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당신은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조윤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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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愼獨)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

출전 大學(대학), 네이버 지식백과 중

조윤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소장 중이다. 저자를 가려서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나 가렵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고전의 사이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 책의 제목을 읽고 한 번에 내용이 그려지지 않았다. 제목에 가장 먼저 등장한 신독이 무슨 뜻 인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신독의 의미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책 안에는 고전에서 따온 문장들이 각 소주제마다 등장한다. 아마 저자의 책을 읽었다면, 조금은 익숙한 방식일 것이다. 한자와 음이 한 줄, 두 번째 줄에는 그에 대한 해석이 그리고 문장을 발췌한 출전이 담겨있다. 문장만 읽어서는 깊은 의미를 깨닫기 어렵기에 저자는 해당 문장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는데, 이 책은 고전문헌 해설서가 아닌 자기 계발서라는 데 방점이 있다. 해당 주문을 현대의 우리의 삶에 적용하여 풀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주문의 배경지식을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되기에 그 내용이 곁들여져 있다.

하지만 "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막혁호은 막혁호미)는 <중용>의 말처럼 언젠가는 그 바탕이 드러나고 만다.

설사 세상 사람 모두가 모르더라도 나 자신은 알기에, 다산은 그 차원을 넘어서라고 말한다.

남이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를 다스릴 때가

바로 진정한 신독이라는 것이다.

책 안에는 다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른 나이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던 그였지만, 당파싸움의 피해자로 결국 귀양을 가게 된다. 그들은 다산이 오랜 귀양으로 피폐해지길 기대했겠지만, 다산은 그곳에서 수많은 저서를 완성하며 신독의 시간을 묵묵히 보낸다. 그에게 신독의 시간은 자신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는 창조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이라는 물음을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워킹맘인지라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때론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 숨 쉴 틈은 있어야 하기에 시작한 독서시간이 신독의 시간이 되긴 하지만,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겪는 걸 보면 제대로 된 신독을 경험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바로 신독이 아닐까 싶었다. 홀로 있는 시간. 그 시간은 그저 멍 때리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책 안에서 만난 많은 인물들은 신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떼어내기 쉽지 않은가? 의외로 혼자 있는 시간은 매일 반복된다. 막 잠에서 깨어서 세수를 하러 가는 그 시간, 화장실에서 홀로 앉아 있는 시간, 출퇴근길 이동하는 시간, 잠들기 전 시간... 자투리로 버려지는 시간들 속에서 자신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 시간은 나를 채워주고, 다독여주고,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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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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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워싱턴, 킨키나투스 장군처럼 물러날 때 물러나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특권의 방패 뒤에 숨는 자, 권력과 자리에 연연하는 자,

위기에 도망가는 자, 잘못을 남한테 떠넘기는 자들은 사라져야 한다.

나라를 사리사욕 없이 이끌 지도자를 보고 싶다.

대학시절 전공필수 과목 중에 유난히 법이 많았다. 민법, 상법, 행정법... 한자투성이 전공서적을 풀어내는 것부터 일이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이렇게 두꺼운 법전임에도 왜 이렇게 케바케가 많은 걸까? 법의 사각지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직 검사이자, 현직 변호사인 저자는 이 책 안에 우리 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법 이야기를 담았다. 이슈가 된 법과 판결뿐 아니라, 여전히 필요한 법률 이야기,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법률 이야기 등 법률콘서트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싶다. 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딱딱하다는 것이다. 법률 조항도 일부러 어렵게 꼬아놨나 싶을 정도로 평소에 쓰지 않는 한자투성이다. 풀어내면 어렵지 않은 걸 용어로 꽁꽁 매놨다. 그러다 보니 법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법조인들은 법이 안 어려울까?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국민들이 알기 쉽게 법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한다.

책 안에는 구하라 법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식을 내팽개치고 부모의 도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속을 받아야 할 때면 제일 먼저 선수치며 나타난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게 한둘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상속권상실선고제도의 도입 법안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물론 구하라 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에 걸려있단다. 제발 좀 통과 좀 시키면 좋겠다.(혹시 국회의원 중에 부양의무를 안한 사람이 있어서 통과가 안 된 걸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생긴 이유도 쇼킹했다. 세상에나...! 국회의원이 그런 대우를 받았을 적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다니...! 유행에 민감하지만 말고, 법률도 국민 정서와 시대상에도 민감해지면 좋겠다. 얼마 전 화성에서 큰 사고로 많은 직원들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와 연관된 중대재해 처벌법에 관한 내용도, 묻지 마 범죄와 보이스 피싱, 성폭행 무고, 학교폭력과 명예훼손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시작이 낯설었을 뿐, 실제 뉴스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법률 상식을 좀 더 디테일하고 제대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들이 예로 등장하기에, 법률의 배경지식을 좀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상황을 판단하고, 관련 법률을 제시한다.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잘못된 것, 변화의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지적한다. 검사 출신의 냉철함이 책 속에 묻어있는 것 같다. 서두가 흥미롭고 낯익은 법 이야기라면,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조금씩 상향된다. 그렇다고 법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기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법이라도 기피하기에는 너무 우리 일상이 되어버린 각종 사건들이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을 가감 없이 풀어내기에 한번 즈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지 워싱턴, 킨키나투스 장군처럼 물러날 때 물러나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특권의 방패 뒤에 숨는 자, 권력과 자리에 연연하는 자,

위기에 도망가는 자, 잘못을 남한테 떠넘기는 자들은 사라져야 한다.

나라를 사리사욕 없이 이끌 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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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 상 -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3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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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기가 막혔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도움은 안주고 훼방만 놓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자 아무것도 못 하던 인간들이 뭐가 좀 된다 싶으니

다시 입을 열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p.249

이순신 하면 자연히 연결되는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임진왜란이고, 하나는 거북선이다. 언젠가부터 영웅을 넘어 성웅이 된 이순신 장군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정도로 이순신의 인기는 엄청나다. 정치를 논할 생각은 없지만, 이순신 장군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현대사가 교묘히 겹쳐지는 부분(정부 혹은 정치 지도자의 무능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임진왜란에 큰 틀은 아마 학창 시절 국사시간 혹은 영화나 영상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섣부르게 뱉기 어렵다. 그저 남은 13척의 배를 가지고 무패를 이룬 업적 중 우리나라 3대 대첩으로 꼽는 한산도대첩, 명량해전, 그리고 마지막까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켰던 노량해전에 이르기까지 이순신의 리더십은 언제나 빛을 발한다. 물론 그 와중에 무능한 선조의 모습은 마치 두 리더십을 비교하기 위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임진왜란 그리고 이순신과 당시의 전쟁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순신을 추켜세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들을 조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순신의 리더십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 생각되었던 것과 달리, 그는 철저했다. 꼼꼼하고 완벽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군사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급하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았고, 그 타이밍을 통해 최고의 시너지를 내도록 군을 이끌었다. (그런 모습의 그가 느긋하다는 평이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왜 이순신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논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왜 조선은 왜군에 대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당파싸움과 관련된 이야기 때문이라 여겼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현재 우리 역시 북한과 휴전 중이기에 국방비에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보기에 따라 국방비는 버리는 비용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현재도 이런데, 과거 조선이라면 어땠을까? 최소한의 국방비를 위해 조선은 상비군의 최소화를 국시로 삼았다 한다. 주요 군사요충지의 병력도 50~100명이 전부였다고 하니, 다른 지방은 어땠을지 뻔한 상황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왜군에 대비할 수 없었고 무방비로 서울까지 뚫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순신이 경상우수사(당시는 그 유명한 원균! 이었다.)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저자는 아닐 거라 이야기한다. 이는 나라에서 결정하는 문제였기에, 이순신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저자는 전 공허와 교양서의 가운데 지점을 목표로 책을 썼다고 한다. 읽는 내내 끄덕여진다. 우선 그 어떤 책에서도 마주하지 못했던 임진왜란의 구체적인 이야기(그럼에도 저자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고 한탄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속에 전문적인 전쟁사, 정말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실제적인 감정선을 하나하나 그릴 정도로 흥미까지 곁들였다.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문제 앞에서는 조용하다가, 뭐가 조금 풀리고 나면 목소리를 높이는 인간들이 많다. 그런 인간들은 어디나 있다. 문제는, 그들 때문에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데 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아무 데나 숟가락 얹지 말자. 낄낄빠빠!!!


이순신은 기가 막혔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도움은 안주고 훼방만 놓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자 아무것도 못 하던 인간들이 뭐가 좀 된다 싶으니

다시 입을 열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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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관심 사전 - 고정욱 선생님의 생각을 키우는 인문학 수업
고정욱 지음, 오영은 그림 / 북라이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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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든 아싸든 누구나 에너지는 있다는 거야.

그 에너지를 언제 어디에서 잘 쓰느냐가 다를 뿐이야.

그러니 당연히 어느 게 좋다 나쁘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

P.118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의 관심사, 공감대 등에 조금씩 관심이 생긴다. 마냥 아기 같았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보다 전자기기가 편한 세대인지라, 한편으로는 문해력이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되기도 하다. 그래서 시중에는 문해력과 관련된 책들을 자주 보인다. 기왕이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마음의 성장까지 다잡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는데, 이 책에는 34가지의 요즘 초등학생들이 자주 노출되고 관심이 있는 단어들을 풀어내고 있다. 초등 관심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아이의 입장에서 쓴 책이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눠도 좋을 듯하다.

사전처럼 ㄱ부터 ㅎ까지 단어의 순서대로 등장하는 이 책 안에는 게임부터 내돈내산, 디엠, 반려동물, 숏폼, 아이돌, 연봉, 인싸아싸, 탕후루, MBTI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쉽게 노출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우선 단어의 뜻과 관련된 이야기를 두 페이지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한 페이지는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설명된 내용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단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언들이 등장한다. 무조건 나쁘거나 안된다는 내용이 아니라, 적절한 필요성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딱딱하지 않게 조언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 키우기라는 부분을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실 초등학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지 20년이 넘었다. 20년 전부터, 소위 아이들이 친구를 사귈 때 제일 먼저 묻는 게 "너 어디 살아?(어떤 아파트)", "너희 아빠(엄마) 차 뭐야?", "너희 아빠(엄마) 회사에서 직급이 뭐야?"라고 질문했다는 소리에 너무 놀랐다. 근데, 이 책에 첫 장에 좀 더 구체적으로 "연봉"까지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자의 반응에 대해 담겨있었는데,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의 이런 질문에 대해 저자는 대답을 해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혀를 차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다는 말로 생각의 전환을 준다. 시작부터 그래서일까? 책 속에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깨달을 만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인싸와 아싸에 대한 부분뿐 아니라, 아파트 평수에 대한 부분도 담겨있었는데, 저자의 조언은 이렇다.

작은 집에 산다고 마음이 작은 것도,

큰 집에 산다고 마음이 큰 것도 아니랍니다.

살다 보면 집 크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좋은 친구의 마음은 언제나 변하지 않지요.

P. 93

무조건 이런 생각은 나쁘다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조언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가치관을 심어준 어른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옳고 나쁜 것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아직 미비하다. 그저 어른들의 이야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아이들이 한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각 단어마다 조언을 해주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느 부모든, 아이가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옳은 가치관과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길 원한다. 하지만, 때론 내가 만든 프레임에 갇혀 아이를 내 생각대로 끌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자라는 방향은 참 중요하다. 그러기에 양질의 도서와 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내용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작은 집에 산다고 마음이 작은 것도,

큰 집에 산다고 마음이 큰 것도 아니랍니다.

살다 보면 집 크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좋은 친구의 마음은 언제나 변하지 않지요. - P93

인싸든 아싸든 누구나 에너지는 있다는 거야.

그 에너지를 언제 어디에서 잘 쓰느냐가 다를 뿐이야.

그러니 당연히 어느 게 좋다 나쁘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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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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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사건 편 두 번째 이야기에 담긴 사건들 중에는 유난히 낯설거나 궁금했던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현 인도 총리인 나렌드라 모디가 계급 중 하위계급인 불가촉천민 출신이라는 것도 놀라웠는데, 코빈드 대통령에 이어 2022년 당선된 무르무 대통령 역시 불가촉천민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불가촉천민이 과연 인도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궁금했는데, 2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우리 입장에서도 씁쓸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전범에 대한 재판에 관한 내용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일본의 총리가 바뀌거나, 8.15 광복절이 되면 유난히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내용 중 하나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다. 우리도 과거사(친일파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를 지닌 민족이지만, 일본 역시 전범들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았다. 특히 A급 전범으로 분류된 인물 중 겨우 28명만 재판을 받았는데, 그들 역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했다. 책 안에는 그 A급 전범들 중 몇 명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인간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고, 어떻게 그래놓고도 태연하게 자신의 죄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에 담긴 내용의 상당수는 그래도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었는데, 제일 신선했던 것은 바로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역할을 했던 쑹씨 세 자매다. 사실 쑹씨 자매들은 무척 낯설었는데, 그녀들의 남편의 이름은 익숙하다. 큰 딸인 아이링의 남편은 중국의 대부호인 쿵샹시였고, 둘째인 칭링의 남편은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이다. 셋째인 메이링의 남편은 중화민국(대만)의 대총통인 장제스다. 어떻게 이 세 자매는 대단한 남편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사실 이 세 자매는 남편들을 그 자리에 올리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었다. 쑹씨 자매들의 아버지인 쑹자수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친척 집에 일꾼으로 미국에 가게 된다. 미국에서 기독교 신자가 된 쑹자수는 교회의 도움으로 대학 교육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와 가족을 꾸리고 사업을 시작한다. 다행히 영어와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부를 쌓은 쑹자수는 딸에게도 아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게 하고 딸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다. 당시 중국 문화에서는 놀라운 일이었고, 이들은 신여성으로 교육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온다. 큰 딸 아이링은 아버지의 친구인 쑨원을 돕는 비서 역할을 했었는데, 당시 아내와 자녀들이 있던 쑨원은 그런 아이링에게 반하지만 아이링은 쑨원을 거부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주선으로 은행가 출신인 쿵샹시와 결혼해 부를 쌓는다. 아이링의 빈자리를 채운 건 둘째 칭링이었는데, 그녀는 평소 쑨원을 존경해왔다. 쑨원은 그런 칭링에게 애정을 느끼고 청혼을 한다.(그러고 보면 쑨원도 참 금사빠인 거 같다.) 문제는 쑨원은 자녀들도, 아내도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칭링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쑨원과 결혼을 하고, 결국 쑨원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중국 공산당에서 유력한 역할을 한다. 셋째 메이링은 어떻게 장제스를 만나게 된 것일까? 장제스 역시 이혼 후 재혼을 한 지 1년여 밖에 안된 상황이었다. 메이링은 영웅을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다분히 언니 칭링의 영향이다.), 그때 뜨고 있던 별이 바로 장제스였던 것이다. 장제스 입장에서도 메이링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났고, 신교육을 받아 깨어있는 데다가, 무려 쑨원의 처제였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자매들은 일본을 중국에서 몰아내기 위해 서로 힘을 합하여 고군분투한다. 문제는 일본이 중국에서 물러난 후였다. 자매들은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내게 된다. 왜 쑹씨 세 자매는 원수가 되었을까?

흥미로운 세계사의 두 번째 사건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시대는 다르지만, 역사는 여전히 되풀이된다. 때론 틀을 깨고 벗어나고 바뀌어야 함에도 결국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기도 한다. 그 틀을 깨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화는 꼭 필요하다는 것. 변화를 위해서는 그에 대한 희생이 요구된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스, 인도, 중국, 스페인, 러시아, 미국 등 다양한 세계사 속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는 역사적 지식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교훈까지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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