 알았던 여덟 가지 주제가 담겨 있다. 워낙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였기에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역시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트에서 만난 한 여성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는 사교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녀라고 삶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쉬었을까? 물론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의 삶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었고, 어린 시절의 상처들로 순간순간 어려움에 겪기도 했다. 책 안에도 그녀가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과거의 상처들로 인해 솔직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가치와 해답들을 찾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긍정적일 수 있었던 그녀의 에너지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또한 감사할 줄 아는 삶의 모습, 기쁨과 희생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갈 줄 아는 삶의 가치들, 결국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제 이야기가 등장해서 한결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알려준 것처럼 나 역시 삶 속에서 그 가치들을 실현해 보고 그것을 내 삶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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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현실 공감 120%! 팩폭과 위로를 넘나드는 아찔 에세이
아찔 ARTZZIL(곽유미, 김우리, 도경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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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 일이 내가 잘 하는 일이라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들은 아찔(art +zzizle)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디자이너 팀이다. 아찔의 뜻이 궁금했는데, 풀어쓰면 그렇고 저자들이 생각하는 팀 이름의 뜻은 갑자기 정신이 아득하고 조금 어지러운 그림이라고 한다. 막 예쁜 그림체는 아니고 나는 게 귀찮아진 오리가 펭귄인 척하는 캐릭터로 현대인과 닮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체가 순정만화 급이었다면, 실제 책 내용과 동떨어졌을 거 같다. 그런 면에서 요즘 MZ들이 좋아하는 막 그린 듯한 그림체가 은근히 정이 간다. 아마도 실제 작가진이 3명인지라, 캐릭터도 3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책은 두껍지도, 크지도 않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정사각에 가까운 사이즈다. 전체가 그림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는 아니고, 한 페이지에는 그림이 그리고 이어지는 글이 1~2페이지 정도 된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일상의 위로(특히 직장인에 대한 위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와닿는 부분이 상당수 있었는데, 저자 중 한 명이 나와 같은 완벽주의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뭔가 완벽하게 해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직장에 14년 있었던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면 낮은 자존감+가스라이팅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애 둘 딸린 아줌마(?)를 받아줄 직장이 없다는 말로 대표는 내 커리어와 경력을 매도하면서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최저임금으로 내리쳤다. 하하하... 근데도 나는 그 상황에서도 몇 달을 더 꿋꿋하게 다녔다.(지금 생각하면 미친 것 같다.) 그때 한 계기가 없었다면 여전히 나는 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각종 스트레스와 잡무를 하며 회사를 다녔겠지...!(참고로 전 회사 대표의 말과 달리 나는 더 좋은 조건과 연봉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또 딴소리했지만,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내 선택이 좀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여기저기에서 했다. 다시 말하자면 색다른 위로였다. 그저 다독임이 아닌, 현실 속에서의 다독임이라고 할까? 제목은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힘들어?(위로)+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현실과의 적절한 타협)이라 볼 수 있다. 책에 나온 한 문장! 완전 무릎을 쳤던 그 문장만 봐도 그렇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p. 71

1도 노력하지 않음서, 요행을 구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 + 도둑놈 심보라는 사실. 기억하자!!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약간의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소위 원래도 책임감 없이, 대충대충, 매일같이 미루며 살아온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더 미루고, 더 타협하고, 더 대충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적어도 힘들게 살고 있어서 눈물이 핑~도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대충 사는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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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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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포는 숨기고

세이시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는 목을 딴다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주인공은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면접에서는 가족이 있느냐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를 물었고, 얼마 후 그는 합격 통보를 받는다. 알바의 내용은 3일 동안 한 섬에 있다 나오기만 하는 일이었다.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벌이도 괜찮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던 친구 도쿠나가가 연락이 끊긴 것도 있었다. 도쿠나가에게 빚을 지고 있던 주인공은 처음엔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지만, 오랜 기간 그가 안 보이자 걱정이 되었다. 특히 도쿠나가가 마지막에 짭짤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는 말을 남겼기에 그가 했던 일이 이번에 구한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벌고, 친구의 행방도 찾겠다는 심정으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우선 그에게 요구한 내용은 이렇다. 이름은 사토. 카리브해의 외딴섬의 기암관이라는 저택에 사흘 정도 머물게 될 것이고, 여행자로 말이 많지 않고 잘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배를 타고 들어간 삼겹살과 안경에게 말을 걸었지만 괜히 싸한 반응만 돌아온다. 배에서 내려 기암관으로 들어서자 집사인 고엔마가 마중을 나왔다. 이곳의 주인은 미에이도 하루사다로 그는 지금 여행 중이었다. 대신 그의 딸인 시즈쿠, 시주쿠의 미스터리 연구회라는 대학 동아리 멤버인 야마네(삼겹살)와 사사키(안경) 그리고 하루사다와 사회인 마술 동호회에서 만난 텐가와 레이타가 초대되었다. 텐가와가 탄 배가 고장이 나서 당분간 가모 히비코와 선장이 함께 머물게 되었는데, 가모 히비코는 엽기 범죄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 있던 중, 사토의 옆방에 머무는 텐가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부르지만 자신의 맡은 역할 때문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에 선잠에서 깬 사토는 옆방에 머무는 텐가와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텐가와의 방이 완전한 밀실이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범인은 어떻게 텐가와의 방에 들어선 것일까?

이 작품 안에는 두 명의 화자가 있다. 한 명은 사토이고, 한 명은 고엔마다. 사실 고엔마는 기암관의 집사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스텝이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부자들이 탐정 유희라는 이름으로 살인사건을 직접 주문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잘 짜인 각본이 있고, 그 각본 안에서 고용된 아르바이트들은 각자 맡은 배역을 연기한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스텝을 제외하고는 모른다. 바로 사토는 그렇게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다. 문제는 텐가와를 살해한 범인이었던 의사 역할의 시라이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이다. 과연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스태프들은 주문자의 구미에 맞게 극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사건이 진행될수록 사토는 불안해진다. 자신을 탐정으로 착각한 시즈쿠 덕분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된 사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사토는 살기 위해 진짜 추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억지스러운 내용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쪽지의 내용을 통해 추리를 해나가는 사토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반전 아닌 반전과 나름의 트릭들이 두 인물을 통해 하나 둘 풀어지기에 만족스럽다. 책의 말미가 나름의 열린 결말이었던지라, 사토의 다음 활약기가 은근 기대된다.

돈 앞에서 타인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는 부자들의 유희. 그리고 그 유희에 장기 말과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알바생들.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몰랐기에 참여했겠지만, 역시 예상을 넘어서는 큰 보상에는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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