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 ㅣ 메이트북스 청소년 4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강현규 엮음, 김성훈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돈키호테의 완역자가 하는 돈키호테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 내용에 대한 강의라기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일깨워 주는 강의였다. 그 강의를 들은 후,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을 샀는데...! 벽돌 책인 걸 알았는데, 벽돌 2개를 쌓은 양이 1권 분량이었다. 그리고 2권도 만만치 않다. 어마어마한 두께에 놀라 책을 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

​

정말 원작을 내 눈으로 보고 나니, 책의 띠지에 적힌 "방대한 <돈키호테>를 한 권에!"라는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나처럼 원작이 엄두가 안 나는 성인이라면 우선 이 책을 통해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만난 후, 원작을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

사실 돈키호테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은 상당히 단편적이다. 정신이 나간(혹은 4차원의) 기사, 풍차를 보고 달려들어서 싸움을 벌인 기사, 산초라는 시종을 데리고 다닌다는 정도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돈키호테의 이미지와 책의 내용이 속시원히 정리가 되었다.



돈키호테는 정말 기사가 맞을까? 그는 왜 기사가 된 걸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처음에 등장한다. 기사가 등장하는 책을 하도 읽다 보니, 현실과 책 속 이야기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어서다.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으면,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할까? 근데 한 분야의 책만 파고 또 파면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거기다 동경하는 마음이 더해진다면 더더욱!)

​

차이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책을 덮고 다시 여관 일을 했지만,

돈키호테는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 세계에서 계속 살았다는 점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돈키호테는 기사였을까? 사실 돈키호테는 50살에 가까운 히달고라는 이름의 시골 귀족이었다.

​

부유한 형편도 아니었고, 조카딸과 살림을 도와주는 하녀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책에서 만났던 편력 기사(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찾는 기사)의 모습 그대로 분하게 되고, 돈키호테 데 라멘차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

기사기에 (낡은) 갑옷을 입고, 사랑을 바칠 귀부인(둘시네아 델 토보소)도 생겼고, 마을의 농부였던 산초 판사(판사는 우리가 아는 사법을 다루는 판사가 아니라, 이름이다.)를 종자로 두게 된다. 마른 말에게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또 당연히 성주로부터 정식 기사 칭호를 받아야 하는데, 모든 게 돈키호테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일이니 성주가 없었다. 그 역할은 누가 할까? 돈키호테가 길을 떠나면서 처음 머물렀던 여관의 주인이 맡는다.

​

돈키호테는 총 3번의 출정을 하는데, 첫 번째 출정에는 혼자 길을 나선다. 물론 허무맹랑한 상황들을 벌이는 돈키호테는 결국 큰 부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초가 종자로 따라나선 것은 바로 두 번째 출정부터였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돈키호테가 벌인 일을 보고 종자로 따라나서지 않았을 텐데, 산초는 무슨 생각으로 돈키호테를 따라나섰을까? 그도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었을까?

​

사실 책 속에서 만난 산초는 그나마 세상 물정에 돈키호테보다는 눈을 뜬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돈키호테를 따라나선다. 돈키호테가 만약 출정 중에 성을 얻게 되면, 그곳에 총독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그 약속 때문에 산초는 따라나선 것이었다. 물론 산초는 아내도 있고, 자녀도 있는 가장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길에서 주운 돈을 주인을 찾아주기 보다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한다.)

​

좀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그는 자신이 총독이 되면 자신의 아내 역시 귀족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아내를 설득했다. 그리고 실제로 산초는 총독이 된다.





로시난테를 타고 떠난 여행에서 돈키호테와 산초는 여러 경험을 한다. 구속되어 감옥으로 향하는 죄수들을 풀어주기도 하고, 인형을 사람으로 오인하고 칼로 베기도 한다. 또 앞에서 말한 풍차를 거인으로 생각하고 싸우기도 하고, 이발사의 놋대야를 전설 속 투구로 생각하고 빼앗기도 한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을 사실로 믿기에는 한 가지 요소가 필요했다. 바로 악한 마법사의 마법에 걸렸다고 믿는 것이다. 처음에는 돈키호테만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산초도 자시의 잘못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마법을 은근슬쩍 사용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꾀에 자신이 걸려넘어가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사실 돈키호테를 읽으며 궁금했던 내용 중에 하나는 산초가 어떻게 총독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이야기는 책으로 만들어져서 알려졌고, 엉뚱한 돈키호테의 행동들을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돈키호테는 나름 유명 인사였다. 그런 돈키호테를 만나게 된 공작부인과 공작은 돈키호테를 위해 가짜 연극을 꾸민다. 그리고 산초의 꿈을 알고 있는 부부는 산초에게 총독 일을 맡긴다. 드디어 산초가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물론 가짜다.) 돈키호테와의 이별을 앞둔 산초에게 돈키호테가 남긴 조언은 꽤나 심금을 울린다.


가난한 사람의 눈물을 가엾게 여기되, 그것만으로 재판하지는 말게.

부자가 주는 선물에도 흔들리지 말고.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 알아보아야 하네.

판단이 어려울 때는 자비로운 쪽으로 기울게.

  사실 자신이 편력 기사라고 믿는 내용만 제외하면 돈키호테는 똑똑하고 대단한 지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리고 산초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었지만, 돈키호테와 자유롭게 다니는 삶이 주는 매력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마냥 어리석고 정신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던 돈키호테와 산초의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돈키호테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끝까지 갈구하려 했던 정신 나간 돈키호테가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들을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했던 그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미야옹 마음 분식점 3 - 고양이 별에서 온 하트 이모티콘 ㅣ 미야옹 마음 분식점 3
주미 지음, 안병현 그림 / 지구별아이 / 202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귀여운 고양이가 앞치마를 하고 있는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처음 만나는 책이었는데, 벌써 3권이라니! 고양이 마음은 고양이가 제일 잘 아는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두 마리의 고양이다. 도윤이네 집에 사는 고양이 몽실이의 사연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

 어린 시절 잠깐 길고양이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책에 등장한 마음 분식점의 주인인 미야옹 처럼 노란색에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였다. 나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던 고양이에게 멸치를 주러 갈 때마다 경계하며 공격하려고 이빨을 드러내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오래지 않아서 결국 집을 떠나긴 했지만, 그래서인지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동생 집에 갈 때마다 만나는 고양이들 덕분에 예전보다 고양이가 덜 무서워지긴 했다. 그마저도 얼마 전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남은 한 마리도 책에 나온 몽실이처럼 나이가 많고 살이 많이 쪄서 관절도 안 좋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고 한다.

​

 몽실이는 도윤이가 길을 가다 박스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면서 가족이 되었다. 덜덜 떨고 있는 고양이가 안쓰러웠던 도윤이는 하고 있던 빨간 목도리로 고양이를 감싸주었다. 그렇게 그날! 아기 고양이 몽실이는 도윤이와 함께 살게 된다. 

​

​



​

​

​근데 어느 순간, 몽실이를 도윤이 옆에 있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요즘 들어 도윤이가 하는 "잠깐만!"이라는 말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 잠깐이 정말 잠깐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도윤이는 몽실이와 놀아주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몽실이는 아픈 몸을 이끌고 도윤이의 무릎으로 기어오르지만, 그런 몽실이 때문에 게임에 졌다는 말을 하는 도윤이의 표정이 몽실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그날 밤! 꿈에서 몽실이는 한 분식점 앞에 서게 된다. 미야옹 마음 분식점이라는 가게에서 몽실이는 아픈 마음을 털어놓고, 그곳에서 원하는 하나의 음식을 먹게 된다. 바로 그 음식은 단 하루, 집사와 서로 몸이 바뀌는 고등어구이였다.

​

​



​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손이 생기고, 몸에 털이 사라진다. 몽실이가 도윤이의 몸에 들어간 것이다. 반대로 도윤이는 몽실이의 몸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루 동안 이 둘은 서로의 몸을 바꾸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동안 핸드폰을 보느라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도윤이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도윤이의 그림 속에는 늘 몽실이가 있었다. 하루 종일 수시로 울려대는 친구들의 연락 속에서 몽실이 역시 핸드폰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직접 경험해 보니 도윤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

 도윤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겁고 아픈 몸을 이끌고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물 마시러 가는 거리조차 멀게만 느껴졌다. 거기다 소파까지 뛰어올라가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도윤이 역시 몽실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

 하지만 몽실이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과연 이 둘은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주변에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가정들이 많다. 자연히 이별에 대한 고민과 아픔 역시 눈에 자주 들어온다. 사람이라면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동물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물론 사람도 모두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미야옹 마음 분식점은 마음이 아픈 동물들을 위한 음식점이다. 그릭 이곳을 통해 몽실이도, 도윤이도 서로의 마음과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눈을 가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도윤이처럼 핸드폰을 손에서 놓는 게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도움의 장도 준비되어 있다.

​

 도윤이 마음에 몽실이는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수시로 걸려오는 연락 때문에 결국 핸드폰을 쥐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도윤이의 모습을 통해 객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려진 책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좋겠다. 솔직히 아이들 만큼이나 성인들도 핸드폰을 놓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 

​

 미야옹 마음 분식점의 지나간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어떤 교훈들을 만날 수 있을지 읽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민애의 국어 대모험 2 ㅣ 겜툰 나민애 학습만화
이정태 그림, 김혜련 글, 나민애 기획 / 겜툰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두 번째 만나는 국어 대모험. 1권보다 수준이 더 올라간 느낌이다. 나민애의 문해력 문해력 게임에서 탈락하여 1단계로 강등된 주인공들이 이 순수와 함께 순우리말을 찾는 모험을 떠나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사실 문해력 게임스의 경우 초등 국어를 바탕으로 국어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에 주된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눈에 딱 보이는 답들이 많은 편이다. 근데 나민애의 국어 대모험은 상대적으로 낯설거나 어려운 문제들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순우리말의 경우 아이와 어른의 차이라기 보다 순우리말을 얼마나 접해보았나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

​

​



​

 1권보다 수준이 올라갔다고 느꼈던 이유는 다분히 주관식 문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완벽하게 알고 있어서 푸는 문제보다는 얼핏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답일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답을 맞힐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책에도 이런 느낌이나 문맥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로 해당 단어를 찾는 부분이 등장한다.

​

 또 하나! 이 순수와 함께 문제를 푸는 주인공 팀뿐 아니라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답을 얻어야 할 때, 상대팀과 게임을 통해 이겨야 하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그동안은 그래도 주인공 팀이 승승장구하거나 위기를 겨우 모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연달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한 번 즈음 상대가 틀려주길 바라게 되기도 할 정도다. 

​

 이번 편은 사건에 휘말려서 찢어진 지도 부분을 찾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너무 강적을 만나서 번번이 지게 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틀리는 부분들을 읽으며, 문해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문해력 게임 때도 그랬지만, 앞에서 풀었던 문제들의 경우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번 더 복습 퀴즈가 준비되어 있다. 객관식으로 맞히고 지나간 문제들의 경우 기억을 못 하게 되기도 할 텐데, 복습 퀴즈는 다 주관식! 이니 주인공들처럼 스스로의 순우리말 실력을 확인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각 상황들을 지나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말을 통해 또 순우리말을 배울 수도 있어서 한결 흥미롭게 순우리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앞에서 등장한 단어들의 경우 제일 마지막 장에 한 번 더 국어사전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순우리말 실력이 향상될 것 같다.

​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하기에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국어 실력을 채워나갈 수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 새롭게 등장한 정령들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순우리말 실력만큼이나 재미까지 키워주는 국어 대모험. 다음 권이 너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기뿌리 -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목이 생경하다. 공기뿌리라는 단어가 있었나? 책의 제목을 읽으며 사전을 찾아보니 있다!

​

공기뿌리(기근(氣根))

식물의 땅 위 줄기나 잎, 또는 땅속 뿌리에서 나와 공기 중에 노출된 뿌리

​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박풍경은 할머니의 잔소리가 때론 귀찮긴 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할머니의 잔소리에 혼자 집을 나선 날, 하굣길에 쏟아지는 비 앞에서 후회가 되었다. 할머니 말대로 우산을 챙겨왔어야 했는데... 그런 풍경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교문 앞에 할머니가 보인다. 글쓰기 수업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우산을 들고 온 할머니와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 피자까지 먹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부재에 풍경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유일하게 풍경의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할머니가 없어진 지금, 풍경의 거취를 놓고 장례식장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재혼한 아빠는 풍경을 데리고 가는 게 탐탁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모 집으로 가자니, 누나 두 명과 고모부의 눈치가 보인다. 결국 아빠의 집으로 가게 되는 풍경.

​

​



​

 작은 집에 아빠가 재혼한 아줌마와 아들 송낙우가 함께 살고 있었다. 낙우의 방은 작았는데, 그 방에 풍경이 같이 지내게 된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아줌마와 낙우가 사는 집에 아빠가 들어가게 된 것이란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보였던 아줌마가 조금씩 인상을 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낙우 역시 풍경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결국 집에 있는 게 너무 괴로운 풍경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에 들어온다.

​

 풍경이 늦게 들어와 밥을 다시 차려야 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나타내는 아줌마. 먹고 싶은 반찬을 집는 것에도 눈치가 보이기만 하다. 아빠는 풍경의 편을 들기는커녕, 풍경에게 화만 낸다. 이 상황이 너무 힘들기만 하다.

​

여름 숲의 초록색 잎과 나무들이 꼭 우리 같지 않아?

조금 있으면 우리도 다 달라질 거야.

​

 그나마 반에서 과제를 하면서 친해진 친구들과 나뭇잎을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되는데, 풍경의 조가 학년 전체에서 1등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던 풍경은 아빠에게 1등을 했다고 자랑하지만 냉랭한 반응만 오간다. 참고로 낙우의 조는 2등을 했다. 

​

 할머니가 사준 선물 태블릿을 애지중지하는 풍경. 낙우의 불평 가득한 말은 결국 숨겨둔 태블릿을 공유하라는 이야기로 번지고, 싫다는 풍경의 말에 강제로 태블릿을 빼앗다 깨지고 만다. 그동안 참았던 화가 폭발하는 풍경은 집을 뛰쳐나오고 마는데...




 책을 읽는 내내 풍경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아무래도 책이 풍경의 입장에서 그려지다 보니, 풍경의 억울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니, 그제야 풍경 뿐 아니라 낙우도, 아줌마도, 아빠도 각자의 어려움과 답답함이 있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었다. 

​

 감정이 뒤엉켜있을 때는 객관화가 잘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제야 조금 더 명확하게 상황이 보이게 마련인가 보다. 사실 기대했던 장면과 달라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풍경의 선택일 테니, 처음부터 선택은 풍경의 손에 있었던 게 맞나 보다.

복이라는 게 그래. 애써도 안 들어올 때가 있고, 생각지도 못한 때 저절로 생기기도 해. 

복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깨닫기도 하고, 고생인 줄 알았던 일이 복으로 바뀌기도 하더라.

언제, 무엇이 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공기뿌리라는 제목은 낙우와 풍경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오히려 풍족하게 보였던 환경이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공기뿌리 같기도 하다. 여기서 또 과유불급이 나오는 거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공기뿌리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 나무처럼 미리미리 공기뿌리를 뻗쳐두자. 삶에도 신선한 공기와 양분이 필요하니 말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읽는 향신료 세계사
장 마리 펠트 지음, 김중현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나의 주제로 엮은 세계사 시리즈를 좋아한다. 보통은 교과서에 나오는 큰 흐름과 시기, 지역을 중심으로 나열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주제를 가지고 있는 세계사는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번 주제는 향신료다. 사실 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는 교과서를 통해 만나본 기억이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계기가 바로 향신료라는 사실 말이다. 인도를 찾아 향신료를 얻으려던 그의 계획과 달리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걸로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향신료 하면 떠오르는 몇몇 나라가 있는데, 이집트는 그중 하나다. 미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향신료 때문이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유향과 몰약이 그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향신료를 찾기 위한 교역이 이미 이때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몰약 가게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첫 부인인 하디자가 대상 무역을 했는데, 그 관리를 같이 했다고 한다. 

​

​



​

책에는 수도사이자 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피에르 푸아브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놀라운 게 그의 이름 푸아부르는 프랑스어로 후추를 뜻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향신료와 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고 보니 그의 조상이 향신료 판매업자였단다.) 

​

 향신료와 식물학에 심취한 그는 결국 수도사의 일보다 다른 일을 더 해서 결국 제명되었고, 본격적으로 식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25살의 푸아브르는 영국과 교전 중인 프랑스의 함대에서 총격 속에서 한쪽 팔을 잃게 된다. 결국 한 팔을 잃은 그는 네덜란드령이었던 바타비아에 내려서 지내다 그 지역에서 나는 향신료들을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향신료에 대한 독점권이 강하다 보니 향신료를 훔치다 발각되면 사형에 처하는 법이 있었다.  여러 차례의 위험과 난파 등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그는 결국 정향나무와 육두구 나무를 손에 넣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가 어떻게 세관의 검문을 피할 수 있었는지는 책에 담겨있다. 이를 보니 갑자기 붓두껍 안에 목화씨를 숨겨 온 문익점이 떠올랐다. 근데 그렇게 힘들게 가져온 나무들이 다 죽어버린다. 알고 보니 원예가가 고의로 작물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

  또한 향신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콜럼버스 이야기도 담겨있다. 콜럼버스는 포르투갈 왕인 주앙 2세를 설득해서 아시아 항해 루트를 개척하고자 한다. 하지만 주앙 2세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우선 그는 아프리카 대륙 탐험에 더 관심이 있었고 콜럼버스의 계획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포르투갈 왕을 설득하지 못한 콜럼버스는 에스파냐의 이사벨라 여왕을 설득한다. 결국 그년 1492년 항해를 떠났고, 향신료 대신 많은 양의 금을 가지고 돌아왔다.

​

​



​

책의 중반부에는 각종 향신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향신료 하면 떠오르는 후추는 물론이고 육계나무껍질(시나몬) 뿐 아니라 생강, 바닐라, 고추, 겨자, 마늘도 향신료였다니!! 사실 뭐 생강이나 고추, 겨자, 마늘 같은 경우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기 위해 사용되는 향신료가 맞긴 하다. 그 밖에도 낯선 이름의 안젤리카, 붓순나무도 나온다. 붓순나무는 사진이 같이 나오는데, 별 모양 같은 배열이 너무 예쁘게 생겼다.

​

그 밖에도 다양한 허브들과 월계수(월계수도 향신료라고? 그러고 보니 엄마가 수육 할 때 넣었던 거 같다.)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니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법도 등장한다. 레시피인데, 기왕이면 사진이 곁들여졌음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

향신료에 관한 세계사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향에 대한 욕망들이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론 향신료라는 목적 때문에 벌인 무모한 일들과 욕망을 떨쳐내지 못한 행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이 향신료(우리 집만 해도 위에 나열한 향신료들이 꽤 많이 냉장고에 담겨있다.)들이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값이었다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