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딘가를 오랜 시간 걸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 줄곧 직선으로만 이어지는 길은 없다.

구불구불 곡선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어떤 지점에서는 되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인생의 경로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을 결코 일직선이 아니며 순탄하지도 않다.

예전에 큰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원장님이 주신 조언 중 하나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이 유난히 짜증스럽고 감정 표현이 격한 날이 있는데, 그때는 무엇을 하고 있든 간에 내려놓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고 한다. 모두 같이 어린이집 주변을 걸으며 나무와 꽃도 보고, 바람을 쐬고 나면 아이들도 선생님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고 한다. 도시에 살다 보니 땅을 밟고 자연을 마주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기에, 부러 시간을 내서 걷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말씀이셨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유난히 마음이 안 잡히고 복잡한 날이면, 혼자 조용히 걸으며 물도 보고 산도 보고 왔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집 앞 강가나 아파트 주변 공원이라도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번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경력이 다채롭다. 변호사이자 영화감독이고, 철학자이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을 다 해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자신의 진로와 선택에 대해 후회하진 않지만(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기에), 이미 자신은 10대 때부터 철학을 해야 할 사람이었다는 말이 부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그는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는데, 철학을 전공해서는 밥벌이가 쉽지 않다는 조언을 듣고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책 속에는 총 14개의 주제와 길이 겹쳐진다. 처음부터 찬찬히 읽는 것도 좋지만, 챕터의 제목을 보고 당장 내게 필요하거나 마음이 가는 것부터 읽어도 문제없다. 걷는 것에도 특정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물론 조용한 숲길이나 자연에 가까이 있는 길이 마음을 정돈하고 생각을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나는 주로 출퇴근길에 책을 읽었는데), 한 번씩 주변을 살펴보게 되었다. 늘 바쁘게 무언가에 빠져사는 삶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 말이다. 늘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만 했지, 내가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할 시간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때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생각 안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실패할 거라 여기고 실행하지도 않을 때도 많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러니까 길을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그것이 올바른 길인지 알 수 있겠는가.

오로지 길을 떠나서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만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묻는 자 만이 대답을 얻는다.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자만이 자신에게 이르고, 자기 본연의 가장 깊은 욕망에 닿으며,

자신의 뿌리에 다다를 수 있다.

저자는 책 속에 다양한 철학자들의 걷기에 대한 글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이렇게 많은 철학자들이 걷기의 중요성과 걷기가 주는 장점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 글을 찾아서 함께 만날 수 있게 책으로 엮은 저자의 노력에 또한 박수를 보낸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행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에 걷기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머리와 마음이 복잡하다면, 이 책과 함께 걷는 즐거움을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피닷 2023-06-08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근을 일찍 해서 독서를 하는데 오늘은 독서시간을 조금 줄이고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야겠네요~~
좋은 책인거 같아서 담아갑니다~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요즘 감기가 좀 강한거 같더라고요 건강 잘 챙기세요~~!

명랑걸우네 2023-06-08 19: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 여러가지로 동기부여가 되는 책이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