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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호조 기에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난 '산다'는 게 용기를 내서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행동의 연속이라고 생각해.
아침밥은 뭘 먹을지, 어느 길로 지나갈지......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을지, 누구를 돕고 누구를 안 도울지......
그 모든 행동의 축적이 그 사람의 '인생'인 거지.
이 책에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어울리지 않는의 앞뒤에 두 단어 "소녀" 와 "완전범죄"다. 이 또한 편견이라고 해야 할까? 시작부터 뭔가 기묘하고 찝찝하다.
정신이 들자,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남자를 발견하는 구로하.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30세의 구로하 우유우, 본인이다. 왜 내가 내 모습을 위에서 쳐다보고 있는 걸까? 이게 바로 유체이탈인 걸까?
4개월 전인 3월 14일. 화이트데이 밤 사건을 잘 처리한 완전범죄 청부사 구로하는 자신의 (위장) 카페가 있는 루인 빌딩 옥상에서 추락을 했다. 누군가에게 떠밀린 것이다. 하필 그가 떨어진 곳에는 동상이 있었는데, 치과에서 설치한 동상 뽀족한 창을 들고 있는 동상에 등이 꿰뚫린 채 부상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몸과 혼이 분리된 걸 보니 조만간 세상을 떠날 징조가 아닐까? 그날의 충격으로 기억의 상당 부분이 소실되었지만, 그날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했던 사실을 떠올린 구로하는 유령의 몸으로 그날 약속한 장소로 이동한다.

4개월이 지났는데, 건물 안에 누군가 있다. 완전범죄 청부사로 유명한 구로하는 약속을 할 때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의뢰인에게 준비시킨다. 그날의 무언가는 바로 안개꽃이었다. 근데 4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곳에 있는 의뢰인은 과연 누구일까? 근데 구로하를 보자마자 손도끼를 날리는 의뢰인은 보기에도 너무 어렸다. 유령인 구로하를 본다는 사실도 소름이 끼친다.
초등학교 6학년인 오토하는 유령을 보는 소녀였다. 그리고 그날의 의뢰인은 오토하의 부모님으로, 그날 약속한 이곳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오토하의 경험(?)에 의하면 구로하에게 남은 시간은 단 7일이란다. 7일이 지나면, 소멸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구로하. 안 어울리는 유령과 미성년자 소녀의 조합. 하지만 이들에게는 복수라는 공통적인 임무가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한 팀이 되어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조만간 죽을 유령, 부모를 잃은 고아)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특유의 추리력을 가진 구로하는 유령의 몸이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오토하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오토하와 카페 사장 시절 만들어 팔았던 프렌치토스트를 만들고 있는데, 완전범죄 청부사로 활약할 때 지켜봤던 가라쓰 경위가 나타난다. 당황하는 구로하와 태연하게 이모라고 부르는 오토하. 하필 가라쓰 경위가 이모였다니...!
워낙 추리력이 좋고 빠른 가라쓰 경위를 잘만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눈치 100단인 가라쓰 경위의 눈을 피해 오토하와 사건을 해결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우선 천장에 남아있는 아빠의 발자국과 엄마와 아빠의 시신이 매달려 있던 상황들에 대해 추리를 시작하는 둘은 조금씩 진실에 가닿게 되는데...

이번에도 나는 또 당했다. 저자가 뿌려놓은 많은 밑밥(트릭)들을 그냥 보고 지나갔는데(대놓고 계속 등장시켰는데도 말이다.), 역시 이 모든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사실이다. 몇 개만 말하자면 아빠에게 선물 받은(더 이상 아빠는 세상에 없기에 더욱 소중해진) 초콜릿과 리코더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테니 그만.
유령이지만 최선을 다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 구로하와 그런 구로하를 도와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오토하. 책의 시작의 의미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고 경악했다. 이럼 병 주고 약 주는 것인가?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유령과 소녀가 밝혀내는 사건의 진실이어서 더 흥미로웠고 그럼에도 한편으로 가까운 가족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할 오토하가 안쓰럽기도 했다. 디데이가 정해져있는 사건 해결은 역시나 짜릿하다.