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아무리 약해 보여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번 잘해둔 일은 영원히 간다.
하지만 우리는 행동에 나서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만 열심히 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는 또 한 권의 유명한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시민 불복종이다. 작년에 처음 접했는데, 월든에 가려져서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얇지만 그 어떤 책보다 생각할 여지를 가득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애덤 스미스와 같은 의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애덤 스미스 역시 정부보다 시장 혹은 개인의 참여를 정부의 참여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긴 했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를 필요악으로 보기도 했다. 그와는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역시 정부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에 반대했다. 예를 들자면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사실 책에도 담겨있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6년간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로 하루 동안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책안에 깊이 있게 우러나 있다.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면, 저자는 정부에 대해 거부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소로 역시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 같다.) 단지,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하고, 잘못된 정부의 행태는 수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은 정부의 행태에 무조건적인 찬성만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대로 서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이성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야 한다.
또한 그와 함께 저자는 다수결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선택한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가 선택한 것이 모두에게 옳은 결과로 주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게 여겨야 하고, 소수의 의견의 정당성에 대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19세기에는 지금보다 더 큰 문제들이 산적해있었을 것이다.(노예제도와 같은) 하지만 여전히 소로의 생각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반대도, 무조건적인 찬성도 정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시민들 각자가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200년 전 소로는 미리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책은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지금에도 충분히 적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