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국어 대모험 2 ㅣ 겜툰 나민애 학습만화
이정태 그림, 김혜련 글, 나민애 기획 / 겜툰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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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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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만나는 국어 대모험. 1권보다 수준이 더 올라간 느낌이다. 나민애의 문해력 문해력 게임에서 탈락하여 1단계로 강등된 주인공들이 이 순수와 함께 순우리말을 찾는 모험을 떠나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사실 문해력 게임스의 경우 초등 국어를 바탕으로 국어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에 주된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눈에 딱 보이는 답들이 많은 편이다. 근데 나민애의 국어 대모험은 상대적으로 낯설거나 어려운 문제들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순우리말의 경우 아이와 어른의 차이라기 보다 순우리말을 얼마나 접해보았나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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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보다 수준이 올라갔다고 느꼈던 이유는 다분히 주관식 문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완벽하게 알고 있어서 푸는 문제보다는 얼핏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답일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답을 맞힐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책에도 이런 느낌이나 문맥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로 해당 단어를 찾는 부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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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 이 순수와 함께 문제를 푸는 주인공 팀뿐 아니라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답을 얻어야 할 때, 상대팀과 게임을 통해 이겨야 하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그동안은 그래도 주인공 팀이 승승장구하거나 위기를 겨우 모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연달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한 번 즈음 상대가 틀려주길 바라게 되기도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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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사건에 휘말려서 찢어진 지도 부분을 찾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너무 강적을 만나서 번번이 지게 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틀리는 부분들을 읽으며, 문해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문해력 게임 때도 그랬지만, 앞에서 풀었던 문제들의 경우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번 더 복습 퀴즈가 준비되어 있다. 객관식으로 맞히고 지나간 문제들의 경우 기억을 못 하게 되기도 할 텐데, 복습 퀴즈는 다 주관식! 이니 주인공들처럼 스스로의 순우리말 실력을 확인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각 상황들을 지나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말을 통해 또 순우리말을 배울 수도 있어서 한결 흥미롭게 순우리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앞에서 등장한 단어들의 경우 제일 마지막 장에 한 번 더 국어사전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순우리말 실력이 향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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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하기에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국어 실력을 채워나갈 수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 새롭게 등장한 정령들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순우리말 실력만큼이나 재미까지 키워주는 국어 대모험. 다음 권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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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 -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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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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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생경하다. 공기뿌리라는 단어가 있었나? 책의 제목을 읽으며 사전을 찾아보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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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기근(氣根))

식물의 땅 위 줄기나 잎, 또는 땅속 뿌리에서 나와 공기 중에 노출된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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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박풍경은 할머니의 잔소리가 때론 귀찮긴 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할머니의 잔소리에 혼자 집을 나선 날, 하굣길에 쏟아지는 비 앞에서 후회가 되었다. 할머니 말대로 우산을 챙겨왔어야 했는데... 그런 풍경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교문 앞에 할머니가 보인다. 글쓰기 수업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우산을 들고 온 할머니와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 피자까지 먹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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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부재에 풍경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유일하게 풍경의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할머니가 없어진 지금, 풍경의 거취를 놓고 장례식장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재혼한 아빠는 풍경을 데리고 가는 게 탐탁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모 집으로 가자니, 누나 두 명과 고모부의 눈치가 보인다. 결국 아빠의 집으로 가게 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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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집에 아빠가 재혼한 아줌마와 아들 송낙우가 함께 살고 있었다. 낙우의 방은 작았는데, 그 방에 풍경이 같이 지내게 된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아줌마와 낙우가 사는 집에 아빠가 들어가게 된 것이란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보였던 아줌마가 조금씩 인상을 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낙우 역시 풍경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결국 집에 있는 게 너무 괴로운 풍경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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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 늦게 들어와 밥을 다시 차려야 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나타내는 아줌마. 먹고 싶은 반찬을 집는 것에도 눈치가 보이기만 하다. 아빠는 풍경의 편을 들기는커녕, 풍경에게 화만 낸다. 이 상황이 너무 힘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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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의 초록색 잎과 나무들이 꼭 우리 같지 않아?

조금 있으면 우리도 다 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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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반에서 과제를 하면서 친해진 친구들과 나뭇잎을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되는데, 풍경의 조가 학년 전체에서 1등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던 풍경은 아빠에게 1등을 했다고 자랑하지만 냉랭한 반응만 오간다. 참고로 낙우의 조는 2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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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사준 선물 태블릿을 애지중지하는 풍경. 낙우의 불평 가득한 말은 결국 숨겨둔 태블릿을 공유하라는 이야기로 번지고, 싫다는 풍경의 말에 강제로 태블릿을 빼앗다 깨지고 만다. 그동안 참았던 화가 폭발하는 풍경은 집을 뛰쳐나오고 마는데...




 책을 읽는 내내 풍경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아무래도 책이 풍경의 입장에서 그려지다 보니, 풍경의 억울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니, 그제야 풍경 뿐 아니라 낙우도, 아줌마도, 아빠도 각자의 어려움과 답답함이 있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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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뒤엉켜있을 때는 객관화가 잘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제야 조금 더 명확하게 상황이 보이게 마련인가 보다. 사실 기대했던 장면과 달라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풍경의 선택일 테니, 처음부터 선택은 풍경의 손에 있었던 게 맞나 보다.

복이라는 게 그래. 애써도 안 들어올 때가 있고, 생각지도 못한 때 저절로 생기기도 해. 

복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깨닫기도 하고, 고생인 줄 알았던 일이 복으로 바뀌기도 하더라.

언제, 무엇이 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공기뿌리라는 제목은 낙우와 풍경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오히려 풍족하게 보였던 환경이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공기뿌리 같기도 하다. 여기서 또 과유불급이 나오는 거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공기뿌리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 나무처럼 미리미리 공기뿌리를 뻗쳐두자. 삶에도 신선한 공기와 양분이 필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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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향신료 세계사
장 마리 펠트 지음, 김중현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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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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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로 엮은 세계사 시리즈를 좋아한다. 보통은 교과서에 나오는 큰 흐름과 시기, 지역을 중심으로 나열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주제를 가지고 있는 세계사는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번 주제는 향신료다. 사실 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는 교과서를 통해 만나본 기억이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계기가 바로 향신료라는 사실 말이다. 인도를 찾아 향신료를 얻으려던 그의 계획과 달리 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걸로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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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신료 하면 떠오르는 몇몇 나라가 있는데, 이집트는 그중 하나다. 미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향신료 때문이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유향과 몰약이 그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향신료를 찾기 위한 교역이 이미 이때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몰약 가게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첫 부인인 하디자가 대상 무역을 했는데, 그 관리를 같이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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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수도사이자 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피에르 푸아브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놀라운 게 그의 이름 푸아부르는 프랑스어로 후추를 뜻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향신료와 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고 보니 그의 조상이 향신료 판매업자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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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신료와 식물학에 심취한 그는 결국 수도사의 일보다 다른 일을 더 해서 결국 제명되었고, 본격적으로 식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25살의 푸아브르는 영국과 교전 중인 프랑스의 함대에서 총격 속에서 한쪽 팔을 잃게 된다. 결국 한 팔을 잃은 그는 네덜란드령이었던 바타비아에 내려서 지내다 그 지역에서 나는 향신료들을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향신료에 대한 독점권이 강하다 보니 향신료를 훔치다 발각되면 사형에 처하는 법이 있었다.  여러 차례의 위험과 난파 등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그는 결국 정향나무와 육두구 나무를 손에 넣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가 어떻게 세관의 검문을 피할 수 있었는지는 책에 담겨있다. 이를 보니 갑자기 붓두껍 안에 목화씨를 숨겨 온 문익점이 떠올랐다. 근데 그렇게 힘들게 가져온 나무들이 다 죽어버린다. 알고 보니 원예가가 고의로 작물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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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향신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콜럼버스 이야기도 담겨있다. 콜럼버스는 포르투갈 왕인 주앙 2세를 설득해서 아시아 항해 루트를 개척하고자 한다. 하지만 주앙 2세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우선 그는 아프리카 대륙 탐험에 더 관심이 있었고 콜럼버스의 계획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포르투갈 왕을 설득하지 못한 콜럼버스는 에스파냐의 이사벨라 여왕을 설득한다. 결국 그년 1492년 항해를 떠났고, 향신료 대신 많은 양의 금을 가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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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반부에는 각종 향신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향신료 하면 떠오르는 후추는 물론이고 육계나무껍질(시나몬) 뿐 아니라 생강, 바닐라, 고추, 겨자, 마늘도 향신료였다니!! 사실 뭐 생강이나 고추, 겨자, 마늘 같은 경우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기 위해 사용되는 향신료가 맞긴 하다. 그 밖에도 낯선 이름의 안젤리카, 붓순나무도 나온다. 붓순나무는 사진이 같이 나오는데, 별 모양 같은 배열이 너무 예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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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다양한 허브들과 월계수(월계수도 향신료라고? 그러고 보니 엄마가 수육 할 때 넣었던 거 같다.)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니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법도 등장한다. 레시피인데, 기왕이면 사진이 곁들여졌음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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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에 관한 세계사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향에 대한 욕망들이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론 향신료라는 목적 때문에 벌인 무모한 일들과 욕망을 떨쳐내지 못한 행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이 향신료(우리 집만 해도 위에 나열한 향신료들이 꽤 많이 냉장고에 담겨있다.)들이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값이었다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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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정상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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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는 무척 도발적인 제목이 붙어있다.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얼마 전 읽었던 같은 미술사 책만큼이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참고로 그 책의 제목도 강렬했다.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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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치다 만큼이나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표지 자체도 마치 예술작품 같다. 그리고 표지 가운데로 한 쌍의 눈. 누구의 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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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이 도발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단연, 훔치다는 의미가 우리에게 절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이 책에서 훔치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책의 도입부부터 저자는 우리에게 훔치다의 정의를 새롭게 만들고 시작한다.

모방하는 것은 일시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돌려줄 의도를 전제로 무언가를 취하는 행위다.

반면 훔치는 것에는 그러한 전제가 붙지 않는다.

일단 취하면 자신의 것이 된다.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훔친다는 것은 새로운 소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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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권의 평론서처럼 글자가 생각보다 빼곡하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속 시원하게 큼직하다. 도입부의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최초의 만찬이다. 이름도 비슷하고, 배치도 비슷한 이 두 작품을 통해 독자는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야금야금 맛보게 된다. 과연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최초의 만찬은 모방일까, 훔친 걸까? 전체적으로 검은색 도장에 눈에 띄는 금박들이 있다. 최후의 만찬과 배치는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마주하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는 최초의 만찬을 만들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던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들을 작품 안에 배치한 것이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 한자리에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이 최초의 만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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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에는 우리가 마주했던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그림을 알려주지도, 이 부분을 베끼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예술의 바탕을 만들어낸다. 같은 그림을 그대로 혹은 비슷하게 따라 그렸다면 만나지 못했을 새로움을 우리는 맛볼 수 있다. 바로 그게 훔친 것의 정의다. 유달리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렘브란트 판레인의 자화상을 훔친 귀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은 무엇에 놀란 것인지 큰 눈을 뜨며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같은 자화상이지만, 렘브란트가 담은 것과 쿠르베가 담은 것은 다르다. 새로움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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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서두에는 피카소의 한 문장이 등장한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그의 이 말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을까?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아비뇽의 여인들. 이 작품은 그럼 무엇을 훔친 것일까? 책에는 피카소가 폴 세잔의 대수욕도의 영향으로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렸다고 말한다. 이 책에도 피카소의 그림과 세잔의 그림이 앞뒤로 등장하는데, 같은 구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제니 새빌의 시프트와 클로데트 존슨의 아프리카 가면들과 서 있는 인물도 등장한다. 비슷한 듯 다른 작품들을 같이 마주하니 이 책의 의도가 더 정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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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본 그림이나 작품이 결국 화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그 작품에서 마주한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이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만날 수 있다. 대단한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내고 고전의 틀을 깼던 뒤샹과 그런 뒤샹의 그림이 늦게 도착하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 새로운 그림을 창조해낸 파카비아의 일화는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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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위대한 예술가는 다른 작품을 통해 나의 곳을 오롯이 드러내고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고, 이 책에서 만난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냈기에 지금까지도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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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 담긴 세계사 - 나폴리에서 뉴욕과 할리우드까지, 한 조각의 피자가 바꾼 300년의 역사
루카 체사리 지음, 이현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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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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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먹었던 피자는 정말 맛이 없었다. 차를 타고 어딘가를 다녀오다 발견한 피자집 간판을 보고 엄마를 졸라 피자를 샀다. 피자가 구워지는 30여 분을 기다려서 드디어 먹어 본 피자. 냄새는 너무 맛있었는데,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는데, 맛은 정말 정말 별로였다. 피자 맛이 원래 이런 거야? 싶을 정도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었던 피자 중에 가장 맛이 없었던 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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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나는 피자를 좋아한다. 사촌 언니가 사줬던 피자헛의 피자는 정말 신세계였다. 집 앞 제과점에서 만들어 팔던 피자빵은 포장지가 찢어질 정도로 긁어서 먹을 정도였다. 여전히 나는 피자를 좋아한다. 지금도 우리 집 냉장고에는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는 피자가 3판이나 있고, 오늘도 미니 피자를 사 왔다. 내 덕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피자는 손가락 안에 꼭 들어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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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 상자를 연상할 정도로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판형도 길쭉해서 그런지, 눈에 들어온다. 사실 피자의 세계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궁금하긴 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피자의 역사? 하면 떠오르는 단 하나 이탈리아! 피자 하면 떠오르는 나폴리 피자! 근데 진짜 나폴리 피자는 지금 우리가 아는 피자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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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상당하다. 내가 알고 있는 피자에 대한 지식이 이 정도로 미천할 줄이야...! 1800년대에 등장했던 피자는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피자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치즈 가득, 토마토소스와 페퍼로니, 올리브와 양송이버섯, 그 외에 각종 토핑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피자의 도우는 밀가루로 만들긴 했지만, 마늘과 올리브유 정도가 들어가는 피자가 과연 피자가 맞을까? 사실 우리가 떠올리는 피자는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단다. 피자도 이민을 간 후에 더 다양한 모습으로 세계사 속에 등장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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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리의 피자 장수인 피제리아는 두 부류였다고 한다. 하나는 가게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피자장수로 어느 정도 상류층들이 모여드는 가게다. 피자만 취급하기도 하고, 포도주와 피자를 같이 취급하기도 했는데, 후자의 경우 피자가게로 등록을 하지 않아서 실제 피자가게의 숫자는 기록과 다를 수 있단다. 피자 가게에 자리를 잡으면, 가장 먼저 오는 사람은 피자가게 주인(혹은 종업원)이 아니었다. 바로 포도주 가게 점원이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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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부류는 아침에만 도시를 돌아다니며 피자를 파는 노점상들인데,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위생도 빵점이어서 소화도 잘 안되고 불결하기도 했단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어서 필요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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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피자에 대한 책이라서 그런지 나폴리 정통 피자 만드는 방법도 등장한다. 사용되는 재료의 양도 등장하는데, 직접 해볼 엄두는 안 난다. 피자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뉴욕 피자와 나폴리 피자의 역사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피자가 어떻게 미국으로 건너간 걸까? 흥미로운 것은 미국 피자의 창시자가 이탈리아 출신의 기업가였다는 기록도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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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마르게리타 피자가 정말 왕실과 연결되었던 걸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제로 마르게리타라는 이름의 왕비가 있었나? 사실이다. 사보이아 왕가의 마르게리타는 움베르토 1세의 왕비이자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어머니였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3개의 색(흰색, 빨강, 초록)을 사용한 재료로 만든 이 피자는 왜 왕비의 이름을 딴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피자의 역사가 또 등장하는데, 1889년 6월 11일의 받았다는 왕가의 감사장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근데,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가득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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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정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피자가게가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가?였는데, 기록에 남아있는 피자 가게 중 3곳이 나폴리에 있다고 한다. 근데, 또 그 또한 확실하게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좀 아쉬움이 남는단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기회가 되면 가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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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피자라는 음식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뿐 아니라 피자에 얽혀있는 여러 나라들의 역사와 상황들을 다각도로 만나보니 좀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 과연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이 생기기도 했다. 여러 문화를 거치면서 피자에도 다양한 문화가 스며들면서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맛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문화나 삶도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여 좀 더 멋지게 바꿔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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