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ㅣ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의 좌우명은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이다.
일본 문화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이 바로 국화와 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제목은 들어봤지만, 직접 읽어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년 아버지의 칠순 기념으로 가족들이 다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에 일본을 좋아했던 동생 내외와 달리, 나는 일본 여행이 처음이었는데 워낙 일본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웃나라인 일본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잔 지식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막상 잘 몰랐던 내용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참 많이 들었다. 덕분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민성이나 문화, 역사에 대해 이해가 많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다. 이 책은 1944년 미국 당국에서 요청받아서 쓰기 시작한 책이라고 한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적대적인 상황이었고, 1945년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가 있었다. 이미 진주만이나 여러 전쟁을 통해 일본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터라,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 꼭 필요했을 것 같다.) 루스 베네딕트는 직접 일본을 가진 않았지만, 일본인이 쓴 책이나 일본 태생의 미국의 거주하는 일본인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 문화에 대해 파악했다. 8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성에 대해 이렇게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읽는 내내 참 놀라웠다.
일본 군인들은 죽음이 곧 정신의 승리이며,
미국인처럼 병자를 돌보는 것은 폭격기에 설치된 안전장치만큼이나
영웅적 행위를 가로막는 방해물이라고 배웠다.
막부나 사무라이, 천황(일왕) 같은 일본의 역사의 흐름뿐 아니라 위계질서나 가족관계, 효, 수치심 같은 일본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신적 근거들이 각 주제별로 촘촘하게 등장한다. 같은 아시아의, 근거리에 있음에도 우리조차 일본인이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데, 서양의 미국인이 본 일본은 당연히 이해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물론 우리와 다른, 일본인의 정신은... 등등의 단어들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서술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책의 도입부의 일본을 표현한 내용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같이 나올 수 없는 두 단어가 동시에 등장하는, 양면성을 지닌 민족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책에 중간중간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더해지니 비로소 완전체가 되어 이해가 되었다. 유난히 일본의 문화는 체면을 중시한다. 책에는 그 부분을 정신의 승리라고도 표현하는데, 오랜 시간을 거쳐 그런 문화가 쌓이고 쌓였기에 가능한 것 같다. 여전히 수치스러운 상황 앞에서 차라리 할복과 같은 죽음을 택하는 것이, 구차하게 살아남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여전히 일본 사회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내 이름과 같아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온(은혜 은, 恩) 문화에 대한 부분도 꽤나 흥미로웠다. 전혀 다른 문화를 그 나라에 가보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자세하게 쓸 수 있다니 저자의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화와 칼. 이보다 더 일본인의 양면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일본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